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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1. 12. 월요일

좌린










1. 쌍용차 부당 해고 2000일


2014년 11월 11일 오전 11시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이 있은지 2000일이자 고등법원의 정리해고 무효판결이 뒤집힌 대법원 판견을 이틀 남겨둔 , 굴뚝 여섯 개를 나란이 세워 놓은 것같은 날에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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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굴뚝 고공농성 시작


그로부터 한 달 후 12월 13일 새벽


이창근 실장은 김정욱 사무국장과 함께 쌍용자동차 공장 굴뚝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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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광화문광장 1인시위


그로부터 사흘 후 12월 15일


'당신들이 외롭지만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배우 김의성이 광화문광장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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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강도하를 비롯해 사람들이 하나둘 함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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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서 보이는 서울신문 전광판에서는 씨엔엠 해고 노동자 두 명이 11월 12일부터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109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2014년의 마지막 날, 이직자를 제외한 83명의 복직 협상이 타결되며 50일 만에 땅으로 다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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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차가 잘 팔려서 회사 형편이 나아지면 협상을 고려해보겠다'는, 부당 해고를 단행하던 때와 동일한 입장을 고수하며 이효리의 무료 광고 제안을 정색하고 거절하는가 하면, 각종 손배소로 굴뚝 농성자를 압박하고 있었다. 



3. 굴뚝데이, 역전의 용자


2015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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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 배우가 "이창근, 김정욱이 만드는 티볼리를 타고 싶어요" 라는 부드러운 멘트와 함께 다시 나섰다. 

"왜 악덕 기업의 신차 광고를 해고자가 대신 해줘야 하나"라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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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티볼리'라는 이름에 응당 함께 했어야 할 이름 '김정욱'과 '이창근'이 함께 떠오를 수 있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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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아침, 원안의 말랑말랑함에 까칠함을 1g 첨가해 비튼 문구로 피켓을 급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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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에 섰다. 인증샷을 각자 찍어 올리라는 제안이었으니 내가 굳이 사진기를 들고 찍으러 가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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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의 '쪽팔림'을 감수한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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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명의 인증샷이 하루종일 트위터 타임라인을 도배하고. 굴뚝 고공 농성자가 외롭게 싸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신문 기사로, 방송 뉴스로 퍼져나가는 과정에 나도 한 몫 거들었다는 뿌듯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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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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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찍는 하늘 사진을 찍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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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한 마음으로 집에 왔다.



4. 정리해고 비정규직법 전면폐지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


같은 날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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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리해고 비정규직법 전면 폐지를위한 오체투지 행진 2차,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행진이

낮부터 경찰에 막혀 있다는 뉴스를 접하니 역시 편안하게 축의 반주를 곁들이기가 힘들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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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시 거리로 나왔다.

정부청사 앞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다큐멘터리 사진가 하나가 사진기를 내려놓고 대신 스카치테이프를 들고

엎드린 행진 참가자를 덮은 포단의 바람구멍을 막고 있는 장면이었다.

당신이 누군지 공개해도 되느냐 물었더니 그러지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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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길바닥에 엎드려 꼼짝 않고 있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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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귀에서 굳은 채 거적에 덮인 낯선 부랑자의 몸을 보는 것같아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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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것은 외면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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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외면한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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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어떻게 달라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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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다음 오체투지를 시작하려는 행진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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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후 검거작전을 시작하겠다는 경고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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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부임했다는 경비과장은 채증조에게 인상착의와 이름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철저한 채증과 검거를 공개적으로 종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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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위망을 좁혀오는 경찰을 등지고 선 표정이 착잡해 보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 겪어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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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행진 참가자와 나머지 시민, 기자를 분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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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자 우선으로 검거할 것을 지시하기도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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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밀고 들어와 마이크와 앰프를 빼앗아 갔다.

"너희들은 큰 목소리로 말하지 마"

라는 의미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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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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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권활동가가 경찰측의 해산 명령 근거와 방송장비 압수가 왜 불법인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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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프를 확보한 경찰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이 병력을 상당수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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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를 든 사람과 피켓을 든 사람의 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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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도록 계속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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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으로 인한 해고를 막기 위한 오체투지와

오체투지 참가자들의 근육 마비를 막기 위한 오체투지도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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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탈진자가 응급실로 이송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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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시를 넘겼다는 이유로 해산명령이 한 번 더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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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점점 시려와 여기저기 쏘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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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청사 쪽에서 바라본 대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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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사이로 바라본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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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 끝난 야외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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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잠드셨다가 사고가 생길까봐 북을 치는 겁니다, 주위에 계신 분은 한번씩 확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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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풍이 조금씩 세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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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기온은 급격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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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 배터리가 계속 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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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팩을 하나 얻어 주머니에 붙이고 배터리를 계속 녹이며 갈아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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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 오분 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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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농성장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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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가 얼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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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버스의 매연이 점점 매캐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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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찍어본 정부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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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시간이었지만, 제발 고단함으로만 끝났으면 하는 걱정 때문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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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섯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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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행진단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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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전원 무사히(?) 부당해고 2062일차 아침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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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속의 태풍 SNS의 역전의 용자 이벤트가 공중파를 탔을 때 느꼈던 성취감과

혹독한 행진에서 큰 일 당한 이 없이 하루가 지나갔음을 확인하고 느꼈던 안도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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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같고도 다른 감정을 하루 동안 두 번이나 가졌던

긴 날을 마무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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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는 아침에 두 번째 퇴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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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더이상 소박한 것이 아니게 된 흔한 바람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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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모두들 안녕할 수 있기를"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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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파업부터 세월호 특별법 타결까지의

멈춰버린 1년의 세월을

좌린의 사진과 꼼마의 글로 되짚어 볼 수 있는 신간 

<멈춰버린 세월>은

딴지마켓에서 저자 사인본으로 만날 수 있다.



 










좌린

트위터 : @zwarin


편집 : 딴지일보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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