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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07.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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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븐브로이 W&M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이 상품을 시음하면서 세븐브로이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항상 마음으로는 빨아 재끼길 주저하지 않는 국내 제3의 맥주회사인 세븐브로이(오비가 인베브로 팔렸으니 서열이 한 계단 올라 갔으려나?)에서 신상 맥주를 내놓으셨다. 세븐브로이의 첫 상품이었던 세븐브로이 IPA 캔 제품에 많은 응원을 보냈으나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뒤돌아서야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다시금 맥주를 사들고 왔다. 망할 놈의 가난이 멀지 않은 곳에서 손짓을 하고 있지만 어쩌겠나 손목을 자르거나 카드를 자르지 않는 이상 신상맥주는 지르기 마련.

 

1.JPG

 

국내 첫 IPA(India Pale Ale)라고 불렸던 세븐브로이 IPA를 말아 드시고(정확한 경제지표는 없으나 일반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애매한, 그러면서도 맥덕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던 순간을 떠올리면 아마 큰 재미는 보지 못하셨을 것이리라) 다음 타자로 독일식 밀맥주인 바이젠을 내놓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뜬금포로 PA(페일 에일)IPA를 출시하셨다.

 

구매처는 집 근처(에서 차끌고 10분쯤 가야하는 꼴데마트). 가격은 세븐브로이 M 330ml 2480, 세븐브로이 W 330ml 2980.

 


이름과 디자인

 

이름: 세븐브로이 M&W

 

아마도 manwoman의 약자이지 않았을까 싶은 네이밍. 좀 더 헤비한 제품에 W를 붙인 걸로 봐선 아닐지도 모르겠다(성차별이라던가 뭐 그런 건 아니다. 오해는 말아 달라).

 

무슨 생각으로 M&W로 만들었는지 전혀 모르겠다. 쪼금도 감이 오질 않는다. '이름 따윈 됐고, 우리는 맥주만 잘 만들면 돼'라는 생각으로 하신 것 일지도 모르겠지만, 다음번엔 그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비와 하이트의 칙칙한 센스를 세븐브로이에서도 이어갈 필요는 전혀 없지 않겠는가.

 

디자인: "왜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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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필스너 우르켈의 코스터가 생각나는 디자인이다.

 

우르켈이 연상되는건 집어치더라도 이 디자인이 고의는 아니겠지. 응 그럴 꺼야. 하아... 다음엔 이러지 말아줘요. 정말 별로에요.

 

다음에 바이젠 내놓을 때는 어쩔 거에요. 바이젠도 W란 말이에요.

 

 

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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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브로이 M

 

세븐브로이 M. 페일 에일 4.6%

 

호박 빛의 외관. 부드러운 거품. 거품의 지속력이 높지는 않은 편이다향은 그리 강하지 않은 편. 과일향이 느껴지긴 하지만 매우 약한 편이다.

 

입안에서의 느낌은 꽤 부드럽다. 적당히 기분 좋은 씁쓸함. 그 아래 위치한 몰트의 맛. 맛의 밀도가 좀 더 높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탄산감은 강하지 않다. 입안에서의 첫 맛이 지속되지 않는 느낌. 뭐랄까 마치 재료를 덜 쓴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향이 많이 약한 게 아쉽다. 가격(2480)이야 뭐,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재구매를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음... 잘 모르겠다. 아니라고 대답할 듯. 뭔가 조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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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브로이 W

 

세븐브로이 W. IPA 7.0%


M과 비교하면 향에서 확실히 차이가 난다. 자몽향이 잘 느껴진다거품은 조밀하고 부드럽지만 지속력이 뛰어나진 않은 편.

 

몰트의 영향력에 좀 더 비중을 둔 것인지 씁쓸함도 나름 자리하고 있지만 치고 나가는 느낌은 없다. 몰트의 카라멜 맛이 감싸면서 중화시킨 탓인지 IPA이지만 그리 쓰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 IBU보다 마실 때 느끼는 씁쓸함이 낮을 듯.

 

MW 모두 탄산의 비중은 낮추고 마일드한 형태를 지향한 듯 싶다. 대부분의 맥주 스타일에서 과한 탄산감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추가점을 부여도수는 7%지만 IIPA(임페리얼 아이피에이)급은 아니고 IPA의 범주.

 

세븐브로이에서 처음 나왔던 세븐브로이 IPA 캔제품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면 엄청 빨아줬을 것 같은 기분이다. IPA라는 스타일이 일반인에게 먹히느냐 안 먹히느냐의 문제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7%짜리 IPA라는 시점에서 이미 일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맥주의 이미지에는 들어맞지 않을 제품이라 생각은 하지만.

 

"재구매를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이라고 답하겄다.

 

 

뻘소리

 

마시면서 궁금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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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있는 효모를 맥주와 잘 섞어드시면 크래프트 맥주의 참맛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잔에 따랐을 때 탁도를 보면 필터링 과정을 거친 맥주인 것 같은데 왜 효모와 맥주를 잘 섞어 드시라는 문구가 있는 것인지(언필터드라면 미안).

