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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난민 문제로 시끄럽다.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 명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난민을 보며 누군가는 동정하고 누군가는 비난하고 누군가는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그들을 내친다. 난민을 받아들인 후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은 딴지에만 있는 것인가?


당연히 방송에서는 이에 관련한 수많은 뉴스와 다큐로 가득 차있고 심심할 때마다 고딴 것들을 골라본 필자가 다수의 기사와 다큐를 우라까이해서 너님들에게 전달해볼까 한다. 난민 문제가 시의성 있는 사항이긴 하지만 필자의 성격상 조금 더 깊이 디벼보느라 (라고 쓰고 싶지만 순전히 게으르즘과 귀차니즘의 결과로) 조금 지난 이야기들이 될지도 모르겠다.  




난민 현재 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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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BBC


시리아 주변 난민의 현재 스코어를 나타낸 지도다. 무려 400만 명이다. 이 숫자가 전체 난민도 아니고 아직 시리아 주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난민의 숫자다. 약 1,800만 명의 인구 중 저 정도 숫자가 이미 도망 중이고 자국 영토 내에서는 자국민 목숨 따위 안중에도 없는 이들이 전쟁 중이다. 


사실 그간의 상황을 돌아볼 때 역사적으로 책임이 있는(이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이젠 잘 모르겠다) 국가들이 앞다투어 쌩까주심으로써 시리아 난민들은 개별적으로 이 국가 저 국가의 문을 두드리며 문 좀 열어달라고 하소연했다. 대부분 국가들이 난민의 상황이 딱한 건 알겠으나 님비 정신에 입각하여 <옆집으로 가면 안 될까?> 정도의 태도를 보여왔다.  


그중 일단 늦었지만 독일이 가장 적극적으로 난민에 손을 벌린 것은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다. 





반감


독일의 이러한 태도에 화답이라도 하듯 난민들은 다른 나라는 다 제쳐두고 독일로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얼핏 생각해 봤을 때 '어느 나라든 받아주기만 해도 고마워해야 할 난민 입장인데 무슨 나라를 고르고 그래'라는 생각이 드실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 어느 나라에 있든 자국 시리아(를 비롯한 그쪽의 여러 국가) 보다야 훨씬 나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좀 더 잘 사는 나라로 건너가 이 기회에 한몫 잡으려 하는 것처럼 보이는 난민들에 대한 반감이 들 수도 있다.  


게다가 가끔 종교적 이유로 난민 전체를 비하하는 시선도 있다. 이러한 시선이 네이버 다음 댓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럽 현지에도 나름 널리 퍼져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우리 세금으로 너희 따위를... 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이 모든 논란은 돈이 사람보다 우선한다는 21세기 이 세상의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민 생활을 아주 조금만 살펴보고 욕을 해도 늦진 않을 것이라고, 본 필자는 판단하는 바 꿈에 그리던 안전한(?) 유럽에 도착한 그들의 삶을 살짝 살펴볼까 한다. 


여름이 끝나가는 이 시기에도 물이 더 차지기 전에 바다를 건너려다 죽는 난민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당장 일요일인 20일에도 난민이 탄 통통배가 엎어져 수십 명이 실종됐다. 그리고 반복해서 발생하는 난민 전복사고는 이제 익숙해져 더는 큰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죽음을 피해 달아난 이들은 차가운 바닷속에서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생사의 고비를 넘겨 도착한 유럽에서 숨돌릴 틈도 없이 난민들은 또 이동한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한 운송회사의 트럭 기사가 찍은 영상에는 트럭 주위로 몰려드는 수십의 난민이 찍혀 있다. 이들은 트럭 주위로 몰려들어 어떻게든 트럭으로 들어가려고 애쓴다. 몇몇은 기사의 주의를 끌고 몇몇은 트럭에 어떻게든 올라타려 기를 쓴다. 현재 위와 비슷한 영상은 유튜브 곳곳에 올려져 있고 상당히 높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대부분 그리스에서 찍힌 이 영상에서 난민은 트럭에 올라타 바다를 건너 유럽 본토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까지 건너가는 배에 몰래 타려고 안간힘을 쓴다. 


