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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9. 금요일

너클볼러









영화 넘버3 중 송강호가 자신의 꼬봉들을 앞에 두고 터는 명연설이 있다. 2014년 12월 19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듣자마자 이 연설이 떠올랐다.





어때 졸라 감동적이지 않은가. 송강호의 무대뽀 특강의 내용 중 황소와 로버트 존슨을 '종북'으로, 소뿔과, 팔을 '정당'(혹은 통진당)로 바꿔보면 대충 헌재의 판결과 그럴싸한 싱크가 나온다.




작업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다.


예전에 말야. 최영의라는 분이 계셨어. 최영의.


전세계를 돌아다시면서 맞짱을 뜨신 분이지. 그 양반이 정당(황소뿔)도 여러 개 작살 내셨지. 정당(황소뿔).


그 양반 스타일이 이래.


딱 종북(소) 앞에 서면 말야. 너 종북(소)이냐. 너 종북(황소). 나 최영의야. 그리고 그냥 정당(소뿔)을 그냥 잡아. 잡고 무조건 가라대도 존나게 내려치는 거야. 존나게. 정당(소뿔) 빠게 질 때 까지...


코쟁이하고 맞짱 뜰 때도 마찬가지야. 딱 나타났다.


헤이 종북(존슨), 유, 유 종북(로버트 존슨). 나 최영의야. 그냥 걸어가. 뚜벅뚜벅 걸어가 그냥.


그럼 종북(존슨)은, 종북(로버트 존슨)은. 갑자기 걸어오니까. 뭐야 씨발놈. 뭐야 씨발놈 이러면서 피하게 되어 있어. 피하게 되어 있어. 피하다가 딱 걸려. 걸려.


그럼 ‘탁’ 이봐바바바바. 이렇게 손이 올라가게 되어 있어. 종북(사람)이라는 게 반사적으로 손이 이렇게 올라가게 돼있어. 그럼 최영의가 딱 잡아 그냥. 무조건 딱 잡어. 잡고 하는 말이...


아이 씹쌔꺄. 머머머머 정당(이 팔)은 머머머 니 살 아냐. 머 어어. 이러면서 또 존나게 내려치는 거야. 무조건. 이 정당(팔) 치울 때까지… 그런 무대뽀 정신. 무대뽀. 무대뽀… 그게 필요하다.




가라대최영의를 멀로 바꿀 건지 그건 독자의 몫에 맡긴다.





2014. 12. 19. 그 날 이후


'통합진보당'이라는 정당이 해산됐다. 이석기를 포함한 5명 의원들의 의원직도 모두 박탈 될 예정이다. 노동당, 참여당, 통합연대가 모여 2011년 12월 6일에 창당했던 통합진보당은 3년하고 13일을 넘긴 오늘, 사라지게 됐다.


해산의 이유는 ‘통합진보당이 김일성의 1945년 강연에서 비롯된 건국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을 핵심강령으로 채택하고 있고,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 최종 목적이며, 주도세력의 상당수가 과거 민혁당이나 실천연대, 일심회 등에서 활동하며 북한 주체 사상을 추종하고 북한의 주장해 동조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북한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비춰볼 때 통진당의 위협이 추상적인 위협에 그친다고 볼 수 없고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은 이거다. ‘통합진보당은 종북이고, 이것들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니덜 ‘통째’로 좀 사라지삼.


'자유민주주의'라는 학교가 있다 치자. 교장도 있고, 선도주임도 있고, 징계위원회도 있고, 선생도 있고, 학생도 있고, 각 학년 별 학급도 있다 치자. 그리고 그 중 한 학급에 양아치가 한 놈 있었다 치자. 이 양아치가 아덜을 포섭해 무리를 이뤘다고 치자. 삥도 좀 뜯고, 충성서약도 좀 받고, 학교 인근에 폭력조직(흔히 통진당 해산 기사에서 이석기와 언급되는 RO : Revolutionary Organization)과 친분을 맺고 있었다고 치자. 그러다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반장이 된 거다. 부반장도 뽑히고, 미화부장도 뽑히고, 체육부장도 뽑히고, 선도부장도 뽑히고 이렇게 여러 명이 학급의 임원이 된 거다. 반장 놈이 좀 덜 떨어져서 친구들 몇 놈 모아 놓고 "학교에 살짝 불이 나면 수업 안하고 좋을 텐데, 지하 창고에 살짝 붙이면 어떨까?" 머 이런 병신 같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치자. 


