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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9. 02. 수요일

딴지팀장 꾸물






 


본 기사는 딴지라디오 <본격 게시판 방송>의 한 코너

'본격 게시판 취재' 내용을 기사화 했습니다.




 





 

2015년 8월 18일 즈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너의 돌덩이를 키워봐>, <애완돌> 등의 제목으로 이슈가 된 게시물이 있었다.


게시물은 담뱃갑 만한 크기의 실제 돌멩이가 둥지처럼 꾸며진 보금자리 위에 고이 놓여진 모습과 전용 솔과 천으로 돌을 닦아주는 모습, 상품 이름이 적혀진 종이 상자와 돌 옆에 이름표가 꽂혀있는 사진이었다.


실제 한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으로 정말 ‘애완용 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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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온 커뮤니티 안에선 ‘레알 창조경제다’, ‘진짜 땅 파서 장사하네’, ‘돈을 날로 먹으려 한다’, ‘옛날에 미국에서 이런 거 팔아서 대박났었음’, ‘애완동물 그냥 버리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시기, 8월 20일 대전에선 지나가는 행인이 신음소리와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듣고 골목에 버려진 종량제쓰레기봉투 안에서 머리를 심하게 다친 생후 3개월 정도 된 수컷 말티즈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말티즈는 목숨은 건졌지만 두개골 함몰로 인해 큰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개를 버린 주인은 화분이 떨어져 키우던 강아지가 크게 다쳤고 죽을 것 같아 쓰레기 봉투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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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돌' 컨셉의 상품이 처음 등장한 건 미국에서 였다. 우리나라에선 스펀지라는 TV프로그램에서 애완돌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펫 락(Pet Rock)'을 실제 판매자(과거형)의 인터뷰와 함께 소개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의 애완돌 게시물 댓글엔 이를 기억하는(스폰지 방송에 소개된 것) 사람이 몇 몇 있었다. 뒤에 등장할 한국 판매자와 인터뷰에선 70년대 미국을 시작으로, 90년대 일본에서도 등장 했다고 한다. 일본에 관한 자료는 찾지 못했지만 좀 다른 컨셉으로 90년대 일본에선 '다마고치', '아이보(로봇 개)' 등이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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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애완돌 ‘펫 락(PET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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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달(Gary Dahl)


1975년 4월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술집에서 친구들과 애완동물을 돌보는 문제로 화제가 이어졌다. 애완동물을 키우며 생기는 문제와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달은 농담으로 절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애완동물을 가지고 있다며 말했다. “나는 돌을 키워.” 농담으로 던진 이 얘길 그는 아이디어로 승화시켜 ‘애완돌’을 팔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농담으로 시작된 그의 아이디어 펫 락(Pet Rock)은 불과 6개월 동안 개당 약 4달러에 150만 개가 팔렸다.


숨구멍을 뚫은 두꺼운 종이로 만든 박스에 톱밥둥지와 애완돌은 넣은 구성의 상품이었다. 그가 선택한 돌은 집 근처 건축자재 상가에서 멕시코만 해변에서 채취한 돌이었는데 돌 한 개 값은 1센트였다.


또한 박스 안에 펫 락 훈련 교본이란 걸 직접 만들어 함께 넣어 주었는데 교본의 내용을 일부 소개 하자면,

 

<혈통에 대해> 당신의 펫 락은 이집트 피라미드와 유럽 고대도시의 자갈길, 중국의 만리장성 속 선조들, 아니 시간이 시작된 그 순간 너머까지 혈통이 이어져 있다.


<기본훈련에 대해> 당신의 펫 락은 누가 주인인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훈련은 필요하다. 페트락은 채찍이나 초크체인이 필요 없는 애완동물이다. ‘이리 와’같은 명령은 부드럽지만 단호해야 한다. 처음에 아무 반응이 없으면 정상이다. … 자기 펫 락이 너무 멍청하다고 불평하는 고객들도 있지만, 모든 훈련에는 극도의 인내심이 요구된다. … 하지만 ‘멈춰’나 ‘앉아’같은 명령에는 기가 막히게 잘 따를 것이다.