난민 입장에서는 그리스에서 나가는 이 트럭에만 올라타면 이탈리아로 밀항할 수 있다. 반대로 트럭 기사는 자신의 트럭에 숨어든 난민이 그리스 정부에 걸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살벌한 벌금을 받게 된다. 그리고 양측의 대치 상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화물차가 신호에 걸려 멈추기라도 하면 수십 명의 난민이 트럭 주위로 몰려든다. 이들은 문을 열어달라기도 하고 힘으로 화물칸을 열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트럭으로 몸을 쑤셔 넣는 수십 명의 난민들을 바라보며 운전자는 힘없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트럭 운전사들은 이 사태 좀 해결해 달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파트라스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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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서쪽에 있는 파트라스는 이탈리아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곳이다.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인 파트라스는 최근 늘어난 난민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얼마나 많은 난민이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된 바조차 없지만 도시 곳곳에는 마치 건달들처럼 뭉쳐 여기저기 어슬렁대는 난민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이 특별히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은 주민들에게 심심치 않게 감정적 위협이 될 수 있고, 그보다 애초에 그리스 여론은 난민들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따라서 난민만큼 많은 수의 경비인력이 항구 주변을 돌아다닌다. 이탈리아로 밀항하는 난민을 막는 것이 그들의 주된 업무다. 


하지만 당장 어제 끝난 그리스 총선에서도 최근에 '망했어요'를 선언한 그리스 경제에만 관심이 집중될 뿐 올해만 20만이 넘게 몰려든 난민 문제는 거의 '관심 없어요' 수준으로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한 독일 다큐팀은 현장에서 난민들이 어떻게 하는지 좀 더 알아보기 위해 항구 근처로 갔다.

 

경찰: 항구에서 촬영하면 안 됩니다.


리포터: 여긴 항구 밖이잖아요. 여긴 공공장소 아닙니까. 여기선 촬영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경: 그건 당신 생각이고 내 생각은 좀 달라요.


리: 이건 내 생각이 아니고 내 권리입니다.


두 시간 가까운 실랑이 후 경찰이 체포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서야 다큐팀은 꼬리를 내리고 철수하고 만다. 저 적대적인 분위기, 바로 저런 분위기가 그리스 정부가 난민에게 취하고 있는 행동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안에는 그리스 경제 위기로 불거진 독일에 대한 안 좋은 감정도 일부 포함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공공장소에서 촬영조차 막는 파트라스의 분위기는 난민과 그리스인 사이의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 나타내는 또 하나의 지표가 아닐까 한다. 


현지에서 난민을 돕고 있는 그리스인 봉사자는 현지의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대부분 난민은 이곳에서 불법 체류 중이며 항상 사람들을 피해 다닌다. 자칫 경찰에게 잡히기라도 할까 봐 그들은 항상 불안에 떨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의 소수만이 이들을 돕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난민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의사를 데려온다. 하지만 이러한 인원은 그 수가 너무나 적어 손대면 톡하고 터질듯한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한다.


난민들의 삶은 실제로 상당히 참혹하다. 수백의 난민은 폐허가 된 공장의 쓰레기장 옆 쫄쫄쫄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하나에서 씻는다. 이 쓰레기장 옆의 수도꼭지 하나에 몰려드는 난민만 300~500명 수준이다. 이들 모두의 목표는 오직 하나 걸리지 않고 그리스를 탈출하는 것이다. 현재 그들은 폐허가 된 공장 천장에 숨어 살고 있다. 밤이 되면 경찰들은 이들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 뒤지고 다니기 때문에 잘 때조차 숨어 자야 한다. 경찰에게 걸리면 뚜드려 맞고 끌려간다고 한다. 현지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아이나 부녀자들은 그나마 이런 곳에 머물 수도 없다고 한다. 삐쩍 말랐지만, 젊은 남성들만이 이곳에서 이런 생활이라도 견딜 수 있는 상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수백만의 난민들. 그들 중 그나마 돈 있고, 재주 있고, 깡 있는 이들은 밀항을 통해 유럽에 가기 위해 이곳까지 목숨 걸고 왔다. 하지만 꿈에도 그리던 안전한 유럽, 부유한 유럽은 하나의 허상이었다.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난민은 한 마리 동물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인권 따위는 '난민 숫자 X 지원금'이라는 공식 앞에서 아무 의미 없는 단어일 뿐이다.


개개인의 난민도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영어가 되는 난민이라야 대화나 조금 할 수 있지 대부분은 '헬프 미'만 반복적으로 외친다. 하지만 유럽에서 영어 쓰는 나라는 단 한 곳이라는 게 함정. 그럴 때마다 난민은 경찰 혹은 공권력과 갈등을 일으키고 할 수 있는 대화라고는 몽둥이 들고 쫓고 쫓기는 바디 랭귀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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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몇 명 안되는 현지의 인권단체가 없었다면 난민의 삶은 지금보다 더욱 힘들었을 것이 자명하다. 그들 덕에 목숨이나마 부지할 수 있다며 난민들은 고마워한다.