꼴 보기가 싫어 오랫동안 요놈을 눈 여겨 보고 있던 학교 징계위원회가 요놈을 포함한 학급의 임원 전체를 ‘퇴학’시켜 버린 것이다. 징계 이유는 '학교에 불을 지를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놈이 학교에 불을 지르기 위해 석유를 구입하고, 학교에 해를 가하기 위해 학교 인근의 폭력조직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음에도(이석기의 2심 재판에서도 RO와 통합진보당의 관계를 입증하는 명확한 그 무엇은 없었다. 그래서 내란 선동만 유죄, 내란죄를 저지르기 위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 모두 날려 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명확해 진다. ‘학교에 해가 될 거라는 예상만 되면’ 언제든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의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위임 받은 이들은 그러한 위험을 미연에 막기 위해 선도와 상담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권한을 행사하면 된다.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우리 사회엔 국가보안법이라는 매우 그럴싸하고 전방위적인 종북 예방 장치가 현존하고 있다)를 무시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건의 예상(이라 쓰고 확신이라 읽자)을 통해 그 무리를 일망타진(?)이란 이름으로 날려버린다면 ‘자유민주주의’라는 건 제도나 체제 등 실체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그저 학교의 교명일 뿐이다.


누군가의 행위를 폭력이라 예상, 확신하고 규정해 실체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죄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폭력이다. 그 맹목적인 확신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차별과 폭력으로 실체화되어 왔다. ‘너는 사상이 다르니까’, ‘너는 피부색이 다르니까’, ‘너는 종교가 다르니까’ 이러한 생각과 예상을 뛰어넘은 무지한 확신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안 봐도 비디오 아니던가. 


‘통합진보당’이라는 정당이 하나 통째로 사라졌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크게 바뀌지 않을 거다. 갑자기 월급이 밀리진 않을 거고, 길에 침을 뱉는다고 해서 구속되지도 않을 거고, 좌측 통행이 우측 통행으로 하루 아침에 뒤바뀌지도 않을 거다. 우리 중 일부의 생각과 지향이 비슷했던, 일부의 생각과 살짝 괴리감이 있었던, 일부의 혐오 대상이었던 정당이 하나 살포시 없어진 것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별일 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니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부당한 일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당한 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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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아니다.


하지만 12월 19일 이후로 한 가지는 명확해 질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더 쉽게 누군가의 확신으로 인해 퇴학을 당하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자신과 혹은 절대 다수와는 무관할지도 모를 예측과 확신으로 인한 처벌과 판결 앞에 우리는 더욱 더 무기력해 질 것이다. 그게 당장 내일 내 앞에 닥칠지 모를 일이고, 당장 모레 니 앞에 닥칠지 모를 일이다.


그래 이것도 별 것 아닐 수 있겠다. 닥치고 그냥 살면 만사 오케이일 수 도 있겠다.


헌데 우리가 역사로 학습한 그 수많은 비극들은 결국 상식에 어긋나도 나와는 무관하고 사소하다 생각했던 그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던가.


12월 19일 오늘의 이 해산판결이 어떤 비극으로 우리에게 닥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남은 3년 동안 나를 비롯한 누군가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는 매우 쉬어 보인다. 8:1이라는 판결 스코어가 이를 반증한다.


당장 오늘 평택의 굴뚝 위, 차디찬 광화문 길 위의 절규만으로도 그저 닥치고 살기엔 3년은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송강호의 ‘무대뽀’. ‘무대뽀’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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