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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3. 30. 월요일

염장불패 바람인형






편집부 주


아래 글은 염장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독투불패(독자투고 게시판 및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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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님의 글을 읽고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현직 치과의사로, 개인치과의원에서 페이닥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꽤 좋다는 치대를 나와서 같은 대학 치과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4년을 수련하고 전문의가 되었습니다. (전문 과목을 말하면 추적 할 거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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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raksumi'님 같이 훌륭한 의사 선생님께서 올리신 글을 읽으면서 치과 쪽에 관련된 글을 쓸까 말까 상당히 고민을 했습니다. 반쯤은 바쁘다는 핑계로, 반쯤은 나 따위가 어떻게 자격지심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3'님 글을 읽고 나서 우리나라 치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글부터 시작해서 치과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주제는 '오늘3'님이 치과를 여러 군데 들르면서 느꼈던 황당함 혹은 당혹감에서부터 시작할까 합니다. 본의 아니게 글에 자꾸 언급되는 '오늘3'님께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는 말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오늘3'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치과에 가면서 의구심이나 의아함, 나아가서 당혹감을 느껴본 적 있을 것입니다. A치과에 가서 들은 말과 B치과에 가서 들은 말, 그리고 C치과에 가서 들은 말이 서로 달라서 말이죠. '오늘3'님은 윗니 송곳니 부분이 불편하셔서 치과에 갔는데, 어떤 치과는 뽑자고 하고, 어떤 치과는 그 치아 뿐 아니라 전체 치아가 균형이 맞지 않다고 하고, 마지막 치과에 가서야 약 먹고 잇몸 치료하니 짱짱하게 되었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덜컥 뽑지 않으셔서 말입니다.


이러한 일이 있다 보니, 치과의사들에 대해서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치과 저 치과 돌아다니게 되는 일이 많고, 그러다 보니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환자도 많이 보았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치과의사마다 환자나 치아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르고, 문제가 되는 치아에 대한 예후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치료를 하는 근거를 환자에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보통 치과의사들이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이렇게 의사마다 다른 치료 계획이 환자의 구강기능을 회복하고, 구강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괜찮지만, 다른 것들이 개입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뭐, 간단합니다. 돈 많이 버는 것이 치료계획의 근거가 된다면, 그 치과의사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치과와 치과의사에 대해 가지는 일반적인 선입견까지 개입하면, 치과의사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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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단순히 정말 돈 때문에 치료계획을 마구 정하는 걸까요?


일단 '오늘3'님 사례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오늘3'은 윗니 송곳니가 불편하셔서 치과에 가셨습니다. 그 치과에서 약 먹고 염증 좀 줄이고 잇몸 치료 해보자고 했습니다. 잇몸 치료 잘 받아서 다시 짱짱해졌습니다. 해피엔딩입니다. 그 치과의사분은 명의입니다. 


그런데 언해피 엔딩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잇몸 치료를 몇 번을 해도 염증이 발생하고, 고름이 나고 그러다가 어느 날 치아가 너무 아파서 치과에 갔더니 결국 뽑자고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분들이 이렇게 반응합니다.


"아씨 뽑을 거였으면 전에 뽑지~!!!"


