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이건 그냥 발로 끄적거린 낙서로 절반, 손으로 끄적인 것으로 절반해서 리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그러고 싶더군요. 그래서 그리 해 봤습니다.
감독: 데미언 차젤레
주연: J.K. 시몬스, 마일스 텔러, 멜리사 베노이스트, 폴 레이저, 오스틴 스토웰, 제이슨 블레어, 코피 서리보
음악: 저스틴 허위츠
촬영: 샤론 메이어
R (17세 미만은 부모 동반 하에 관람) / Color / 106분
원제: Whiplash
<위플래쉬>를 다 보고 나서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확실히 헐리우드의 메인 스트림에서 존 카펜터 같은 감독님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건가' 같은 생각이었다. <스타 워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와 USC 대학에서 동문수학 했으며, 그로 하여금 열등감에 빠지게 만들었다던 존 카펜터 감독.
존 카펜터 감독의 모습
그는 러닝타임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꼭 일정 분량을 본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 드라마를 구축하는 부분에 할애했다. 사실 존 카펜터 감독이 괴짜라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엄청난 자신감의 발로였을지도 모르지. '나는 어느 시점에서 시작해도 너희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간에 존 카펜터 감독은 그런 기초를 쌓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가 보다.
여튼, 존 카펜터 감독의 작품은 <분노의 13번가> 같은 액션물에서도 주인공들이 경찰서 안에 고립되기까지의 상황을 구축하는데 거의 50분을 소비했고,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같은 세기말적 공포물은 거의 1시간 가까이 별 일이 없었다. 존 카펜터를 모르는 사람도 제목은 안다는 슬래셔의 고전, <할로윈>은 또 어떤가? 살인마인 마이클 마이어스가 본격적으로 살육을 저지르며 여주인공까지 습격하는 순간이 거의 작품 끝나기 20분 전부터 시작됐다. 그럼 그 전에는 뭐하냐고? 그 전에는 살인마가 계속 여주인공 주변을 빙빙 돌게끔 만들면서 끊임없이 불안감을 생성하기만 했었다. 존 카펜터 감독의 특징이었고, 당대 관객들이 그런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전개였다. 물론 존 카펜터 감독이 영화를 엄청나게 잘 만들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영화 <할로윈>의 스틸 컷
물론 지금은 <할로윈>이 만들어진 70년대가 아니라 2010년대이다. 언제부터인가 대부분의 작품들이 하일라이트를 후반이 아니라 중반으로 옮겨오는 중이며, (위에서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만을 예로 들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의 <다크 나이트>도 좀 그렇지 않나 싶다. 액션의 스케일은 트럭이 거꾸로 뒤집히거나, 경찰자들이 전복되는 중반부의 추격 시퀀스가 좀 더 크게 다가왔었기 때문에) 아예 <위플래쉬> 처럼 '관람하는 내내 하일라이트' 인, 직선적인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영화 <위플래시>의 J.K. 시몬스
물론 <위플래쉬>의 이런 방식도 잘 만들면 충분히 환영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금 이 작품을 향해 이어지는 열광적인 반응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보면서 '차곡차곡 벽돌을 쌓는 듯한 리듬으로 영화의 전체 플롯을 구축하는 작품들은, 당분간 극장에서 보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다소 씁쓸했던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그런 방식으로 전개되는 작품들을 꽤 좋아했기 때문이다.
문화는 돌고 도는 것이니 언젠가 다시 그 시대가 찾아오겠지만, 지금은 관객들 스마트폰 안 보게 만들려면 <위플래쉬> 같은 방법이 최고인가보다 싶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니 앞으로의 미국 영화계는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무척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