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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2. 16. 월요일

워크홀릭









지난 시간 지식재산권에 대한 글은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제가 많이 놀랐습니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주제라 반응이 별로일 거라 생각했기에 더 그랬을 것 같네요.



좋았던 반응임에도 지식재산권이란 심오한 주제를 잡아 놓고 너무 적은 분량을 썼던 것은 아닌가 싶어 송구스럽습니다. 지식재산권에는 워낙 다양한 분야고 있고 그에 따른 사례도 많이 있는데, 3가지 정도의 사례만 추려서 그랬던 것 같고 이런 부족함 때문이었는지 댓글을 통해 추가로 자신의 사례를 말씀해 주신 '기절광풍'님도 계셔서 한 시간 더 지면을 할애하겠습니다.(물론 약속드렸던 자산관리에 대한 글은 즉시 이어서 내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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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메인처럼 상표가 로또가 될 수 있을까?


과거 인터넷 사업의 버블이 심했던 2000년경에는 도메인 네임을 선점해서 판매해 떼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뭐, 그것 또한 거품이었는데 최근에도 좋은 상표를 출원해서 이 상표로 큰 돈 벌어볼까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제가 보기엔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요.


상표는 모든 상품에 걸쳐 권리를 취득하는 게 아니라 지정상품에 따른 ‘류(類, class)’별로 권리를 취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심하고 많은 ‘류’에 걸쳐 상표를 취득하면 특허청에 내야 하는 관납료 만도 어마어마해 지기때문에 개인이 부업(?)삼아 할 만한 재테크가 아닙니다.


상표에서 ‘류’ 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의 상표가 모든 상품에서 권리를 가지면 권리의 범위가 너무 커지고 결국 시장경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뚱딴지’라는 상표가 이미 과자 류에 등록이 되어 있으면, 과자 류에는 등록을 하지 못하지만 전혀 다른 상품인 화장품 류로는 등록할 수 있습니다.


지식재산권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는 질문은 우문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하나 꼽아 보자면 역시 상표의 중요성을 우선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적, 자금적 한계가 자명한 중소기업에서는 이해가 명료하고 비교적 적은 자금을 들여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상표이기 때문입니다.


산업재산권인 특허나 디자인은 등록된 후 출원일로부터 20년간의 독점배타적 권리를 줍니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사망 이후 70년간 권리를 주지요. 반면 상표는 10년마다 갱신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 이를 포기하지 않는 한 거의 무한한 기간 동안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상표는 특허나 디자인 등의 지식재산권과 다소 다른 방식의 법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어느 지식재산권 못지 않게 사업적 이용의 중요성이 크고 권리기간이 길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상표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법이 계속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표의 시스템적 특징 중 하나가 사용하지 않는 상표, 불사용 상표에 대한 취소입니다.


상표를 등록 받았다고 해도, 3년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으면 이 상표에 대해 취소심판을 할 수 있는 제도죠. 결국 상표는 실제 사용하는 권리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관리체계로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상표를 출원한 사람이 해당 되는 상표를 실시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까지 심사하는 추세입니다.

결국 많은 상표를 보유하고 장사(?)를 하는 상표 브로커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혹시 상표 브로커에 의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특허청에서 운영중인 상표브로커 피해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특허청은 상표 브로커 피해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 내가 발명한 기술인데 특허 등록이 안 된다니요?


지난 시간 살펴본 사례 이외에도 가장 많이 궁금해 하고 선뜻 이해하시지 못하는 특허 제도 중에 하나가 제품화가 된 후에는 특허등록이 안된다는 점인데요.


내가 분명 기술을 개발했고, 제품까지 만들어냈는데 상을 주지못할망정(?) 왜 특허 등록이 되지 않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일단 무조건 안되는 건 아니고요. 본인이 스스로 기술을 공개했음을 특허청에 출원시에 알리는 제도를 이용하면 됩니다. 이것을 공지예외주장이라고 하는데, 무한정의 기한을 주진 않고 1년의 기간 만을 줍니다.


그래도 내가 개발한 기술이면 언제든 나에게 특허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런 분들은 특허제도가 단순히 발명가 만을 보호하려는 제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분노가 이는 것입니다. 특허제도는 놀라운 양면성을 갖고 있는데 독점배타적인 재산권 보장의 반대편에는 좋은 기술이 널리널리 알려져서 너도 나도 좋은 발명을 하게 해서 산업이 발전하고 사회가 풍성해지길 바라는 국가의 욕심(?)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국가의 착한(?) 욕심으로 인하여 특허의 권리기간을 단지 20년 밖에 주지 않기도 하고, 대단히 넓은 권리를 주장하는 특허출원자에게 특허를 쉽게 주지 않는 심사관을 두어 특허청을 무장(?)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렇죠. 국가는 특허를 장려하면서도 되도록 특허제도를 어렵게 만들어서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술은 특허가 되지 못하고 너도나도 쓰게 되기를 원하는 겁니다. 특허 심사 중 제일 먼저 신규성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간혹 ‘그래도 설마 모르겠지’하면서 특허를 출원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특허청의 심사제도가 그리 허술하지도 않을 뿐더러, 만약 심사를 통과해 등록되더라도 향후 본인의 특허를 무효화시키려는 경쟁자에게 발각 될 수 있습니다.


