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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08. 수요일

sydney





-그들과 우리, 어떻게 다른가?- 


이 글은 시드니에서 15년간 택시 운전을 하며 얻은

문화인류학적 느낌을 정리한 글입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신사가 전화로 열나게 떠들면서 차를 세웠다. 타자마자 “시티!” 라고 말하고는 계속해서 전화로 싸웠다. 세상에 싸움 구경처럼 재미있는 것은 없는 법이기 때문에 열심히 들어 보았더니 내용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듣자하니 남자는 아내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아서 찾아갈 수도 없고, 전화로만 이야기할 수 있는 처지였다. 호주에서는 갈등이 생긴 부부 중 여자 쪽에서 ‘폭력우려신청’을 하면 갑자기 상황이 심각해진다. 거기다 폭력우려경고 명령의 13개 조항 중 하나인 ‘100M 접근 금지’ 처분을 받으면 남자는 꼼짝 없이 집에서 쫓겨나야 한다. 그 기간이 최대 1년인데, 1년을 별거하면 자동이혼이다. 재산은 50:50으로 나눠지나, 16세 이하의 자녀가 있으면 재산의 3/4가 여성에게 간다. 이혼을 한 후에도 자녀가 1명이면 18%, 2명이면 27%가 남편의 수입에서 떨어져 나간다. 술 먹고 잘못 땡깡 부리면, 12시간 안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혹시 외국에서 사는 딴지스들이 있으면 잘 암기 하도록 하자. 아프리카가 아니라면 대강 비슷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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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접근금지’ 처분을 받으면 자기 집이 1,000만 불짜리라도 들어 갈 수 없다. 실제로 접근금지 처분 때문에 200만 불짜리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허름한 여인숙에서 사는 남자도 보았다. 집을 살 때 받은 은행 융자를 꼬박 꼬박 갚아야함에도 집에는 들어가지 못하는데다 당연히 아이들도 못 본다.


이런 일 때문인지 택시의 남자 승객들이 호주의 법이 잘못되었다고 울분을 토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프라이버시를 칼같이 지키는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이혼한 신세 한탄을 쉽게 하는 것은 그만큼 억울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은 여자들한테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구시렁대는 것이 모두 남자들인 것은 그만큼 법이 여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 차에 탄 남자는 150만 불짜리 비즈니스를 팔았는데 빚을 갚고 나서보니 돈이 얼마 안 남았단다. 그래서 아내에게 그 돈 어디다 썼느냐고 추궁을 당하는 모양이었다.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화가 나서,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면서 전화를 하는데, 저러다가 심장마비가 오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통화 내용을 들어 보니 여자가 남자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악만 박박 쓰는 것 같았다.그에 남자는 소리를 질렀지만, 욕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 같으면 벌써 욕이 튀어 나왔을 것 같은데, 좋은 집안 출신인 것 같았다. 남자는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더니 나중에는 힘이 떨어졌는지 전화를 끊었다. 목이 마를 것 같아 물 한 잔 주고 싶은데 다른 물은 없어서 내가 먹던 물이라도 마시겠냐고 했더니 괜찮단다. 나보고 소란을 피워서 미안하다기에 당신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위로했다.


남자는 한참을 멍하니 있더니 갑자기 바닷가로 가자고 했다. 또 한참을 말이 없기에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 했더니 바다가 잘 보이는 낭떠러지 옆에서 세워 달란다. 거기는 가이드들이 종종 한국 관광객들에게 영화 <빠삐옹>을 촬영했다고 구라치는 곳이었다. 실제로 가끔 다이빙으로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은근히 걱정이 돼서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힘없이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신경이 무지하게 쓰여서 그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다시 그 자리에 갔다. 남자가 멀리 바닷가 난간에 기대어 서 있었다. 택시로 다가오더니 나인 줄 알아보고 아직 안 갔냐고 물었다. 나는


“동네에서 한 사람 태워주고 지나가는 길이다.”


라고 둘러 댔다. 남자는 다시 택시에 타더니 이번에는 가까운 주택가로 가잔다. 주택가 근처 상가에서 내려주고 신호등에 걸린 동안 ‘저 인간이 무얼 하나?’하고 주시를 했다. 남자는 어느 상점의 쇼윈도를 맥없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영락없이 갈 곳 없는 사람의 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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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젊은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하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엄마아빠는 언제 이혼 할 거야?”


