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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10. 금요일

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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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은 보이스 피싱과 관련된 것이었다. 뉴스에 조금 떠들썩하게 나왔던, 할머니를 속여 수천 만 원을 지하철 사물함에 넣게 했다가 다행히도 현장에서 잡힌 피의자의 이야기다.

 

최근 보이스 피싱의 폐해야 말하면 입 아프고 그 수법도 점점 지능화돼가고 있다. 사실 저런 식이면 지능 범죄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할머니의 전 재산을 훔쳐가려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악랄하다 아니할 수 없다. 미수에 그쳤으니 망정이지 어쩔 뻔 했나 가슴이 철렁하다. (관련기사: '피싱에 전제산 잃을뻔한 할머니')

 

허나 그 보이스 피싱 범죄보다 더 강렬한 느낌으로 우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위 캡처 화면에 보이는 베스트 댓글이었다. 우원이 저 화면을 캡처한 시간은 오전 942, 그리고 저 댓글이 올라온 건 62분이다. 3시간 40분 동안 4188개의 좋아요가 달렸고, ‘싫어요는 단 38개뿐이다. 퍼센트로 따지면 좋아요의 비율이 90%를 넘는다. 와우.

 

뭐 저 비슷한 댓글이야 한두 번 본 게 아니지만 이게 특별히 눈에 들어온 데는 이유가 있다. 그냥 저런 놈들은 사형시켜 버려야 돼!’ 같았으면 우원이 귀한 지면을 할애해 가면서까지 언급할 일은 아닐 거다. 사람이 나쁜 짓을 보고 화가 나면 괜히 그런 소리를 뱉을 수도 있는 거니 말이다.

 

그런데 저 글은 좀 다르다. 화가 나서 즉흥적으로 뱉어 보는 어조가 아니다. 정말로, 진지하게 저 보이스 피싱범같은 자들이 사형당하기를 원하는 것 같고, 그러면 자기는 큰 만족을 얻게 될 것임을 차분하고 일상적인 톤으로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아가 세계최다 사형 선진국인 중국을 구체적으로 들먹이고 있는데 무엇보다 여기에 많은 네티즌이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정의의 실현을 향한 우리의 뜻이 이러하니, 이제 이 나라의 법질서와 윤리가 바로 잡히는 일도 멀지 않았으리라.

 

그럼 이 우리가 이토록 부러워하는 중국의 선진적 상황을 살펴보자.

 

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형집행 건수만 매년 6천명에 달한다. 인구가 우리의 30배라고 치면 우리나라로 따져 200명씩을 사형시키는 셈이다. 수많은 범죄를 사형으로 다루는데 그 종류가 살인은 물론 마약 관련, 금융 사기, 부패 등등 물경 50여 가지나 된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수 있는 범죄의 종목이 이렇게 다양하니 언제 어떤 실수로 사형 당할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과연, 죄 짓고 싶어도 섣불리 지을 수 없는 이상적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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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사형수의 연령과 계층도 열라 다양하고, 젊은 여성이라고 예외가 없다. 위 사진은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니라, 남자친구의 마약을 영문 모르고 운반했다가 검거돼 사형에 처해진 시골 처녀의 실제 모습이다. 목에 걸린 밧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이 사진을 찍은 직후 교수형을 당했다. 남자친구를 잘못 사귀고 그를 믿은 것도 다 자기 잘못이니 법의 엄정함을 달게 받아야 할 일이다.

 

이렇게 순진한 무지한 여성들이 남자친구를 도와주다가 사형에 처해진 사례들이 희소한 것만도 아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 다른 속 시원한 사연을 함보시라. (관련기사 '처형 전날 활짝 웃던 女사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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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총살을 통한 법의 집행을 앞둔 여성 범죄자들의 모습이다. 어쩌면 이 자리에서 죽은 여자들 중에는 우리에게 보이스 피싱 전화를 걸던 연변 여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대신 정의를 실현해 주다니 중국 정부에 감사할 뿐이다. 이들이 총에 맞은 직후의 통쾌한 사진들도 있지만, 그 모습에 마음 약해질 일부 나약한 자들에 대한 우려로 개재하지는 않으련다.

 

이렇듯 사형 선진국에서는 이런저런 내막 따위는 용납하지 않는다. 읍참마속이라는 말도 중국에서 비롯되었듯이, 일일이 사정을 봐 줘서야 어찌 법질서를 바로 잡는단 말인가?

