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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튼이 졸라 많은 법칙을 주창했는데 그 중엔 ‘제3 법칙’ 즉,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니가 주먹으로 벽을 냅다 때리면 딱 니가 때린 힘만큼 니 손이 좆 된다는 얘기다. ‘풍선효과’(balloon effect) 라는 말도 있는데, 과도한 자위행위로 인한 폐해를 줄이려고 인터넷을 끊었더니 술값이 더 나가더라. 뭐 이런 얘기다.


물론 이 얘기들이 전문적으로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결이 좀 다른 얘기긴 한데 우리에게 대충 시사하는 바란, 세상만사란 게 이쪽을 때리면 반대 방향 (혹은 다른 쪽)으로 튀어 나가려 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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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찧는 딱다구리 대굴빡이 흔들리는 것처럼.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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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이 앞으로 나가자 저 칭구가 뒤로 나자빠지는 것처럼, 작용-반작용


70년대에 태동하여 80년대부터 레이거노믹스란 이름으로 지랄을 해댔으니 ‘신자유주의’란 넘이 지구촌을 휘젓고 댕긴 지 대략 30여 년쯤 됐나 보다. ‘철의 여인’이라는 소리를 듣던 어느 영국 아줌마가 광산 노동자들 다 짜르고 민영화에 매진했다더라고 삼촌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YS가 ‘세계화’라는 깃발을 쳐들며 화려하게 등장하여 IMF 직전 금융시장 개방과 노동시장 유연화란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수입된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주주 자본주의는 확대되고 ‘떳다방’처럼 뜨고 졌던 앗싸리판의 복마전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안방에 들어와 ‘글로벌 스텐다드’의 지위를 점하고 앉아서 시장경제의 ‘기본 룰’이나 ‘상수’처럼 여겨지고 있다. 태초부터 그래 왔고 앞으로도 응당 그래야 할 것처럼.


‘신자유주의’가 틀리지 않았다고 치자. 설령 신자유주의가 '좋은' 이념이라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나온 지 30년이 넘었다. 세상에 완벽한 주의나 제도가 어디 있겠는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부작용 또한 딱 그만큼 쌓여서 곪고 있는 것이다(아님 말고).


이쯤에서 괜히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서구 유럽의 흐름을 보자. 세계 대공황은 독일 인민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안겼고, 이에 따른 분노는 히틀러라는 괴물을 무등 태우는 동력이 되었다. 세계 2차 대전의 쑥대밭에서 <베버리지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사회보장제도가 생겼으며, 70년대의 경제 불황은 신자유주의에 패권을 넘겨주게 된다. 그러나 갈수록 커져가는 빈부격차 및 사회적 불평등과 고용불안 등은 다시 리버럴 혹은 좌파 세력의 집권을 불러왔는데 얘들이 ‘제3의 길’ 같은 중도노선을 타면서 또 한 시대를 풍미하게 된다. 문제는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리겠다고 탄 중도노선이 결코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점을 극복하긴 커녕 더욱 강화시킨 측면이 있다. 멀게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민주정부 10년’이 딱 그렇다. 아님 말고.


(유사 이래 늘 그랬지만) 서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 약자가 약자를 공격하는 일이 도드라졌다. 수많은 연구와 데이터에 드러나 있듯, “영남에서 빈손으로 상경해 자수성가한 아버지를 존경하는” 젊은이들이 자신과 똑같거나 저보다 못한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평등”을 외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일베 얘기다. 서구 유럽에선 ‘네오나치’, 미국에선 ‘총기 난사’ 따위가 있겠다.


또 한편으론 더 이상의 ‘신자유주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의 난데없는 ‘샌더스 돌풍’이 그렇고 영국 노동당 당수 선거의 ‘코빈 돌풍’이 그렇다. 연일 전해지는 보도에 의하면 종국엔 ‘찻잔 속 돌풍’이 될지언정 ‘돌풍현상’ 자체는 보통 요란스러운 게 아니라고 한다. 둘은 내로라는 완고한 사민주의자인 데다가 정계에서도 고집불통 노인네라는 왕따 비스무리한 존재감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버니 샌더스나 제레미 코빈의 정치적 승리 여부는 난 모르겠고 내 알 바도 아니다. 다만, 그들을 전면에 내세워 목소리 높이고픈 사람들의 절절함은 잘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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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


2002년의 노무현 돌풍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바람에서 태동했다면 지금 이역만리 서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돌풍은 “우리도 먹고 살자. 쫌!”이라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주먹으로 벽에다가 냅다 펀치를 날렸더니 딱 그만큼의 힘이 돌아온 것이다. 풍선의 이쪽을 눌렀더니 더는 못 살겠다며 저쪽이 부풀어 오른 것이다. (뭐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무슨 이론이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서 작용-반작용이 어떻고 풍선이 저떻고 대충 아는 걸로 주워 삼켰다. 많이 배운 너네들이 양해해라. 싫음 말고.)


많은 이들이 얘기하듯 2007년 대한민국 대선에선 유권자들이 ‘욕망’에 투표했다. ‘셀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을 대통령에 앉혀 놓으면 5천만 방방곡곡이 돈다발로 그득 찰 줄 알았나 보다. 그 인간이 방방곡곡에 돈다발은커녕 빚더미만 얹어 놓고는 ‘제 지갑’ 불리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 5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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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기준으로) 쬐에끔~ 해 드셨다


그에 이어, 조실부모한 가련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한풀이도 도와줄 겸 ‘원칙과 신뢰’를 앞세워 ‘경제 민주주의’도 덤으로 실현하겠다는데 뽑아주지 않을 재간이 없었더랬다. 그렇게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고, TV를 껐더니 ‘인생은 실전’이며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원칙과 신뢰’라는 이미지는 현실에선 그저 시청자들의 뇌내 망상에 지나지 않았을 뿐임을 깨치는 데에 또 5년을 허비하고 있다.


