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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29. 월요일

멀더요원











60초, 60분, 24시간, 365일, 12개월, 1년... 등등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던 시간의 개념에 따라 설정된 한 해가 끝나고 있다. 뭐, 시간이라는 게 계속 흘러가는거니까 굳이 저렇게 정해놓은 게 별로 맘에 들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그렇게 2014년은 끝나고 있다.

연말이라고 해서 특별히 결산을 하고 그러는 게 진부하긴 하지만, 2014년 한 해 동안 세상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많이 흘러온 것 같다. 아마도 이런 게 이 나라에서 좀 더 심할 뿐이지, 전 세계적인 추세일지도 모르겠다.

1. 종다양성

자연의 생태계는 여러가지 먹이사슬로 이루어져 있고 그 각각의 먹이사슬이 균형을 이루며 생태계가 유지된다.

만약 먹이사슬의 각각의 지위에 생물 개체가 한 종류씩만 존재한다면, 당연히 그 먹이사슬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불안정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이유에서든 특정한 지위의 개체가 이상증식 또는 감소하는 경우 그 상하위 개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먹이사슬은 쉽게 깨질 것이고 그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각의 지위에 가능한한 많은, 다양한 종이 존재하는 것이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생태계의 '종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생물종들끼리는 당연히 서로 다른 특성이 존재하고, 같은 종안에서도 여러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들 사이에도 인종, 언어, 외모, 성별, 성격, 능력, 종교, 문화, 성적 취향, 정치적 지향 등등 서로 구별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크고 작은 차이는 범주화를 통해 '고정관념'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서 고정관념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 비교적 가치중립적인 사실 또는 지식을 의미한다.

이 고정관념 중에서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감정이 포함되면서 '편견(Prejudice)'이 만들어지고, 이것은 '차별(Discrimination)'이라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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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고정관념과 편견의 가장 큰 차이는 '감정', 편견과 차별의 가장 큰 차이는 '행동'이다.


2. 집단적 편견


인간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서 그 특성을 일일히 확인하고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각각의 개별적 특성들 중에서 공통적인 특징만을 묶어서 단순하게 분류하면 세상을 이해하기에 매우 편리해진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들의 공통적인 특성에 따라 분류하는, 이른바 '범주화'를 하게 되고 그 틀에서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너무 적은 수의 특성만을 근거로, 가설을 설정하는 단계가 없이 곧바로 결론짓고 범주화하는 경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되어 근거없는 편견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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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하나만으로도 이럴리가...

이렇게, '범주화'로 인해 발생할 오류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이해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에 그것이 오해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범주화를 한다.(그렇지 않으면 하루 하루 사는 게 피곤할 거다.)

이러한 범주화는 종종 집단간 편견을 만들어내고 집단 행동으로써 차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편견을 강하게 가진 집단이 권력을 갖고, 어떤 특정한 조건이 만들어지면 차별은 무려 '정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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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차별 - 홀로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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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피해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과 이를 팝콘을 먹으며 '관람'하는 이스라엘인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은 자신이 속한 집단도 모두 같은 특성을 가진 것으로 규정하고 강요하기 때문에, 차별을 받는 집단 뿐만 아니라 차별을 주도하는 집단 내에서도 개인의 다양한 특성을 무시하는 폭력성을 나타낸다.

결국, 차별은 어느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과연, 한국의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는 이러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 다양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했는가, 아니면 그 반대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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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좀 그만 하자는데, 어떻게든 차별을 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3. 불평등

2013년, '토마 피케티'라는 프랑스 경제학자가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냈고 그 책의 영문번역본이 올해 한국어로 번역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더 심해지는 '부의 편중현상'에 대해 많은 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후 많은 언론과 팟캐스트를 통해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모두 자신들이 읽었다고 착각하는, 올해의 책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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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무려 양장본으로 되어 있어 장식용 또는... 냄비받침으로 제격이다.

꼭 자본주의가 아니라 어떤 체제를 갖고 있더라도 불평등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지구상에 완전히 평등한 사회는 없다.

이렇게 사회에서 불평등이 어쩔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적어도 그것을 완화시키기 위한 정책적 수단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여태까지 똑바로 해보지 못해 계속 아쉬움이 남는 '복지'라는 정책수단과 경제민주화는, 이 정부가 당첨(당선이 아니다)된 시점부터 많이들 예상했던 바와 같이, 이제 물건너간 느낌이다. 그것도 좀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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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해도 즐거워지는 복지국가 공약들 - 어때, 요즘 이거 다 잘 되고 있는 거지?

소득 불평등에 의해 만들어진 계급도 점차 고착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통계청의 2013년 사회조사 주요결과에서는 46.7%가 자신을 하층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일생동안 노력해도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57.9%이며, 자기 자식들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43.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통계적 추계와 유사하게 나타난다.