<심화훈련에 대해> ‘굴러’같은 기술을 익히게 하려면 경사진 곳에서 훈련시키는 게 좋다. 일단 구르기 시작하면 지칠 때까지 구를 것이다. ‘죽은 척하기(Play Dead)’는 펫 락의 주특기다.



달은 펫 락의 인기에 대해 당시 미국의 상황,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의 집단적 공허와 허탈감, 워터게이트 사건과 닉슨 대통령의 하야(1974년) 등 우울한 뉴스들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유쾌한 장난이 먹혔을 거라고 스스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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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민들이 다들 따분해하거나 각자의 문제들로 지쳐 있지 않은가.

펫 락은 그들을 짧은 환상 여행으로 초대해준다.

사실 우리가 박스에 담은 건 (돌멩이가 아니라) 작은 유머다.



애완자갈이나 애완돌 의상 등의 유사, 관련 상품들도 등장했다고 한다. 펫 락 성공 이후 게리 달은 실제 모래를 배양해서 자신만의 사막을 만드는 키트나 모래 성별 테스트기 등의 아이디어를 선보였지만 반응은 시큰둥 해졌다.

 

게리 달은 지난 2015년 3월 24일 78세의 나이에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내용 출처 - 한국일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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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판매자와의 인터뷰

 


판매는 언제부터 했던 건가?

 

생각은 올해 초에 했었는데 본업이 바빠서 일이 좀 뜸한 하반기에 두 달 정도 패키지 디자인이나 로고 등을 준비해서 8월 18일 월요일부터 판매를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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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하게 된 계기(아이디어 혹은 참고 했던 것)는?

 

원래 하는 업종은 컨벤션 대행업인데 아무래도 그런 일들은 성수기/비수기가 있다 보니까 비수기에 금전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친구와 특이한 물건들을 검색했더니 예전에 ‘게리 달’이란 사람이 1975년부터 ‘펫 락’이란 걸 엄청나게 판매한 기록이 있더라구요. 그게 9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서 성공적으로 판매된 적이 있었구요.


그래서 일본이 미국보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1~20년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나라도 일본보다 경제나 의식 발달 수준(개방적인 자세)이 뒤처져 있다는 가정 하에 우리나라도 이제는 이런 물건(애완돌)을 구매할 수 있는 의사가 있을 만한 의식 수준(개방적 자세)이 되지 않았나 했습니다. 제품도 패키지나 이런 구성만 예쁘게 잘 하면 되는 부분이라 크게 어렵지 않아서 구상하게 되었죠.



우리도 취재를 준비하면서 이것 저것 자료를 찾다보니까 미국의 게리 달이란 사람과 그 펫 락에 대해 알게 됐다. 그래서 본인이 파는 상품이 비슷한 건가 보다.

 

하하. 그렇습니다.



고백하자면 직접 당신네 회사 제품을 사봤다.

 

안 그래도 어제 주문 들어온 것 중 딴지일보 주소가 있더라구요. 미리 말씀 하셨으면 오늘 인터뷰 때 하나 드리면 되는데...

 

안 된다. 막 그렇게 꽁짜로 받으면 취재에 객관성이 흔들릴 수 있어서 받을 수 없다. 커피 한 잔 얻어 마시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사면 샀지.



그 사람(개리 달)이 했던 얘길 보니까 장난 삼아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던데 혹시 본인도 장난 식으로 접근했나?

 

네. 그 사람도 친구랑 술 먹다가 그런 얘길(애완돌을 키우는 것) 했다고 하던데 저희도 비슷한 접근방식이긴 했어요. 본업이 그쪽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비수기, 남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회사 자본을 늘릴 만한 게 있을까 고민했어요. 하루에 두 세개만 팔리더라도 제 인건비 충당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미국 판매자와)마찬가지로 일 없을 때 친구랑 밥 먹으면서 뭘 팔아볼까 얘기하다가, 친구가 얘길 했었어요. 애완돌을 파는 게 있다더라. 예전에 스폰지에도 2005년도에 방송이 나왔다더라. 돌이라더라. 무슨 소리냐. 그래도 그냥 한번 봐라. 해서 봤어요. 보니까 ‘아, 이렇게 포장해서 이런 식으로 판매를 했구나’ 하고 괜찮을 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죠.

