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2. 23. 월요일
펜더
“섹스를 결혼에서 제외시켜야 해. 나 역시 결혼을 고민했던 여자는 ‘섹스’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었어. 동 거를 몇 번 하니까 알겠더라. 내가 아직 감정적으로 열려있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섹스 때문에 여자의 얼굴이나 몸매 같은 걸 결혼의 고려항목으로 생각한다면 지옥이 열리는 거지. 그게 얼마 못 간다는 걸 동거생활 동안 확인했거든.”
G형은 단호히 자신의 의지를 천명했다. 그럼 섹스를 생각한다면 무어란 말인가.
“업소”
그의 말을 빌리자면 섹스만을 선택할 땐 업소를 선택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란다. 남녀 간의 교감이나 연인간의 애정과 같은 감정적인 부분을 다 걷어내고, 섹스 그 자체에 목적을 둔다면 ‘업소’를 선택하는 것이 남자들에게 이익이란 것이다.
지난 회에 설명했지만, 남자의 성욕은 애물단지이고, 남자의 인생을 꼬이게 만드는 주범이다. 까놓고 물어보자. 17세의 고등학생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 그 고등학생에게 물어보자,
“네 여자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애정’인지, ‘성욕’인지 구분할 수 있니?”
아마 힘들 것이다. 같은 의미로 G형은 결혼과 섹스를 분리시켰다. 오직 섹스 자체의 질(?)로 따지면 업소는 경쟁력이 있다. 오직 섹스만 따진다면 대한민국의 유흥업소 중 하나인 안마방은 어떻게 운영될까.
① 여자(프로섹서) : 1시간의 타임, 바디타기와 기타 서비스, 일반 여성에게 요구하기 힘든 다종다양한 스킬 보유
② 안마 : 행사 이전, 이후(택) 40분 내외의 안마
③ 구장비 : 어지간한 곳은 수면이 가능하다(모텔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혹은 목욕)
④ 조식제공 : 라면에 공기밥 혹은 백반이 나오는 곳이 있다(짜파게티가 나오는 곳도 있다)
⑤ 부가서비스 : 담배, 음료수 무제한 제공
...이런 경우 19~21만 원이다.
여자친구와의 하룻밤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당장 모텔비만 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10시 이전에는 숙박도 안 된다. 모텔로 바로 들어가기 전 치러야 할 몇 가지 코스가 있다. 영화, 식사, 술, 커피 등등 비용 대비 효과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일반 여성들이 업소의 여성들을 이길 수는 없다. 오해하지마라. 오직 섹스만 생각했을 때다.
G형의 솔로 인생은 끊임없는 성욕제거의 역사였다.
“형은 그게 구분이 가? 성욕 때문에 만나는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가?”
“다음날 아침.”
“다음날 아침?”
“다음 날 아침에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여자가 있고, 아닌 여자가 있잖아. 그때... 아침을 같이 먹을 수 없는 여자랑 자고 나면, 내가 참... 비참해 보여.”
형은 일반여성을 바라볼 때 최대한 섹스를 배제한다고 말한다. 욕망이 일면 업소를 향한다고 말한다.
“남자의 성욕은 글러먹은 인류의 오래된 ‘질병’이야.”
그가 일반적인 여성(호감이 가는)을 만났을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그 여자와의 섹스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업소여성과의 비교를 나름대로 상상한다고 말한다.
“남자의 최대약점은 성욕이고, 여자의 최대무기는 ‘몸’이야. 만약 내 성욕을 제거한다면, 여자의 ‘몸’이라는 무기 위력도 반감되겠지.”
편집증적인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성대결 구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질문을 던져봤다.
“결혼이란 게 안정적인 섹스를 담보하고, 가정생활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거잖아?”
“그래서 넌 안정적인 섹스를 하니?”
...대답할 수 없었다. G형의 논리는 간단했다. 결혼에서 섹스는 주요한 덕목 중 하나지만, 결혼 후의 섹스의 효용가치는 얼마 뒤 그 바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조만간 사그러질 가치를 보고 자신을 내던지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의 진정한 가치는 뭘까?
“거래지.”
분명 그에게도 감정적으로 ‘흔들린’ 시절이 있었다. 거기에도 거래가 끼어들 여지가 있었을까?
G형은 쿨하게 인정했다.
“감정적인 교류. 이게 같이하는 결혼은 축복이지. 그런데, 그 감정적 교류가 흔하게 일어날까? 성욕이나 애 정, 여자의 안정욕구 등이 뒤섞인 그 교류말야. 그런 게 아니라 내 작품을 보고 진정으로 평가 해주고, 내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그걸 듣고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고, 이런 게 진짜 감정 아닐까? 그럴 수 있는 여 자가 몇이나 될까?”
