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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27. 월요일

Samuel Seong







현장 2신 : 4월 28일 오후 1시 45분


오늘 한국에서 구조팀과 꽤 많은 매체의 기자들이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 중 몇 분을 만나야 하는데다, 3일간 노숙하느라 사람의 꼴이 아닌 관계로 간단하게만 보낸다.

 

경찰 추산으로 사망자 집계가 4000명이 넘어간 지금, SNS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가장 많은 이야기는 돕고는 싶은데 현금 지원을 하면 어디 단체 경비로만 집행되고 실제 지원은 안된다는 이야기에 현물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왕좌왕하는 모습들.

 

지난 2010년 경제규모로 보면 네팔과 비슷한 아이티에 사람들이 대거 몰려갔는데, 재난상황에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고, 투입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재난 현장에 가면 재앙이 되는 사례를 다양한 형태로 만든 바 있다. 뭐, '내가 기자인데'라는 분부터 시신 치우던 스트레스를 술로 풀다가 성추행까지 갔던 민간인들에 이르기까지 스팩타클했다. 아마 이번에도 비슷한 스펙타클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딱 그런 분들의 고민을 해결해드릴 수도 있는 기사가 더 가디언(The Guardian)에 실렸다. Claire Bennett이 작성한 <Don’t rush to Nepal to help. Read this first>란 기사다.

 

길게 번역할 것 없이 결론부터 말하면 안 오시는 게 좋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기부하고 그 돈이 쓰이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현장은 이곳에 익숙한 사람들, 혹은 재난 전문가들이 아니라면 지내기 어렵다. 전문가들에 의해 이 아수라장이 정리된 후, 가능하면 직접 찾아오시라.

 

몇 달 뒤, 지금의 혼란이 안정화된 이후에 오시라. 각종 기구에서 대규모 주택 재건 프로그램들이 가동될 것이고 그때 자원봉사자들의 "무료 봉사"가 필요하다. 그렇게들 와야 전체 네팔 GDP15%를 차지하던 관광 관련 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먹고 써야지 일어설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전문가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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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신 : 4월 27일 오후 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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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9의 지진이 카트만두를 강타했다.


나름 침착하게 처가 식구들과 대피하고 가장 먼저 회사에 보고를 한 다음, 지금은 잠궈놓은 트위터로 카트만두의 지진 소식을 전했다. 지진이 강타한 것은 4월 25일, 네팔 현지시간으로 1156분 혹은 57분. 보고 후에 트위터로 소식을 알린 것이 121분이었다. 사실 이때만 하더라도 지진 규모에 대해 정확하게 추정하긴 어려웠다. 2011년 네팔 지진 당시보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느낌으로 알았지만 7.9 규모였다는 것은 트위터로 미국지질조사국 홈페이지를 확인한 트친들이 알려줘서 알았다.

 

네팔 정부의 재해대책 중앙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네팔 내무부는 251157분 이후 72시간동안 여진이 계속 될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모두 건물 밖에서 지내는 것을 권고했다.


그래서 지진 영향권에 들어갔던 지역의 모든 이들이 사실상 노숙자 신세다. 어젠 폭우까지 내려서 제대로 이재민 꼴이 됐다. 거기다 25일 최초 지진 이후 24시간동안 거의 100여 회, 지금도 20분 ~ 40분 간격으로 계속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기사 작성하는 시간이면 두세 번의 여진이 지나간다.


이 기사는 특급 재난 지역의 이재민이 제한된 자원으로 송고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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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천막에서 울고 있는 처조카 아이들을 사탕으로 달래면서 기사작성중이란 말씀

 

 

1. 정보

 

재난 상황에서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은 실제의 재난이라기 보단 고립된 상태에서 흔히들 뿌려지는 유언비어, 그리고 그 유언비어가 목표로 하는 대중의 공포 그 자체다.


지진 직후, 대피한 상태에서 바로 지진 뉴스를 뒤지기 시작했지만 유용한 정보는 SNS에서 가장 먼저 얻었다. 지진의 규모가 7.9이며 진항지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와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 사이였다는 것은 앞서 말했듯 트친들이 알려줘서 알았다.

