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4. 10. 금요일
TV불패 잘은모름
편집부 주 |
01. 소중한 무언가에 찾아온 큰 변화
그리 특별하거나 충격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이 첫 방송을 했던 날의 기억은 이상하리만치 선명하다. 새로운 주말 예능방송이 시작한다기에 저녁밥을 먹으며 아버지와 둘이 봤던 조그마한 텔레비전. TV 속에서 빨간색 츄리닝을 입은 남정네들이 흙바닥 위에서 열심히 뛰고, 구르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당시 <무모한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그 방송이 2015년,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첫 방송부터 빠짐없이 ‘무도’를 챙겨보았던 나는, 어린 중학생 아이에서 대학졸업 후 스펙 쌓기에 여념 없는 취준생 예비군 아저씨로 성장했다. (퇴화한 것 같은 느낌도 좀 들지만...) 한 가지 방송 프로그램을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지켜본 적이 없다보니 10년 간 ‘무한도전’과 함께 나이를 먹어왔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이런 감정은 나와 내 주위의 친구들, 내 또래의 사람들 대부분이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유독 젊은 층이 무도에 강한 애정을 보이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한다. 조금 어리석어 보이거나 부질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무도라는 방송이, 우리 세대에게는 나이를 먹어 오면서 마음 한 군데에 자리 잡은 ‘소중한 무언가’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그렇게 소중한 무한도전이 10주년을 맞아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야 ‘식스맨 프로젝트’
(출처- 무한도전 트위터 @realmudo)
현재 5인조 체제인 무한도전에 영입할 6번째 멤버, ‘식스맨’을 찾는 프로젝트란다. 새로운 얼굴이 무한도전에 들어오는 건 2009년 방송에 ‘길’이 등장한 이후 약 6년만이다. 당연하게도 이 소식은 무한도전 팬들의 많은 관심을 사고 있다. 젊은 층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현재 모든 예능 방송을 통틀어 사실상의 원탑이라 불리고 있는 무한도전에게 ‘새 멤버 영입’이란 순탄하고, 조용히, 자연스럽게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사람들의 반응은 ‘새 멤버 영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우려와 기대로 갈리기 시작했고, ‘누가 좋을 것 같다’, ‘누구는 안 된다’라며 후보군들을 평가했다.
sns 시청자 추천, 빅데이터, 전문가 추천 등을 거쳐 결정된 8인의 후보는 3월 14일, 무한도전 식스맨 3편 방송에 출연했다. 8명으로 후보가 좁혀지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더욱 커졌다. 각자 맘에 드는 사람과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맘에 품은 채, 다른 후보자를 지지하는 이와 편과 패를 갈라 갑론을박(혹은 개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4월 4일, 식스맨 4번째 방송에서 후보자 자체 투표로 3명의 후보가 탈락하자, 시청자들 사이의 갈등의 농도가 진해졌다. 누군가는 투표 방식에 불만을 표하기도 하고, 탈락한 후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며, 지지하는 후보를 기준으로 갈려나간 무리들 사이의 언쟁이 뜨거워지자 상대편(?)의 의견을 멋대로 해석하거나 매도하는 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분노하며 달려들어 결국 진흙탕 싸움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제는 후보에 대한 단순한 호불호를 표하는 것 자체를 ‘전쟁 선포’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
으앙 내가 조아하는 사람 탈락했어 ㅠㅠ
안다. 꽤나 쓸데없는 에너지소비며 감정소비다. 이 논쟁을 한 발짝 물러서서 보는 분들은 ‘쟤덜은 뭐 저런 걸로 싸우고 앉았냐...’라는 생각을 하실 거다. ‘방송 프로그램에 새로 합류하는 연예인이 누가 되어야 하는가’하는 문제로 이토록 뜨거운 쌈박질이 벌어진 것이 방송 역사상 있긴 있었을까 싶다. 필자는 대중문화에 과도하게 관심을 쏟고 감정을 이입하여, ‘유희’나 ‘교훈’보다는 ‘스트레스로 인한 암 발병률 상승’을 얻을 가능성이 더 큰, 감정적 에너지소비를 지양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식스맨 프로젝트에 대한 과도한 논쟁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들의 마음 역시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 실제로 식스맨 후보자들과 지지자들에 대한 비판을 넘어, 비난이 뒤섞여 나오는 모습을 적잖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무한도전이라는 방송에 대해 ‘강려크’한 애정을 가진 이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식스맨을 뽑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름 각각의 후보들에 대해 ‘평가질’을 하고, 누군가를 응원하기도 했으며, 투표 방식에 대한 불만을 가지기도 했다. 아마 나와 10년을 함께해온 방송 프로그램에 생기는 큰 변화로 인해 혹여나 문제가 생긴다면, 고생하며 힘들게 버틴 일주일을 보상받는 순간이자 삶의 낙인, 토요일 주말 저녁 6시 25분이 ‘와장창!’하고 망가질 수 있다는 걱정과 뜨거운 애정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싶다.
