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2. 23 월요일
춘심애비
간만에 울적하니 트위터에서 좀 놀았다. 이렇게 트잉여질한 건 반년만인가. 때마침 이완구 총리 인준 표결이 있었고, 가결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반응을 의역하거나, 혹은 옹호론자들의 논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1. 어차피 수적 열세로, 새누리당에서 내분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피한 결과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총선에서 충청도 표심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한 채,
이탈 없이 단결하여 모두 반대라는 단합을 선보였다.
3. 국민의 뜻에 반한 새누리당과 정부는 대가를 치를 것.
뭐,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 저게 그럴싸해 보이는 사람도 다수 있겠으나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일단 수적 열세라는 건 새롭게 발견된 사실이 아니라, 온 국민이 알고 있는 기정사실이다. 그러므로 저건 일이 벌어진 이후에 들이댈 근거가 안 된다. 이건 마치 기름에 불이 붙었는데, 거기에 물을 붓고, 다 탄 후에 '기름에 붙은 불을 물로는 끌 수 없었다'고 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무책임한 핑계여도 '핑계'라고 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러야할텐데, 이건 그 정도도 되지 않는다.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투표 전에 '이 투표는 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오게 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인준을 강행하려는 청와대와 여당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의미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이라도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춤추는 이완구와 그걸 지켜보는 국회의원들 느낌...? GO 완구! GO 완구!
그리고 그 '단합'의 가치를 인정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미 청문회 등에서 5톤 트럭 20대 분량의 문제점이 있는 게 밝혀진 후보자였으므로, 대가리에 똥이 찬 인간이 아니라면 당연히 반대표를 던지는 게 맞다. 충청도 지역구 의원들은 부담이 컸다고? 시바, 그러면 충청도 지역구 의원들이 옳고 그름은 갖다버리고 표심을 위해서 찬성표 던져놓고, 다음 총선 때 '나는 그 때 찬성했다' 이러고 다니는 게 정상인가? 당연히 반대를 해야 정상이다. 마치 대단한 손해라도 감수 한 듯이 생각해주고 궁디 토닥토닥 해줄 일이 아니란 얘기.
소속 정치인들도 아니고, 일반 지지자들까지 이런 비상식적 논리에 대해 이해를 해주고야 마는 그 바다와 같이 넓은 사랑에 졸라 불편하다. 그 졸라 넓은 사랑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수적 열세는 어쩔 수 없었다만, 새누리당과 청와대 나빠'를 외치는 당도 이해가 안 된다.
그래놓고, 새누리당이 표결에선 이겼지만 국민에게는 진다네? 국민인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진 기분이다. 졸라 참패.
이 시간 유일한 승리자 정홍원 (70세, 행복전도사)
(출처-SBS뉴스)
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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