 

판매를 마음먹고 이걸 우리나라 정서에 좀 맞춰야겠다 했어요. 게리 달이 파는 펫 락은 설명서도 있는데 4차원적인 내용이 많아요. 어떻게 보면 지나칠 정도로, 그러니까 처음 애완돌을 집에 데리고 오면 적응될 때까지 일주일 동안 상자 안에 둬라 라덩가 복종 시키는 방법 같은 것들.


그래서 그거 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에 맞도록 좀 팬시적인 느낌,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면서 지나치게 오버스러운 건 빼자, 어차피 상품 자체가 대단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어서 입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흰 ‘정품 인증서’라는 걸 만들게 됐어요. 뭐 그래서 ‘예쁘게, 정성을 들여 보살펴 준다’ 그 정도의 느낌만 추가를 했죠. 그리고 이름을 적어 꽂아둘 수 있는 팻말이나 상자, 보금자리에 쓰이는 종이에 색깔을 추가해서 팬시적인 느낌을 줬어요.



안 그래도, 구성품에 ‘정품인증서’가 있던데 도대체 정품의 기준은 뭐고, 뭘 인증한다는 건가?

 

프리미엄 마케팅이라고 하죠. 금액을 조금 더 비싸게 하면서 브랜드라는 포장을 입히면 사람들의 관심과 판매량도 늘어난다는. 그런 방향으로 접근해 봤구요. 돌이라는 걸 팔기 때문에 아무리 스토리를 입힌다고 해도 ‘무슨 돌을 갖다가 얼마에 받고 파냐’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잖아요. 사람들이. 그래서 예쁜 걸로 선별된 돌에다가 정품인증서라는 걸 넣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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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야 너 그거 돈 주고 샀냐? 나도 애완돌 있다”하면서 강에서 주워온 돌을 박스에 담아서 키우고 있다고 하면 저에게 금전적 가치를 주고 산 사람은 “야, 이게 정품 오리지날이야”라면서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증명이 되는 거죠. 심적인 만족도 드리구요.



특허등록이라 해야 하나, 그런 건 했나?

 

지금 상표권등록은 출원한 상태구요. 근데 같은 이름을 쓰는 업체가 있었어요. 애완돌을 파는 업체는 아니구요. 애완동물 장례석이라는 게 있어요. 애완동물이 죽어서 화장을 하면 그 뼛가루로 기르던 동물 모양으로 색깔도 입혀 만들어주는 장례석 회산데 상표권등록 출원을 안 했더라구요. 등록 절차가 6개월 정도면 나오는데 아마 저희는 별 무리 없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같은 이름의 그 회사는 그 이름을 쓸 수 없게 되긴 해요.


특허에 대해선, 돌을 애완용으로 상자 안에 예쁘게 포장해서 판다는 것 자체는 특허 출원이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특별한 기술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실용신안적인 디자인부분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정품인증서라는 걸 만든 이유이기도 해요. 나중에 인기를 얻어서 다른 유사상품들이 나오게 되면 우리가 원조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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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종류의 많은 돌 중에 상품(애완돌)으로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채굴권이 없는 상태에서 자연에 있는 돌을 주워오는 건 불법이잖아요. 처음엔 그 부분을 간과한 상태에서 바닷가에 가서 예쁘고 똥글똥글한 돌을 열 개 스무 개 주워와서 샘플을 만들어 봤어요. 근데 다량으로 몇 백 개씩 가져오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조경용 자갈을 취급하는 업체에 연락했죠. 달걀 모양에 어느 정도 사이즈의 일정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지. 몇 군데 업체에서 거절 당했고 한 군데 업체에서 가능하다고 협조를 해주더라구요. 업체에서 선별을 해준 돌을 받아도 애완용 돌이란 이름으로 팔기엔 부족한 돌들이 굉장히 많아요. 받은 돌 중에 반 이상은 못 쓰고 저희가 2차 선별을 해서 세척하고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애완돌이라는 컨셉 자체, 아님 애완돌 판매에 대한 생각이나 철학이 있나?

