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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1. 14. 수요일

편집부 홀짝









'김무성 수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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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위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월 12일,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수첩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찍힌 것. 문제는 수첩에 적힌 내용까지 고스란히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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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래 검은색으로 쓰여진 글이 '김무성 수첩' 논란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이준석, 손수조, 음종한, 이동빈, 신.

문건 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



사건의 재구성


저 글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좀더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확인된 사실과 관련 당사자들의 주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12월 18일, 수첩에 언급된 이준석(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손수조(새누리당 부상 사상 당협위원장),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과 이동빈 제2부속실 행정관, 새누리당 청년위원장 신 모씨가 술자리에서 만났다. 이 부분은 관련 당사자 모두가 사실로 인정한 내용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문구는 위 다섯 사람의 이름 언급 아래에 이어진다.


'문건 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


이 문구의 발언자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이며, 지난 18일 있었던 술자리에서 그가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니셜 K와 Y는 각각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뜻한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청와대 행정관이 술자리에서 이준석에게 한 말을 (아마도) 이준석이 김무성 대표에게 전했고, 김무성 대표가 이를 자신의 수첩에 적어놓은 것이, (어쩌다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카메라에 잡혔다는 거다. 


여기에 대해서는 증언과 주장이 엇갈린다.


음종환 행정관은 "내가 이 전 비대위원에게 '박관천 경정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피라미에 불과하고, 조응천 전 비서관이 배후다. 조 전 비서관은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을 대 대구에서 배지를 달려는 야심밖에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조 전 비서관이 언론 등을 통해 한) 얘기를 사실로 믿고, 그런 평론을 하느냐, 섭섭하다'고 얘기한 게 전부"라고 말하며 그날 언급한 K와 Y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인 것은 맞지만 문건 파동의 배후로 지목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반면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음종환 행정관이 술자리 당일 두 사람을 문건 파동의 배후로 지목한 것을 들었다고 주장하면서, 당일 유일하게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이 본인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수조 당협위원장은 자신은 음종환과 이준석 사이에 오간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아마 음종환 행정관이 말한 것을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잘못 이해한듯 하다'는 내용의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의 주장이 엇갈리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김무성 대표의 수첩에 적혀 있는 문구를 봤을 때, 적어도 김무성 대표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전달받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풀어 말하면 '문건 파동이라는 빅엿을 기획하고 던진 배후 세력이 김무성 대표 자신이라는 생각을 청와대-최소한 음종환 행정관만이라도-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개헌 문제를 놓고 한동안 청와대와 실갱이를 벌이다가 김무성 대표 스스로 '꼬랑지를 내렸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일단 후퇴를 한 마당인지라 김무성 대표로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을 게다. 'K, Y 배후설'의 진위를 떠나서 말이다.


그리고 그 수첩이 카메라에 찍힌 거지.


논란


과연 김무성 의원이 고의로 수첩을 '찍혔'느냐 하는 거다. 사진 속 펼쳐진 수첩의 각도가 의혹의 근거다. 개인이 보기 위해 펼쳤다기보다는 마치 누군가 찍어주길 바라는 듯한, 그래서 김무성 대표의 시선과는 다소 엇나간 방향으로 펼쳐져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근거, 글씨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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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봐서도 알 수 있듯 파란색으로 쓰여진 다른 글씨보다 논란이 된 검정 글씨가 더 크다. 마치 내용이 '카메라에 제대로 잡히길' 바라는 것 마냥.


마지막은 정황 근거. 김무성 대표는 예전에도 국회에서 찍힌 사진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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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의원이 보낸 문자를 확인하다가 휴대폰 액정화면이 그대로 카메라에 노출되었던 것이다. 비슷한 일을 이미 겪었던 김무성 대표가 단순히 실수로 수첩 내용을 카메라에 노출 시켰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의혹의 근거다. 게다가 김무성 대표의 자리는 본회의장에서도 맨 뒤쪽 자리, 평소 조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거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의혹을 일축했다. 



소설 - 절대 수첩의 반격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줄로 믿는 것이 민족정론지의 올바른 자세. 김무성 대표 스스로 고의가 아닌 실수였다고 하니 믿기로 하자. 아니라고 하는데 자꾸 의심하면 '병 걸리셨습니까?'라는 말 듣기 딱 좋다.


그러나 의혹의 근거들을 종합해보면 쉽사리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당연지사.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가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김 대표 보좌관에 따르면 원래 메모광이 아니라고 한다. 수첩을 안 들고 다닌다고 한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더욱 미심쩍은 일이다.


수첩 논란을 바라보는 정치평론가들의 중론은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에 반격을 가했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던 김무성 대표가 '문건 파동'에 있어서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논조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청와대에서 음종환 행정관을 통해 김 대표에게 '일종의 경고 메세지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것인데,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가 이번 사건으로 역공을 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논란이 일자 보수언론과 여당 내부에서까지 '안 그래도 비서진 때문에 말이 많은데, 십상시로 거론된 행정관까지 이런 발언을 술자리에서 스스럼 없이 하고 다닐 정도면 청와대가 실무진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반격'이라는 해석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어찌됐든 김무성 대표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정황으로 보나 결과로 보나 우연이나 실수는 아닌 것 같은데 본인은 아니라고 한다면 남은 건 딱 하나다.


'수첩이 스스로 자신을 드러냈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절대 반지. 손에 넣으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으며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 김무성 대표의 수첩은 그런 절대 반지와 같은 '절대 수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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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수첩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활약한 바 있다. 레이디가카께 붙여진 '수첩 공주'라는 별명. 절대 수첩을 손에 넣은 가카께서는 이를 적극 활용하시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대권을 거머쥐시었던 거다. 스스로의 의지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손에 쥔 자로 하여금 대권을 얻게 한다는 절대 수첩. 가카께서 가지고 계신 절대 수첩의 의지가 김무성 대표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김무성 대표에게로 넘어간 절대 수첩은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당내 장악력 부족과 청와대와의 불협 화음이라는 고충을 겪고 있는 김무성 대표, 총선 직전 해인 2015년의 시작, 새누리당 대표 신년 기자회견을 목전에 둔 이 타이밍에 말이다.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절대 수첩은 청와대를 향한 '김무성 대표의 반격' 아니, '수첩의 반격'을 결행한 것이다. '평소에는 수첩을 잘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는 김무성 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수첩을 꺼내 펼쳐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절대 수첩은 이제 본격적으로 주인의 의지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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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 또한 문자를 받아 보고서야 '수첩의 반격'을 알았을 터


절대 수첩의 신묘함은 한 가지 더 있다. 수첩 논란의 쟁점으로 노출의 '고의성 여부'와 함께 '문건 유출 배후설'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문건 파동의 프레임이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로 인해 '개인의 사욕이 작용한 허위 문건 유출'로 가닥이 잡혀가는 시점에서 이러한 논란은 일종의 굳히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절대 수첩의 활약으로 김무성 대표는 효과적인 반격에 성공하면서도 청와대에 치명상을 입히지는 않음으로써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게 되었다.


모습을 드러낸 절대 수첩.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행보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편집부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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