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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3. 04. 수요일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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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헷★

(출처-오마이뉴스)



요즘 완구가 대세라던데, 대세에 뒤쳐지면 트렌드 세터 소리 못 들을까봐 필자도 완구 하나 데리고 왔다. '이' 완구처럼 완구임에도 불구하고 충성을 하는 맛은 없지만, 지금 소개하는 완구도 나름 귀엽고 깜찍해서 데리고 놀아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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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본 식완 회사 Rement)



오늘의 주제는 '식완', 그러니까 식품완구다. 식완이라고 들어 본 사람도 있을 거고 아닌 사람도 있을 거다. '식품완구'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식품을 주는 완구다. (이하 식완) 위키백과에 따르면,


쇼쿠간(일본어:食玩.しょくがん=식품용 완구)은 일본에서 파는 것으로, 과자, 음료수 안에 장난감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 종류와 수는 헤아리기 어렵다고 할 만큼 많으며, 과거에 쇼쿠간 붐이 일어나고 난 뒤, 편의점 안에 쇼쿠간 코너가 생겼다.



라고 한다. 그렇다. 말 그대로 완구를 사면 식품을 줘서 식완이라고 부른다. (덕후들에게는 식품보단 완구가 중요하니까 완구를 사면 식품을 주는 게 맞다.) 식완을 구입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여기서 잠깐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내가 샀을 땐 식품을 안 주던데? 맞다. 그것도 식완이다. 요즘은 식완에 대한 개념이 커져서 식품을 주지 않는 식완도 식완이라고 부른다. 꼭 식품을 주지 않아도 식품모양의 완구나, 식품과 전혀 관련이 없는 미니어쳐 완구들도 식완의 범주에 들어간다. 다시 말해, 많은 수의 미니어쳐 완구들이 식완에 포함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미니어쳐 완구는 음식·식기·가구·캐릭터 등을 손톱만 하게, 혹은 손톱보다 작게 만든 완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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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미니어쳐 완구라굿!

(출처-rement)




식완계의 대부 REMENT



식완하면 빠질 수 없는 회사가 있다. 'Rement'라는 일본 회사로, Rement 식완을 한 번도 안 사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는 사람은 없다. (이하 리멘트) 우리나라 문구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으로, '리락쿠마', '도라에몽' 등 유명한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 한 식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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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 찻집에 어서오세요!'

(출처-rement)



위 사진은 '리멘트'에서 만든 도라에몽 식완이다. 보통 리멘트는 식완을 하나 낼 때, 시리즈(?) 형식으로 낸다. 시리즈라고 하니까 말이 좀 이상한데, 한 주제를 가지고 8~10개 정도의 다른 식완을 만들어 판다. 그러니까 사진에 있는 '도라에몽 찻집에 어서오세요!'라는 하나의 시리즈 안에 '커피포트', '도라에몽 모양 핫케이크', '도라에몽 모양 롤케익'등이 있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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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게 구성물이라는 말씀.



어떤 식완을 갖게 될 지는 뽑기 형식이기 때문에 박스를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필자의 동네 문구점 기준으로 한 개에 10,000원 정도이며(인터넷 사이트에서는 6천 원 정도 하더라.), 같은 시리즈를 여러 개 샀을 때 똑같은 식완이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세트 내 모든 식완들이 마음에 들면 박스로 사는 게 이득이다. (인터넷 기준으로 5만원 미만)


아마 캐릭터 식완을 싫어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물론 리멘트에는 캐릭터와 관련 없는 식완도 있다. 정말이지 식완의·식완에 의한·식완을 위한 식완. 바로 초창기의 리멘트 식완이다. 요즘의 리멘트는 캐릭터 식완을 주로 만들며, 퀄리티가 예전 같지 않다. 옛날의 리멘트 식완은 예술에 가까웠는데. 식기 완구면 퀄리티가 뛰어난 것은 물론, 정교함이 진짜 식기에 가까웠다. 아니, 미니어처를 만드는 게 더 힘든 일이니까 정교함만 따지면 리멘트 식완 쪽이 우승이겠다.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고, 식완 그 자체를 사랑하는 덕후들은 노선을 달리하는 리멘트에 꽤 실망하는 눈치다. 제발 캐릭터랑 콜라보레이션 좀 하지말라며. 덕분에 캐릭터랑 콜라보레이션 한 요즘 리멘트보다 초창기 리멘트 식완이 호사를 누리는 중이다. 단종 크리까지 겹쳐서 프리미엄 붙어 거래가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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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외갓집' 시리즈