하더란다. 깜짝 놀라서


“너 왜 그런 소리를 하니?”


물어보니까, 어깨를 으쓱하더니, 혼잣말로


“엄마아빠가 이혼 하면 나는 누구를 따라갈까? 엄마는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할 줄 알지? 아빠는 돈을 벌어오지? 누구를 따라 가는 게 좋을지 이따가 형한테 물어봐야지.”


하더란다. 호주는 초등학생 때부터 이혼에 대해서 가르친다. 부모가 갑자기 이혼을 하는 경우에 생길 아이의 정신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혹은 이혼한 가정의 친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람이 살다가 싫으면 이혼 할 수도 있는 법’이라는 인생철학을 아주 일찍부터 가르친다.



어느 날 TV에서 ‘동성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문제’에 대하여 토론하는 것을 보았다. 반대하는 입장에서 동성부부가 아이를 키우면 교육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공격을 하자, 찬성하는 입장에서


“통계에 지금 1/3이 혼자 자식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혼자 키우는 것보다 둘이 키우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


라고 반론을 했다. 말이 되지 않나?



그렇다면 남들은 그렇게 쉽게도 잘들 하는 이혼, 한 번도 못해 보고 한 인간과 몇 십 년을 살다가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지, 좋은 예를 한 가지 들어 보겠다.


조그만 쇼핑백을 든 노인이 타더니 이태리 악센트가 강한 영어로 멀지 않은 곳의 공동묘지에 가자고 했다. 택시로 묘지에 가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서 말을 걸었다. 노인은 8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내의 묘에 간다고 했다. 노인이 말하길 본인이 운전을 할 때는 매일 갔었는데, 지금은 1주일에 3번 정도 간단다.


택시에서 내린 노인은 공동묘지 입구에 있는 꽃가게에 가서 꽃을 한 다발 사왔다. 다시 노인은 이리저리 나를 인도했다. 노인의 지시대로 묘역 사이로 차를 몰고 가서 비교적 새로 생긴 것 같은 묘역 앞에 차를 세웠다. 나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묘역이었다. 납골당처럼 생겼지만 화장한 재를 보관하는 곳이 아니고 관 채로 보관한 곳이었다. 그러니까 비석이 있는 재래식 묘가 개인주택이라면, 여기는 아파트 단지인 셈이다. 호주의 공동묘지에 와 본 일이 많지 않아서 무덤에도 아파트가 있는 줄은 몰랐다.


노인을 따라갔다. 아내의 대리석 맨션 앞에서 노인은 먼저 쇼핑백에서 작은 카세트 녹음기를 꺼내들어 ‘아베마리아’를 틀었다. 순간 분위기가 거룩해졌다. 역시 음악의 힘은 위대하다. 노인은 꽃병에 꽂혀있는 시들은 꽃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로 사온 꽃들을 가지런히 꽃병에 꽂았다. 마치 제사를 드리듯이 정성스럽게 일을 다 마치고, 짐을 다시 쇼핑백에 넣은 후, 대리석 석판에 손을 얹고 잠시 묵상을 하고 일어섰다. 돌아오는 길에 자녀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자식이 4명 있지만 그들은 모두 잊어 버렸다면서 ‘한 번 아내는 영원한 아내’라고 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이 아름다움을 널리 알고 싶어 노인이 헌화를 하는 동안 양해를 얻어서 휴대폰으로 촬영을 했다.



아내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고 (없으면 말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들고 5분간 반성하길 바란다.



노인을 집까지 데려다 주었더니 택시비가 50불 가까이 나왔다. 그러니까 그 노인은 한 주에 아내의 묘지를 찾기 위하여 택시비 150불에 꽃값까지 200달러 정도를 소비하는 셈이다. 집값이 비싼 시드니에서 방이 세 개나 있는 집에서 혼자 산다던데...


