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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켓의 어머니, 폰 브라운과 V-2로켓


1927년에 독일에서 설립된 브로츠와프 우주여행협회(VfR, Verein fr Raumschiffahrt)는 인류의 우주로켓개발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핵심멤버였던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 1912~1977)과 함께 몇몇 동료들은 우주여행협회가 재정난으로 해산된 뒤에도 독일 육군 병기국의 로켓연구소에 들어가서 로켓연구를 계속한다. (1차대전 후 장거리무기 개발이 막힌 독일은 고체연료식 로켓의 연구를 활발히 했다) 이 와중에 당시 연구소 책임자였던 발터 도른베르거(Walter Robert Dornberger, 1895~1980)가 우주여행협회를 발견하고 이들을 스카웃 한 것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폰 브라운의 로켓팀은 액체연료방식 로켓기술의 급진전을 이룬다. A-1로켓부터 시작하여 훗날 V-2로켓으로 불리는 Aggregat-4(A-4)로켓까지 개발하였다. A4로켓의 기본적인 원리는 고다드 로켓과 크게 다르지 않다.


2차대전 말기, 궁지에 몰린 히틀러의 나치정부는 V-2로켓을 이용해서 연합국(특히 영국)에 전략적 보복공격을 가한다. 총 1,300여발의 V-2를 런던에 발사하였는데, 자이로스코프를 통한 초기형태의 관성유도장치가 전부였던 탓에 정확도는 그다지 높지 못했지만, 방어가 불가능한 탄도미사일은 민간인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불러왔다.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오는데다 지면에 충돌할 때도 음속의 3배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훗날 이란-이라크 전쟁도 V-2와 유사한 미사일 공방전이다. 상대방 도시의 민간인들을 목표로 삼는 바람에 반전심리를 불러왔고 종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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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때 인력부족에 시달리던 나치 독일은 V-2의 대량생산을 위해 많은 수의 포로와 점령지 민간인들을 강제노역 시켰으며 이 와중에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또한 전쟁 막판에 무차별적인 V-2의 발사로 영국 민간인 3천여 명이 사망하기도 해서 V-2개발팀에 대한 전쟁범죄 논란이 있었다. 이후 전선이 밀려나면서 런던이 더 이상 사정권에 들어오지 않자 연합군의 물자보급지인 안트워프를 향해 주로 발사했다.


1944~1945년의 무차별적인 V-2 런던폭격으로도 기울어가는 전황을 뒤집을 수 없었던 나치 독일은 종전 즈음에 그들의 기술을 유사시 적국의 손에 넘기지 않기 위해 폰 브라운을 포함한 로켓팀과 그들의 기술을 모두 없애기로 계획한다. 그러던 1945년 5월, 이곳저곳 끌려 다니던 도른베르거 소장(당시 계급)과 로켓팀은 오스트리아의 미군을 찾아가 항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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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중절모를 쓴 도른베르거 소장(왼)과 폰 브라운. 미군에 항복한 직후

(우) 아폴로 시대의 케네디 대통령과 브라운


당시 미국은 자신들에게 항복한 독일의 주요 로켓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신무기인 탄도미사일 기술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독일에게 혹독한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영국이 반대했고, 최고 책임자인 도른베르거 장군은 전범재판을 받고 영국에 2년 동안 감금된다. (이후 풀려나서 폰 브라운의 초빙으로 미국으로 건너감)


미국은 스스로 투항한 나치의 핵심 로켓관련자 114명을 데려와서 로켓기술개발을 지속한다. 그에 반해 핵심 과학자와 기술자를 미국에 모두 빼앗긴 소련은 V-2로켓의 생산시설이나 자료, 샘플을 제대로 입수하지 못하고 몇 기의 V-2로켓 반제품을 노획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은 독일의 로켓기술 거의 전부를 온전하게 획득했음에도 독일에서 가져온 V-2를 재조립하여 수차례 시험발사를 진행하는 것 이외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소련이 적극적으로 로켓기술 개발에 나서서 미국을 크게 앞지른다.