(출처-rement)



사진은 식완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칭송받는 리멘트의 ‘그리운 외갓집’ 시리즈다. 부엌 도구의 디테일이 보이는가? 2008년 작으로 알고 있는데, 7년이 지난 지금도 프리미엄을 붙여서 거래한단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시리즈로, 이 시리즈 전체를 갖고 있으면 지구를 얻을 수 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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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리멘트의 '회전초밥' 시리즈. 날치알의 영롱한 비주얼이라니.  



그렇다면 리멘트는 왜 이렇게 퇴화(?)한 걸까? 필자가 리멘트 사 직원이 아니라 어설픈 추측일 뿐이지만, 역시 돈 문제가 아닌가 싶다. 앞서 언급했듯 초창기 리멘트는 캐릭터 없이도 퀄리티로 먹고 살았다. 그래서 리멘트 전용 덕후들도 생긴 것인데, 어째 리멘트가 돈 맛을 보기 시작하더니 쉽게 돈 버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캐릭터랑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리멘트 전용 덕후들에다가 해당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식완을 구매한다. 당연히 구매자가 늘어날 것이다. 아무리 덕후들이 한 시리즈를 박스로 구매한다고 쳐도 많아봤자 2-3박스일 텐데, 구매자 층을 넓힌다면? 덕후들만을 노려 퀄리티에 온갖 힘을 다 할 때보다 판매량이 높을 것이다. 그래서 리멘트는 판매량을 위해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돈을 캐릭터 개런티에 사용하기로 한 것은 아닐까?

두 번째의 경우는 정말 돈이 안 벌려서다. 높은 퀄리티로 식완계에서 리멘트의 지분을 넓히고 식완계의 혜자로 떠올랐지만, 거기까지였던 거다. 일본인 중에 덕후가 많다고 해도 모든 일본인이 덕후일 리 없다. 충성스런 덕후가 많을지 몰라도, 그 덕후들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해서,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고 상업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은 벌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게 아닐까. 캐릭터로 구매자 층은 넓히는 대신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방법을 선택해서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고, 이제나 저제나 리멘트는 잘 살고 있다.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 한 뒤로 퀄리티가 떨어졌다고 해도, 꾸준히 사주는 사람이 있다. (필자라던가, 필자라던가, 필자)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보면 식완계의 대부라는 리멘트도 더 이상 대부가 아니게 될 것이다. 실제로 'ORCARA'라는 중국회사가 식완계에서 꽤 나가는 중이다. 그 퀄리티가 초창기 리멘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 물론 리멘트에서 초창기 같은 퀄리티의 식완 하나 내주면 미친 듯이 구매할 덕후들이지만, 자꾸 쉽게만 가려고 하면 돌아설 수도 있는 게 덕후들이라는 것이다.
ORCARA의 식완을 사는 덕후들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겠는가. 어쩌면 전직할 수도 있다는 무언의 사인인 것이다. 호갱이지만 호갱이라고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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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ARA의 한국요리 시리즈 '궁'




식완과의 재밌는~ 놀이



리멘트가 어찌됐던 간에 식완을 꺼냈으면 칼...은 아니고 만져라도 봐야 하는 법. 제대로 식완을 즐기는 방법 하나 알려준다. 식완의 가장 큰 묘미라고 할 수 있는 소꿉놀이다. (소꿉놀이라는 말이 애매하긴 하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람이 직접 할 수도 있고, 인형과 할 수도 있고, 소동물을 데리고 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느냐고? 간단하다. 아이들이 하는 소꿉놀이처럼, 식완을 가지고 소꿉놀이를 하면 된다. 물론 '네가 아빠하면, 내가 엄마 할께' 하는 식의 소꿉놀이는 아니지만.



