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1. 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가


지금이 2016년 대학입학 수시전형 시즌이다. 최근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시 모집을 마치고 최종 경쟁률을 발표하였는데, 단원고 특별전형의 경쟁률이 낮고 미달하는 학과가 나오자, 이를 두고 ‘역차별’이 아니냐며 대학입시 커뮤니티, 대학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다.


크기변환_123.jpg



2. 단원고 특별전형이 무엇인가


올해 1월 공포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 28조 2항에 따라 대학, 산업대학, 방송대학, 전문대학 등에서 입학정원의 1/100 이내에서 정원 외 특별전형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고(강제한 것이 아니다), 이에 따라 올해 수시부터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단원고 특별전형을 개설한 것이다.


제28조(교육비 지원과 특별전형 등)


②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장은 4·16세월호참사 당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에 대하여 특별전형을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 같은 법 제32조에도 불구하고 해당 입학정원의 100분의 1 이내에서 정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이 법안 투표에 181명의 의원이 참석하여 171명이 찬성하였고 3인 반대, 7인 기권하였다. 반대 3인은 새눌당의 김정훈, 김진태, 안홍준 의원이다)



3. 이 전형으로 혜택을 받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가


위 28조를 보면 ‘4·16세월호참사 당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에 대해서 특별전형을 실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니까,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생존학생 75명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학생 등 총 88명의 단원고 학생이 이에 해당한다(수학여행을 떠날 때 단원고 2학년은 325명이었다).



4. 이런 식의 특별전형은 역사상 유례없는 특권이다


아니다.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시행령 제11조(대학 정원 외 입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대학(산업대학·교육대학·전문대학·기술대학·원격대학 및 각종학교를 포함하되, 대학원 및 대학원대학은 제외한다)에 입학하는 경우에는 법 제15조제4항에 따라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8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그 정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의 학년별 총학생수는 해당 학년 입학정원의 100분의 1을 초과할 수 없고,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의 모집단위별 총학생수는 해당 학년 모집단위별 입학정원의 100분의 5를 초과할 수 없다.


1. 서해 5도에서 「민법」 제909조에 따른 친권자 또는 같은 법 제928조에 따른 후견인과 함께 거주하면서 서해 5도에 설립된 중학교 및 고등학교의 모든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


2. 서해 5도에 거주하면서 서해 5도에 설립된 초등학교·중학교 및 고등학교의 모든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


연평도 포격 이후 위 법률에 따라 2011년부터 서해 5도 특별전형이 개설되어 15년 현재까지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실시 대학으로는 경인교대, 관동대, 군산대, 목포해양대, 백석대, 인천대, 인하대, 동덕여대, 중앙대 등이 있다.



5. 하지만 서해 5도 배려대상자보다 단원고 특별전형은 그 규모가 훨씬 크다. 열심히 공부한 일반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것 아닌가


앞에도 살짝 나왔다시피, 정원 외 인원을 뽑는 것이다. 원래 30명을 뽑는 학과라면 30+@로 선발한다는 거다. 그 수도 정원의 1% 내로 입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숫자다. 그런데도 일반 학생들이 어떤 피해를 입는다는 건지 모르겠다.



6. 단원고 특별전형의 지원현황은 어떻게 되는가


일베 등 커뮤니티에서 상위 수도권 대학 경쟁률만 두고, 모든 단원고 학생들이 높은 성적의 대학교에 가는 것처럼 이러니저러니 해서 여러 대학의 단원고 특별전형 경쟁률을 뽑아봤다.



대학

모집인원

지원인원

경쟁률

인하대

5

9

1.8

용인대

14

24

1.71:1

단국대

3

5

1.67:1

서울대

2

3

1.5:1(*)

중앙대

2

3

1.5:1

외국어대

2

3

1.5:1

고려대

3

3

1:1

가천대

10

10

1:1

성결대

12

11

0.92:1

을지대

9

8

0.89:1

경희대

6

5

0.83:1

강남대

14

9

0.64:1

광운대

5

3

0.60:1

한신대

10

6

0.60:1

연세대

2

1

0.50:1

국민대

4

2

0.50:1

안산대

12

5

0.42:1

동국대

10

4

0.4:1

성신여대

10

4

0.40:1

성균관대

6

2

0.33:1

아주대

6

2

0.33:1

외화여대

20

6

0.30:1

숙명여대

10

3

0.30:1

숭실대

26

5

0.19:1

경북대

25

3

0.12:1

홍익대

10

0

0


*서울대학교는 최종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아, 모집 당시 경쟁률을 표기함. 



가장 경쟁률이 높은 학교는 인하대학교로 1.8:1을 기록했다. SKY 외에도 가천대, 성결대, 을지대, 한신대, 안산대 등에도 지원한 학생이 있다. 알려진 대로 특별전형이 무조건 합격할 수 있는 프리패스였다면 미달이 난 학교를 두고 인하대, 용인대, 단국대를 선택했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 위 표와 같이 나름 고루 학생들이 나눠진 것은 이 전형이 프리패스가 아니기 때문이다(다음 문항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자). 


