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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9. 03. 목요일

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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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lves Pursuing Sol and Mani (1909) by J. C. Dollman



인류가 불의 사용법을 발견하고 밤의 공포에서 벗어나 군락을 이루어 문명을 건설하기 시작한 수만 년 전부터, 밤하늘의 달과 별은 인류에게 경외의 대상 그 자체였다. 낮의 강렬한 태양은 그 무시무시한 힘으로 인간을 굴복시켜 신으로 떠받들어졌지만, 은은하고 부드러운 밤의 세계는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수많은 전설에 깃들어 현대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처음 문자를 남기고 동굴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고대 조상들은 달의 주기에 맞춰 여인들이 피를 흘리는 것에서 신비로움을 느꼈고, 달이 생명과 관련 있으리라 추정했을 것이다. 또한 농경으로 정착하고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밤하늘을 관측하기 시작한 인류의 초기 천문학자들은 달과 농경의 밀접한 관련에 흥미를 느꼈고, 특정한 별의 위치에 따라 강물의 범람 시기 등을 예측하면서 고대 신앙 일체 사회를 형성하였다. 일식과 월식을 통해서 신의 계시를 발견하고 고대문명의 흥망에 결정적인 역할을 끼친 사례도 종종 발견되곤 한다.


고대 문명에서는 주로 밤하늘의 천문관측을 통해 지구와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우주관을 성립했지만, 중세유럽에 이르러 더 이상 지구와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 아닌 수많은 별들과 행성들로 이루어진 우주의 작은 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17세기 영국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Sir Isaac Newton, 1643~1727)은 1687년 발간한 <프린키피아 (Principia)>를 통해 우주의 근본원리인 '중력(Gravity)'과 '고전 역학(Classical mechanics)'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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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발견은 케플러의 '행성운동법칙'을 증명하며 그 당시까지 남아있던 태양중심설에 대한 마지막 의문점을 제거하고 과학혁명을 일으켰다. 또한 뉴턴의 역학 제3법칙은 현대 로켓기술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기초가 되어 인류가 꿈과 전설이 깃든 달까지 도달하는데 이르도록 했다.


제1법칙 : 관성의 법칙


제2법칙 : 가속도의 법칙


제3법칙 : 작용, 반작용의 법칙



위 세 가지 뉴턴 역학(운동)법칙은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당연해 보이지만, 대기밀도가 풍부한 지표면 근처에서만 관측이 가능했고 과학지식이 축적되지도 않았던 당시 인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진공상태인 우주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행성들의 운동 형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뉴턴 역학 법칙은 중력의 테두리에서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전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첫 번째 이론이 되었다.


인류가 개발한 첫 번째 로켓은 고대 중국의 어떤 연금술사가 우연히 초석과 유황, 목탄을 혼합하여 폭발적으로 산화하는 흑색화약을 발명한 뒤, 이를 대나무 통에 넣고 원시적인 노즐을 만들어서 연소시키면, 고압의 배기가스로 추진력을 얻어서 날아가는 형태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로켓이 왜 비행할 수 있는지, 원리를 알 수는 없었다. 그저 화약의 연소가스가 뿜어져 나오면서 주변의 공기를 뒤로 밀어내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대기가 없는 진공상태의 우주공간에서 아무리 연소해도 로켓이 앞으로 진행할 수 없다. 뉴턴의 제3법칙, 작용과 반작용으로 인해서 미세한 질량의 분자인 로켓의 배기가스가 빠른 속도로 뒤쪽으로 뿜어지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로켓이 앞쪽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위성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뉴턴의 제1법칙, 관성으로 인해서 대기마찰이 없는 진공상태에서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지구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그리고 뉴턴의 제2법칙, 가속도로 인해서 로켓은 엔진이 내는 힘을 자신의 상대속도변화에 이용하여 우주로 날아가며 위성속도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우주로켓은 인류가 보유한 화학연료방식의 로켓으로는 속도와 시간의 상관관계까지 적용되는 상대성원리의 세계까지 접목되기에는 턱없이 느린 속도만 낼 수 있으므로, 20세기에 발견된 상대성원리가 적용되기엔 한참 부족하며, 17세기의 뉴턴 역학법칙에 거의 지배당하는 분야이다.


