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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3. 17. 화요일

멀더요원







국내 정치현장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만 모아도 하나하나 블록버스터급이라, 국내 언론이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 같은 어떤 사건이 지난 313일 금요일에 벌어졌다딱 그 시점 외신들을 보면, 마치 이 사건이 앞으로 세계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사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뭔가 좀 크게 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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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믿었던 너마저", 영국의 '중국 AIIB' 동참에 패닉>

출처 - 뷰뉴스



내용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IIB)'에 아시아와 한참 떨어져 있는 '영국'이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단, 돈이니 뭐니 하는 균형이 계속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저게 뭔진 몰라도, 기본적으로 '중국이 주도하는'이라고 하니까 일단 묘한 거부감과 함께 '영국의 배신'내지는 '미국의 몰락'이라는 느낌도 들 것이다. 복잡하고 지루한 얘기는 과감히 생략하고, 그냥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1.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은행(IBRD)

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은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무기를 '판매'했다. 지금은 국제 거래를 '달러'로 하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무기를 팔고 그 나라 돈을 받아 봐야 그 나라가 전쟁에서 지면 그 돈은 휴지조각이 될 것이기 때문에, 무기는 절대 화폐인 '금'으로 거래되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전 세계 금의 약 70%를 보유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달러는 국제 거래의 중심이 되는 '기축통화(key currency)'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 기축통화를 결정하는 연합국간의 회의가 미국의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에서 열렸기 때문에 이를 '브레튼 우즈 체제'라고 한다.

이 회의에서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시키고, 나머지 돈은 다 달러에 연동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을 테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알아서들 찾아보기 바란다.

어쨌든, 이 협정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은행(IBRD)'이 만들어졌는데, IMF는 뭔지는 잘 몰른다 해도 많이들 들어봤을 거고, IBRD는 최근에 '세계은행(World Bank)' 이라는 익숙한 이름으로 불리는 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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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제원조

브레튼 우즈체제에 따라 생겨난 이 은행들은 유럽을 비롯해 각자 전후복구 및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였다. '자금을 지원했다'라고 하니까 뭔가 선의의 목적을 갖고 대단히 거창한 일을 한 것 같은데, 정확히는 그냥 돈 필요한 곳에 '대출'해 준 것이다. 

이후, 각 지역별로 이와 비슷한 은행들이 생겨났는데, 미국과 남미국가들을 회원국으로 하는 IDB, 아프리카 대륙에는 AfDB, 아시아에는 ADB(Asian Development Bank)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각 나라마다 자신들이 '경제협력'이라는 명목으로 운영하는 국외원조 자금들이 있는데, 불란서에는 AFD, 일본에는 JICA, 그리고 한국에는 KOICA와 EDCF 등이 있다.

이러한 은행의 매출은 '예금'이 아니라 '대출'이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대출이 줄어들면 매출이 줄어드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따르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회원국들이 모여서 만든 은행이든, 특정한 지역의 회원국들이 모여서 만든 은행이든, 아니면 각 나라에서 만든 은행이든 각각 대출에 대한 경쟁적인 입장을 갖게 된다.

돈을 빌려주기 위한 경쟁. 이자가 쎄다면 모르겠지만 이자도 별로 쎄지도 않다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3. 돈과 권력

권력은 어떤 권한을 가진 자리에서 누군가로부터 청탁을 받고 그것을 들어줄 때 생기기도 하지만, 어떤 일이 잘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때도 생긴다. 예컨대, 어떤 공무원이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뭔가를 허가해 줄 때보다, 청탁을 받고도 그걸 해주지 않는다면, 그 누군가는 더 높은 사람을 찾아가거나 더 많은 뇌물이 필요한 것과 비슷한 거다.

즉, 거부권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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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예

이런 은행에서도 누군가가 많은 '지분'과 '거부권'을 가진다면, 그 은행은 그에 반하는 정책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세계은행(World Bank 또는 IBRD)의 지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의 지분은 약 16%인데, 15% 이상이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의 지분은 17%쯤 되고, 마찬가지로 15% 이상이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저런 가장 영향력 있는 은행들은 미국의 정책에 반대되는 대출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실제로, 미국이 남미의 여러 나라들에서 못된 짓을 할때는 주로 IMF나 WB등을 동원했다고도 한다.