치아를 뽑지 않고 치료해보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환자는 짜증을 냅니다. 좀 심한 분들은 지금까지 잇몸 치료하면서 낸 비용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결국 뽑았으니까 그거 필요 없는 치료 아니었냐는 거지요. 물론, 아주 훌륭한 치과의사라면, 척 보면 저게 결국 뽑을 이인지, 아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치과의사는 그렇게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진단을 한다 해도, 치료가 효과적으로 될지 안 될지 모를 때도 있습니다.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결정을 내리기 난감할 때가 상당히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이러이러한 상태라면, 처음에는 뭘 해보고 그래서 효과가 없으면 다음엔 다른 해보는 식으로 계획을 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계획들이 아무 소용없고 결국 치아를 포기하면, 치료 받는 환자나 치료하는 의사나 맥이 빠지죠. 더군다나 환자의 불만이 커지면, 참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일들을 겪고 나면, 치과의사들은 치료 계획을 세울 때 되도록이면 뒷말이 안 나오는 방법으로 치료계획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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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돌 같은 것을 씹어서 치아에 살짝 금이 갔을 때, 교과서대로라면 먼저 치관부위를 덮어 씌워 보고도 불편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신경치료를 하는 방법으로 갑니다. 덮어 씌웠을 때 불편감이 해소되면 신경치료 없이 씌우는 것으로 치료를 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치과에서 금이 간 치아를 신경치료 없이 덮어씌우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신경치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금이 간 치아를 덮어씌우는 과정에서 환자가 시린 증상이나 불편함을 자주 호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로 신경치료를 합니다. 신경치료만 잘 되면 (하기도 쉽고) 환자가 감각을 느끼지 못하므로 이후 치료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특히 각 치과의사의 전문과목이나 자신의 철학에 따라 현재 환자의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다른 치료계획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점은 사람들이 치과의사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이런 차이는 사실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치료 계획의 목적이 돈인 치과의사들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환자들이 스스로 구분해 내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제 나름대로 파악한 그런 치과의사들을 구분해내는 방법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첫 내원 시 치과의사를 만날 수 있느냐


이거 무척 중요합니다. 대부분 치과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기 때문에 누가 치과의사인지 구분이 안갈 때가 있습니다. 아울러 환자 약속 잡고 안내하는 일을 하는 직원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코디네이터라고도 부르고 그냥 실장이라고도 부릅니다. (남자도 많습니다) 대부분은 치위생사 입니다. 이분들이 참 고맙긴 하지만, 환자를 보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은 치과의사여야 합니다. 일부 치과에서는 실장내지는 코디네이터가 치료 계획을 다 세워서 치과의사한테 넘기고 치과의사는 수술하는 날 환자를 처음 보기도 합니다. 일부 대형 치과에서 이런 식으로 진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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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치과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치과치료는 하나의 치아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치아를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다른 치아들, 전신병력, 생활습관 등을 모두 고려해서 치료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공장처럼 여기서 치아를 때우고 갈고, 임플란트를 심으면, 결국 탈이 납니다. 물론, 코디네이터나 실장이 전혀 필요 없는 존재는 아닙니다. 환자의 일정과 치과의사 일정 조정합니다. 중간에서 유기적으로 진료가 될 수 있게 매개하는 역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입니다. 치료 계획은 의사의 권한이고, 이것을 환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치과의사에게는 있습니다.



2. 가격만 내세우는 곳인가


치과 진료 중에 비보험이 많고 비용이 비싸다 보니, 싼 가격을 내세우는 치과가 많이 나타났습니다. 그런 치과가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치과를 결정할 때, 단지 1회 비용만을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치료 한번하고 끝이면 치과의사들 참 행복했을 겁니다. 치료를 한 치아는 지속적으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꼭 탈이 납니다. 탈이 나기 전에 관리해주고, 탈이 났을 때 해결해 줄 수 있는 치과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임플란트가 요새 이슈입니다. ‘88플란트’다, ‘69플란트’다 하다가 이제는 ‘59플란트’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가격만을 선전하는 치과들이 행동하는 방식은 싼 가격으로 주변의 환자들을 확 모으고, 확 수술을 하고, 확하고 어느 날 사라집니다. 이런 방식의 치과가 꽤 있습니다. 몇 년 지나서 임플란트가 불편해서 다시 그 치과에 가면, 그 치과는 사라지고 이미 다른 치과가 들어서 있습니다. 나를 치료해준 수술해준 치과의사가 어디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 기록도 어디 갔는지 모릅니다. 그러면 안타깝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이렇게 두 가지만 알고 계셔도 치과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건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내 의문을 해결해 주고, 믿음을 줄 수 있는 치과를 선택하는 것이겠죠. 예전에는 환자분들이 여러 치과를 들르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쇼핑하듯이 병원을 가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기와 맞는 치과를 찾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약간 사족이지만, 자신과 맞는 치과의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료하다보면 대체로 환자분들과 잘 맞는다고 느껴지는데, 가끔은 어떻게 해도 저랑 맞지 않는 분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분들을 대충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의사하고는 또 잘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치과의사를 찾아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치과에서 환자분들을 상담하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바쁘더라도 시간을 들여서 차근차근 설명 해드리면 이후에 치료를 진행할 때 잘 받아들이시고, 혹여 부작용이 생겼을 때에 보다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고 싶어도, 기다리는 다른 환자분들이 있으니 결국 적당히 끊고 넘어가기도 하고, 기초적인 것부터 설명을 하려니 너무 오래 걸려 포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환자분들께 최선을 다해 설명을 드려야 하지만, 너무 이상적으로만 하다 보면 짤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적당히 끊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환자분들께 차분하게 설명 해드리고 싶었던 것들을 좀 풀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참고하는 것은 현재 치과대학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들입니다.