 

아래의 사진은 처녀보다 소녀에 가까운 여성이 총살에 처해지기 직전의 모습이다. 열분들의 값싼 동정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이 여성은 순진한 외모와는 달리 간악한 살인자로 당연한 법의 응징을 받은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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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분들의 궁금증을 풀어 드리기 위해 긴 사연을 짧게 요악하자면 그녀는 어려서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쫓겨나 노숙하다 강간당했고, 이어 동네 깡패에게 팔렸고, 매일같이 폭행과 학대를 당했고, 그 깡패가 잠시 맡긴 친척에게 다시 강간당해 아기를 낳았는데, 그 사실을 알고 분노한 깡패에게 아기가 그만 살해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자를 쇠사슬로 때려죽이고 말았다.

 

살인범에게는 그에 걸맞은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선진국 예 하나만 더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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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의 주인공은 내몽고에 살던 18세의 후거지러투라는 청년이다. 1996년 그는 자신이 일하던 공장 근처의 공용 화장실에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했는데, 두 달 후 처형됐다. 사건 발생부터 범인으로 지목되고 재판을 받고 사형에 처해지는 데까지 단 62일이 소요됐을 뿐이다. 과연 선진국.

 

이 사건을 속 시원하게 해결한 수사팀장 펑즈밍은 이후 승진가도를 달려 후어하오터시의 공안부 부국장이 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5, 연쇄살인범으로 검거된 자오즈홍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하는 뜻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법질서의 권위를 중시하는 중국 당국은 재수사에 들어가지 않았고 다시 9년이나 지난 작년에야 비로소 재판을 열고 증거 불충분 등으로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형 집행 후 18년 만의 일이다.

 

엄정한 우원의 눈으로 봐도 이 경우는 조금 억울하긴 하다. 매년 6천명이 사형되는 중국에서 이런 일이 이 불운한 청년 한 사람에게만 일어났을 리도 없다. 하지만 어쩌겠냐. 흉악 범죄를 근절하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한 법이다. 학교도 못 다니고 공장에서 일하던 10대 청소년 같은 약자들이야말로 이런 희생양으로 적합할 터이다. 이런 사람 하나 죽는다고 사회가 머 그리 손해 볼 거 있겠냐는 거다.

 

다만 어쩌다 내 자신이 저런 입장에 놓이면 절대 안 되겠기에, 이 선진국에서는 길에서 사람이 다치고 죽어가도 도와주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사실 그런 일은 경찰이나 119의 업무지 시민의 일이 아니다. 공무원과 일반인의 확실한 업무 분담, 이런 영역에서도 필요하다.

 

어떠신가. 막연하게만 알던 사형 선진국 중국의 사례들. 이렇게 일부나마 구체적으로 접하고 나니 더욱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으시는가. 지난 수천 년 간 그래왔듯 이제 다시 대국 중국을 따라 배워 우리도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자.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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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반대 집회의 모습


부러운가? 정말 이게 부러워 보이시는가?

 

우원이 사형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저런 억울한 사연들, 그리고 누명을 쓰는 일들이 반드시 일어나기 때문이다. 혹자는 아주 나쁜 넘만 골라서라든가 극악무도한 범죄의 유죄임이 확실할 때만사형시킴으로써 이 문제를 피하자고 할지도 모른다. 근데 그런 식의 구분이 정말 가능한 걸까.

 

보자. 아주 나쁜 넘이란 건 시대에 따라 기준이 변한다. 우리나라만 봐도 7,80년대에 종북좌익 사범은 사형시킬만한 악당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열분들의 대부분이 그 시대 기준으로는 여기에 속한다. 아 물론 우리는 진짜 종북이 아니지만 권력을 쥔 사람들이 우리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거다. 그래서 만약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사형이 흔한 나라가 된다면 우리들의 목숨도 결국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장담할 수 있다.

 

유죄임이 확실할 때만이란 것도 말이 안 된다. 사법제도는 결코 완벽할 수 없다. 위 후거지러투의 예처럼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수사는 아니라 하더라도 실수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난다. 법은 증거와 절차에 따라 유죄를 선고할 수 있지만, 그가 정말 죄가 있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100% 확신할 수 없다. 현장에서 봤다는 증인들의 증언도 서로 엇갈리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소위 선진국에서도 잘못된 판결이 수십 년 후에 번복되는 일들이 심심찮게 생긴다. 이때 그가 이미 사형 당했다면 국가가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건 실수라는 변명으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범죄다.