허들이 너무 높다. 형의 결혼관은 너무도 ‘이상적’이었다. 형의 주장을 정리해 보자면,
1> 결혼은 남자사람과 여자사람의 경제적인 결합이다. 이게 결혼의 대전제다(G형의 판단)
2> 20~30대 남성이 결혼을 생각할 때 ‘약점’이라고 보는 것이 ‘섹스’다. 요즘은 많이 개선됐고, 남자들도 눈을 떴다지만 아직까지도 남자들은 자신의 성욕해소를 결혼의 주요한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걸 피해야지만 희망을 품을 수 있다(이 대목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인정한다. 안정적인 섹스를 위해서 결혼을 한다? 그렇게 맺어진 커플 중 제대로 된 커플이 있을까?)
3> 감정적인 교류와 경제적 여건을 기준으로 해서 자기에게 맞는 ‘여자사람’을 찾는다.
이상론이었다(그러니까 결혼을 못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G형은 당당하게 말했다.
“섹스를 배제한 상태에서 이성을 찾는다.”
그럼 여자를 왜 만나는 걸까?(그러니까 안 만나는 것일까?) 자신도 인정과 이해를 구할 때가 있고, 기댈 수 있는 ‘뭔가’를 찾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결혼의 유혹을 받는다는 것이다.
섹스가 그렇게 문제일까? G형의 부연설명을 들어보자.
“감정적 착각에 빠지는 게 싫다. 인간적으로 좋은 여자사람을 찾는 것이지(동지애를 말하는 듯 싶다) 감정 에 휘둘려 서툰 결정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그 고비는 40이라고 말했다. 나이 마흔이 되면 남자는 여자의 ‘몸’보다는 ‘말’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요즘 표현으로 뇌가 섹시한 여자지.”
맞다. 100% 동의한다. 나이 마흔이 넘어가면서부터 여자의 몸보다는 내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자를 찾게 된다. 대화, 정말 중요하다. 이 나이 대에는 말이 통하는 여자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과연 ‘아내’들과 얼마만한 대화시도를 했냐는 것이다. 원래 대화가 되지 않는 상대인데 결혼을 한 것인지, 삶에 찌들어 대화의 여력이 없어진 것인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결혼하지 못 한(?) G형은 막연히 결혼과 섹스의 삼각함수에 매달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섹스와 결혼은 별개의 문제다. 까놓고 말해서 신혼 초 얼마간의 기간을 제외하고 결혼생활에서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그 이후에는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그 ‘섹스’의 비중을 굉장히 높게 바라보고 있다는 대목이다. 여성들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 후의 섹스에 대해서 여성들은,
“뭔가 안정된 느낌? 당당하게 섹스를 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 합법적인 느낌이 들어.”
라는 표현으로 결혼 후의 섹스에 대해서 ‘안정’을 말한다. 아직까지도 가부장적인 느낌이기에 미혼일 때의 섹스에 어떤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 여성들이다. 그러나 남자의 입장은 어떠할까? 분명 말하지만, 초반 얼마간의 신혼 기간 이후의 삶에서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남자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남자가 여자에게 원하는 ‘여자’는 뭘까?
남자에게 여자는 엄마 아니면 창녀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깡(Jacques-Marie-Émile Lacan)이 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여자들은,
남자는 여자를 분류할 때 같이 잘 여자와 같이 잘 수 없는 여자로 나눈다.
라는 시중의 시시껄렁한(상당부분 적확한 표현이지만) 농담들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라깡이 했던 이 말은 이런 농담과는 차원이 다르다. 라깡의 정의에 따르면, 남자들 대부분은 강박증에, 여자들 대부분은 히스테리에 지배받는다고 한다. 히스테리란 말 낯익지 않은가? 나이가 좀 있는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할 때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말이 '노처녀 히스테리'란 말일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도대체 그 ‘히스테리’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빈번하게 사용을 하긴 하지만, 대부분 히스테리의 정확한 뜻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부정하고, 타자가 욕망하는 대상이 되려고 한다. 문제는 우리 모두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인 이상 자신의 욕망을 부정할 순 없다. 살다보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때 우리가 잘 아는 그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짜증나고, 분노하고. 갈등하고).
그렇다면, 강박증은 어떨까? 강박증 환자는 자신의 욕망을 관철시키는 것에만 집중을 한다. 문제는 자신의 욕망을 관철시키는 것까지는 좋은데,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다보니 타인의 욕망 자체를 부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애다. 애인거지). 이 대목을 눈여겨봐야 하는데, 자신의 욕망이 우선이고, 타인의 욕망을 부정한다? 그 결과로 남자는 타인을 자신의 욕망 실현 수단이나 도구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엄마 아니면, 창녀라는 말이 이제 이해가 가는가? 여성분들은 이제까지 사귄 남자들을 곰곰이 떠올려 보기 바란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섹스’ 하나만 살펴보자,
'나 섹스하러 만나는 거야? 내가 무슨 단백질 인형이야?'
이런 생각 드는 경우가 있지 않았는가? 남자가 섹스에 집착하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건, 그 ‘솔직함’, 아니,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그 ‘뻔뻔함’이다. 라깡은 이런 남녀의 심리 차이에 대해서 가부장적인 사회체제에서 이유를 찾았는데, 여기까지 깊게 들어갈 필요는 없고, 어쨌든 남자들은 타인을 자신의 욕망 실현 도구로 바라본다는 것. 이게 바로 남자다. 정리하자면,
남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그대로 받아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을 좋아해.
