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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2. 10. 화요일

무천





2015년 을미년 (乙未年) 새해 벽두부터 연일 화제의 인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본지의 인력과 기술력과 자본을 총동원 해 빨아주기도 벅찰 만큼의 쓰나미나 다름 없는 상황. 가카께서 회고록으로 잔잔한 수류탄을 투척하면, 이에 원세훈이 '국가권력기관 선거동원 인증판결'이라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가카 빠이욤'을 시전하는 식이다. 


하지만...


영웅이 쏟아져 나오는 '군웅할거'의 시대라 하더라도 여기 이 남자를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다. 어디로 보내는 지는 오늘 막 시작 된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알 수 있을 일. 그를 향한 마음을 담아 살포시 '편지' 한 통 띄어 드린다.


그 남자의 이름은 바로 이. 완. 구.


일단 본 필자가 무려 2년 전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가카께서 시전한 '특별사면'에 화답하며 쓴 기사의 일부를 인용해 볼까 한다. 


일단 요거부터 함 디벼보고 가자. (기사전체보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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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불프(Christian Wulff)


크리스티안 불프(Christian Wulff)는 대략 1년 전(2012년)까지만 해도 독일연방공화국의 대통령이었다. 붕어빵 장수부터 대통령까지 안 해 본 것이 없으신 우리 MB 가카처럼, 불프도 소년가장으로 시작해 독일의 대통령까지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이었다. 그런 불프가 여론의 집중포화 속에 대통령직을 사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달 남짓. 니더작센 주지사 시절, 집을 사기위해 친구에게 60억을 빌린 것이 화근이었다. 문제는 이 빌린 돈에 대한 이자가 지나치게 저리였고, 추후 그 댓가로 친구에세 시중보다 싼 금리로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는 사실이 들통난 것.


독일의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가쉽지인 빌트(Bild)가 이러한 사정을 포착했고, 이를 기사화하려 하자, 불프가 전화를 걸어, ‘그걸 보도 하면, 앞으로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을 거시야’라며 압력을 넣었음이 밝혀졌다. 단순히 친구에게 부정대출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 스캔들은, 불프의 전화 한통으로 인해, 언론에 대한 사전검열의 문제로 옮겨붙어 불프 일가를 집어 삼키고 만다.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온 불프와 그 부인을 둘러싼 의혹들은 향후 3달간 독일국민들의 훌륭한 안주가 되어줬지만, 문제는 불프가 그 친구들에게 받은 여러 호의들과, 그 대가로 친구들에게 베푼 여러 편의들의 위법성을 명확히 입증하기가 어려웠다는 데 있었다. 변호사 출신이었던 불프가 위법과 적법의 좁은 경계 위에 묘하게 춘 춤들이었다고나 할까.


불프는 이 문제를 법적인 문제가 아닌 도의적인 문제로 끌고가기 위해, 빌트지에 넣은 압력에 대해 발 빠르게 사과하고, 부자 친구들과 관계된 여러 의혹들은 단순한 우정의 발로이며 도의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언론을 통해 해명한다.


그리고 다음 날. 보수성향의 주간지인 슈피겔(Spigel)이 불프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바로, '민주주의가 얼마나 더 불프에게 욕보여야 하는가!(Wie sich die Demokratie Wulff unterwerfen muss)'란 기사에서 슈피겔은,

 

 

불프가 전날, 독일 방송사인 쩨데에프(ZDF)와 아에르데(ARD)를 통해, 친구에게 싼 이자로 돈을 빌리고, 부자 친구들의 집에서 여러번 무상으로 휴가를 보낸 것은, 친구간에 할 수 있는 흔한 교류이며 이러한 관계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헌법상의 기본적인 권리라며, 자기가 한 일을 정당화한 것을 인용하면서, 독일 의회는 불프 대통령만의 유임을 위해 헌법과 형법을 개정하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헌법에서,


헌법 1조의 인간의 존엄성 조항이 ‘특별히 (불프)대통령’을 위하는 것임을 명시하고, (한 방 먹이고)

 

 

헌법 5조의 언론의 자유와 사전검열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만약 (불프)대통령의 사생활이 침해된다면 대통령이 언론을 사전에 검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추후 대통령이 검열의 시도와, 검열한 사실에 대해 사과를 한다면 그 책임을 묻지 않도록 헌법을 개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 방 먹이고)

 

 

또 헌법 54조 이하의 연방대통령에 관한 조항을 언급하며, (영부인 베티나 불프에 휘둘리는 대통령을 조롱하며) 독일 대통령은 한 명이어야하고, 대통령의 사과하면 마- 그런갑다 하고 국민은 무조건 수긍해야 하며, 대통령의 자격은 지체없는 직무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헌법에 추가해야 한다며, 불프 대통령의 무성의한 사과와 사임에 대한 우유부단함을 비웃었다. (쓰리 꾸숀에)

 

 

또한 형법의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에 있어, 대통령이 불법행위의 기소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그 범위를 확대하여야 한다고 비꼬았다. (마무리로 한 방 더 맥였다)


정리하면, 헌법의 수호자이자 헌법의 집행자인 대통령이 스스로 헌법을 파괴하고, 위협했음에도 이 상황을 넘어가기 위해 자신의 행위를 단순한 헌법상의 기본권의 행사라고 주장하니, 차라리 불프만을 위한 헌법상의 기본권을 따로 만들어 주던지, 그게 아니라면, 불프가 즉각적으로 사임을 해야 하는게 당연하다는, 날카로운 조롱이었다.