 

후거지러투도 사형만 안 당했다면, 감옥에서 무기수로라도 살고 있었다면 결국 새로운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19년 전에 18세였으니 이제 서른일곱 살 일뿐이다. 보상금을 받아서 작은 가게라도 차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살 수 있었다. 그 대신 그는 지금 차디찬 흙 속에서 백골이 돼 있다.

 

목숨을 잃고 나서 사필귀정이 무슨 의미며, 사법정의가 뭔 개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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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이 사형을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더 근본적인 부분과 관련돼 있다. 여하한 이유로든 개인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범죄인데 국가는 그래도 된다는 논리적, 윤리적 근거는 대체 뭐냐는 거다.

 

어려서부터 남자들에게 이용당하고 고통 받다 죽은 저 어린 중국 여성으로 돌아가 보자. 그 여성이 끝없는 고난 속에서도 버티다가 정말 꼭지가 돈 것은 자기가 당한 수모와 유린 때문이 아니었다. 아기가 살해됐기 때문이었다. 강간으로 낳았건 뭐건 그녀에게는 평생 유일하게 사랑을 느낀 대상이 바로 그 아기였을 거다. 모질다 못해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이 살아갈 단 하나의 의미, 엄마로서의 삶을 준 작고 따뜻한 생명 말이다.

 

그런 아기를 그 깡패는 자기애가 아니라고 목 졸라 죽였다. 그리고 그 짐승에게 복수한 죄로, 이 약한 여성을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게 없던 국가는 그녀의 머리에 소총탄을 박아 넣은 것이다.

 

그녀와 국가 중 어느 쪽이 더 납득할 만한살인의 이유를 갖고 있는가. 그런데 왜 그녀는 죽음으로 벌을 받고 국가는 아무 벌도 받지 않는가. 이런 게 정의를 위한 제도적 필요악이라면 우원은 절대 사양이다. 100명의 악당을 죽이는 것보다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 악당은 감옥에 넣으면 된다. 무기징역, 종신형을 살리자. 하지만 죽은 한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되살릴 수 없다. 그 무게를 알지 못하는 곳은 문명 사회가 아니다.

 

어렵지만, 이게 인간으로 살기 위한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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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리얼미터

 

허나 위 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에서 사형제에 찬성하는 사람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극악한 범죄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 현상은 범죄의 증가와 별도로 현재 우리 사회의 각박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다들 느끼고 있다시피 이 사회의 분노 지수는 지난 수년간 조금씩, 하지만 명백히 높아져 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떠오르고 다들 비슷한 생각들을 하시겠지만 굳이 정치적인 부분을 특정하진 않을련다. 허나 전망의 결여와 정의의 실종이라는 상황들이 끼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 사실 우원부터 이전보다 분노가 많아졌다. 반드시 어느 특정한 방향을 향한 것만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뉴스를 보다 보면 저런 놈은 죽어도 싸다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정치인에서부터 악독한 범죄자에 이르기까지 세상에서 좀 사라져 줬으면 싶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사실 사형선고를 받는 범죄자들이 전부 앞에서처럼 억울한 사연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대부분은 흉악한 범죄자가 맞을 거다.

 

하지만 우리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지 말자. 이 말이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쓰이지만, 유별나고 특이한 상황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사형제도야 말로 바로 범죄라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국가와 그 구성원이 살인자라는 괴물이 되는 길이 아니고 뭐냐?

 

그 와중에 사형제의 존폐 논의를 넘어 이제 사기꾼들이나 웬만한 범죄자까지 다 사형시켜야 한다면서 중국이 부럽다느니, 거기에 좋아요 수천 개가 달리는 게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이다.

 

정신 차려야 된다. 계속 인간으로 살려면. 그리고 자칫 스스로 억울하게 사형당하지 않으려면.

 











<파토의 쿡찍어 푸욱>은 


시급한 현안에서부터 해묵은 숙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 사회 관련 문제를 다루는 코너임다.


과학 잡설 <호모 사이언티피쿠스>와 교대하면서 격주로 연재되니


 많은 사랑 주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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