첫 번째로 설명하고자 하는 주제는 ‘잇몸 치료와 스케일링’입니다.


잇몸 치료와 스케일링은 치아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겼을 때 환자에게 제일먼저 하는 치료 과정입니다. 이 치료 과정을 설명하기에 앞서 치아 주변 조직에 대해서 먼저 설명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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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이는 치아 부위는 주로 법랑질이라고 하는 아주 단단한 조직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에서 치아 뿌리는 치조골이라 불리는 뼈로 둘러싸여 있으며, 뼈와 치아사이에는 치주 인대라고 하는 질긴 인대를 통해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인대는 한쪽 끝이 치아 뿌리 표면의 백악질 속에 파묻혀 있으며, 반대편 뼈에도 강하게 부착되어 있습니다. 치아가 뼈에 다이렉트로 붙어 있는 게 아니고 질긴 인대를 통해서 붙어 있기 때문에 건강한 치아라도 강하게 흔들면 흔들립니다. 흔들리는 정도는 치아와 방향에 따라 다릅니다만, 대략 50-100마이크로 미터 정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씹을 때 치아를 통해서 가해지는 힘은 일차적으로 치주인대를 통해서 많이 흡수됩니다. 마치 스프링처럼 압력을 받았을 때, 그 힘의 일부분을 받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 힘은 다시 뼈에 전달됩니다.


임플란트에 대해서 설명할 때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임플란트는 다른 조직의 간섭 없이 뼈에 붙어 있기 때문에(광학현미경상) 치주인대 같은 스프링 역할을 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임플란트는 강한 힘에 자연치보다 취약한 성질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잇몸 질환은 주로 잇몸에 생기는 염증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염증은 왜 일어나는가? 우리 입안에 있는 세균 때문에 일어나는 반응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깨끗하게 이를 닦아도 우리 입안에는 수 백~수 천종의 세균이 존재합니다. 이 세균은 그럼 어디서 온 것일까요?


대부분 부모님으로 부터 온 세균입니다. 아이에게 가장 먼저 키스하는 사람이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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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부모님이 잇몸 질환이 심했던 분들은 본인도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세균감염이 가능하나, 대부분은 이미 입안에 세균들이 잘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 감염된 이후에는 크게 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 중입니다. 정확히 구강 내 세균이 뭐가 있는지, 그리고 몇 종류나 있는지도 다 밝혀져 있진 않습니다)