쉽게 말하면, 애라는 소리다. 이제 확실해 진 것 같다. ‘남자에게 여자는 엄마 아니면 창녀다’라는 말의 이면에는 남자의 무시무시한(?) ‘본성’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여자들이 만나려고 하는, 사랑하려는, 결혼하려는 남자들. 그들 대부분이 이런 남자들이다. 그 경중은 있겠지만, 기본적인 본질은 똑같다. 어쩔 텐가? 이걸 뜯어고칠 것인가? 분명 말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뼈를 깎는 노력과 교화(!)를 통해 얼추 성격을 뜯어 고쳤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본성이 발현될 수밖에 없다.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렴풋이 인식하고들 있을 것이다. 남자들에게는 평생 ‘엄마’가 필요하다. 당장 요리라든가, 청소, 세탁과 같은 일을 대신 해 줄 여자가 필요하다. 가정부, 세탁부, 요리사란 이름을 하나로 묶어서 ‘엄마’라는 토탈 서비스를 받아왔던 게 남자이다. 그러다가 2차 성징이 지나고 여기에 추가기능을 탑재하고 싶었던 것이다. 바로 ‘섹스’이다. 엄마 기능에 섹스 기능이 추가한 신상품이 필요했던 거다. 그래서 나온 게 ‘마누라’라는 새로운 버전이다. ‘엄마+창녀=마누라’란 소리다.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게 남자들이다.
여기서 사고를 조금만 더 확장해 보자. 남자에게 여자는 창녀 아니면 엄마라는 정의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섹스파트너 아니면 고도(구원자)라는 뜻이 된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구원을 기대할 수 있다. <죄와 벌>에 나오는 소냐처럼 원한다면 남자는 얼마든지 여자에게서 안식을 얻을 수 있다. 그럼 여자에게 남자는? 섹스파트너 아니면 자식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엄마의 단순대칭이 자식인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여자에게 남자는 구원자가 될 수가 없다는 뜻이니 말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안식을 얻을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하다(내 개인적인 경험칙에 따르면 말이다). 여자에게 안식을 줄 남자는 예수나 부처뿐. 그래서 여자 성도들이 많은 것이다. 간혹 섹스 파트너도 아니고 자식도 아닌 남자인데 '친구'인 사람이 나타날 수 있지만 그건 정말 운이다.
남자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길 바랄 뿐이다. 아직도 남자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다음의 연구결과를 소개할까 한다.
엘렌 피즈와 바바라 피즈의 연구결과를 보면,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바라는 욕망을 크게 네 덩어리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섹스 (남성들에게는 영원불멸의 화두일 것이다)
둘째, 기본서비스 (요리, 빨래, 식사 등의 기본적인 가사서비스에 자녀양육을 포함)
셋째, 최고의 남자로 대접받는 것 (남자들에게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
넷째, 자기만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는 것 (딱 사춘기 청소년의 모습이다)
첫 번째 조건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의 욕망은 청소년 시절 엄마를 통해서 해결했거나, 해결을 위해 싸워왔던 욕망들이다. 이 세 가지 욕망에 섹스를 추가한 여성. 남자들은 이걸 원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엄마와 창녀 둘 다를 원하는 것이다. “섹스를 할 수 있는 엄마”란 개념을 머릿속에 꼭 집어넣기를 바란다.
남자들에게 묻겠다.
“과연 이런 여자가 현실세계에 존재할까?”
분명한 사실은 남자들의 이런 욕망을 다 받아줄 여자는 흔치 않고, 설사 받아준다 하더라도 그에 상응할 만한 반대급부가 필요하다(남자의 확실한 능력).
G형은 첫 번째 서비스를 외주(?)로 돌렸고, 두 번째 서비스는 이십여 년간의 자취생활 노하우로 자체 해결했으며, 세 번째 서비스는 예술가라는 자부심으로 간신히 해결하고 있다(이 부분이 가장 힘든 난관처럼 보인다). 네 번째 서비스? 시간을 방해받는 게 아니라, 외로울 지경이라고 한다.
나 또한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정답을 모르는 건 G형도 마찬가지다. 그런 G형에게 이번 서초동 세모녀 살인사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결혼 안했다면, 자기만 죽었겠지. 왜 3명이나 식구를 끌어들여서... 그런 부류의 인간에게 가족은 약점이야. 사회생활 해보면 답 나오잖아. 결혼한 사람을 더 신뢰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니 인간적인 모멸감이나 자존감에 상처가 있어도 버틴다는 거야. 땅콩 회항 사건 터졌을 때 댓글 봤냐. 사무장이 들이받은 이유엔 그의 성품이 가장 크겠지만 그에게는 딸린 식구가 없었다는 거야. 만약 자식이랑 마누라가 있어봐. 과연 그런 행동이 나올 수 있었을까. 분명한 건 혁명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거야. 세상 모든 일에 양면이 있듯 사랑하는 식구가 비빌 언덕이 아니라 족쇄가 되는 경우도 반드시 있어. 사회가 결혼을 원하는 건 이런 이유도 있을 거라 본다.”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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