뉴턴 이후 탄도역학 등이 발전하고, 달과 행성들의 운동에 대해 더 자세한 발견이 이뤄짐에 따라 인류의 꿈은 수천 년 전 전설 속에 나오는 우주에 대한 도전으로 차차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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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의 유명한 SF소설가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은 <해저 2만리>, <80 일간의 세계일주>, <지구 속 여행> 등의 공상과학소설을 집필하며 당시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의 저서 중에 <지구에서 달까지(From the Earth to the Moon)>, <달나라 탐험>이라는 두 편의 연작은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들을 자극하여 훗날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시한다.


쥘 베른의 달 탐험 소설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남북전쟁이 끝난 미국에서 전쟁 기간 대포를 이용한 탄도역학이 크게 진전하여 대포협회가 만들어졌지만 평화기에 더 이상 할 일을 찾지 못하던 차에 협회장의 제안으로 달까지 대포를 발사해서 명중시키자는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전 세계적인 호응 속에 영국 천문학회의 도움으로 달까지 가는 탄도역학을 정립하고 사람이 직접 대포알 속에 탑승하여 달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우주공간의 무중력, 진공에 대해서 묘사했으며 달 근처에서 역분사로 달 궤도에 진입하여 착륙하려는 시도와 결국 달 표면에 착륙하지 못하고 그저 관찰자 입장에서 달 주위를 돌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와 태평양에 착수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로 달 대포의 발사지점이 지금의 케이프커네버럴 근처인 플로리다 지역으로 나오는 등 훗날 인류의 달 탐사를 예언하는 듯한 설정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쥘 베른의 달 탐험 소설은 <해저 2만리>와 같은 소설적인 흥행요소가 적었고, 다소 지루한 듯한 이론 설명과 좁은 우주선(?) 내부에서 등장인물들의 설전과 심리묘사에만 치중해서 비교적 난해한 책이지만, 그 책을 통해서 전 세계의 많은 소년들이 달 탐험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갖게 되고, 훗날 그들이 로켓을 만들고 우주항해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들을 세우면서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인류문명과 함께 시작된 수많은 고대 전설들로부터, 근세 쥘 베른의 달 탐험 소설에 이르기까지 인류에게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욕구를 심어준 일련의 DNA코드들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청년이 된 우주몽상가들이 결집하여 그들의 최대목표인 달 탐험을 위한 우주로켓을 개발하도록 한다.





Tip : 만약 지구에 달이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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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 년 전, 지구와 태양계가 형성될 무렵 원시지구는 행성 급 크기의 또 다른 거대 소행성과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충돌 여파는 대단해서, 지구의 구성물질과 합쳐진 소행성의 충격으로 수많은 잔해가 우주로 튕겨 나갔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서 차차 지구주위를 도는 가까운 궤도에 달을 형성했다고 한다. 초기의 달은 지구와 매우 가까워서 지구에 엄청난 조석작용을 일으켰지만 차차 지구에서 멀어지면서 현재의 위치에 도달한다. 달은 태양계 행성들이 보유한 위성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큰 크기를 자랑하며,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에서 모행성의 크기와 비교할 때 위성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하다. 덕분에 밤하늘에서 큰 크기로 육안관측이 가능하고 중력으로 인해서 느껴질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기 시작할 때 첫 번째 도전목표가 달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거대한 위성이기에 중력의 상호작용으로 비교적 손쉽게 다른 천체인 달까지 궤도역학을 이용해서 도달할 수 있다. 만약 달이 없었다면 인류는 아직도 지구 저궤도에서만 맴돌게 되고, 화성이나 금성 같은 가까운 행성까지는 도달하기에 기술력이 부족하여 우주도전에 대한 동기가 약해졌을 것이다.


만약 달이 없었다면 인류는 다른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훨씬 늦게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행성, 다른 항성인지도 분간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달이 지구의 바로 옆에서 존재했기에 인류는 인지적으로 밤하늘에 떠 있는 많은 별들이 서로 다른 형태인 것을 이해하는데 보다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다.


다음 편에서 소개하는 인류 로켓기술의 선구자들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쥘 베른의 달 탐험 소설에 자극받았고, 훗날 군사적 경쟁으로 우주 로켓기술이 급격한 발전을 하는 와중에도 수뇌부를 설득하여 달 탐사 경쟁에 나서도록 한다. 왜 인류가 달에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아마도 솔직한 답변으로 "우리의 꿈이 달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 References ]

1. 위키백과 한국어판 - 뉴턴의 운동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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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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