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4. 20. 월요일
좌린
2015년 4월 16일
대통령은 아무도 없는 팽목항에 가 아무 실질적 내용 없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콜롬비아를 공식방문하러 날아갔다.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리기로 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는 결국 열리지 못했다.
서울의 낮은 무척 어두웠지만
시청광장 '4.16 약속의 밤' 행사 시각이 다가오자 날은 거짓말처럼 갰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
추모객들이 발을 이었다.
시신조차 찾지 못했기에 1년이 지나도 이 실종을 받아들일 수 없다.
파이낸스센터 앞에 대학생들이 사전 집회를 하고 있다.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유가족과 시장
일곱시 반, 이미 광장은 가득 찼다.
광장은 지나다닐 틈 없이 빽빽한데
경찰은 통제선 한 차선 확장시켜주는 데 무척 인색하다.
4. 16 약속의 밤
도종환의 싯구가 계속 귀에 맴돈다.
"이제 4월은 내게 옛날의 4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안치환
다윤아빠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세월호 모형이 하늘로 인양되고 마지막 이승환의 공연이 이어졌다.
노래 부르는 이들은 슬픈 노래를 할 때도 죄송하다 하고
흥겨운 노래를 할 때도 죄송하다 한다.
사람들은 매우 차분하게 때로 눈물을 흘리며 발언과 노래를 듣는다.
기자들
이제 앉아서 하는 집회가 끝나고
헌화를 위한 행진이 시작되었다.
청계광장 앞부터 막혀있다.
현수막 천으로 당겨
틈새로 들어가보려 하지만 힘들다.
청계천을 따라 우회. 광교 북단도 이미 막혀 있다.
장통교에서 경찰을 밀어보지만 실패
삼일교
결국 학생들이 길을 열었다.
삼일대로
종로2가에서 다시 차벽으로 막혔다.
인도까지 완전 봉쇄
유가족들도 도착했다.
YMCA 맞은편에서 길을 열어보려 시도하는 사람들
종로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동안 70명의 유가족이
우회로를 따라 광화문 앞까지 가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종로의 헌화 행진도 계속 시도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매운 맛
캡사이신
울고싶은 사람 뺨 때리는 것도 아니고
대체 무슨 짓인가 싶다.
공식 추모제가 열리지 못한 4월 16일 밤
그렇게 시민들은 해산했고, 유가족들은 광화문 앞에 고립되어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2015년 4월 17일
4,160개의 촛불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배 모양을 만드는 기록에 도전하는 행사가 있는 날이다.
조금 일찍 나서 광화문을 들렀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작업 중이라 펜스까지도 갈 수 없단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선생님이 양해를 좀 하란다.
5분 정도 실무자와 실랑이를 한 끝에 펜스 너머로 한 컷을 찍을 수 있었다.
빙 돌아서 횡단보도까지 갔다.
경찰이 길을 건너려는 시민 셋을 에워싸고 있다.
2013년부터 다시 집회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만
보행자의 질문에 대해 보행로를 막는이유 및 소속, 성명을 제대로 밝히는 경찰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시민 셋의 실랑이 덕분에 슬쩍 횡단보도를 건넜다.
광화문광장 북단은 거대한 감옥이었다.
4.16 1주기 추모식을 치르지 못한 유가족들이 광화문 돌바닥에서 하룻밤을 지샜고
또 하루가 저물어간다.
궁궐을 지키는 모습이 마치 근위병같다 했더니 누군가 '근혜병'이라는 농을 한다.
시청 쪽으로 걸어내려왔다.
단순한 조타실수로 전복되고, 특별히 문제 없는 구조 과정을 거친 후 44미터 해저로 침몰한 세월호
그것이 1년 전 정부가 발표한 해상교통사고의 전말이고
그 정부 발표 내용만을 조사하도록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이 나왔으며
대통령은 철회 의사를 전혀 비치지 않은채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버렸다.
2015년 4월 18일
경찰버스가 너무 많아 안국동쪽으로는 버스를 이용할 수가 없다.
종각역에 내려 한참을 걸었다.