입안에 세균들은 항상 존재하고, 이 세균들 중에 어떤 것들은 치아에 붙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주로 타액 내의 특정 단백질을 이용하는 세균입니다. 타액 내 특정 단백질을 통해서 치면에 붙은 세균은 붙는 능력 외에는 별로 해를 끼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이 세균들은 끊임없이 들어오는 음식물에 의해 밀려나기도 하고, 양치질하다 칫솔에 의해서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고군분투하던 세균이 자리 잡는 곳 중 하나가 치아와 잇몸의 경계부위입니다. 이 곳은 생각보다 음식이 잘 닿지 않는 부위이고, 생각보다 양치질 할 때 잘 안 닦이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지금 모니터를 보시면서 치아와 잇몸 사이를 손톱으로 한번 긁어 보시기 바랍니다. 무언가 긁혀 나온다면, 양치질을 한지 오래 되셨거나, 양치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신 겁니다. 이게 치태입니다. 이렇게 세균이 치아에 붙고, 세균은 또 다른 세균을 부릅니다. 친한 애들끼리 좀 잘 붙습니다. 그러다 보면 또 어떤 넘은 마당발입니다. 이 넘은 친한 애들이 무척 많아서 이 녀석이 붙으면, 정말 여러 종류의 세균들이 붙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붙은 세균 중 어떤 넘은 타액 내의 칼슘이온을 침착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타액 내에는 상당히 많은 칼슘이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칼슘이온이 세균들이 뭉쳐있는 곳에 침착되면서, 딱딱하게 변합니다. 그러면 칫솔질로는 이것을 떼낼 수 없습니다. 일종의 보호막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래 사진과 같은 형태를 보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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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형태로 만들어지는 치석을 ‘치은 연상치석’이라 하며,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곳은 아래 앞니의 혀쪽 면입니다. 치석은 세균 덩어리입니다. 아래 앞니 안쪽에 침이 자라 고여 있고, 그곳에 가까운 침샘에서 나오는 타액이 칼슘함유량이 높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이렇게 치석이 쌓이면, 수많은 세균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잇몸이 자극을 받아서 염증반응이 일어납니다. 보통은 가벼운 염증반응입니다. 사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치석만으로는 무시무시한 치주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치석이 병풍처럼 치아를 둘러싸고 있지만, 염증이 미약한 분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치석은 매우 적어도 염증이 매우 심한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위에서 말씀드렸듯 지금 보이는 치석은 치은 연상치석입니다. 치은은 치아 바로 주변에 있는 핑크빛 잇몸의 이름입니다. 치은 연상 치석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이 치석은 잇몸 위에 있는 치석입니다. 이에 짝이 되는 잇몸아래에 있는 치은 연하 치석이 있습니다. 치아와 잇몸은 단단하게 붙어있지 않습니다. 치아와 잇몸 사이에는 약간의 틈이 있습니다. 이곳에 생긴 치석이 치은 연하 치석입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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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은 잇몸에 묻혀 있기 때문에 음식물의 흐름이나 칫솔질에 의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아울러 산소의 양도 부족한 곳이라 산소가 없는 곳을 좋아하는 혐기성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또한 잇몸의 겉 부분이 아니라 여린 안쪽 부분에 접촉하기 때문에 (겉 부분은 단단한 각질 같은 케라틴 층이 두껍게 존재하지만, 안쪽은 케라틴 층이 현저히 얇습니다) 더 심한 염증반응이 일어납니다. 이 염증 반응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면 염증 세포에 의해 주변 골조직 손상이 일어나고, 빈 공간으로 세균들이 더 안으로 침투하고, 염증이 더 심해지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이 과정이 치주염입니다.


잇몸 염증은 크게 치은염(Gingivitis)과 치주염(Periodontitis)으로 구분합니다. 치은염은 염증이 표면 잇몸에만 국한 된 것으로 치조골의 흡수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치주염은 이 염증이 보다 만성적으로 진행되어 치조골의 소실이 일어난 경우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치주염의 단계는 아래 그림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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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잇몸 치료란 무엇인가? 아주 단순합니다. 이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세균)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초음파 기구를 쓰든, 손 기구를 쓰든, 레이저를 쓰든 뭘 쓰든 상관없습니다. 세균을 제거하는 것이 잇몸 치료입니다. 오랜 시간 연구를 통해서 화학적인 방법만을 사용해서는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항생제를 먹거나, 염증 부위에 항생제를 쏘는 치료를 시도했지만, 기구를 이용한 치석제거 및 치아면 처치가 동반되지 않으면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기구를 이용한 치석제거가 바로 스케일링 입니다. 주로 사용하는 용어는 스케일링과 치면활택입니다. (요새는 통틀어서 그냥 다 스케일링이라 하는데, 요새 개념은 사실 치과의사한테나 중요한 것이고, 이해 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서 이전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 스케일링은 주로 치은연상 치석을 제거하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기구로 아래 앞니 뒤쪽에 붙어 있는 누런 것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치면활택은 보다 깊이 까지 들어가서 치근면에 붙어 있는 치은 연하치석을 제거하고, 치은 연하치석이 붙어 있었던 자리에 오염된 부분을 제거하고, 다시 치석이 붙기 힘들도록 표면을 뺀질뺀질하게 만드는 과정을 말합니다.