경쟁자가 특허를 무효화해 달라고 변리사와 계약하는 순간 변리사와 그 사무소의 능숙한 사무원들은 특허무효심판을 위해 특허가 출원 전에 공지되었는지 샅샅이 뒤집니다.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외부 기관에서 시험을 하고, 시방서(승인원)를 내서 관련된 부품을 사고, 매뉴얼을 만들고, 영업을 위해 제안서를 내고, 투자설명회를 열고, 협력사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정부가 요구하는 벤치마크테스트 등에 참석하며, 어떤 경우에는 관보에까지 올랐을 텐데 끝까지 숨길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럼 언제 특허를 출원하는 게 좋냐는 질문을 하실 수 있는데 특허출원의 적절한 시점은 <특허전쟁>의 저자인 정우성 변리사의 답변을 참고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언제 특허 출원을 하는 게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가장 바람직한 시기로 보는 것은 제품의 컨셉이 정해졌고, 비록 여러 가지 테스트와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몇 가지 수정작업 때문에 완제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컨셉이 어느 정도 구체화됐을 때, 바로 그 시점에서 특허권을 신청하는 게 좋습니다.”


<특허전쟁>의 저자, 정우성 변리사



3. 돈이 없는데 특허를 내고 싶다면


연재글에 달린 댓글 중에 PCT출원(국제특허 출원)에 대한 문의가 있었습니다. 필요하다고 판단하셔서 해외 출원까지 하셨을 텐데 막상 출원을 해보니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서 고생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기술개발자금 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많은 종류의 기업지원금을 정부가 세세하게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자금 중에는 특허출원에 대한 지원금도 있습니다.


전국에는 특허청이 운영하는 30여 개의 지역지식재산센터가 있는데요. 여기에서 산업재산권 출원에 대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내 출원 뿐 아니라 해외출원까지도 비용지원을 하고 있으니 정말 좋은 기술을 개발했는데 돈이 없어 출원을 망설였다면 용기있게 지역지식재산센터의 문을 두드려 보시길 권합니다.


지원 규모를 보면 국내출원의 경우 변리사 수임료와 특허청 관납료를 계산해 보면 대략 80% 수준은 자금지원이 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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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출원 비용에 대한 보조금 지원 수준


해외출원의 경우 국내보다 많은 비용이 드는데, PCT출원 단계 뿐 아니라 특허출원을 원하는 국가에 개별 진입하는 단계에서도 700만원까지 지원이 되니 빡빡한 살림살이에서도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해야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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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원 비용에 대한 보조금 지원 수준



4. 산업재산권의 자산적 실체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위해 특허나 상표를 자산으로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특허나 상표와 같은 산업재산권은 가치는 크지만 그 가치를 평가해서 자본으로 현물출자를 하지 않고서는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유의해야 하는데, 산업재산권의 출원 시점에 기업을 권리자(출원인)로 해서 출원한 경우에는 그 가치를 계산해 현물출자가 어려우므로 초기 창업기업의 경우에는 발명자가 특허를 출원한 후 이 것을 현물 출자 형태의 자본금으로 증액해야 합니다. 또한 무형의 자산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이기에 그 절차가 까다롭고 평가금액도 매우 보수적으로 낮게 산정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허, 상표, 디자인 등의 산업재산권은 획득 과정의 비용(출원비, 중간사건비, 등록비 등)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하고 유형의 자산(자동차, 복사기 등)과 같이 상각을 합니다.


(상각이라는 것은 자산이란 것이 처음에는 아름답고 늠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전제 하에 합리적인 기간 동안 자산의 가치를 깎는 것을 말하는데요. ‘비상장주식 편'에서 언급한 바 있고, 다음 연재 글에서 더 상세히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이제는 레전드가 된 감가상각의 이해를 돕는 그림


이 때 상각의 기간은 산업재산권 고유의 권리기간이 아닙니다. 특허와 디자인은 20년, 상표는 갱신을 계속한다는 전제 하에 무기한 권리가 인정된다고 말씀 드린 바 있는데요. 외부회계감사 등에서 이러한 권리기간은 참고가 될 뿐이고 감사인은 상각의 기간을 기술의 영업상 이용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상각기간은 5년이 될 수도 있고, 1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을 방문해 보면, 산업재산권을 취득하기 위해 든 비용을 단순비용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형의 자산이라도 엄연한 자산이고, 외부의 기업 평가에서도 이 비용 자체를 기업의 기술혁신 역량의 하나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산으로 등록하는 것이 옳습니다.


기업을 평가함에 있어서 자산에 대한 이해가 높고 잘 관리하고 있는 지를 살펴보는 것은 기업의 내부 역량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금고와 장부를 활짝 열고 우리 기업의 자산을 들여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기사


1. 비상장주식

2. 영업비밀 겸업, 그리고 경업

3. 사장의 월급

4. 혁신적 기술과 신제품을 위한 연구 개발

5. 기술개발자금

2014 결산. 컨설팅 일기

6. 지적재산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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