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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2. 02. 월요일

물뚝심송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하여 새로운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사실상 국회 다수당의 리더로 자리잡았다.


유승민 의원은 원조 친박 중에서도 친박, 골수 친박으로 분류되며 친박 진영의 브레인이라고 알려져 있었으나, 2012년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박근혜와 당명 변경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갈라 선 이후 비박 혹은 좀더 구차하게 '탈박'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비박 유승민이 새누리당의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되었다는 것을 두고 지지율이 날이 갈수록 바닥을 모르게 침몰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와 차기를 준비하며 살 길을 도모하는 새누리당 사이에 '좀더 넓은 균열이 생긴 것 아닌가'하는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질주하는 청와대에 새누리당이 견제를 좀 해주길 바라는 마음들이 작용해서인지 야당을 비롯한 야권 계열의 언론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그런 기대감을 조장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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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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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


꿈 깨시라.



이주영은 들러리인가


먼저 유승민과 상대했던 이주영 의원이 어떤 사람인가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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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


경남 마산 창원 지역에서 4선을 한 중진의원이다. 17대에는 낙선했다가 보선으로 다시 들어오긴 했다. 최근 행정구역 변경으로 인해 창원시 마산합포구라는 이름으로 바뀐 지역구에서 19대 의회에 입성하기까지 크게 흔들림없이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다.


사시 20기 출신으로 판사직을 두루 거친 전형적인 법조계 출신 정치인이며, 정치적인 성향은 전형적인 새누리당 스타일로 지극히 권력지향적인 행보를 보인 인물이다. 물론 그러니까 4선을 했겠지만 말이다.


작년 2월에 해수부 장관으로 부임하자마자 바로 터진 세월호 참극을 현장에서 겪으면서 그의 성향은 더욱 더 극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스스로는 절대 일 안하는 사람이다. 오로지 권력의 의중을 읽기에 골몰하며 시키는 일만 잘하는 전형적인 '시스템 순응형 인간'이다.


그런 그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뭘까? 물론 4선이면 해볼만하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움직였을까? 심지어 그가 해수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자숙의 기간도 갖지 않고 바로 의원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얘기도 있다. 그는 당시 이완구 원내대표가 총리로 발탁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았던 걸로 보인다.


다른 의원들이 아직 원내대표 경선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그렇게 서둘러 선거 준비를 하냐고 묻자, 이완구 대표가 자리를 비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식의 얘기를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방금 장관에서 물러난 사람이, 아직 확정되지도 않는 선거에 대비한 활동을 하면서, 현직이 자리를 비우게 될 것이라고 이유를 댄다? 이것은 최고위층의 귀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주영 의원은 이미 두차례나 원내대표에 도전했던 전력도 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자리가 그렇게 장관직을 별로 영예롭지도 않게 그만두고 아직 선거일정도 확정이 안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도전해서 헤집고 다닌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은 더욱 더 잘 알만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것도 상대가 이미 오래전부터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고 광폭 행보를 이어오던 유승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이해하기 힘든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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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은 탈박이라 분류되기 이전에 친박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던 사람이다. 그러던 그가 겨우 당명 변경 건으로 이견을 보여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과 결별했다는 주장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단지 그는 청와대의 보직과 의회 정치라는 서로 다른 필드 중에서 의회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외형적으로 보자면 이 선택은 박근혜 측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셈이다.


이후 그는 친박과 진짜 비박을 오가며 광범위한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물밑 행보를 지속해 온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왜 그런 행보를 했을까? 당 대표에 당선된 김무성이 내민 당 사무총장 자리도 거절한다. 그 때부터 이미 유승민은 새누리당 원내 대표를 노리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즉, 박근혜와의 결별이라고 분석된 이견 도출도 자신의 코스를 선택하기 위한 결정이었고, 김무성 당 대표의 사무총장직 제안을 거절한 것도 자신의 코스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즉, 이주영이 등판하기 훨씬 전부터 이번 원내대표는 유승민의 것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굳어져 가는 판세에 뒤늦게 뛰어든 이주영 후보의 존재는 결국 판의 흥행을 위해 투입된 들러리였다는 가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유승민 후보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과반의 득표를 하면서 84:65라는 큰 득표차로 당선이 된다. 이 정도면 과거 경선들과 비교해 볼 때 꽤 큰 득표차이기도 하다. 바로 그 득표수 차이가 이런 가설을 뒷받침 하는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혹시 탈박이네 비박이네 하는 유승민의 독주를 막기 위해 청와대가 긴급히 친박 핵심 중의 하나인 이주영을 투입해서 제동을 걸려다가 조기 레임덕으로 인한 영향력 부족으로 실패한 거라고 볼 수는 없냐는 생각도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청와대의 입장


현재 청와대는 사면초가의 형국에 빠져 있다. 올 해 들어서면서 악재는 겹치고 전통적인 지지세를 보여주는 지역에서조차, 고정적인 지지율을 보여주는 연령층에서조차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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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되었을까?


담배세 인상도 있고, 연말정산 문제도 있다. 증세없는 복지라는 공약을 지키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사실은 이곳 저곳에서 저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간접세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많이 나온다. 심지어 노인층에서는 주기로 한 노인연금을 주지 않는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고 스스로 주장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가 그 지지층에서조차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핵심은 '고집'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언제나 실정이 발생했을 때, 주변 사람들을 대폭 교체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양해를 구해왔다. 이건 논리적으로 잘 맞는 대책이다. 교체 전후의 사람들의 품성이나 업무능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저, 사람들이 대통령이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즉시 청와대 인사나 개각을 단행하는 것이 정석이다.