와장창! -끄읏-
(출처- 이말년씨리즈)
이것은 본능이다. 소중한 것이 조금이라도 망가질까 우려하는 본능.
‘평가해봐야지!’하고 맘을 먹어야 시작하는 일이 아니며, 그 동안 이 방송을 사랑했던 내 말을 들으라 갑질을 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으나 정치적 성향의 차이로 나뉜 이들이 링 위에서 꽤나 거칠게 싸우는 것처럼, 식스맨 논쟁은 소중한 것을 아끼고픈 간절함은 같으나 생각이 달라 일어난 ‘비극적 쌈박질’이라 볼 수 있다.
사랑하는 마음은 강력하다. 그러므로 같은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다투기 시작할 때에 나는 소음이 조용할 리가 없다. 물론 과도한 ‘비난’을 용납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그들이 왜 그렇게 이 사건에 매달리는가’를 고민했을 때, 그들의 ‘애정 어린 본능’ 정도는 공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따름이다.
부먹론자와 찍먹론자 모두 탕수육을 사랑한다.
방송을 판매자로 보고 시청자를 소비자로 보았을 때, 소비자는 자신이 소비한 콘텐츠에 대한 감상과 의견을 충분히 표할 수 있으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토론’의 언성이 높아지고 감정이 앞서기 시작하면 ‘싸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격한 표현과 필요 이상의 이입이 난무하는 식스맨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여러모로 아쉽다.
여기서 필자가 진정 고민한 것은 따로 있다. ‘제작진이 식스맨 프로젝트를 한 것이 과연 좋은 선택이었을까?’하는 것이다. 식스맨 프로젝트 방송 동안,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뿐 아니라 시청자들 간의 갈등까지 생겼다는 점을 생각하면, 식스맨 선발 과정을 시청자에게 공개한 것이 과연 좋은 결정이었나 싶다.
02. 어차피 어떻게 마셔도 졸라 아플 것이라면...
식스맨 프로젝트의 방송의도를 나름대로 파악해보자면,
‘각종 투표와 선발과정을 방송으로 꾸며 해당 멤버의 영입에 명분을 만들고, 몇 주간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후보자들을 미리 방송에 노출시키면서 시청자들에 눈에 익도록 하여, 멤버 영입에 대한 반발을 줄이면서, 새 멤버가 자연스럽게 무한도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 제작진은 무턱대고 새로운 사람을 부르는 것보다, 선발과정을 방송으로 내보내 시청자에게 공개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왜 저 사람을 영입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반발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 ‘새 멤버’가 될 이가 ‘후보자’로서 미리 무한도전 촬영을 하는 것이, 새 멤버와 기존 멤버, 그리고 시청자가 서로에게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판단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이 프로젝트 자체가 역으로 반발을 키울 수 있는, 무한도전 제작진의 자충수였다고 생각한다.
후보자 중 하나였던 전현무의 말대로 식스맨의 자리가 ‘독이 든 성배’라면, 너무도 명확한 것이 하나 있다.