 

네팔 온라인 매체들에서 지진 소식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지진 발생 이후 15분이 지나서였고 최초로 종합적인 피해상황은 1시간 뒤에 <BBC>가 정리했다. 사건은 아시아의 최빈국들 중 하나에서 났는데 사건 종합정리가 영국에서 된 것, 이거 그럴 수밖에 없다. 재난이 발생한 현지는 대단히 제한된 자원으로 현장 피해를 조사하기도 바쁘다. 전기 나가면 인터넷도 안 된다. 더불어 지진은 주요 기지국들도 파괴한다. 안 그래도 느린 인터넷도 쓰지 못하고 전화 통화도 안 되는 상태였다.

 

사실 이 마을에서도 내가 가진 아이폰, 그나마 두 번 완충할 수 있는 충전기가 있어서 쓸 수 있었던 시간이 좀 길었던 내 아이폰이 유일한 정보습득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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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다음날 26. 네팔인들 대부분은 신문을 통해 종합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네팔 민영통신사인 <NCELL>은 관광객들이 쉽게 심카드를 만들 수 있도록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하여 많은 여행객들이 이 통신사를 이용한다. 이들 관광객들은 현지에서의 통화보다 SNS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통신사는 데이터 요금을 네팔 현지인들이 쓰기엔 살짝 벅찬 수준으로 책정한 대신 대역폭을 넓게 줘서 상대적으로 인터넷 속도는 빠른 편이다. 우습게도 민영 통신사의 이런 정책 덕분에 현지 상황이 빠르게 전파되고 사진들도 세상으로 퍼질 수 있었다.

 

그러나 3G가 잘 터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도 순식간, 저녁 즈음부터는 급격히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어제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진 망 전체가 다운 되었었다. 그나마 국영통신사인 NTC만 간헐적으로 작동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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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유일한 뉴스원은 SNS와 라디오였다.

 

이런 상태이니 실제 현지에 있는 사람들은 제한된 정보만 갖게 된다. 현지 대사관에서 교민들에게 모두 전화를 걸어서 안전유무를 확인한다고 했지만 몇몇 기지국들은 쓰러졌고, 네트워크 폭주로 먹통이 되었던 전화망이 정상화되었던 것은 저녁 이후. 사실 두 명 부상자를 확인하는 것도 꽤나 노력들 해야 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그러니 홈페이지의 안내문을 바꾸지 못했던 걸로 뭐라 좀 안했으면 좋겠다. 전기가 있고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어야 안내문을 바꾸든가 뭐하든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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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이 무너지면서 전봇대도 같이 무너졌다. 이게 복구되어야지.

 


2. 정부대응

 

네팔은 원래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에 논다. 반공일은 금요일이고. 그런데 지난 금요일은 'Loktantra Diwas', 네팔의 공화국 선포일 이었다. 이틀간 연휴였던 까닭에 피해가 그나마 적었던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던 평일에 사고가 났다면, 그 피해 범위는 가늠하기 어렵다. 반면 휴일이었기 때문에 정부 대응이 조금 늦어진 측면도 있다.

 

더군다나 수실 코일랄라 네팔 수상은 반둥회의 60주년 행사에 가 있었다. 네팔 항공은 두 대의 보잉 777로 국제선과 VVIP들의 전용기 역할까지 한다. 뭔 이야기냐면 카트만두에서 자카르타까지 수상 전용기로 날아간 다음에 바로 돌아와서 민항 노선 뛰고 있었다는 이야기 되겠다. 사고 직후 그가 바로 카트만두로 돌아오지 못했던 이유를 알고 보면 사실 많이 슬프다.

 

거기다 의전상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람 바란 야다브 대통령은 휴일을 맞아 시외로 나갔던 상태.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없던 상태에서, 이틀 연휴라 모두가 밖에 나갔던 상황이라 대응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내무부가 책임 부처가 되면서 수습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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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전화번호

 

가장 먼저 긴급 전화번호들을 알리기 시작하고, 환자들은 작년 말에 인도의 해외원조자금으로 만들어진 외상 전문병원으로 보냈다. 지역별로 피해 상황들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으니 가능한 한 건물 밖 공터에서 최초 지진 이후 72시간이 지나기전까지 대기하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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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카트만두는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공터를 찾을 수 없는 시민들은 도로 경계석으로 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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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카트만두 서부 지역 주민들은 중심가 카트만두 몰 앞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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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여기서 내일 12시까지 살아야 한다.