1) 사람이 식완을 데리고 놀기


식완은 사람을 데리고 놀 수 없어도, 사람은 식완을 데리고 놀 수 있다. (사실 반대가 맞을 수도 있다.) 혼자 놀아도 되겠고, 취미가 맞는 사람과 둘이 놀아도 되겠지만, 가급적이면 혼자 해라. 왜냐고? 창피하니까….

 




이 디테일이 보이는가? 음식조리부터 설거지까지 못하는 게 없다. 위의 동영상은 '요리'편이지만, 갖고 있는 식완에 따라서 '시장보기', '장사하기', '축제 즐기기' 등 다양한 소꿉놀이를 할 수 있다. 갖은 식완을 사모아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빼면 당신의 훈훈함을 채워 줄 매우 좋은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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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방을 꾸밀 수 있다.

(출처-pcbaby 블로그)



동영상처럼 소꿉놀이 하기가 창피하다면, '방 만들기', '상점 차리기' 등을 추천한다. 이런 저런 식완을 모으다 보면, 금방 남부럽지 않은 양의 식완이 생긴다. 늘어만 가는 식완을 어디다 둘 지 한숨만 쉬지 말고, 문방구에서 하드보드지를 하나 사자. 식완을 넣을 수 있는 크기의 상자를 하나 만들 것이고. 이것은 곧 공간이 될 것이다. 침대나 책상, 책장 등 방에 관련 된 식완이 많다면, 그 상자는 곧 방이다.


상자에 창문을 그리고, 집에 있는 자투리 천으로 커튼을 단다. 그게 어렵다면, 잡지에 있는 그림을 오려 상자 벽에 붙인다. 아예 상자에 인테리어를 해도 된다. 벽지를 바르고 싶다면 바르고, 장판을 깔고 싶으면 깐다. (진짜 벽지와 장판은 아니지만) 그리고 나서 사진처럼 식완을 배치한다. 방금 당신이 엄지공주라면 거주할 수 있는 방이 하나 생겼다. 꼭 엄지공주가 아니어도 소꿉놀이란 게 가장놀이기 때문에 당신은 이 방으로 인해 상상 속의 엄지공주가 될 수 있다. 만약 주방에 대한 식완을 주로 모았고, 주방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주방을 만들어라. 미적 감각이 필요한 일이라 접근이 어려울 진 몰라도, 혼자 하는 소꿉놀이보다 남들에게 자랑하기에도 좋고, 만족도도 높다.



2) 인형을 데리고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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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인형을 이용해서 식완과의 소꿉놀이를 해보겠다. 구체관절 인형 중 작은 축에 속하는 MSD 사이즈의 인형이나, 더 작은 사이즈의 인형을 이용하면 소꿉놀이를 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주로 미니 베이비돌을 데리고 한다. 나름대로 컨셉을 갖고 소꿉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위의 사진에도 나름 컨셉이 있다. (컨셉은 아무래도 갖고 있는 식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외로운 밤은 길고 나는 혼자네' 라푼젤의 머리가 산발이라 컨셉에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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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뒷이야기를 만들자면,

'외로운 라푼젤에게도 친구가 생겼어요!'



사실 식완이 많으면 많을수록, 비치 할 장소가 있으면 있을수록, 더 소꿉놀이 느낌이 나는데다 현실감도 있다. (사진 찍는 맛도 난다.) 식완으로 소꿉놀이 하는데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니 가슴이 아프지만, 모든 덕후 세계가 그렇지 않은가. 지갑은 줄어들고, 물건은 늘어가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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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이 정도의 레벨도 가능하겠지…!




모으면 모을수록 더 모으고 싶은 게 식완이라 지갑이 고난에 처할 수 있으나, 일단 모을수록 마음은 훈훈해질 것이다. 다만 항상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으니, 잠깐 식완에 질렸다고 해서 함부로 중고거래를 하지 말자. 나중에 프리미엄이 붙어서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지니….


사회 생활에 지치거나 친구, 연인 관계에 지쳤을 때의 덕후 생활은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이다. 물론 이럴 때 일수록 깊이 빠져들 가능성이 있어, 현실 세계를 잊을 수도 있겠으나, 또 다른 활력소가 아니겠는가. 말라가는 지갑을 외면하면서까지 덕질을 하진 말고, 외로운 마음을 식완으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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