V-2로켓의 성능


V-2로켓은 최초로 실용화된 액체연료식 로켓으로, 우주로 향하는 로켓이라기보다는 미사일에 가까운 것이었다. V-2로켓 엔진은 알콜/액체산소(LOX)를 사용하며, 알콜은 노즐의 과열을 막기 위해 에탄올(75%)+물(25%)을 혼합하였다. 엔진의 비추력(Isp)은 (SL)203sec~(Vac)239sec, 엔진 추력은 (SL)264.9KN~(Vac)311.8KN이었다. 전체무게 12.8톤의 로켓발사 시 추력대중량비(TWR)가 2.1을 웃돌아서 조금 과한 수준이었으며, 현대적인 로켓엔진들에 비해 엔진의 효율(비추력)은 꽤 낮다. (Project ROCKET 지침서 참조)


V-2로켓은 발사 후 약 68초간 연소하며, 최대사거리는 약 320km(이 경우 도달고도는 약 88km, 최대속도 마하 5) 가량으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스커드B형 탄도미사일과 거의 같은 성능을 낸다. 그 이유는 다음편에서 다시 밝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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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획한 V-2로켓을 미국에서 실험 발사하는 장면


V-2로켓의 최초 실험비행은 1942년 페네뮌데의 실험시설에서 실시되었고, 1952년에 미국이 노획한 V-2를 실험발사한 게 마지막 비행이었다. 미국은 V-2에 몇 가지 실험기구를 탑재하고 여러 차례 수직으로 발사하여 최대 203km 고도까지 도달하였다. 공식적인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권에 진입한 것이다. (나치 독일도 같은 실험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V-2로켓으로는 자체적으로 인공위성속도를 내기에는 부족했던 터라, 2차대전말 독일에서 1단 로켓인 V-2의 한계를 극복하여 사상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A-9로켓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A-9로켓은 2단 로켓으로 구상되었다.



V-2로켓의 기술과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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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추락한 V-2로켓의 엔진 잔해
(우) 노획한 V-2의 노즐 쪽


위 사진을 보면, V-2의 엔진과 노즐은 몸통 안쪽에 숨겨져 있다는 것과 노즐 끝에 고다드가 개발한 추력방향조절용날개가 장착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V-2의 엔진은 연료(알콜+물 혼합물)가 연소실 주변에 돌게 해, 2,500~2,700도의 연소실을 냉각시킨 후 다시 연소실로 보내서 연소시키는 재생냉각방식으로, 고다드의 로켓과 원리가 동일하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에서는 십여 년 이상 앞선 것이었다.


V-2는 자이로스코프 가속도계를 이용해서 원하는 탄도궤도가 완성되면 로켓엔진의 연소를 중단시키는 방식이다. 또한 자이로스코프와 연결된 후방의 추력방향조절날개를 통해서 로켓의 방향을 조절한다.



V-2로켓의 의의


뉴턴이 발견한 고전 역학법칙에 의해 움직이며, 치올코프스키-고다드-오베르트가 주장한 방식에 따라 최초의 실용화된 액체연료식 로켓이다. 최초로 우주권(100km이상의 고도)에 진입하기도 했으며, 최초로 탄도미사일을 통한 전략 미사일 공격의 도구가 되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V-2의 기술진들과 부품, 잔해는 미국과 소련의 과학자들에 의해 분석·개량되어 우주로 가는 본격적인 로켓경쟁의 원형 모델이 되었다.