버스에 사다리를 걸치고 하나둘 올라가는 모습이 마치 어처구니같다.
40시간째 광화문 앞에 감금된 채 농성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버스 위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경찰 장비 위에서 불법 시위를 했으므로 제압한단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1년동안 단식을 하고 삭발을 하며 진상규명을 외쳐오던 사람들이
버스 지붕에서 굴러떨어져
연행된다.
눈물이 다 말라버린 것 같은 영석이 어머니는 쉴새없이 절규하고 있다.
안산에서 올라온 유가족들이 광화문 농성장에 합류하려다 제지를 당했다.
"그만 밀어, 밑에 사람 있다고"
경찰에 의해 보행권을 박탈당한 것을 항의하는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
경찰은 또다시 성큼성큼 사람 위로 밀고 들어온다.
그 아래 아직 사람이 있다.
유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함께 연좌하던 시민들에게 갑자기 맨손의 경찰들이 달려들었다.
광화문광장 북단이 거대한 섬같다.
완벽히 고립된 섬
세월호 희생자 추모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미리 설치된 6중 차벽을 하나둘 지나 올라오고 있다.
엄마 넷과 수녀님 몇이 범국민대회 참가자들과 합류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까지 내려왔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함께해줄 것을 요청하는 유가족
모인 시민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경찰은 물대포 가동 준비를 하고 있고,
세종문화회관 앞 차벽까지 행진해온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가로막힌 펜스를 밀고 있다.
엄마들과 함께 차벽 북쪽에 있던 사람들도 밀기 시작했다.
통행 시도에 대한 답은 캡사이신이다.
세종문화회관 앞 이동식 펜스가 치워졌다.
캡사이신을 쏘며 격렬히 저항하는 경찰
경찰이 분말 소화기를 뿌렸다.
올라오는 시민의 수가 너무 많자 물대포를 내리 쏜다.
사람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고립되어 있는 광화문 북단을 향해 계속 밀려 올라온다.
차벽 북쪽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유가족들과 차벽 두 겹만을 남겨놓고 광화문광장 북단까지 진출한 범국민대회 참가자들
고성능 차벽 대신 설치된 일반 경찰버스 차벽을 시민들이 흔들고 있다
스프레이와 스티커로 항의의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본대는 결국 마지막 차벽만을 남기고 길을 열었다.
좁은 통로가 열렸지만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마지막 차벽까지 도달했다.
진압
이미 통제하고 있던 율곡로와 사직로로 수많은 경력이 확충되었다.
경찰 화장실 차량 바닥을 통해 마지막 관문을 지나 유가족들에게 건너가는 사람들
"차량을 흔드는 인원에 대해서는 물포를 사용하세요"
시민 수보다 경찰 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날 이상호 기자가
'소방서 허락 없이 소화전의 물을 끌어다 물대포를 쏘는 장면'을
고발하다 연행되기도 했다.
점점 경찰의 수가 많아진다.
모을 수 있는 힘이 점차 떨어진다.
물대포도 끝이 없고
캡사이신도 끝이 없다.
경찰의 명령에 불응하면
연행된다.
사람들은 결국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뚫었던 좁은 틈으로 다시 밀려갔다.
공포를 주는 힘, 공권력
벽 뒤로 쫓겨난 시민들
"물포, 사용하세요"
유가족들이 모여있는 광화문쪽으로도 물대포를 쏜다
캡사이신도 잊지 앟는다.
차벽 너머로 쏘고
또 쏜다.
무장한 대한민국 경찰이
도심 주요 도로를 온통 점거했다.
여전히 같혀있는 사람들
철수하지 못한 깃발들
결국 광화문 앞의 유가족들이 광화문광장까지 철수하여 본대에 합류하기로 했다.
경찰이 내준 아주 좁은 틈을 따라
유가족들은 본대와 합류했고
실세도 허세도 어딘가 다 사라지고 없는 대한민국의 안녕질서는
그렇게 또 하루 지켜졌다.
지난 기사 [8월 9, 10, 11일 사흘동안 담아 본 사람, 풍경, 사진] [기억하고 있나요: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를 위한 노래] |
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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