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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1. 08.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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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언론의 스펙트럼 <1> - 일간지 1]

[프랑스 언론의 스펙트럼 <2> - 일간지 2]

[프랑스 언론의 스펙트럼 <3> - 일간지 3]

[프랑스 언론의 스펙트럼 <4> - 일간지 4]

[프랑스 언론의 스펙트럼 <5> - 프랑스 언론이 본 레이디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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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서울경제



 

프랑스 시각 2015 1 7일 오전 11 30, 파리 19구에 위치한 한 건물에 얼굴을 가린 두 괴한이 습격, 총을 난사한다. 이 테러로 총 12명이 사망, 11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이 중 4명은 심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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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 심약자는 보지 않을 것을 권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극단주의 애들이 지랄했구나 싶을 터. 하지만 프랑스가 들끓고 있다. 테러는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를 대상으로 했으며, 테러리스트들은 "Allah akbar"라고 외치고 그 자리를 떠났다. "Allah akbar" "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뜻이다<샤를리 엡도>는 성역 없는 강도 높은 풍자로 유명한 매체. 올랑드부터 시작해서 사르코지마린 르펜유대인나치디파르디유 등 깔 수 있는 사람은 다 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 하나 소개한다. 아마 아래 그림을 보면 부르르 떨 한국인들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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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논의가 뜨거울 시기, 

카톨릭의 이름으로 동성애를 더럽다고 이야기하던 이들을 조롱하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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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샤를리 엡도>에 있어 이슬람 역시 특별한 성역이 아니었던 것. 이슬람교가 동성애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증오보다 강한 법"이라는 문구 아래 <샤를리 엡도>와 한 이슬람 교도가 침을 흘려 가며 진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표지로 삼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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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샤를리 엡도가 진한 키스를 나누는 그림 위에 적힌 문구는

"사랑은 증오보다 강한 법"




너네 때문에 무함마드가 골치가 아파 죽을 지경이라며 지하디스트를 비롯한 교권지상주의자들을 까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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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지상주의자 때문에 머리 아픈 무함마드

"바보들에게 사랑받기 참 힘들구나"

무함마드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새빨개져 있다.




심지어는 언터처블 시리즈 안에 안 그래도 사이가 좋지 않은 유대인과 이슬람 사이를 두고 "놀리면 안 된다!"라며 조롱하는가 하면, 이슬람 예언가 모함마드를 두고 우스꽝스러운 일러스트를 만들어 내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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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별이 태어나다."

그런데 별은 어디?



이 주간지는 협박을 수차례 당했으며실제로 사무실에 화염병 테러가 가해지기도 했다하지만 <샤를리 엡도>는 하고 싶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테러가 발생한 바로 직전, 가장 최근호에는 "아직도 프랑스에 테러가 없네"라며 도발적인 일러스트를 내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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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판 <샤를리 엡도>에 실린 일러스트

"프랑스에는 아직 테러가 없다"는 문구 아래 IS 지도자가

"기다려, 1월 말까지는 인사를 할 시간이 있거든"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2015년 1월 7일,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는 얼굴을 가린 괴한들이 전쟁용 총을 들고 들어와 난사, 12명을 죽이고 유유히 떠난 것. 이번 테러로 목숨을 잃은 이들 중 기자는 8명이었으며 그중에는 카뷔(Cabu), 볼린스키(Wolinski) 등 프랑스 굴지의 시사만화가가 속해 있으며 경찰도 2명이나 된다. 그리고 <샤를리 엡도>의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Stéphane Charbonner) 역시 목숨을 거두었다.

 

아래는 이슬람으로부터 한참 살해 협박을 받던 2012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샤르보니에가 한 말이다.

 

"나는 보복이 두렵지 않다. 나는 아이도, 아내도 차도, 신용도 없다.

약간의 허세를 보태자면, 나는 무릎 꿇고 사느니 선 채로 죽겠다."

 

그리고 이번 테러로 샤르보니에는 선 채로 죽었다


"표현의 자유가 죽었다."

 

사건 직후 프랑스는 분노에 휩싸인다. 가장 빠른 움직임은 SNS에서 나타났다. 사람들이 자신의 프로필 사진 혹은 SNS의 배경화면을"나는 샤를리입니다."라는 아래의 사진으로 바꾸며 연대를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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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샤를리입니다.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하나 됨입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겁먹지 마십시오. 우리가 당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부 장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테러 사건의 희생자에 조의를 표하기 위하여 대통령궁인 엘리제에 국기를 반기 게양하였고, 베르나르 카즈뇌브(Bernard Cazeneuve) 내무부 장관은 언론인들과의 연대를 선언하며 이번 사건으로 언론인들이 움츠러들지 않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뿐 아니라 이번 테러 사건으로 프랑스 사회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 발 빠르고 단호하게.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테러 당일, 프랑스 시각으로 오후 6, 나라 곳곳에서 테러의 희생자를 애도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자발적 집회가 열렸다. AFP에 따르면 프랑스의 100여 개 도시 및 유럽의 모든 국가 수도에서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연대를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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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레퓌블릭(République)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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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카드가 없는 사람은 펜을 들어요! 펜이야말로 그들의 무기였으니!"

 

 

사건 직후, 프랑스 언론인 필립 발(Philippe Val)은 "솔직히 겁이 납니다."라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발 빠르게 나타난 프랑스인들의 어마어마한 연대를 보면 그렇게까지 겁을 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표현의 자유가 폭력이라는 형태로 침해당했을 때, (여러 사회적 요소들을 차치하더라도)여기에 대하여 보여 준 프랑스인들의 대처는 이 나라에서"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위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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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이 죽고 66백만 명이 다쳤다."

프랑스라는 나라는 상처 입은 대로 체념하고 살아갈 만큼 바보같이 약해빠진 나라가 아닌 것 같다.


2015년 1월 7일,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가 죽었다. 

그리고 이 "표현의 자유"는 6천6백만 명의 연대로 불멸을 얻었다.







본문에서 다루지 않은 것


1. 현재까지 세 명의 용의자가 체포되었고 그중 한 명은 18. 또 한 명은 2008년에 이라크에서 지하디스트 활동을 한 것으로 유죄선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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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2. 물론 프랑스에도 악플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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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했다! <샤를리 엡도>, 다음 번에는 캐리커쳐 그릴 때 신경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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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엡도> 개새끼들한테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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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샤를리 엡도>가 빌미를 제공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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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 건 아니지만 <샤를리 엡도> 너네는 이슬람을 공격하려고 했던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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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젠장맞을 토론이 시작되겠군! <샤를리 엡도> 잘 됐다. 존중 없이는 표현의 자유도 없는 거야.










아까이 소라

트위터: @candy4sora


편집: 딴지일보 나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