너무 저쪽(?)만 깐 거 같아서 말인데, ‘민주정부 10년’도 별반 다르진 않았다. 국민의 정부는 그나마 IMF 극복이라는 ‘까방권’이라도 있지. 참여정부는 비정규직법을 도입하며 기업이 생산성을 생각한다면 2년 동안 숙련된 노동자를 쓸 것이라 기대했고, 그러한 예상은 ‘쪼개기 계약’으로 돌아왔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이후 가장 후회하는 분야를 ‘노동’이라 토로하지 않았나. 자본의 욕망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이 부족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흘러 빚내서 사둔 땅값, 건물값, 아파트값 폭등으로 안락한 노후 좀 날로 먹어보자는 서민들의 ‘욕망’은 쪼그라들고 당장 1년 후, 한 달 후, 내일 먹거리를 걱정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이제는 노후고 나발이고 당장 취업이 문제이고, 부동산이고 나발이고 전세값이 발등의 불이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 여당 대표는 우리나라가 ‘소득 3만 불’을 이루지 못한 원인으로 “쇠파이프 든 노동자”를 지목했고 이에 대해 엉뚱하게도 태평양 건너 미국 대통령이 “노조에 가입하라”고 화답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리고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는 뒤늦게 미드 ‘왕좌의 게임’에 빠져 시즌 1부터 정주행하기 바쁘다는 소문이 있다.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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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간지 쩌는 일갈을 우리는 뜬금 없이 천조국 대통령에게 들어야 하는가

출처 - <허핑턴포스트>


이명박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나섰다. 박근혜는 2004년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혁 시도를 3개월 장외투쟁으로 막아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말, 지난한 협상을 통해 담배값 인상 폭을 4천 원에서 2천 원으로 깎는데 성공했다. 잘했다. 씨바. 여당 원내대표조차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선언했는데 대표적인 서민증세 사기질에 협조해 줬단 얘기지. 일전의 공무원연금 개정 국면에서도 훌륭한 협상력으로 마무리했으며 최근 정개특위의 선거법 개정 국면에선 국회의원 정수 300명 유지에 합의했다. ‘대화’와 ‘타협’의 정신 쩔엌ㅋㅋㅋ근데 왜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정작 우군이라 할 세월호 유족을 납득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냐곸ㅋㅋㅋㅋ웃기냐. 웃음이 나오냐. 지금?


오늘도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노동시장 선진화란 이름으로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향해 한발 한발 스텝을 즈려밟고 있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급기야 “합법적인 파업도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발언마저 지르고 있다. 그리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자당의 혁신위 안 의결에 재신임을 걸었다.


독자제위께 하나만 묻자. 너라면 ‘대화와 타협이 종특인 민주주의 쩌는 정당’에 정권을 맡기고 싶은가, 아니면 ‘지지자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하얗게 불사르는, 깡으로 중무장한 정당’에 정권을 맡기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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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반대로 함께 촛불을 드셨던 전임 가카와 레이디 가카


나도 안다. 며칠 전 안철수가 “혁신이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내지른 첫마디는 “니가 대표였을 땐 뭐 했는데?”였다. 유권자들은 하등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외려 밥그릇 싸움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공천’ 문제에 걸린 계파 이기주의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면현안이자 관심사의 99.8%인 것도 알겠다. 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다 못해 살갗을 파고드는 아픈 현안에 대해 속 시원히 주장을 대변하고 앞서 싸운 적이 있는가. 혹여 ‘발목잡기 정당’,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정당’이란 지적질이 무서워 몸을 사리는 것인가.


누군가 내게 “왜 아침에 샤워를 하냐?”고 묻는다면 “개인 청결을 위해서”라고 답하는 것이 정상이다. “오늘 외출했다가 우연히 박보영을 만나 데이트를 할 일말의 가능성 때문”이라고 답한다면 친구들은 둘째 치고, 가족들이 나를 병원에 가두고 요양시킬 것이다. 개인적으로 억울할 순 있지만 이런 경우엔 치료를 받는 게 맞다. ‘부자 몸조심’도 ‘부자’가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거지가 몸조심하면 비웃음을 살 뿐이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치솟는 지지율에 파묻혀 비명을 지르고 있는가. 아니면 존재감이란 말을 꺼내기가 안쓰러운 지경인가.


왜 야당의 ‘비장함’을 대여 투쟁용이 아닌 당내 투쟁용으로 구경해야 하는가. ‘결기’가 없는 게 아니라 그 방향이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닐까.


요즘 가장 핫한 이슈였던 남북문제를 보자. 맨날 하는 소리가, 남이든 북이든 내부의 문제를 덮기 위해 안보를 이용해 먹는다고 비판하지 않나. 그런 거 좀 벤치마킹하면 안 되나? 세상 천지에 조선노동당도 아니고, 계파 없는 정당이 어딨어? 당내에서 계파 투쟁하는 거야 그저 평범한 하루 일과지. 일 못 할 정도로 쥐고 흔들면 “우리의 총부리는 저쪽을 겨눠야 할 때”라면서 가열차게 박근혜 정권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야지. 같이 멱살 드잡이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이명박과 박근혜 치하에서 대략 7년 반을 살다 보니 이젠 정말 못 살겠는데 하필이면 제1야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이야. “멍충아! 힘내!”라고 외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새정치민주연합은 진정 집권 의지가 있는가?” 라고 묻기도 전에 내가 먼저 “싫음 말고”라고 답하고 싶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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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구루마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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