이 경쟁률을 볼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수시 1차 전형이 원서접수를 3회까지 할 수 있다는 거다. 이를 최상위권 대학 지원 현황에 맞춰서 보자면, 서울대(3), 연세대(1), 고려대(3), 성균관대(2)로, 최소 3명에서 최대 9명의 학생이 최상위권 대학에 지원한 것이다.


또 하나. 경쟁률에는 평균의 함정이 있다. 모집 단위가 학과별로 되어 있으나, 경쟁률 통계는 전체 학과를 통틀어 내기 때문에 실제와 다르다. 예컨대 1명을 선발하는 국문과와 신방과가 있다고 할 때, 각 1명씩 지원했어도 경쟁률은 1:1이고, 국문과에 2명, 신방과에 0명 지원했어도 경쟁률은 1:1로 나온다. 이런 케이스가 많다.



7. 정원미달이 된 대학이나 경쟁률이 1:1인 대학은 성적이 낮은 학생이 합격하는 거 아닌가


미달한 학과에 원서를 접수한다고 무조건 합격하는 것이 아니다. 모집요강에도 나와 있다시피, 학교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은 합격할 수 없다.


크기변환_545.JPG

서울대학교 2016년도 수시 모집요강


다수의 대학교 입학관리처에 문의한 결과, 미달한 학과라 하더라도 무조건 합격은 아니며 위원회 등을 통해 학교 내부 기준을 확립해 평가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그러니 6~7등급 학생이 SKY를 가는 일은 사실상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8. 그렇다 하더라도 입학 최저 등급조차 없는 것은 지나친 특혜가 아닌가


의외로 수능 최저등급을 두고 있지 않은 대입 전형이 여럿 있다. 2016년 수시 전형(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서울대, 중앙대, 경희대, 한양대, 인하대, 경북대, 순천향대 등은 수능 최저 등급 기준을 폐기하였다. 수능은 3등급을 맞건 5등급을 맞건 상관이 없다는 거다. 연세대 연세한마음학생 전형의 경우 32명의 학생을 선발하는데 수능 최저 등급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크기변환_945.JPG

연세대학교 2016년도 수시 모집요강


수시 전형의 취지가 성적뿐 아니라 잠재력, 역량을 평가하고 다양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주자는 것이니, 최저 등급을 줄이는 것이 요즘 추세라면 추세다.



9. 그렇게 입학한 단원고 학생들이 상위권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까? 금방 아싸 될 거다


요즘 대학교에서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고 있겠지만, 수능 성적 1~2등급 차이 난다고 수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건 무리다. 단원고 특별전형이 낮은 성적을 가진 학생을 터무니 없이 높은 학교에 붙을 수 있게 해 줄 거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질문이라 본다.


오히려 특별전형에 대한 오해가 퍼져서 단원고 학생들이 적응하지 못 하게 될까봐 두렵다.



10. 이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단원고 학생들은 본래 성적보다 더 높은 학교에 가게 되는 ‘특혜’를 입는 것이 아닌가


맞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더라도 결과적으로 단원고 학생들은 높은 점수의 대학에 가게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 제도가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단원고 졸업생에게 SKY 프리패스를 쥐어준 것은 아니지만,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목표로 했던 대학보다 좀 더 높은 학교에 가거나, 최소한 불이익은 받지 않게 되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강제 조항이 아님에도 예상보다 많은 대학이 특별전형을 개설해서 과열된 현상을 띄었고, 그래서 더욱 논란이 되었다(대학 입장에서도 정원 외로 학생 선발해서 등록금도 벌고,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니 마다할 까닭이 없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일인가?


세월호 참사로 매일 같이 등하교하던 친구를 절반도 넘게 잃었다. 게다가 그 말도 안 되는 참사를 눈앞에서 지켜본 학생들이다.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생활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던 학생들에게 이 정도의 혜택도 주면 안 된다는 건가? 특례입학, 특별전형이라는 게 우리가, 사회가 배려해야 할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거 아니었나.


다른 수험생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 인정한다. 4~5시간 씩 자면서 공부해야 겨우 이름 좀 알만한 대학에 갈 수 있는 현실에서 그런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박탈감을 단원고 학생들을 멸시, 조롱하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소수의 혹은 대다수의 수험생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을 인정하더라도, 사회적 약자들이 처한 현실과 불이익을 해소해주기 위한 것이 특별전형이고, 그것이 단원고 학생, 농어촌학생, 북한 이탈주민, 특성화고교 졸업자, 특수교육 대상자, 서해 5도 재학생에게 특혜를 주는 이유다.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차별, 게다가 누구도 피해받지 않는 차별.


이거, 찬성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딴지일보 cocoa

Profi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