그럼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인권단체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다행인 것은 그리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난민캠프를 닫는 것을 계획 중이라는 사실이다. 얼핏 난민캠프를 닫으면 그들은 어디로 가느냐는 물음이 생길 수 있으나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의 난민캠프는 난민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스 전역에 걸쳐 몇몇 난민캠프(라 쓰고 수용소라 읽는다)가 있다. 애초에 이 난민캠프는 여권이 없이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을 수용하는 곳이다. 난민 스스로 어떻게든 여권을 구워오든 삶아오든 만들어 내지 못하면 그들은 최대 18개월까지 이 수용소에 갇혀 지내게 된다. 새로 구성된 정부는 이 기간을 6개월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수용소의 내부는 참혹하다. 한국에 있는 우리의 입장에선 '아무리 급해도 그깟 여권 좀 챙기지'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포탄이 날아다니는 집 앞 관공서를 찾아가 순번표를 뽑고, 사진 찍고, 여권 만들고, 수수료 내고, 며칠 뒤 여권 찾아오는 게 가당키나 했겠는가. 어떻게든 있는 거 없는 거 팔아서 현금 몇 푼 들고 가족들을 옆에 끼고 피난길에 오른 그들에게 여권 내놓으란 거는 그냥 수용소 들어가 갇혀 있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현재 파트라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난민들은 길든 짧든 이 수용소 경험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각 텐트엔 약 30명의 난민이 갇혀 있다고 한다. 이들이 갇혀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권이 없다'는 것이다. 눕지도 못할 비좁은 공간, 하루 한 끼 제공되는 개밥(?) 수준의 식사, 말 안 들으면 철창이 쳐진 감옥에 가두기도 한다고 한다. 


안 쓰는 군 막사를 개조해 만든 임시 수용소 내부가 어떻게 생겼고 어찌 돌아가는지는 현재 아무도 모른다. 단지 난민들의 증언으로 그 내부의 삶이 어떠한지 추정해 볼 뿐이다. 현재 이러한 수용소는 그리스에 6군데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도적인(?) 시설을 위해 유럽연합으로부터 8,500만 유로(한화 약 천억 원 이상)를 지원받는다. 하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난민이 수용되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스 정부에 의하면 그 안에는 1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수용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UN의 발표로는 2,000명이 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저 안에서 인권이나 부유한 유럽 따위를 꿈꾸던 난민의 상태는 대통령에게 창조경제를 바라는 한국인만큼 덧없으며 유럽의 바닥을 경험한 난민들은 다시 한 번 어떻게든 북쪽으로 가려고 기를 쓴다. 




트럭을 이용하는 전통


매일 300~400명가량의 난민이 트럭에 몸을 숨기고 이탈리아행 배에 오르려고 시도한다. 모든 화물트럭은 항구에 진입 직전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배표를 사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잠깐의 순간 난민들은 담을 넘어서 트럭 구석구석에 숨을 곳을 찾아 들어간다. 몇몇은 화물칸의 문을 열고 숨기도 하며 차 바닥에 매달리기도 한다. 순식간에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쫓아와 트럭 근처에 있는 난민들을 쫓는다. 그럼 남아있는 난민들은 재빨리 숨는다. 잡히는 날엔 짐승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뚜드려 맞기도 하고 끌려가기도 하고. 


무사히 트럭에 숨어들었다 해도 항구에서 경찰들이 트럭을 샅샅이 뒤져 숨어 있던 난민 몇몇을 잡아낸다. 비록 그곳을 무사히 통과해도 대부분은 배에 타기 전 다시 한번 있는 검사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렇게 항구 주변에는 왕래하는 트럭과 이에 올라타려는 난민들 그리고 이들을 사냥하는 경찰들이 늦은 밤까지 얽혀 묘한 광경을 만들어 낸다. 


사실 이 트럭을 통한 이동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연합이 되고 무역 자유화가 되며 유럽의 고속도로에는 엄청난 수의 트럭이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한다. 이미 십여 년 전에 자국을 탈출해 유럽으로 온 난민도 현재 유럽에 숨어든 난민도 트럭을 이용해 움직였다. 나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난민만 불쌍한 것은 아니다. 트럭 운전사들은 자신의 차에서 난민이 걸릴 경우 밀항을 도운 것으로 간주하고 그리스 법정에서 어마무시한 벌금을 받게 된다. 기본으로 10년형을 선고하고 한 명당 1만에서 3만 유로(약 1억 3천만 원에서 4억)의 벌금을 부과한다. 아무리 봐도 좀 심하긴 하다. 