즉, 지지자들에게 대통령은 열심히 하는데 옆에서 보좌하는 놈들이 제대로 못해서 이렇게 되었다는 '지지를 계속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경우 지지자들은 반대자들에게 이제 좀 더 두고 보자고, 두고 보면 잘 할 것이라고 얘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청와대는 이 정석을 활용하지 못한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 이제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일종의 대인 기피증이 있어 장관들의 독대 보고 조차 꺼릴 정도이다. 결국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문고리 3인방',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일을 해 와서 친숙해진 그들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들을 교체할 방법이 없다. 그들을 교체한다는 것은 더불어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무서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지속적으로 그들을 교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난감했지만 결국 청와대는 그들을 교체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장은 그 결정을 공고히 하고 모두에게 알리는 장이었다. 그 결과 지지율은 폭락을 한 것이다.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려? 하는 정서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청와대 비서관을 교체하는 것 이상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 와중에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진작에 사표까지 쓴 정홍원 총리가 지박령이 되도록 집에도 못가고 애처롭게 머물고 있을 총리공관의 주인을 바꿀 필요도 있었다. 결국 현직 원내대표를 총리로 불러 들이고, 새로운 원내대표를 고르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는' 당의 변화를 만들기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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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 후보 지명자


유승민에 대한 야권의 기대감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해 보시라. 유후보는 원내대표 경선 기간 내내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그걸 고집해온 지난 2년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임기는 3년이 남았으므로 청(청와대)이 잘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얘기도 했다.


이 얘기, 다른 그 누구보다도 현재의 청와대가 스스로 직접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누구나 그걸 안다. 그 증세없는 복지라는 불가능한 구호는 대선용 공약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걸 청와대가 스스로의 입을 통해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공약파기라는 비난과 함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약속을 안 지키는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얘기를 당이 해 준다면? 청와대는 마지못해, 현실적으로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니까, 증세도 하고 복지도 없애는 쪽으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읭?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너무 놀라지 마시라. 이미 증세는 하고 있고, 복지는 줄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결정은 새누리당의 신임 원내대표인 비박이자 탈박 유승민의 요구에 의해, 즉 당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며, 청와대는 국민의 대표인 의회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책임 안 지고 떠넘기기' 레토릭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청와대는 대통령의 수족같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 맞으니 대통령 사람들을 그대로 놔두고, 당에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게 되었으니 이 정도면 된 거 아니냐고 '인사 실패'를 무마할 수 있게 되는 충분한 덤도 챙기게 된다.


거기다가 친박으로 알려져 있는 이주영을 제치고 비박 유승민이 올라가는 그림은 이 모든 아름다운 당청 관계의 개혁이라는 작품에 화룡점정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친박 핵심으로 알려져 있는 이주영 보다는 비박이자 탈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저 깊은 곳에서는 친박 중의 친박이며 호흡도 잘 맞는 유승민이 새로운 새누리당의 원내 대표가 되는 그림이 훨씬 더 맘에 들고 실용적이며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애초에 제기한 이주영 들러리설에 대한 또 하나의 정황증거가 된다. 청와대는 김무성, 이재오 같은 사람들은 마음대로 못할 지라도 이주영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당청 관계의 변화?


현재의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이에는 실질적인 당청 관계라는 것 자체가 없다. 전 국민의 이야기도 안 듣는 청와대가 새누리당의 이야기라고 들어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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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대표


다만, 청와대의 행보가 새누리당의 지지율,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새누리당 내에서 차기 대권이나 차기 지역구를 노리는 사람들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쳐 당선 가능성이 저하될 경우에만 물밑에서 작동하는 관계가 존재하긴 한다. 대부분 그럴 경우, 새로운 공직을 약속한다거나, 낙선 후 갈 수 있는 자리를 예약해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무마되곤 한다.


그러니 야당에서 기대하는 대로,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비합리적이고 무모한 정책 추진에 새정연과 논의한 후, 야당과 발 맞추어 청와대를 상대할 것이라는 꿈은 깨는 것이 좋다. 새누리당은 결코 야당에 협조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공격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자신들의 재선에 도움이 될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된다. 그러니 자신들의 재선에 가장 강력한 걸림돌이자 경쟁자인 야당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어불성설인 것이다.


그렇다면 야권 말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은 하게 될까? 그것도 아니다. 그들이 뼛속부터 타고난 비애국자들이라서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이 정치를 엉망으로 망쳐 놓을 수록, 차기를 노리는 사람들은 편해진다. 이명박이 국가를 말아먹었으니 박근혜로 정권 교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유권자들이다.


거기다가 정치가 실패해서 사회가 혼란해지고 서민들의 삶이 궁핍해질 수록 가진 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IMF 시절 여실히 입증된 사실 아니겠는가?


새누리당이 양극화를 감소시키고 싶어할까? 새누리당이 조세 정책을 통해 부의 재분배 효과를 창출하고 싶어할까? 새누리당이 국방비리를 근절해 국가 안보를 강화시키고 싶어할까?


이 모든 것들이 새누리당 의원들과 핵심 지지자들의 이익과 상충되는 일인데 어떻게 그걸 바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프로페셔널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겨우 박근혜와 살짝 거리를 두면서 의회에서의 자기 테크트리를 타고 있던 유승민이 새누리당의 신임 원내 대표에 당선된 것을 두고, 당청 관계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둥 하면서 백일몽을 꾸고 있는 야당도 참 당황스럽거니와, 이를 두고 장밋빛 기사를 써내려 가는 미디어들을 지켜 보는 것도 참 민망하기 그지 없다. 저들은 결코 그럴 생각이 없는데 말이다. 저들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코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꿈 깨시라. 좋은 일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딴지일보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