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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3. 12. 목요일

귀부인







0. 프롤로그



나는 멀쩡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처자이다.

 

그리고 난... 귀신을 본다.

 

내가 기억하는 귀신 보기의 첫 기억이 6살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다. 더 어린 시절은 대부분의 기억이 없으니 확신할 수 없으나 분명 그네들을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치원 등굣길 나무 옆에 서 있던 할머니나 초등학교를 맴돌던 아이들 같은 것


할무니 완성.png


그런 것들을 나만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아, 나 말고도 우리 집에는 귀신 보기의 경험이 엄청 오래되고 경험도 풍부한 언니도 있다. 우리끼리 썰 풀면 참 재미가 있다.

 

살면서 이런 종류의 이야기 꽤 많이 하지 않나해마다 여름 납량특집으로 공포영화, 소설 등이 쏟아지기도 하고. 심지어 요즘엔 귀신을 소재로 하는 웹툰도 판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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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공포영화 무작위 3


무엇 때문에 이런 소재들이 쏟아질까?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기 때문 아닐까? 그럼 내가 보는 애들 이야기도 꽤 재미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도 우리 엄마가 무서우니까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을 추려서 써보기로 했다



1. 귀신을 본다는 것


 

귀신을 보는 거. 이거 생각보다 신박하지 않다. 터놓고 말을 못해서지 


"나도 사실 좀 보고 느끼는데"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 살면서 꽤 많이 봤다. 난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4천 만 중에 숨어있는 게이, 레즈비언이 많을까, 나처럼 귀신 본다는 사람이 많을까?'

 

2.jpg

귀신은 대충 이런 느낌? 보이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다.

 

그럼 왜? 어째서 


"나 가끔 뭘 보는데..."


하고 말하는 사람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나도 살면서 종종 겪은 건데, 이거, 다들 미쳐서 그런 줄 안다


저 가끔 귀신을 보는데요.”


하면 아주 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마음이 나약하다며 종교를 권유받은 적도 있다.


종교.png

우리 이런 종교생활 다 해봤잖아요.

근데 교회, 성당, , 거기도 걔네들 다 있잖아요.


다시 말하지만 귀신을 본다는 거생각보다 그리 신박하지 않다. 세상 사람들 중에 몇몇만 가진 특별한 능력도 아니다. 좀 불편하지 않냐 묻는다면, 내 경우에는 그렇다 할 수는 있겠다. 한동안 몸도 아팠고 감추기도 했고 잊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도 있다. 한번은 신내림을 받으라고 권유받은 적도 있다. (뒤에 이야기 하겠지만 그런거 아무나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지금 나는 멀쩡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월급 받으며 잘 산다. 심지어 안정적으로 종교생활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산다. 영화나 TV같은 영상매체에서는 그 두려움을 이용하여 시퍼렇게 피 질질 흘리는 귀신들을 등장시킨다. 그런걸 본 아이들은 너무 무서운 나머지, 자다 일어나서 울기도 한다. 심지어 그게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아는 나도 깜짝 깜짝 놀래키는 공포물은 못 보겠더라.

 

slide_2_thering-100466345-orig.jpg

이젠 엄청 유명해져서 여기저기 팔리는 <링>의 한 장면.

실제와 상당히 다른 그들의 표현력이란.. 아는 PD말이 시각적인 효과가 극대화 되어야 팔리는거란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면 그게 생각보다 대단한 세계가 아님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세상에 이러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근본적인 두려움을 하용하여 사기 치는 사람들도 엄청 많다. 어느 여름밤 TV를 켰더니 케이블 방송이었나? 퇴마사, 무당이라는 사람들이 정말 아무것도 없는 빈집에 들어가서 영가가 있다며 대화를 하고 있더라. 벽에 아무것도 없더만. ㅋㅋ 그분들 아무것도 없는데서 퇴마 하고 돈 좀 땡기셨나?


이제 자꾸 감추지만 말고, 보이지 않는 그 세계에 대해서 터놓고 이야기를 좀 해보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걸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시작될 이야기들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억울하게 사기 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 삶이 무료한 사람들, 인생을 일찍 마감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삶에 대한 조그만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괜히 연초에 돈 5만 원짜리 점 보러 갔다가 


여름에 물 조심하고, 겨울에 불조심하라


는 소리 심각하게 듣지 말고. 여기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보자.


못 믿겠으면 '이거 소설이네' 하고 웃고 가면 그만이고.







귀부인


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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