 

PAIPA가 가라앉은 효모를 살려내서 마시는 게 일반적인 맥주도 아닌데 이건 뭘까 싶다. 펍 레x에서 스x핀을 서빙할 때 효모를 따라주신다며 병을 흔드시는 모습을 봤을 때의 애잔한 느낌을 다시금 받는 기분이랄까?

 

어쨌거나 7%자리 맥주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W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세븐브로이 IPA캔 제품에서 받았던 아쉬움이 많이 상쇄되는 느낌이랄까. 앞으로도 다양한, 그러면서도 완성도 있는 맥주들을 만들어주길 바랄뿐이다. 나는 그때도 가난할 터이니 큰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일반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곳이 꼴데마트 뿐이라는 소식은 좀 기분 나쁘지만 세븐브로이가 뭔 힘이 있겠는가.

 

시간적으로 여유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통풍으로도 여유 있다면, 한번 잡솨봐.

 


2. 사이더


간만에 맥주에 대해 디벼보는 김에 다른 술에 대해서도 함 살펴보자.


 사이다 (cider)

[명사]


1.청량음료의 하나설탕물에 탄산나트륨과 향료를 섞어 만들어달고 시원한 맛이 난다.

만화가 너무 오래되어 맛이 밍밍해진 사이다의 거품으로 입술을 축이며 물었다.<문순태피아골>


2.사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독한 술음료나 식초의 원료로 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Cider-noun[U]


1.UK (US-hard cider, Australian English-rough cider): an alcoholic drink made from apples


2.US(UK-apple juice): juice from crushed apples, used as a drink or to make vinegar


Cambridge Dictionaries Online




 사이다

[심리형용사(?)]


1.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를 접했을 때의 느낌

) MB가카가 감옥에 가는 것을 보게 되니 완전 사이다!


 진실된자.jpg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나에게 있어 사이다는 어린 시절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던 길에 어머니께서 삶은 달걀을 까주시며 함께 마시라고 손에 쥐어주던 그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작 꼬꼬마 때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본 적이 없으니 저러한 기억이 실제로 존재했을 리는 만무한데 아마도 흑백TV에서 보여주던 영상의 단편을 부러워한 나머지 거짓 기억을 만들어 간직함으로써 만족감을 얻으려 했던 것 같다.

 

사이다는 과연 뭘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 날이 있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네슈퍼의 냉장고에서 스프x이트를 첨 봤던 날이었는데, 뭔지도 모르고 그냥 새로운 맛의 음료수인가 싶어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머니 속 딸그랑 거리던 동전들을 모아 주인 아줌마의 손 위에 곱게 올려놓고 받은 그것의 맛이 전에 마셔봤던 사이다와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달았던 날이었다. ‘스프x이트 사이다라고 써놔야지 이게 뭐야!’라고 투덜거리면서 마지막 한 모금까지 털어 넣은 꼬마는 그런데 사이다는 뭐지?’라는 생각을 몇 초쯤 하고 놀이터로 뛰어가며 그런 생각을 했던 사실마저도 잊게 되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고 오늘은 어떤 술을 살까하며 마트 술 코너를 느적느적 배회하며 술병들을 쳐다보던 내 눈에 사이더가 들어왔다. ‘무색투명, 달달한 탄산음료가 아닌 알코올 5% 라고 써있는 술의 형태로써.

 

MolsonCider.jpg

이 사이더가 내가 아는 사이더가 맞는가

 

사실 Cider(사이더 혹은 시드르)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 탄산음료가 아니라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술로 잘 알려진 존재이다(cider는 사과주스를, hard cider를 사과로 만든 술로 부르는 지역도 꽤 많지만). 어째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사이다는 당연히 탄산음료를 부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이다를 사이다라 부르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를 전후하여 일본의 상품들이 들어오면서 일본에서 사이다(고종 재위기에 이미 일본에서 상품화된 상태인 미쓰야 사이다와 같은)라고 부르던 것을 고대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이제는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의 일상과 인식 속에 굳어져버렸으니 생각 외로 다양한 곳에 일본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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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야 사이더 


전 세계에서 무색투명, 레몬 향 달달한 탄산음료인 그 사이다를 사이다라고 부르는 나라가 둘 뿐이라는데(어딘가 또 있으면 어쩌지?) 하나는 우리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이라 하더라그런고로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사이다 플리즈!’라고 외치면 술이나 사과주스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자.

 

우리는 일본의 영향으로 이리 되었으니 그렇다 치고 일본은 왜 무색투명, 레몬 향 달달한 탄산음료를 사이다라고 부르게 된 것일까? 정확히 이것 때문이다는 증거는 없는 듯싶지만 에도막부 후기 즈음하여 일본에 들어와 제한적이나마 상인으로 활동하던 화란인들이 사과발효주인 사이더를 들여왔는데 비슷한 시기에 함께 들여온 레몬에이드를 사이더라고 부르는 것으로 오해하여 일본인들이 레몬에이드를 사이다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것을 착향탄산음료로 발전, 상품화 시키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는 게 유력설까지는 아니고 기원썰 중 하나인데, 언제나처럼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고 싶은 이성에게 술 이야기를 풀면서 하나씩 던져놓을 구라자료로 써먹는 정도로 읽고 넘어가주십사.