결국 무수한 여론의 질타와 난타 속에 한달 뒤 불프 대통령은 사임해야 했지만, 사임 후에 바로 잇따른 검찰의 수사와 여러 구설수 끝에 부인과 이혼까지 해야하는 개인적인 불운까지 맞는다.


소년가장으로 시작해 독일의 대통령까지 올라 독일시민들에게 자수성가의 한 전범으로 여겨졌던 이 정치가는, 주지사 시절 친구들에게 베풀었던 ‘의심스런 편의’에다 ‘언론의 사전검열 문제’가 점화되면서 결국 오명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다.


2013. 02. 06 '민주주의의 적, 당선자님의 적' 중에서...




총리후보자님 전상서


"물타기 마라. 둘둘말아 비빈다고 다 비빔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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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쟁이 이완구 총리후보의 언론사 협박 녹취가 연일 화제다.


급기야 청문회 당일인 오늘도 오전 내내 이 총리후보의 언론관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니 사안이 중대하긴 한가보다. 청문회 홀로코스트라 할 만큼 참사일색이었던 박근혜 정부 사상 최초로 무난하게 넘어가는 청문회 케이스가 아닐까 낙관적인 기대가 많았는데… 아니다 다를까. 그 나물에 그 밥인 걸까. 안 쓰러운 것은 녹취된 발언의 사실관계가 밝혀지면서 사실관계가 대개 이후보의 뻥으로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청교육대, 경찰서장, 도지사, 새누리당 원내총무의 근엄한 이력과 풍채좋은 인물의 이후보가 사실은 뻥카는 치는 뻥쟁이였다는 사실. 왠지 서글프다.


무난한 총리인준후보에서, 양파, 그리고 언론의 사전검열을 자배함으로써 이후보에 대한 여론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한국일보 기자가 사석에서 한 이후보와의 사담을 녹취를 떠 야당의원에게 제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제는 이후보가 나쁘냐, 야당 정치인에게 꼬바른 언론사 기자가 나쁘냐는 시시비로 옮겨가고 있는 형국이다. 헌데 우리 말은 바로 하자.


공익제보는 제보 자체의 공익기여도로 따지는 것이지, 제보자의 선악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제보는 제보, 제보자의 의도는 의도로 따로 나눠봐야 한다.


몇 년 전, 전세계를 달궜던 미국의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을 보자. NSA 등의 전세계에 걸친 도청을 폭로한 스노든을 두고 당시 미국내에서 그를 공익제보자(애국자)로 볼 것인지, 반역자로 볼 것인지 대한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었다. 제보의 행태는 반역이었지만, 제보의 성격이 공익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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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상시로 연초를 달궜던 정윤회와 3인방 문제에 있어서도,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에 의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에 절차적 하자, 혹은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그 문건 자체의 보도가 공익에 기여했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럼 공익제보로 봐야 한다. 나쁜 놈도 공익제보자가 된다.


이 후보의 언론관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이번 녹취록의 공개에 있어서도, 한국일보 기자의 행위에 대해 입장차가 있을 수 있다. 오늘 전면 사과보도를 낼 정도로 초지일관한 데스크의 행태에 염증을 느낀 기자가 일종의 저항권 행사로 야당의원에게 제보를 했을 수도 있지만, 혹은 소영웅주의의 발로나 기자윤리의 한계를 벗어난 일탈이었을 수도 있다. 그럼 그건 나쁜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녹취된 이후보의 발언이 무가치한 것이 될까.


녹취된 이 후보의 발언내용이 유권자가 알 필요가 없는 사소한 내용이었을까? 청문회를 앞둔 이후보자의 청문에 중요한 자료가 아닌게 되는건가? 기사로써의 가치가 소멸되는가? 공익제보가 아닌게 되는건가?


이 후보의 녹취록 사건에서의 '본'은 삐뚤어지고 위험한 이후보의 언론관이고 '말'은 한국일보 기자의 녹취록 보도과정이다. 본말을 전도하지 말자.


이후보에 대한 적지않은 의혹들이 있다. 혹자는 그 중 상당수가 정쟁을 위한 인신공격이라 하고 혹자는 그러한 사실들이 공직자로서의 이후보의 자격을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문제제기 수준인 것도 있고, 의혹 수준인 것도 있고, 구체적인 사실들로 위법한 정황이 추정되는 문제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방송사와 언론사에 대해 이후보가 뱉어낸 말들은 100프로 사실들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일주일전 김치찌개를 먹으며 호언하던 60이 넘은 정치인의 생각이 하루 아침에 바뀔까. 기자들 외에 그 가족이 금품수수를 했을 때도 기자를 조사할 수 있다는 김영란 법을 들어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걱정했다는데, 그럼 정치인과 그 가족의 금품수수를 처벌하게 한 같은 법은 ‘정치의 자유’를 훼손한 것인가. 오히려 이후보의 같은 말은, “그러니까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지 말자거나, 혹은 너네 자꾸 그러면 김영란법 통과시켜서 기자들 다 쓸어버린다!”로 읽힌다.


친구들의 청탁, 대가성 수수, 언론의 사전검열 등에 추궁을 당했던 현직 독일 대통령은 보수지들마저 가담한 무차별 포격 속에 참혹하게 사임해야 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 병역 의혹, 탈세 의혹, 언론 외압 및 통제의 사실을 자인한 현 이완구 총리 후보는 지금 청문 중이다.


한 나라의 정치는 그 나라의 시민의 의식 수준을 반영한다고 했다. 지켜보자.


그리고. 한국일보 기자의 제보행태를 들어 본말을 전도하려는 짝퉁 보수들에게 던진다.


비비지마라. 비빈다고 다 비빕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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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벼도 정도껏 비벼야지.



 

 

 

 


무천


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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