그 성배는 어떻게 마시던 졸라 아플 수밖에 없다.
소주를 타먹든, 맥주를 타먹든, 제티를 타먹든, 마른안주를 먹든, 과일안주에 먹든, 원샷으로 마시든, 쪼개서 마시든 간에, 다 마시고 머리에 털 때가 되면 아플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식스맨 프로젝트는 이러한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고, 몸에 퍼진 독이 풀릴 때까지의 시간을 줄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이러한 배려가 식스맨에게 더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오랜 시간 적응기를 갖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성배를 마신 이후의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새 멤버 영입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길이 투입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제작진과 멤버들이 의견을 나누며 한 번 ‘스윽’ 넣어보는 게 더 나은 방법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빠, 당연히 원샷이겠죠? 반 샷 개나 줘♡
(영화 '인디아나 존스3: 최후의 성전3의 한 장면)
무한도전에서 이미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기존 멤버들의 틈바구니에 새로운 멤버로 들어가 함께 설 그 누군가는, 맘에 들지 않아하는 이들의 반발을 견뎌내야 한다.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무한도전의 앞길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이겨내야 한다. 아마 ‘제 2의 유재석’이 와도 완벽한 식스맨은 힘들 것이다.
식스맨이 된 멤버는 추가적인 문제를 더 견뎌야 할 수도 있다. 노홍철(이하 ‘그 녀석’이라 칭함)이 음주운전 적발로 무한도전을 그만두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녀석을 다시 영입하라는 목소리가 적잖이 있다. 이 가운데, 새 멤버의 모든 행동이 그 녀석과 비교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녀석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과정에서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과의 비교도 이겨내야 할 것이란 것이다.
후보자가 8인에서 5인으로 줄었던 4월 4일 방송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에서 이미 이러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살아남은 5인의 후보자로 방송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며 ‘ㅇㅇㅇ(탈락자)였다면 잘했을 텐데’, ‘ㅁㅁㅁ(생존자)보다 ㅇㅇㅇ(탈락자)가 더 잘하는데’ 등의 반응을 보이며, 탈락한 후보자를 계속 거론했다.
8인의 후보자가 발표된 때부터 이미 시청자들은 응원하는 후보자를 기준으로 조금씩 패가 갈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한번 주었던 마음을 금방 다른 이에게 옮겨 타도록 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아무런 과정 없이 영입된 멤버일지라도 그 녀석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할 텐데, 이 경우 식스맨은 프로젝트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한 7인에게 마음을 주었던 시청자들의 비교를 감내하며 또 경쟁을 해야 한다. 다른 이에게 마음을 줬을 뿐만 아니라 ‘최종 결정된 식스맨’을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부터 반대하거나 마땅치 않아한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약간의 미운 털까지 박힌 채 출발한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식스맨은 그 녀석의 빈자리를 잘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뿐만 아니라, 여덟 갈래로 나누어진 마음들에게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해야 한다. 다행히 ‘내가 지지했던 후보’가 ‘새 멤버’와 교체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시청자들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하는 기간이 길진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간에 프로젝트를 거치지 않고 투입되었을 때보다 더 많은 이들과의 비교를 견뎌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식스맨 프로젝트의 기본적 포맷이 ‘평가’로 진행된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한도전은 후보자들에게 ‘빅데이터’를 그래프로 보여주기도 하고, ‘무서운 상황에서의 리액션 테스트’, ‘기조연설’, ‘검증토론’, ‘강심장 테스트’, ‘인성 검증 토론’, ‘아이디어 발표’등을 진행했다. 모두 평가형식이다. 굳이 평가형식이 아니었더라도 시청자들은 후보자를 본능적으로 평가했을 텐데, 심지어 진행의 틀 자체가 평가다. 그렇다면 시청하는 사람은 후보자를 더 맘먹고 ‘평가’하지 않을까.