 

요즘에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고 해외로도 많이 떠나고 각박한 상황인데 뭔가 정을 붙일만한 게 많이 부족한 것 같더라구요. 혼자 사는 사람도 많고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결혼도 안 하고 심지어 자식도 안 낳는 추센데... 혼자 집에서 외로운 시간에 정을 붙일만한 걸 꾸준히 생각하다가 처음 시작한 게 애완돌이었어요.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 속에서도 뭔가 이야기 거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인터넷에 이슈가 되고 사람들이 댓글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다”, “레알 창조경제다”라고 하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웃음) 네. 많이 들었어요. 한강물도 떠다 팔 기세다. 근데 그냥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어린 친구들이 별 생각 없이 막 쓰는 글도 있어요. 저보고 돌팔이 새끼라고. 돌 판다고. (함께 웃음 ㅋㅋㅋㅋㅋ) 말이야 맞죠, 돌 팔이 맞죠. 저보고 돌아이다, 미친놈이다, 우리집 앞에 돌 되게 많은데 와서 좀 주워가라. 한 개 500원에 팔게, 이런 사람도 있구요. 그런 것들은 별 신경 안 쓰고요. 오히려 봉이 김선달이나 창조경제처럼 위트 있는 글들은 기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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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그런 사람들도 있어요. “아, 이런 거 보니까 갑자기 머리가 번쩍 띄인다. 뒤통수 맞은 것 같다.” “나는 뭐 먹고 살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생각하는 사람이나 이런 걸 파는 사람이 있구나” 그런... 그래서 그냥 기분 좋게 보고 있어요.



이렇게 시간 내줘서 감사하다. 사실 인터뷰 하자고 연락 했을 때 걱정하긴 했다. 혹시라도 언론사에서 취재를 나온다고 하면 돌을 파는 거니까 막 뭐 조사하러 오는 게 아닐까 경계할 줄 알았다.

 

언론사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특히 지난 주에는 연락이 한참 왔었고... 연락이 왔는데, 10통이 오면 그 중에 7~8통은 상업적인 측면으로 연락을 하시죠. 처음엔 기자라고 연락이 와요. “스포츠ㅇㅇ기잔데 취재를 해서 기사를 만들고 싶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면 마케팅 대행사에서 돈을 얼마를 주면 기사를 내주겠다. 200만원을 달라 그랬죠. 방송사에선 “TVㅇㅇ입니다.” 연락이 와서 “2,000만원을 주면 아침프로에 내주겠다.” 그런 일들이 있어서 지난주 MBC에서 연락이 왔을 때 의심을 했는데 다행히 아니더라구요. 작가분께서 직접 연락하셔서... 방송에 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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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물었다 : 김현철 정신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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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펫스톤 상품페이지를 보여 드리고 관련 내용 설명을 드린 후

 

 

: 중국 부자들의 취미 중 수석수집의 경우, 그 희소성, 상징성을 바탕으로 상품성이 생겨나고 수집하는 사람의 경우 돌처럼 자기도 흔들리지 않은 강인함을 닮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합니다. 자신의 결핍에 대한 보상심리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상품(애완돌)의 경우 여성들이 많이 사지 않을까 유추해보는데 여성의 경우 외로움이나 모성본능, 과거에 애완동물을 키우다 생긴 상처(아프거나 혼자 남겨두는 경우, 죽음 등) 때문에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애완돌을 키우게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여성의 경우, 인형을 좋아하는 것(수집하는 것)이 비슷한 심리라고 볼 수 있죠.



: 그렇지 않아도 방송에서 돌을 키우는 사람들의 얘기 중 애완동물을 키우다 죽은 기억이나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든 얘기를 하소연 했을 때,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쓴 소리로 조언을 들은 경우)가 있다고 했다. 피드백이 없는 대상에 대한 애정, 대화 시도 등은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예를 들어 ‘캐스트 어웨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구공 친구 ‘윌슨’ 같은.