그러니까 돈을 빌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WB나 IMF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정부가 말을 듣지 않으면, 그 돈을 일시에 회수하는데, 그 나라 정부는 그 돈을 갑자기 갚을 수가 없으니까 국가부도가 나고, 그럼 물가폭등, 사회불안 등등을 조장하게 되어 결국 정권 교체. ㅆㅂ

마찬가지로, 인구가 가장 많은 아시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는 아시아 개발은행(ADB)이 있는데 이 은행은 일본과 미국의 정책을 벗어날 수가 없다. 왜냐하면 ADB의 지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은 15.7%이고 그 다음인 미국은 15.6%로 둘 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G2 시대'라고 얘기할 때 미국이 아닌 다른 'G'인 중국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 짜증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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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취팔러마.. (해석: 밥 먹었니?)


4.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지속적으로 IMF 등에서 자신들의 지분비율을 높이려고 했는데 그게 잘 될리가 없다는 건 너무 뻔한 상황이니까, "그럼, 내가 하나 만들지 뭐" 라며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IIB)"을 만들었다.

중국 정부가 2014년까지 은행 설립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하자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 군사 작전권을 갖고 주권을 똑바로 행사할 수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참여하겠다고 줄을 섰다. 중국 정부는 한국에도 참여를 종용했다. 시진핑이 우리 레이디 가카랑 만나서 그런 거 얘기한거고. 물론, 우리 가카가 그게 뭔 소린지 알고나 있는지 아닌지와 별개로, 시진핑은 꾸준히 얘기했던 것 같다.

작년에는 "한국 지분 남겨 놓을께..준비되면 연락해."라는 식으로 얘기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쨌든 중국 정부는 한국에 제안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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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국 지분을 제안했다는 한국일보 기사 
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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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의 보도해명. 우리는 제안 받은 적이 없다능 
출처 - 기재부

이렇게 중국 주도로 건설인프라에 대한 차관을 제공하는 은행이 생기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도 기존의 패권자들인 미국과 일본은 불편했을 거고, 그들의 지속적인 방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일본은 지들이 주도권을 가진 ADB가 있으니까, 중국의 강력한 자금이 투입되는 새로운 경쟁자가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불참을 선언했다. 미국도 주변국들에게 AIIB에 참여하지 말 것을 공공연히 종용했고, 중국은 중국언론을 통해 '미국은 방해하지 말라'고 하기도 하는 등 신경전을 벌여왔다.

그로 인해, 지난 달까지 인도나 베트남 등을 포함한 아시아의 대부분의 국가가 가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한국, 호주, 인도네시아 등은 AIIB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3월 13일, 아시아도 아닌 영국이 홀라당 참여하겠다고 선언을 해버린거다.

영국이 그러고 나니 영국 연방인 호주도 참여하겠다는 신호를 보냈고 인도네시아도 조만간 입장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아마도 가입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결국 아시아에서는 기존 시스템(ADB)의 기득권 세력인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만 참여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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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변곡점

중국 정부는 이달 말인 3월 31일까지 참여 신청을 한 국가들에게만 창립회원국 자격을 주겠다고 하니, 한국이 창립회원국이 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보름 정도이다. 창립회원국이 아니라고 해서 나중에라도 가입하겠다고 하면 안 받아줄거냐 하는 건 모르겠다. 그건 중국과 다른 회원국들이 판단할 것이다.

만약, 가입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한테 어떤 불이익이 있을거냐 혹시 걔네들이 하려는 인프라 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수가 없는거냐 하면 그것도 분명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한국'이라는 국가로서 가입하지 않은 한국업체를 참여시켜 준다면 이는 미국이나 일본을 염두에 두는 행동일거다.