그리스의 이러한 과도한 처벌에도 그 이유는 있다. 그리스는 지정학적으로 유럽 대륙을 통하는 첫 관문이다. 따라서 그리스에서는 예로부터 수많은 밀수와 밀항 시도가 있어왔고 그리스 정부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매우 강한 처벌을 내리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트럭 운전기사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자신의 트럭을 확인할 수 밖에 없다. 잠시 쉬었다 갈 때나 자신이 차를 잠깐 비운 후 다시 돌아오면 습관처럼 트럭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큰 트럭일수록 그들은 상상도 못하는 곳에 숨기도 한다. 심한 경우 난민들은 양 바퀴의 축인 둥그런 원통을 잡고 바퀴 사이에 몸을 싣고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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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포즈라고 상상하면 되겠다. (faet. 고생하는 리포터)


체험을 해본 리포터는 사람이 그냥 올라타서 가기 힘든 정도라고 했다. 트럭 기사가 10km/h 속도로 움직였음에도 일단 중심 잡기도 쉽지 않은데 자동차의 진동이 그대로 전해져 오고 눈앞에 보이는 아스팔트의 움직임 때문에 체감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고 한다. 


보통 트럭이 빨간 불에 잠시 멈추면 난민들은 트럭 뒤로 기어들어가 이렇게 축 위에 몸을 싣는다. 자리를 잡기 전에 출발하거나 차가 움직이는 동안 잠시라도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트럭에서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거기서 떨어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트럭들의 일반적인 속도는 80km/h이니 위와 같은 자세로 그 위에 버티고 있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고통이다. 


실제 한 트럭 기사의 증언에 따르면 잠시 한눈판 사이 바퀴로 올라탄 난민을 보지 못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참을 생각 없이 달린 후 트럭의 바닥면을 확인한 기사는 바퀴와 바닥의 피바다 자국을 발견하였고 바퀴 축에는 옷 몇 개가 든 비닐봉지만 덩그러니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파트라스에 들어선 트럭들은 항상 백미러를 주시하면서 혹시나 누가 올라타지는 않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한다. 


또 다른 트럭 기사 역시 올해에만 자신의 차에서 30-40명의 난민을 발견하고 쫓아 보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독일 트럭 기사들은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에야 비로소 긴장을 풀고 8시간 거리의 독일로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다고 한다.


재수 없게 걸린 한 화물 기사는 그리스에서 검찰로부터 90년형을 구형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운전자는 아무 생각 없이 관세청을 지나다 트럭에 숨어들어온 12명의 난민이 걸렸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던 기사 역시 경찰에 함께 체포되었고 감옥에 12명의 난민과 함께 수감되었다. 그렇게 3일간 감옥에 머물게 되었고 회사 사장이 변호사와 함께 와서 11,000유로 (약 1400만 원)를 보석금으로 내준 후에야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지금까지 밀입국 알선 혐의로 그리스에 수감된 이는 없으며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만 있다고 알려 왔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겪었던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마치 중범죄자처럼 취급당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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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스트리아에서 발견된 71명의 난민이 죽어있던 트럭. 이것이 바로 난민의 삶이다. 

'조금 더 잘 살자고'가 아닌 '살아있고 싶다'는 그들의 행동. 


트럭에 매달리는 일이 다 잘 되어서 배에 올랐다고 생각해 보자. 이런 난민들은 꼬박 48시간을 숨어서 차가 달릴 땐 바퀴 축에 매달리고 차가 섰을 땐 거대한 화물트럭 바퀴 옆에 웅크리고 시간을 보낸 뒤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 동안 잠시라도 긴장을 푼다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견딘 뒤일 것이다.


유럽으로 넘어오는 수많은 난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은 전쟁의 한가운데 살고 있다. 제 죽음이 오늘일지 내일일지 어디서 포탄이 날아들지 모르는 그러한 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 필자의 얄팍한 경험으로 감히 그들의 삶을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들의 정보는 제한적이고 그들의 생각 속 유럽은 이 지상의 파라다이스라고 한다. 그곳까지 가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땅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들에게 남은 인생의 옵션은 오로지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넘어가느냐 이곳에서 죽느냐 두 개의 갈림길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그들이 도착한 유럽은, 처음 도착한 그리스는 적어도 그들이 생각했던 파라다이스와는 거리가 멀다. 다수의 유럽 국가는 난민에 대해 각기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때에 따라 인권이나 배려 따위는 개나 줘버린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와중에 들리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모두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는 불난 난민촌에 휘발유를 들이부은 것과 같은 효과를 보여줬다. 더욱 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독일로, '마더 메르켈, 위 러브 유'를 외치며 모여들고 있다. 