그래서 잇몸 질환, 특히 치주염이 있는 분들은 첫 내원 시에는 보통 스케일링을 하고, 두 번째 내원부터는 치면활택을 진행합니다. 치면활택은 전체를 다 하기에는 환자도 힘들고, 하는 사람도 힘들어서 2~4회에 걸쳐 나눠서 합니다. 스케일링과 치면활택만으로 해결이 되어 건강한 잇몸으로 돌아온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잇몸 수술이라는 것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치면활택을 하며 잇몸에 덮인 부분의 치석을 제거하는데, 이게 눈으로 보면서 제거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손끝 감각으로 제거하는 것인데, 그러다 보면 남기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거기다가 잇몸 속에 있는 부분이 넓고 깊으면, 이렇게 놓치는 부분이 더 많아 지는 것이죠. 그러면 해결이 잘 되지 않습니다. 잇몸 수술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부분을 잇몸을 째서 젖히고, 잘 보이게 만든 다음에 세균덩어리들을 제거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시 세균이 자리 잡기 힘들도록 깊어진 잇몸 부분을 잘라내기도 합니다.


스케일링과 치면활택은 염증의 원이 되는 세균들을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목적입니다. 한번 치료 받았다고 끝나지 않는 게 잇몸 질환의 어려운 점입니다. 입안에는 세균이 계속 존재하고, 끊임없이 자기 살 곳을 찾는데다, 입안에는 세균이 살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1년에 한번 예방목적의 스케일링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해주는  걸 괜히 하는 게 아닙니다. (1년을 세는 단위가 전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입니다. 6월에 각 치과마다 스케일링 환자 폭발하니, 그전에 진료 받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잇몸 치료 역시 건강보험의 급여대상입니다)


많은 치과의사들이나 환자들이 간과하는 것 하나는, 스케일링과 치면활택 못지않게 중요한 게 칫솔질이라는 것입니다. 스케일링과 치면활택은 아무리 자주해도 치료 주기가 몇 달에서 1년입니다. 하지만 칫솔질은 몇 시간 마다합니다. 칫솔질을 제대로 하신 분 잇몸이 당연히 건강하고요. 그러니 치과에 가셔서 스케일링 받거나 잇몸 치료 받으시면 칫솔질 방법이나, 치간칫솔, 치실 사용법 등을 꼭 배우시기 바랍니다. 가르치는 사람도 귀찮아서 안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도 귀찮아서 잘 안 배웁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 칫솔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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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을 제대로 못하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치태에 색을 입히는 약물을 묻혀보면 통과기준인 20% 이하로 나오는 분이 사실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치과에 와서 양치질을 하게 하고 묻혀 봐도 그렇습니다. 양치질은 죽염으로 하든, 치약으로 하든, 베이킹 소다로 하든 아무 상관없습니다. (독성 있는 걸로만 하지 마시고) 제대로 닦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치약 하나 안 쓰고, 물만 묻혀서 양치질해도 제대로만 하면 치태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무신경하게 티브이를 보면서 혹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양치질을 하고 나면, 칫솔이 한 번도 닿지 않은 곳이 꽤 많이 나옵니다. 양치질은 거울을 보면서 이 하나하나를 닦는 걸 확인하면서 닦으셔야 합니다. 빠르고 세게 닦는 건 치아만 닳게 하는 것입니다. 살살 닦는 게 좋습니다. 다만, 빼놓지 말고 구석구석 닦으셔야 합니다.


결국 잇몸 치료의 가장 기본이자, 가장 핵심은 칫솔질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스케일링과 잇몸치료에 관련된 몇 가지 소소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신 사항 댓글에 달아주시면 참고 해서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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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