베르너 폰 브라운


10대에 우주여행협회에서 우주로켓을 실제로 제작하려는 꿈을 본격화했으며, 30대에 V-2로켓을 완성한다. 그러면서도 달을 정복하고 우주를 여행하는 꿈을 그대로 간직한 '영원한 소년'이었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미국에 투항한 폰 브라운은 로켓과학자라는 점에서 미국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훗날 미국 우주발사체 프로그램의 선두에 서면서 케네디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인류의 오랜 꿈인 달 정복에 나선다. 호남형의 외모와 로켓과학자가 첨단기술의 보유자로 여겨지면서 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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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후 정신적 스승인 오베르트를 미국에 초빙하여 일하도록 배려하였으며, 아폴로 11호 발사 때도 함께 참관하였다. 또한 자신을 발탁했고 육군 병기국 로켓연구소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도른베르거 장군도 미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주선하였다. 폰 브라운 자신은 1972년 아폴로 계획이 조기에 종료되고, 화성탐사가 정치적·재정적 문제로 중단되자 크게 실망하여 은퇴하였고, 얼마 뒤 생을 마감한다.


폰 브라운의 성과는 우주로켓의 아버지들(치올코프스키, 고다드, 오베르트)이 내놓은 수많은 이론과 연구성과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거기다 세계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기에 '로켓의 어머니'라는 칭호가 적절해 보인다.


폰 브라운은 우주에 대한 꿈이 크고 능력도 뛰어났던 로켓공학자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2차대전에서 V-2 폭격으로 사망한 수천 명의 런던시민, 수천 명의 독일시민(자국 내 오발), 그리고 강제노역에 동원되었다가 사망한 2만 명에 이르는 포로와 강제노역자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전범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전후 미국이 그를 미-소 우주경쟁에 중용하였기에 묻혔으며, 비정상적인 전쟁 상황에서 일개 과학자가 국가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지도 생각해보면 수만 명의 희생을 발판 삼아 인류가 우주로 나가는 방향을 잡도록 해준 영웅일지도 모른다. 폰 브라운과 V-2로켓이 없었다면 인류의 우주개발은 그보다 최소한 십여 년, 아니 몇 십 년이 더 늦어졌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곧이어 폰 브라운을 능가하는 기술적 성과와 우주에 대한 투지를 불태운 사람이 등장한다.




Tip : 제 1, 2, 3 우주속도란 무엇인가?


·고등학교에서 우주속도에 대한 설명을 모두 들었겠지만, 쉽게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한국에선 제1우주속도에만 관심을 갖고 제 2, 3 우주속도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관심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이 제대로 우주개발을 해본적도 없고,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으며, 제2우주속도가 필요한 달탐사나 화성탐사, 혹은 외행성 탐사에 나서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대부분 알고 있는 인공위성의 기본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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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둥글다. 만약 지표면에서 수평선 방향으로 물건을 집어 던지면 중력에 의해 추락하지만, 그 속도가 초속 7.9km/sec에 이르면 지구의 둘레를 돌면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을 제1우주속도라고 부르며, 지표면에서 수평선 방향으로 인공위성을 가속시킬 때 지표면에 다시 추락하지 않고 일정한 고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더 높은 고도를 돌고 있는 위성은 속도가 느리고, 더 낮은 고도를 돌고 있는 위성은 속도가 빠른 것이 궤도역학의 기본”


위 사실은 중력권의 영향에 따른 위성속도의 차이, 각 위성고도에서 인공위성들의 속도가 다른 이유, 그리고 각 행성들의 태양 공전속도 차이를 설명한다. 궤도역학의 가장 기초적인 원리이다.


아까 말했듯 제1우주속도는 지표면에서의 위성속도이다. 하지만 지구에는 대기가 있고, 높은 산맥도 있어서 인공위성의 고도는 결코 해수면 고도나 낮은 고도가 될 수 없다. 인공위성은 대기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엄청난 인공위성의 속도 때문에 대기마찰로 감속되고, 지구로 추락한다. 그래서 진공상태에서만 가능하다. 대기가 없는 달에서는 위성의 고도를 높은 산맥(달의 최고높이 산맥은 약 5km 높이)의 고도보다 살짝만 높게 하면 된다.