노인은 말하는 것을 보아서 무척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것 같았다. 아내의 묘지를 찾는 그 정성으로 아내를 기리면서 뜻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다른 방법으로 아내를 기릴 수도 있을 터인데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보통 공항으로 가는 여자들은 옷차림이 말쑥한 법인데, 옷차림도 허술했고, 짐도 허접스러운 여자를 한 명 태웠다. 시드니에서 1,500km 정도 떨어진 ‘애들레이드’라는 도시에 사는데, 동생의 결혼식에 왔다가는 길이란다. 그 쪽으로 시집을 갔느냐니까 그런 것이 아니고 단순히 시드니는 집값이 비싸서 이사를 갔다고 했다. 어디에 사나 생활비는 똑같이 들지만, 시드니에서는 자기가 가진 돈으로는 도저히 집을 살 수가 없었고, 차라리 집세 내는 것보다 다른 도시에 가서 살더라도 대출을 해서 집을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이사를 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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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레이드의 모습.

여기도 충분히 살기 좋아보인다...



여기까지는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는데, 그 다음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남편 없이 혼자 4살짜리 딸을 키우는데, 집이라도 하나 가지고 있어야 딸애에게 장차 물려줄 것이 아니냐며, 자식을 위한 제반도 없이 애를 낳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자기도 아버지에게 돈을 조금 물려받았기 때문에 집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혼을 했는지 사별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양 사회에서 어린 딸의 장래를 생각해서 집을 물려줄 생각을 하는 여자는 흔치 않다. 기특해서 내릴 때 택시비를 10% 활인해 주었더니 천국에 들어가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처럼 기특한 엄마도 있지만,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사회가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


하루는 라디오 콜이 나와서 손님을 태우러 컴퓨터에 나온 주소대로 찾아 갔다. 구내는 매우 넓은데 건물이 드문드문 있었고, 모두 밖에서 안이 안 보였다. 어딘가 음산했다. 도무지 학교도 아니고, 병원도 공원도 아닌 게 매우 수상스러웠다. 한참을 기다렸더니 한 건물에서 무뚝뚝해 보이는 덩치가 큰 통가(편집자 주- 오세아니아의 국가. 태평양상에 있음) 여자가 나왔다. 호주에서 통가인들은 보통 경비원으로 많이 일한다.


손님이 타고 나서 조심스럽게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고 물었더니 십대 여자애들을 수용하는 소년원이란다. 현재 재소자는 18명이며, 그 중에는 살인범도 2명이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을 관리하는 직원은 20명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18명의 말썽꾸러기들 때문에 거대한 시설이 운영하고 있고, 수백만 불의 세금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 애들이 어디서 왔는가? 하늘에서 떨어졌나? 아니다. 대부분이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왔을 것이다. 부부싸움이 잦아 가정이 깨지고, 삐뚤어진 자녀가 문제를 일으키면 상담전문가, 경찰, 교도소 등에 막대한 세금을 쓴다. 모두 다 사회가 부담하는 돈이다.



운전을 하다 보면 손님이 택시의 문을 잘못 닫을 때가 있다. 문을 다시 닫을 때면 반드시 차를 세우라고 한다. 달리면서 재빨리 문을 다시 열었다가 닫는 법은 절대로 없다. 차를 세울 수도 없는 복잡한 거리에서도 꼭 차를 세우라니 어떨 때는 ‘그냥 열었다 닫으면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짜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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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문 여닫으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한 장면)



한 번은 동양인 청년이 백인 여자애와 같이 탔다. 동양인이 어느 나라 사람인가 하고 궁금하던 찰나에, 동양인이 차가 달리고 와중에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 행동을 보고,


“당신 한국인이지?”


하니까, 청년이 깜짝 놀라서 어떻게 알았냐고 되물었다. 내가 눈치를 챈 이유를 설명하니까 저도 이상한지 웃는다. 호주에서 태어났다는데, 완전히 호주 사람일 그가 한국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궁금해서 물었다. 그랬더니 엄마한테 배웠단다. 어렸을 적부터 엄마가 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보고 배웠다는 것인데, 과연 그 청년의 엄마가 운전 중에 몇 번이나 문을 열고 다시 닫을 일이 있었겠는가? 애 엄마가 아이를 태우고 택시 운전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불과 몇 번이었을 텐데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배운 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버릇에서 재산까지 생물학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소까지 물려받고 물려 줄 수밖에 없는 관계를 천륜이라고 하고, 인간은 누구나 이 천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아무튼 천륜관리 철저히 해야 한다.