그럼 진짜 사이더는 무엇일까?

 

보통 사이더는 영국과 서, 북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과실주의 한 형태로 사과를 베이스로 하여 만든다(와인이 포도를 재료로 한 발효주이고 맥주가 보리를 재료로 한 발효주라면 사이더는 사과를 재료로 한 발효주). 국가나 지역에 따라 사과를 압착해서 만든 사과주스를 뜻하기도 하는데 사과주스에 대해 이야기할 마음은 없으니 술 이야기로 가자.

 

IMG_0137-.png

사이더(다는 아니고 일부만)

(참고로 화면 내에 맥주는 우측에 있는 국맥 2종뿐)

 

사과를 발효시켜서 만든 술이라는 것에서 볼 수 있겠지만 매실주마냥 큰 담금주 통에 사과를 넣고 소주를 부어 넣고 시간을 믹싱한 그것은 사이더가 아니다(그냥 사과 맛 소주라고 생각하시고 편히 드시라). 당분이 담긴 즙에 효모를 투여하면 효모가 그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싸는 결과가 생기는데 사이더의 경우에는 당분을 제공하는 재료가 사과즙인 것이다. 뭔가 거창한 것이 있을 것 같겠지만 별거 아니다. 그냥 사과를 재료로 한 발효주이다. 생각해보면 물에다가 설탕 넣고 탄산 넣고 레몬 향을 집어넣은 그 사이다가 더 신기하고 뭔가 거창해 보인다.


사이더의 맛은 어떨까?

 

사이더니까 사이다랑 비슷한 맛이 아닐까?’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맥주병과 색만 다르고 똑같이 생긴 병에 담긴 탓에 맥주랑 비슷한 맛인가?’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물론 당연하게도 다른 맛이다.

 

알코올 도수는 맥주와 비슷한 5%의 근처에 머무른 제품들이 많은 관계로 마시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마셔보면 , 이건 또 다른 술의 세계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사과주스에 대한 연상 작용 때문인지 처음 사이더를 마시기 이전에 머릿속에 그려진 맛은 스위트 와인처럼 달고 부드러운, 하지만 베이스에 알코올의 맛이 숨어있는 그런 이미지였다. 하지만, 실제로 마셔본 첫 사이더(영국식)는 스파클링 와인처럼 탄산이 많고 단 맛도 조금은 느껴지지만 전체적으로 드라이한 맛이 강했으며 혀에서는 떫은 느낌도 잡아내고 있었다. 정말로 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후에 몇몇 종류의 사이더를 더 접해본 결과 그런 모습이 전부인 건 아니라는 걸 느끼긴 했지만.

 

과일을 이용했으니 단맛이 강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이더들이 강한 단 맛보다는 어느 정도만 단 맛을 취하고 전체적으로 드라이한 형태를 보여준다. 물론 많이 달달한 사이더도 있다. 국가나 지역마다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사과의 비율이 조금씩 다르고 때로는 pear(서양배)를 재료로 한 것도 사이더라 부르는 곳도 있는 관계로 그 맛이 다양한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IMG_0135-.png


예를 들어 이 사이더는 이것저것 넣어서 술이라기보다는 음료수에 가깝게 느껴진다.


적당한 과일의 단 맛과 풋풋한 사과의 향기, 드라이하고 깔끔한 느낌과 혀에 살짝 남는 탄닌감, 그리고 청량함을 부여해주는 탄산들이 많은 사이더에서 느낄 수 있는 특성인데 이러한 것들 때문에 사이더는 식전주로, 혹은 피크닉 같은 장소에서 가볍게 두어 잔 마시기에 매우 적절한 술이다.


때로는 바람이 많이 불어 쌀쌀한 기운이 조금은 남아있지만 햇빛 비추는 한낮, 어느 조용한 공원 벤치에 앉아 헤드폰 속 음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면 아, 봄이구나.’는 생각이 절로 나는 시기이다. 봄이라고 해봐야 별다를 것 없이 지난 겨울 보내왔던 시간들의 반복인 삶이겠지만 외투의 무게가 가벼워진 만큼이라도 어깨 위에 짊어진 삶의 무게 또한 가벼워졌기를 바라는 것이 나. 그리고 나와 크게 다르지 아니할 너님들의 바람이지 않겠는가어쨌거나 저쨌거나 봄이니까 소풍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다.


가까운 공원이라도 좋으니 간단히 준비하고 나가서 느긋하게 여유를 즐겨보기 바란다. 외로우면 슬퍼지니까 되도록 혼자는 말고 사랑하는 사람을 꼬셔서 말이지. 사이더와 유리잔, 얼음(힘들면 동네 편의점에서 파는 얼음 담긴 플라스틱 컵이라도), 간식거리 돗자리 그리고 구라를 풀어낼 수 있는 혀를 챙기는 노력과 센스를 보여주면 그 혹은 그녀가 어찌 반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반하지 않는다면 그건... 모르겠다. 굿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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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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