성공하여 어느 정도 독일 사회에 안착한다면 현재 시리아 근처에 머무르고 있는 다른 가족을 데려 오려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범죄자가 되는 화물트럭 운전사들 


혼자 남겨진 난민들 


모두가 현재 이 유럽에서 발생하는 난민 문제의 희생자일 뿐이다. 누굴 비난하고말고 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EU의 난민 정책은 질타를 받아 마땅한지도 모르겠다.) 




잘못 만들어진 시스템


베를린의 정치 학문 재단(Stiftung der Wissenschaft und Politik)에 따르면 이러한 현재의 문제들은 바로 애초에 잘못 설계된 더블린 조약과 쉥엔 조약에 의해 발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많이들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노파심에 한번 더 쉽게 설명하자면 '더블린 조약'의 핵심은 유럽 내로 망명을 원하는 모든 이는 처음 도착한 나라에서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쉥엔 조약'은 유럽 내에선 국경 없이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는 조약이다. 


이중 난민이 바로 대면하게 되는 것이 더블린 조약이다. 바로 처음 도착한 곳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해야 한다는 바로 그 조약. 이는 자세히 보면 당연히 유럽에서 지정학적으로 외곽에 있는 국가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즉 이 시스템은 처음부터 공정하지 못하게 설계되었고 그에 따라 외곽 지역 국가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이다. 즉 바닷길로 통하는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은 그곳에서 '저 살아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등록을 하면서 난민 신청을 해야 한다. 후에 다른 나라에 건너가 난민 신청을 해도 처음 도착한 국가인 그리스나 이탈리아로 돌려보낸다. (물론 각국에서 인도적 차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육로로 들어온 이들은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에서 비슷한 문제를 떠안게 된다. 이러한 국가들은 자국에 넘쳐나는 난민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몇 해 전부터 호소했지만 소위 잘 살고 입김 센 서유럽 몇몇 국가들은 현재의 시스템을 바꿀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태가 일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이탈리아는 주구장창 난민문제에 대해 유럽 전체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다. 하지만 유럽 연합 집행부가 기껏 한다는 얘기는 더블린 조약을 우선시하라며 지정학적으로 외곽에 있는 국가(라고 쓰지만 실제로 경제력이 약한 국가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럴수록 소위 외곽에 있는 국가들의 난민에 대한 탄압은 더욱 심해지고 시민들은 관심이 없이 난민에 대한 반감만 늘어가고 힘없는 난민 희생자는 늘어나는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학자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럽 내 불평등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으라 요구하지만, 정치권은 항상 그렇듯 흐지부지하고 있다. 이러한 대란이 일어날 때야 단기적 대안과 지원책이 나오지만, 근본적으로 유럽 내 난민을 해결할 방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되고 있지 않다고. 유럽의회는 늘 그렇듯 수많은 회의를 열고 있지만 양복에 벤츠 타고 모여서 서로 자기 하고 싶은 얘기 하고 돌아가는 결론 없는 회의만 주구장창 하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계속한다면 외곽 지역에 있는 국가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고 국경 없는 통합체를 외쳤던 유럽 연합이고 뭐고 곧 다시 내부에서 서로 쪼개질 것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그 조짐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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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설명한 트럭을 이용한 너무도 위험한 방법을 제외하면 대다수 난민이 선택하는 루트는 다음과 같다. 하지만 헝가리는 국경을 막았고 이를 피해 크로아티아로 들어간 난민 행렬은 다시 이리저리 밀리고 있다. 트럭 바닥에 매달려 한방에 갈 수 있는 젊은이들과 달리 이곳에는 수많은 아이와 여자들 때론 임산부와 노인도 있다. 한 달이 넘는 여정에 모두는 지쳐있고 발은 쩍쩍 갈라졌으며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도 있지만, 이들이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현재는 독일이다. 그냥 독일이다. 어떻게든 그곳까지 가야 한단다. 목숨을 걸고...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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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이 보는 메르켈과 난민들이 보는 메르켈


다음번에는 독일의 상태를 살펴보겠다. <마더 메르켈>이 모두를 환영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독일. 과연 그런지 함 디비 보기로 하자.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메르켈 얼굴에 콧수염 그려넣고 비난하던 인터넷이 이제는 메르켈에게 테레사 수녀복을 입히고 찬양하는 상황. 


그 실체는 다음 번에 공개한다.


참고 기사 


-Flüchtlinge unterm LKW (ZDF)


-Vier Kinder starben im Todes-Lkw (Bild)






타데우스

트위터 : @tadeusinde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