사실은 다음에서 내 아이디가 ‘이혼전문주례’이다. 내가 처음으로 관여했던 이혼은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이야기다. 바로 부모님의 이혼이었기 때문에. 우리 부모는 1940년대 말, 이혼이 오늘 같이 흔하지 않던 때 이혼했다. 나는 6개월 때 생모와 헤어졌지만, 호적정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아버지가 재혼해서 낳은 동생들은 내가 20살 때까지도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았었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호적등본 같은 것 없이도 학교에 다니는 것은 가능했던 것 같다.


동생들의 호적을 만들어주기 위해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20년간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와 생모를 만나도록 했다. 부모는 이혼서류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었다.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그 장면의 어색함이란 도저히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지저분한 이혼, 화끈한 이혼, 칼부림 나는 이혼, 소송으로 지루하게 끌려가는 이혼 등 다양한 이혼 사례를 봤다. 심지어는 이혼을 위한 재판에 증인으로 불려 나가서 양쪽 모두에게 공평한 증언을 했다가,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양쪽으로부터 적으로 몰려 버린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내가 법정에 증인을 서서 이혼까지 했는데, 나중에 다시 합쳐서 내 입장만 곤란해지는 멍멍이 같은 경우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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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주례와는 달리 이혼 주례는 생기는 것도 없이 완전히 사람의 진을 빼는 일이다. 결혼주례는 한두 번만 만나면 되지만, 이혼주례는 시도 때도 없이 만나야 하고 비상시에도 대처해야 한다. 때로는 자다가도 뛰어 나가기도 하고, 밥 먹다가도 달려 나가야 할 때가 있다. 마치 119 구급차량처럼. 이혼은 당사자들도 힘이 들지만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끼치는 민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 싸움을 시작하면 조용히 끝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혼전문주례로, 내가 부부 사이의 분쟁에 개입하는 이유는 ‘너 죽고 나 죽자’가 아니라 ‘너 살고 나 살자’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서,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개의 경우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가 아닌,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온갖 저주를 퍼부으리다’로 끝난다. 세상의 모든 이혼에는 ‘잘못한 편’과 ‘잘한 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잘못한 편’과 ‘덜 잘못한 편’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혼주례 할 때에 때로 ‘덜 잘못한 편’에 서서 ‘더 잘못한 사람’과 싸움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한다.
 
하여간에 이 세상에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처절한 이혼 과정에 개입해 본 이혼전문주례로서 아직 한 번도 실행에 옮겨보지는 못했지만, 이혼예식은 ‘신랑 신부 키스’ 대신 ‘따귀를 한 차례씩 때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자꾸 해봐야 잘할 수 있지만, 결혼은 여러 번 할수록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서 결혼을 한 번 이상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결혼을 여러 번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을 단 한 번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후좌우 상하를 골고루 살펴야 한다. 어느 날 아들딸들이 배우자를 데리고 나타나서 ‘나 이 사람과 결혼 했습니다’라고 하는 상놈의 사회와는 달리, 아직 한국에서의 결혼은 단순히 남녀가 결합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는 구조와 이쪽의 구조와의 결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특히 해외에 사는 동포들에게 큰 문제이다. 워낙 사람 수가 적은데다가 잘 돌아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같은 기독교인이라도 자기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끼리만 알고, 다른 교회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전문 직업을 가진 멀쩡한 처녀총각이 곱게 늙어가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처럼 이것저것 조건을 따질 수가 없어 한 쪽이 형편없이 기우는 비대칭 결혼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생긴다. 즉, 결혼의 사회적, 경제적, 법적, 심리적,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결혼이란 것은 오묘한 것이어서 수학 공식 같이 되는 것이 아니다. 수학에선 당연히 1+1=2가 되어야 하지만 분명히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서 둘이 되는 결혼은 1+1=2가 아니라 1+1=0.5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서로가 도움이 되는 것보다 서로의 장점을 제어하거나 심지어는 깎아 먹고 살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처럼 1+1=2이면 대박이 난거다. 결혼 생활이 1+1=0.5이면 그런대로 평년작은 하는 것이지만, 1+1=0이나 마이너스가 된다면 아마 악연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혼자가 그렇게 생각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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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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