근데, 만약 한국업체가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면 문제는 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AIIB를 출범시켰고, 기존의 WB나 ADB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그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차관을 지원할 것이다. 예컨대, 최근에 한국업체가 많이 진출하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를 가정해보면, 베트남도 AIIB의 회원국이고 지들도 지분 소유한 만큼, 기존의 WB나 ADB보다는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WB와 ADB의 사업이 AIIB 사업에 밀려 줄어들게 될 수 있는데, 이건 결국 한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더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가뜩이나, 국내 일거리 줄어들어서 해외로 가려는데, 거기도 막히는 상황. 그 동안에 동남아 업체들의 실적은 더욱 쌓이고...

그럼, 한국이 AIIB에 가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AIIB 가입을 어떻게 볼까. 적어도 미국은 달러 패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한-중 FTA'에서 위안화 직거래를 한다고 해서 심기가 불편할텐데.

미국의 정권이 얼마나 히스테리를 부릴 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내에서 미국 없으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은 쓰러지실 거다. 부모 죽고 혼자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냐고 대통령 찍어주신 분들이나, 미국 대사님 노하셨을까봐 미사일 배치하자는 분들도 쓰러지실 거다. 아마. ㅆㅂ

최근 인기를 좀 얻었다는 미국 대사 '마크 리퍼트'도 지금처럼 순한 표정으로 '김치'를 먹지는 않을 것 같다. 일본의 기득권은 '중국 패권 야욕이 한국까지 삼켰다'로 시작해서 '그러니까 일본 재무장'이라는 결론으로 달려갈 게 뻔하다. (걔들은 우리 동네 개가 죽어도 '일본 재무장'을 얘기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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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런 각종 외교적으로 '단단히 삐침'을 다 이겨내고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한국 건설업계의 먹거리를 위해, 또는 누군가가가 벼락이라도 맞고 정신이 번쩍 들어서 AIIB 가입을 선택했다고 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IMF, WB, ADB 등은 그래도 거부권을 갖는 정도의 지분인 15%를 살짝 넘기는 정도를 미국과 일본이 갖고 있는 반면, 

AIIB는 아주 노골적으로 중국의 지분율이 50%이며, 의결권은 49%를 갖고 있다. 으하하..화끈한 새끼들.. 도무지, 이 새끼들은 뭐 쪽팔린것도 없고 뭔가, 중간이 없어!!

이번에 영국이 가입하면서 지분율을 일부 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건 결국 들러리가 될 그림이다 아니, 그렇게 될게 49% 이상이다. 아니, 그냥 뻔하다 걔네가 운영을 투명하게 할 리도 없고.

그럼, 걔네들이 추진하는 인프라 사업을 우리 건설업체들이 막 가져올 수 있나? 49% 라니까. ㅆㅂ

결론적으로,

AIIB에 가입을 하면, 미국이랑 일본은 되게 싫어할 것 같지만, 국내의 인프라 업체들은 시장이 넓어지는, 정확히는 있는 시장 유지하는 정도의 효과는 있을 것 같다.

반면, 가입하지 않으면 미국은 세계 60여개 나라들과 맺은 동맹 중 하나인 '한미동맹'을 기존대로 유지하고 일본은 상관없이 재무장을 기존대로 진행할 건데, 한국은 국제 인프라 시장의 큰 부분을 잃고 앞으로의 일거리도 걱정하게 될 것 같다.

딱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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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과 중국이 양쪽에서 급하게 손을 내밀고 있다.

한쪽은 '같이 갑시다'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그 손 잡으면 같이 '춥고도 험한 곳'으로 갈 것 같고 뭔가 손 내미는 자세가 평소와는 달리 조급해 보인다.

다른 한쪽은 '조기품절, 마감임박, 마지막 기회'라며 거만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떠드는 거 보면 왠지 사기꾼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그 길이 처음 가는 길이라 몹시 불안하다.

우리는 지금, 길게 보면 기울어져 가는 미국이라는 힘이 눈에 띄게 꺽이는 '변곡점'에 우리가 서 있게 될지 아니면, 같이 기울어 갈지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아시아도 아닌 영국이 왜 AIIB에 참여하기로 했는지를 따져보면 지금은 아주 높은 수준으로 계산된 전략적 판단, 지능적이고 현명한 정부의 입장, 그리고 아주 좋은 운빨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이 얘기한, 3월 31일까지 딱 보름 남았다.