시청자들이 후보자들을 평가하도록 무한도전 측에서 부추긴 경향이 없잖아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나름대로 평가(혹은 평가질)를 한 시청자들이 자신이 가진 판단을 들고 게시판에 나와 논쟁을 벌이는 상황 역시, 평가형식이라는 포맷이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평가 포맷의 방송을 보여주면서, 후보자 모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응원하길 바라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게다가 평가를 내릴 후보자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일 때에는 시청자들이 내린 평가‘들’이 더 혼란스럽게 섞인다. 식스맨 프로젝트의 포맷으로 인해 후보자가 느끼는 부담과 시청자들의 갈등이 더 커진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후보자가 성배를 마시고 아파해야한다면, 제작진 측에서 시청자의 눈치를 덜 보기로 하고 정면 돌파하여 후보자를 스윽 투입시켰으면 어땠을까.
스-윽 좋아! 자연스러웠어
무한도전을 재밌게 만드는 방법을 잘 아는 이들은 누구일까. 아마 10년간 무도를 이끌어온 제작진과 무한도전 멤버일 거다. 피자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10년 간 피자를 만든 사람만큼 피자에 대한 감각과 지식을 보유하기는 힘들다. 반대로 10년 차의 요리사는 음식을 먹는 사람의 기호를 고려해야겠지만, 여러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오히려 길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 요리사는 손님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면서도 피드백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시청자의 반응과 의견이 옳은 경우도 적지 않으며, 그들의 피드백을 방송에 적용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결국 방송을 만드는 이, 만들 줄 아는 이가 누구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제작진과 멤버들의 의견이 더욱 주체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한도전 PD인 김태호 PD가 최근 한 강연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진행보조자 및 분량확보의 역할을 했던 그 녀석의 빈자리를 유재석이 혼자 채우느라 힘들어 한다고. 김태호 PD가 이야기한 애로사항은 그저 방송을 보며 즐기기만 했던 시청자로서는 알아채기 힘든 부분이다. 10년 간 자리 잡힌 촬영현장의 분위기, 연기자와 스태프 간의 관계, 멤버간의 자연스러운 호흡, 제작과 편집의 과정 등 시청자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멤버들과 제작진의 몸에 베 있고, 이런 부분들이 지금까지도 무한도전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그렇다면 ‘촬영장에 필요한 새로운 연기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답해줄 수 있는 사람 역시 그들이 아닐까. 새 멤버의 후보군을 추릴 때에 ‘저 사람이 연예인이 아닌 하나의 사람일 때에는 어떤 모습인가’, ‘멤버들 간의 호흡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인가’, ‘촬영장 분위기에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따위 질문의 답을 시청자에게 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시청자들은 제작의 과정에 대한 고민보다는 소비자로서의 기호나 바람을 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의견 말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할 때에 조심해야하는 부분이 또 있다. 의견을 표시하는 시청자보다 표하지 않는 시청자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시청자가 자신의 의견을 인터넷에 게시한다는 것은 상당히 적극적인 행동이며, 다수의 적극적이지 않은 시청자들은 방송을 본 뒤 나름의 감상을 가슴에 남겨둔 채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게 인터넷 상의 의견이 시청자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방송에 대한 과한 이입 없이 단순한 감상과 작은 의견만을 가진 채, 사적인 자리에서만 무한도전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의견이 적극적인 시청자의 그것과 일치할 지도 의문이다.
후보자로 뽑힌 8인의 인물 역시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다양한 인물이 뽑히지 않았나하는 개인적 감상도 있다. 식스맨 프로젝트 방송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고려하지 않고, ‘새 멤버는 누구?’에 대한 물음만을 기준으로 제작진과 멤버 간의 회의를 통해 후보군을 선정했다면, 일정한 스펙트럼(성별, 나이, 성향)내에서 후보자를 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두 경우에 예상되는 후보자들 사이의 간극이 꽤 있다면,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도나 다양성의 확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어설프게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선발 과정을 공개하기 위해 후보자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건 좋지 않다. 실제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후보자들의 눈에 띄는 점들(성별, 군 문제, 해외 스케줄, 과거 행실)을 지적하며 논쟁하는 일이 생겼다. 여기에 자체 투표와 같은 룰의 선정에 대한 불만까지 더해지면서, 의견 반영과 방송 제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효과보다는 후보자들의 부담과 시청자들의 갈등만이 더 생긴 것 같다.