지구에서 인공위성이 미세대기마찰로 지구로 추락하지 않는 고도는 약 200~300km 이상이다. 이 고도는 딱히 정해진 게 아니라 이 정도면 대기마찰이 극히 미미해서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인공위성이 낮은 고도를 돌면 미세대기마찰로 차차 감속이 되서 몇 개월~몇 년 만에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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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고도를 돌고 있는 대표적인 물체가 바로 국제우주정거장이다. 약 350~400km의 고도를 돌고 있으며 대기마찰로 인한 고도하락을 보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추가적인 추진력을 써서 고도를 올린다. 이런 우주정거장의 위성속도는 제1우주속도보다 약간 느린 약 7.7km/sec이다. 높은 고도일수록 중력의 영향이 줄어서 위성의 속도가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36,000km 고도에 위치한 정지위성은 위성속도가 고작 3km/sec에 불과하다.


정지위성은 속도가 고작 3km/sec인데 왜 지구로 추락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표면상 3km/sec이지만 그 고도까지 올리기 위해 내부적으로 운동에너지를 7km/sec 이상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고도에서 다시 낮은 고도로 돌아가면 10km/sec가 넘는다. 중력가속도로 인해서 물체의 고도와 운동에너지를 서로 교환할 수 있다.


제2우주속도는 11.2km/sec이며 지구중력권을 벗어나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있는 속도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1우주속도 + 3.3km/sec 이다.


지구 표면에 있는 물체가 수평선 방향으로, 11.2km/sec의 속도로 날아가면 아예 지구의 중력권을 벗어날 수 있다. 이게 제2우주속도이다. 하지만 제1우주속도와 마찬가지 이유로 지표면에선 그 속도를 낼 수 없다.


모든 로켓은 일단 지구저궤도(LEO)에 올라서 지구에 추락하지 않고 지구를 빙빙 공전할 수 있는 약 7.9km/sec 정도까지 가속해야 한다. 다른 행성으로 가기 위해선 그 다음에 제2우주속도 11.2km/sec와 차이만큼만 더 가속하면 된다. 11.2-7.9=약 3.3km/sec 이므로, 지구저궤도에 올라간 위성이 추가로 3.3km/sec만 더 가속하면 화성, 목성에도 갈 수 있다. (단, 몇 년~몇 십 년이 걸리는지는 복불복이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영영 우주미아가 된다)


흔히 화성으로 갈 때보다 목성, 토성으로 가려면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지구 중력만 벗어나면 자유롭기 때문에 궤도만 잘 잡으면 동일한 속도로 화성, 목성, 토성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양의 강력한 중력 때문에 우주선의 궤도가 틀어져서 정확히 목성, 토성으로 가는 궤도를 잡기 어렵다. 때문에 속도를 더 높여서 태양중력의 영향을 줄이는 것이다.


제3우주속도는 16.7km/sec이며 태양계를 탈출할 수 있는 속도다.


태양계 탈출속도인 제3우주속도는 우리나라가 보이져 3호를 쏘아 올릴 이유도, 기술도, 돈도 없으므로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제3우주속도는 약 16.7km/sec인데, 이 속도는 현재 인류가 보유한 로켓기술로는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이져, 파이오니아 같은 태양탈출 탐사선들은 반드시 큰 행성의 중력을 훔치는 스윙바이(SwingBY) 항법을 구사한다.


제2우주속도는 제1우주속도+3.3km/sec다. 그러면 약간 부족한 3km/sec정도의 추가속도를 낸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지구에서 아주 먼 곳을 공전하고 있는 한 위성에 갈 수가 있다. 바로 '달' 이다. 앞으로 몇 년 뒤, 우리나라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수없이 세뇌 당할 것이다. 미리 알고 세뇌 당하면 그나마 즐겁다.



 

[ References ]
 
1. 영문 Wiki - V-2 Rocket, von Braun
2. Encyclopedia Astronautica
3. 네이버 SNW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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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랑


편집 :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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