 

: 반응(피드백)에 대한 책임과 부담이 없기 때문이겠죠. 무생물을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는 걸 ‘물활론적’ 사고라고 하는데, 건강한 사람들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이상한 건 아니에요.

 

 

*물활론적 사고 - 모든 사물들은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그 영혼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생각. 예로 유아들이 밖에서 놀다가 돌뿌리에 넘어지거나 놀이기구에 다치게 되면 엄마들은 그 사물을 때리며 야단치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똑같이 사물을 야단치며 마음에 위로를 받곤한다. 또한 유아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인형들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여 마치 장난감이 살아있는 것처럼 다루며 아낀다.

 

유아들이 성장하여 4~5살이 되면 움직이는 사물만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예로 돌이나 의자는 살아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움직일 수 있는 장난감이나 움직이는 만화 캐릭터들은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삐아제의 전조작기 특징 중...


 

 

: 심리적 안정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없지는 않을 거예요. 또한 돌을 통해 얻는 심리적 안정, 만족 외에도 돌을 구매하는 자체도 만족감을 줄 수 있어요. 모든 ‘구매’는 비합리적인 것이지만 이를 자신의 생각으로 합리화 하는 것이 거든요. 하지만 역시나 과하면 문제가 됩니다.



: 애완돌의 원조 미국의 판매자는 당시 ‘애완돌’의 인기 이유를 자신의 유쾌한 장난이 시대적 상황과 - 베트남 전쟁 후 사회적 공허감과 허탈감 - 워터게이트 사건 등과 같은 우울한 뉴스에 지친 사람들에게 먹혔을 거라고 얘길했다. 어떻게 보는지.

 

: 그건 미국(서양)사람의 사고 체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적용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희화화 하는 성격, 우울함을 거부하는 성향이 있죠. SNL 류의 코미디 프로 같은 걸 보면 과하고 과장된 방향으로의 문화가 형성 됐잖아요. 동서양을 떠나 사회적으로 폭력, 우울함 같은 성격의 분위기가 팽창하면 반대급부의 성격으로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걸 찾게 되는 경우는 있습니다. 또 그런 분위기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위로 받고 싶어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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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즘 뉴스만 보면 졸라 의욕상실 이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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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게시판


농담으로 시작된 75년도 미국의 애완돌은 판매자의 말마따나 우울하고 지친 세상에 던져진 유쾌한 농담이었다. 40년 전 구매하는 것이 무엇인지 뻔히 아는 4달러짜리 돌멩이는 미국 전역으로 팔려 나갔다. 사람들이 정말 사고 싶었던 건 애완돌이었을까. 아님 지친 세상, 판매자가 던진 유쾌한 농담을 손에 쥐어보고, 볼 때마다 그 유머를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게시판 방송의 한 코너인 '본격 게시판 취재'의 일환으로 자료 조사 및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게시판 방송의 취지와 컨셉은 '게시판을 보면 세상이 보인다'라는 것. 예전에 비해 수많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정보를 얻는 장소가 된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 그래서 게시판을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열광하는지,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애완돌 게시물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등장한 뒤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사기꾼', '이딴 걸 돈 받고 파냐' 



최근 수 년간 대한민국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갈등'이라고 한다. 세대, 빈부, 개인... 등등.


한국 판매자의 얘기처럼 점점 살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삶은 각박해져만 가고 결혼은 커녕 연애마저도 포기하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우울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게시판 속 사람들. 외로워서 누군가 소통하고 싶어 찾는 게시판 사람들, 바로 우리들은 '애완돌'이라는 유머를 받아들일 만큼의 여유도 남아있지 않은 것일까.


외롭지만 누군가에게 애정을 주고 동물을 키울 여력도 남아 있지 않은 사람들. 너무 힘들고 지쳐 상처받는 것도 힘겹고 두려운 우리네 현실이 유머를 날카롭게 받아들이는 게시판의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리고 커뮤니티 게시판의 이런 모습이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자화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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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팀장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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