차라리 무도 멤버와 제작진이 자체적인 회의를 신중하게 거쳐 후보자를 추려낸 뒤, 최종 결정된 사람을 살짝 투입 시키는 것이 선발 과정이나 선발 이후에 생길 잡음을 줄이고 새 멤버의 피로감과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위에서 말했듯이 새 멤버의 자리는 ‘제 2의 유재석’이 와도 반대할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자리다. 영입에 대한 불만을 줄이기 위해 시청자의 관심과 의견을 유도하기보다 ‘우리의 판단을 한번 믿어보시라’는 마음으로 밀어붙여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렇게 아쉬움이 큰 프로젝트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식스맨은 중반을 넘어섰다.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와 버렸으니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성공했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만약 이번 영입이 잘못돼서 방송의 진행이 어그러진다거나, 재미가 이전만 못하다거나, 시청률이 하락한다거나, 시청자들의 반발이 심해진다면, 그리고 그러한 문제들을 이전처럼 이겨내지 못한다면, 멤버와 제작진이 ‘이제는 조금씩 지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것을 시작으로 무한도전이 마지막을 향해 흘러갈 수도 있다는, 되도 않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걱정을 하게 된다.
언젠가는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팬의 입장에서 아직은 헤어지기 싫다는 말로 어리광 피우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제발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죽지마시라 무한도전, 그대들이 사라지면 내 삶의 낙이 하나 지는 것이다.
03. 글을 싸지르고 도망치면서
정말 필자의 말대로 선발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새 멤버를 넣어보는 게 더 나은 방법이었을까? 그렇다면 이미 진행 중인 식스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정말 식스맨이 끝난 이후에도 잡음이 계속 되어 새 멤버가 곤욕을 치르게 될까? 그냥 다 필요 없고 필자가 떠들어놓은 이 글이 생각해볼만한 이야기인 한 건가?
솔직히 말씀드린다. 잘 모르겠다. 용서해주시라. 고백한다. 이거슨 책임회피다. 혼내지 말아주시라. (제발)
글의 첫 머리에서 말씀드렸듯이 필자는 취준생 예비군아저씨 무도빠일 따름이고, 필자와 같은 잉여가 대중매체와 연예계, 대중의 반응에 대한 통찰력을 소유하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 필자가 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그저 비루한 ‘감상’과 ‘의견’뿐이다. 글을 읽으시며 날카로운 평론이나 방송에 대한 대안 제시, 뛰어난 필력을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죄송하다.
나도 글 잘쓰구 싶구 똑똑하고 시픈데 안 되는 걸 어떠케...ㅠㅠ
현재 진행 중인 논쟁이 가진 의미를, 필자가 써지른... 아, 아니 싸지른 글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또, 필자의 판단과 달리 새로 투입된 식스맨이 모든 논란을 한방에 종식시키고 좋은 성과를 내며 무한도전에 안착을 할 수도 있다. 사실 ‘방송의 마무리를 알 수 없다’라는 내용의 글을 쓴 사람이, 방송 제작 방식에 대한 이견을 제기하는 게 모순이긴 하다.
필자의 글이 너무도 맘에 들지 않아 분노가 치밀어 오르시는 분이 계시다면 욕을 하셔도 되는데... 그전에 한번만 그저 ‘저 놈은 저렇게 생각하나보다. 헛소리 한번 정성스럽게 하네’라며 자비로움을 베풀 생각이 없으신지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그저 애정이 깊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대중들의 반응에 대한 감상 역시 한번 떠들어보고 싶었던 잉여의 길고 긴 쓰잘데기 없는 소리라고 생각해주시며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되도 않는 소리의 취준생의 글을 대충으로든, 자세하게든, 어찌됐든 읽기라도 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굽신굽신
TV불패 잘은모름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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