 

뭐 다시 말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네팔은 가난한 나라다. 어느 정도로 가난하냐면 중국이 카트만두에 구급차 다섯 대를 기증했는데 그 중에 하나만 굴러다닌다. 예산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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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바로 걔

 

그래서 복구 상태라는 게 좀 갑갑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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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피해지역 중 하나인 카트만두 덜발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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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종합청사인 싱하덜발 근처의 무슬림 사원 벽

 


3. 해외대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뭐니뭐니 해도 인도였다. 지진이 난 것은 오전 1157. 그런데 인도의 구급대가 각종 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특별기편으로 카트만두의 트리듀번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630분이었다.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올 때 보통 공항에 3시간 전에 가는 것을 감안하면 보통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반둥회의 60주년으로 자카르타에 있었던 인도 수상 나렌드라 모디가 보고 받자마자 구조대 발진을 명령했던 거다.

 

거기다 진앙 근처에 있는 고르카 지역은 전체 농가의 70%가 지진으로 쓸려가 버렸다. 문제는 이 지역들의 도로 상태가 워낙 시망한 곳들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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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길이 산사태로 쓸려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워낙 엉망인 곳이 고립되어 쓸려가 버렸으니 말 그대로 박살이 난 것이다. 이런 지역들이 꽤 되는데다 중장비가 아니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태였는데, 이 상황이 알려지자마자 인도는 바로 'Mil MI-17' 6대를 투입했다.

 

예산이 없어서 원조 받은 구급차도 운영 못하는 나라의 대응을 두고 뭐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옆 나라의 대규모 재앙이 벌어졌다고 인도가 반응하고 있는 속도를 보면 2014416일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움직였던 속도와 정부가 했던 일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거기다 인도는 어제부터 전기 기술자들까지 투입했다. 네팔의 전기는 대부분 수력으로부터 얻는데 지금 그쪽에선 송전탑이, 시내에선 전봇대가 넘어져서 전기 공급이 안 된다. 그런데 그 전기를 자기네들도 모자라는 나라가 넘기고 있는 거다. 물론 제한송전이긴 하지만 없는 이들끼리 콩 한 알도 나눠먹고 있는 것.

 

그리고 재난이 벌어졌을 때 IT기업이 무엇을 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 사실 살짝 감동스럽다.

 

구글은 자신들의 주된 서비스인 검색을 이용해 바로 이런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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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사람찾기.

 

그리고 페이스북은 이렇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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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al Earthquake' 안전 상태 업데이트

 

지진 지역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 상태에 대해 알리게 하고 그 페이지는 바로 이렇게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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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 표시되지 않은 이들을 표기해서 내가 연락할 수 있도록 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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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원이 필요하다.

 

힌두교도들은 사후 24시간 내에 화장을 한다. 그게 그들의 교리다. 카트만두의 대표적 힌두 성지중 한 곳인 파슈파티나트라는 사원에 화장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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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화장터가 어제 하루 종일 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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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강타했던 토요일. 전화 네트워크는 불안정하기 그지 없었다. 잡음은 물론 전화가 끊어지는 것이 다반사. 거기에 여진 때문에 라디오의 특별 재난 방송에서도 사방에서 비명 섞인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시청자 전화 연결의 대부분은



"나는 어디에 있는 누구로 어떤 장비를,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 지역에서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람은 내 전화번호로 연락 달라. 내 전화번호는..."



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사실 맨손이나 다름없다. 제대로 된 장비와 그 장비에 숙련된 인력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이전의 소박한 삶조차도 유지하기 어렵다.

 

국제적인 도움이 없으면 안 된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여진이 두 번 지나갔고 동시에 한국의 긴급 구조팀이 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문적인 지원은 더 필요하다. 지금 수습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은 전문가들이 전문적인 장비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모쪼록 2004년 쓰나미 당시에 비전문가들이 와서 밤에 술추렴했던 일들은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국제부 Samuel Seong 

트위터 : @ravenclaw69


편집 :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