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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1. 23. 금요일

과학불패 hangds






편집부 주


아래 글은 과학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독투불패(독자투고 게시판 및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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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ing 님의 이공계 대학 교수되기 연작 기사를 읽고 

감명을 받아 쓰게 되었다. 

이 글을 보고 재미난 공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학우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관련 기사


이공계 대학 교수되기 1 : 한국 VS 미국

이공계 대학 교수되기 2 : 초기 서류심사에서 면접까지




 




 0. Intro


 1. 이공계 대학원이란 뭘 하는 곳인가


 2. 실험실을 선택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3. 실험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과 졸업




 0. Intro


나는 대학원 박사 과정에 다니고 있고, 농학 쪽을 전공(생명 공학이라고도 한다. 모두 생명 공학이라고 부르길 원하는 듯하지만, 나는 농학이라는 말이 왠지 좋아서 저렇게 말하고 다닌다.)으로 하고 있다. 요새 농업계에 여러모로 암울한 소식이 많긴 해도 절대 없어지지는 않을 분야라고 생각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요새 취직이 많이 어렵다. 내 주변만 봐도, 의전, 치전 등이 그 막을 내리면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의전, 치전이 시작된 2003년부터, 생물학과 대학원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었던 대학생들이 대거 의전이나 치전으로 몰리면서 공백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생물학 관련 학과의 인기가 치솟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지만 어쨌든, 이공대 내에서도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었던 대학생들 중 상당수가 의전, 치전 으로 방향을 돌려버린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의전, 치전이 저물어 가는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다 (경쟁률은 점점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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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의전, 치전도 저물어 가고, 솔직히 경쟁률 너무 세고, 취직도 어려운 이 시점에 대학원이나 한번 가 볼까, 하는 이공대 대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이공대 대학원 특성상 전일제 학생으로 연구를 하면, 실험실에서 학비를 모두 대주고, 조금 잘 나가는 실험실에서는 약간의 생활비까지 대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어차피 취직도 잘 안되는 판에, 석사 감투나 더 얹어서 가면 좋지 않을까, 라는 얄팍한 듯, 현실적인 타협과, 어떻게 최종학력 대학도 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좀 끼자,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사람이 많이 생겨 이러한 현상이 나타는 듯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러한 생각으로 석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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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다.


정말이다. 대부분의 교수들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교수를 하고 실험실을 돌리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어차피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는 교수는 없다. 그 이유는 Homing님의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대학원 교수들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력과 상관없이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원 차원에서 한 교수가 프로젝트를 끌어올 경우 얼마간 돈을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걷어서 각 교수들에게 나누어 준다.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어도 어느 정도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학교마다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그 돈으로 학비를 대 줄 수도 있고, 기본적인 유지를 위한 연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2년만 어찌 되었든 버티면 학위도 나오고, 졸업 학교도 바꿀 수 있으니, 이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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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가!!!


그렇기 때문에 저러한 목적으로 대학원을 가려 한다면, 지체 없이, 한 치의 망설임도 가지지 말고 대학원의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 맞을 매를 2년 후로 미루는 것밖에 안 되고, 간판 바꾼 것이 크게 도움은 안 된다는 사실과, 2년간 배우는 것이라고는 '상아탑은 썩었어'라는 것 말고는 없으며, 덕분에 허송세월했다는 생각에 후회할 수도 있음을 감안하고 결정하신다는 걸 밑바탕에 깔아두고 드리는 조언이다. 아, 그리고 누군가는 정말 사랑했던 분야가 증오의 분야로 바뀌는 경험도 할 수 있다는 거. 이것도 빼놓아선 안 되겠다.


그런데 문제는 진짜로 이 공부를 하고 싶었던 예비 대학원생들이다.