전체 2,600만 명의 취업자 중에서 임금노동자는 1,900만 명쯤 되는데, 그중에서 정부추산 600만 명, 노동계 추산 85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유럽의 어느 나라처럼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서 정규직 노동자의 50% 정도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32~45%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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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 노동시장 모니터]2014년 11월 노동시장 분석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그런데, 위의 통계와 아주 유사한 의미를 가진 통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수십 년 째, 백인 남성에 비해 거의 모든 인종의 평균 소득이 절반이다..심지어 백인 여성도 (어쩌다가 아시아 남성이 높은 자리에 있다고 니들도 그럴 거라고 범주화하지 마라. 저 아시아인이 모든 아시아인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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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종별 평균소득현황


이 두개의 그래프를 잘 보면. 아니, 그냥 딱 봐도, 국내의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득 비율이, 미국에서 백인과 유색인종 간의 소득 비율과 유사하다.

미국의 사례에서 수십 년 째 계층이동이 별로 없다면, 우리 사회에서도 소득이 적은 하류층에 속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중산층으로 이동은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혹시, 이러다가 한국사회의 비정규직이 미국사회의 유색인종처럼 차별받는 상황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동안 한국에 유색인종이 거의 없어서 그런 얘기는 꺼낼 필요도 없는, 인종차별 자체가 너무 당연했기 때문에 인종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유로왔다고 볼 수도 있는데, 어쨌거나,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관념에 따라 다른 인종을 보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당신들의 피부색은 어떠한가? 점점 짙어지고 있는가? 당신 부모들은 이미 검게 변하지 않았는가?

혹시, 이 사회의 환경과 모든 제도가 우리 아이들의 피부색을 검게 만들고 차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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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노동자의 45%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당신의 아이들이 55%의 정규직을 차지할 수 있을까?
이런 노동환경에서 정규직이면 행복할까?

4. 결론

어떤 집단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면 집단 간 갈등을 유발하게 되고, 결국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갈등이 발생하기 전에 또는 갈등이 발생한 이후라도 누군가가 이러한 잘못된 편견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므로 당연히 정부차원에서 해야 한다. 아니, 최소한 정부는 그러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와 정부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방향으로 온 것 같지는 않다. 2014년의 한국은 실체에 대한 확인없이 한두 가지 이유를 토대로 만들어진 부정적 고정관념이 종북이라는 감정적 단어를 만나 편견으로 발전됐고, 결국 정당해산이라는 차별적 판결을 낸 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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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생물학적 분석을 인간 사회에 딱 갖다 붙이기는 좀 애매하지만, 인간 사회도 하나의 생태계라고 본다면 인간의 다양성도 매우 중요하다.

어느 사회든 문제가 없는 사회는 없다. 여러 종류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보통의 인간은 자신이 학습하거나 경험한 범위내에서만 생각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가진 인간들만 모여 있다면, 다양한 의견이 나올 가능성은 당연히 줄어든다.(시험 끝나고 틀린 답을 들고서 서로 답 맞춰보고 있으면 정답이 나오냐?)

사회가 겪을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다양한 집단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의견들이 무시된다면, 그 사회는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사회가 된다.

결국, 사회적으로 만연한 집단적 편견이 만들어낸 차별을 통해 사회의 안정성 및 지속 가능성은 더 낮아지고, 결과적으로는 집단적 편견이 적은 사회에 비해 불안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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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차별, 증오...의 결과, 그래도 미국은 사상의 자유를 법으로 차별하지는 않아.(#Ferguson)

한마디로,

세상은 점점 더 위험해질 것 같다. 특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좀 더 빠르게 위험해질 것 같아 불안하다. 사상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2014년은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부패한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그 험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봉기했던 '동학혁명'이 일어난지 120주년이다. 서양 어느 나라의 시민혁명에도 뒤지지 않을 자랑스런 동학혁명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로부터, 육십갑자가 두 번이나 지난 2014년 말 현재.

이 사회에서는 벌금을 내지 못해 매년 4만여 명의 시민이 감옥에 가는데도 불구하고,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를 가석방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정치인들에게 무려 사회의 '미래'를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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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는 상관없지만, 얘도 구속되면 어떻게든 꺼내주고 싶을 거잖어. ㅆㅂ


그러니, 내년이라고 뭐 달라지겠냐.

이제, 박근혜 3년 차다. 내년도 무사히 살아남자.

ㅆㅂ.


*****추가*****

1. 내년 4월 16일을 돌파하기 위해 '박근혜 5촌 조카 살인사건' 관련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된 '김어준-주진우'를 구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도 우리 모두는 '가만히' 있을거지만..

2.  Pantera의 앨범 <Vulgar display of Power> 중에서 'No good (attack the rad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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