근데, 지금 정부가 박근혜 정부다.

어떤 식으로든 최악의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다.

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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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영국은 2차 대전과 전후 복구를 위해 미국에서 빌린 돈을 2006년에 다 갚았고, 작년 10월에는 1차 대전과 관련된 빚을 올해 3월까지 완전 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2. 국제 원조 얘기를 하면 가끔씩 나오는 얘기 중에 "장충체육관도 필리핀에서 돈 빌려줘서 지어줬대"인데, 이제부터 그딴 소리 그만하자. 아주 지겨워 죽겠다

정확하게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시아 개발 은행(ADB)에서 차관을 빌려다가 한국업체가 공사를 했다. 필리핀 기술자들은 공사감리를 했다. 감리라는건 supervising, 그냥 공사 감독이다. 우리 집 살때 국민은행 삼성동 지점에서 돈 빌려서 사면, 삼성동 사람들이 우리 집 사준 건 아니잖아.



3. 알겠지만, 저기서 얘기하는 은행들은 우리한테 돈 빌려주는 일반은행은 아니다. 건설하라고 돈 빌려주는 은행이다. 정확히는 도로, 상하수도, 병원 등의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만드는 사업에 대출해주는 은행. 은행 이름부터가 벌써 부흥이니 개발이니 인프라니, 그런 거만 딱 봐도..뭔가를 막 건설하는 노가다 느낌이 팍 오지 않나? ㅎㅎ



4. 국제적으로 원조를 하는 목적이 '경제협력'이라는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포화된 국내 산업에 대한 지원의 성격도 많이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어쩌면, 그게 더 큰 목적일 수도 있다.

예컨대, 한국 정부에서 베트남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베트남 정부가 한국 건설업체에 공사를 주면, 국내에서 일감 떨어진 한국업체는 베트남에서 공사를 수주했기 때문에 '기술 수출'이 되는 것이고, 한국 정부는 베트남 정부에 돈 빌려줬으니까 '이자'를 받는 '꿩 먹고 알 먹는', 그런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대출'을 '구속성 원조(Tied loan)'라 하는데, 간단하게 말해서 은행에서 지정한 업체에다가 공사를 맡기지 않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방식이다. 이렇게 국내에서 줄어든 일감을 모두 구속성 원조로 저개발 국가에 지원을 하고 국내 건설사가 그 일을 다 가져 올 수만 있다면, 4대강을 파지 않아도 국내 건설사들 먹여 살리는데는 무리가 없었을 거다. 세상 일이 이렇게만 된다면 참 괜찮을 수도 있는데 이게 딱히 그렇지만은 않다는데에 문제가 있다.

그 이유는 돈 빌리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내가 직접 집을 지으면 100원이면 될 일을 은행에서 지정한 업체에다 맡기면 200원을 달라고 한다. 그럼 내가 원래 100원만 필요해서 대출받으려고 했지만 200원을 빌려야 하는 거다. 그럴 필요가 있나? 뿐만 아니라, 내가 집을 지으면 수리도 내가 할 수 있고 동생네 집도 내가 지어 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는데, 은행에서 지정한 업체에 맡기면 나는 기술력도 안 생긴다. 이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리 없다. 

따라서, 은행은 말도 안되는 대출 조건을 제시하여 유혹한다. 15년 정도 이자만 내고 이후 35년 동안에 원금과 이자를 갚는 조건에 금리는 0.01~1% 정도. (이건 뭐, 거저다.) 이 정도의 조건을 제시받으면, 필요한 돈이 100원이지만, 200원을 대출받더라도 이자가 거의 없고, 상환기간도 50년이 넘기 때문에 빌려다가 쓸 수도 있겠지.

지금 동북아시아의 어느 나라가 외국으로 지원, 아니, 차관 아니, '대출'해주는 게 이런 식이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이나 의무급식을 할 돈은 없단다 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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