 1. 이공계 대학원을 뭘 하는 곳인가


어느 분야든 '한번 해 볼까'하는 마인드로 즉흥적으로 그냥 들어왔다가는 한번 해 보고 그만둬 버리기 쉽다. 세상 살면서 많은 것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한번 해 보고 그만두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뭐 하는 데인지 알고 가서, 제대로 하다가 그만두는 것과, 뭐 하는 데인지도 모르고 가서 수박 겉핥기만 죽어라 하다가 시간 버리고 몹시 실망해서 그만두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후자는 앞으로 다른 도전(하다 그만둘 도전이라 하더라도)을 할 때 필요한 동력 자체를 망가뜨려 뭐만 하려고 하면 실망감에 몸을 사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겠다. 


요약하자면 잘 모르고 덤볐다가는 삽질할 동력마저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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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알아보자. 이공계 대학원은 뭘 하는 곳인가. 진짜로 이 공부를 하고 싶은 예비 대학원생들은 들어와서 무엇을 하게 되는가.


크게 보면 세가지 일을 하게 된다.


첫번째가 실험을 해서 논문을 쓰는 일.


두번째가 조교로 약간의 수업 활동을 하는 일.


마지막이 프로젝트 관리나 실험실 관리를 하는 일.


실험을 해서 논문을 쓰는 일은 졸업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조교로 약간의 수업 활동을 하는 일은, 조교 장학금을 받거나, 지도 교수를 돕기 위한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관리나 실험실 관리를 하는 일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 자체를 관리하기 위한 일이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돈의 흐름은 물론, 물자 관리나 청소, 기계 수리 등과 같은 행정적이면서도 행정적이지 않은 행정 같은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실험을 해서 논문을 쓰는 일이다. (그래서 이 기사가 반응이 괜찮았을 경우 다음에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가장 신경 쓰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실험실에 있는 선배나 교수에게 많이 배워야 할 일이 이것이란 얘기다.


다들나~1.JPG


이공계 대학원에서 수업은 그리 큰 중요도가 없다. 논문을 써야 졸업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논문이 나중에 모든 것을 말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SCI나 Impact factor 같이 여러분들의 이해가 필요한 개념들이 나오는데 이런 것들은 천천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학점도 대체적으로 잘 주는 편이며, 유학을 갈 경우에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으나, 대부분의 수업이 방만하게 진행되고, 대부분의 학생이 수업에 느슨하게 참여한다. 이는 대학원 수업을 빡빡하게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대학원마다 다를 수 있으나 개인적 경험에 비춰볼 때 주변의 한국 대학원에 있는 학생에게서 빡빡한 이공계 대학원 수업을 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시피 하다.)


이 말은 실험에 필요한 내용의 공부는 선배에게 배우거나, 지도 교수에게 배우거나, 더 나아가서는 너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인지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바쁜 교수님들이 많으시므로 대부분의 것들은 선배에게 배우거나, 알아서 문헌으로 배워야 한다.


조교로 약간의 수업 활동을 하는 일은, 실험 조교로 들어가서 대학생들과 함께 실험을 하고 실험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주면서, 안전 관리를 하거나, 지도 교수 수업 전에 수업 관리를 하고, 기말 고사나 중간 고사 때 시험 시간에 들어가서 시험 감독을 하고, 채점을 하는 등의 일이다. 학원 아르바이트 일이나 좀 비슷하다.


아르바~1.JPG


그리고 실험실 관리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연차가 덜 될수록 청소와 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연차가 될수록 프로젝트 관리나 기계 수리 등의 일을 맡게 된다. 실험실에 오래 있다 보면 여러 가지 기술들을 배우게 되는데, 무척이나 사회악적인 기술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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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사는 여기까지로 하겠다. 다음에는 실험실을 택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주로 실험을 해서 논문을 쓰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다.


쓰다 보면서 느끼는 것인데, 여러 가지 배경으로 볼 때 이 글이 여러 대학원들에 일반적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려울 듯 하다. 이 글을 참고하되, 자신의 상황에 적용할 때에는 반드시 주변의 상황을 살펴서 적용이 가능한지 아닌지, 상황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확인하여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대학원생 생활 관련된 데이터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데이터를 모으기가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주었으면 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이지 못해서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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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과학불패 hangds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