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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29. 수요일

Samuel Seong









1. 뉴욕타임즈의 기사


재난이 벌어졌을 때 저널리스트가 재난을 만드는 것은 작년 세월호에서도 이미 충분히 겪었던 일이다. 뭐, 딴지도 실수 했었고. 이번 재난이라고 이런 일이 안 벌어질까 했는데 다행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외신 기사에서도 틀린 대목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프레시안>에서 '네팔 대지진 참사, 진짜 원인은?'라는 제목으로 <뉴욕타임즈>의 분석 기사를 다뤘다. 우선 사실과는 다른 몇 가지 내용들을 집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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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레시안)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뉴욕타임즈: “인구 2700만 명의 이 나라는 대지진 훨씬 전부터 정치,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면서 “대지진은 수십 년간 전쟁과 정치적 기능이 마비된 이 나라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실: 네팔은 2006년 4월 왕정타도 이후 1차 제헌의회 선거를 2008년 5월에 했다. 그런데 정권을 잡았던 마오바디당(United Communist Party of Nepal - Maoist. UCPN-Maoist)이 졸라 삽질만 하다가 개혁하라는 것은 하나도 못하고 자멸했다. 헌법도 못 만들고 시간만 끌고 있자 네팔 대법원은 행정명령을 가동해서 헌법 제정 마감시간을 정해줬고, 이렇게 나오니까 대법원장이 암살되었다.


그 후 내각 해산 상태에서 ‘바버람 버터라이’ 수상이 이끄는 선거내각이 2013년 11월의 2차 제헌의회 선거를 국제기구 감시 하에 치렀고, 2차 제헌의회는 네팔 국민회의(Nepalses Congress)와 공산당(CPN-UML) 연정이 여당이 되었다. 지금까지 가장 큰 문제는 연방 국가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인종적, 부족적, 카스트 등으로 분리하게 할 것인가 말 것인 가였는데... 이번 달에 개략적인 합의를 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각 정당은 이번 재앙이 터지자 정당 당비에서 국민성금으로 400,000 NRS, 한화 425만 원 정도의 성금을 내놓고 모든 청년당원들을 복구현장에 투입했다. 


현장 구호활동에 허점도 드러나고 있긴 하나  정치, 경제적으로 낙후된 상황을 딛고 수십 년간 전쟁을 한 이들이 재앙에 함께 맞서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겠다. 


뉴욕타임즈 :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수실 코이랄라’ 네팔 총리는 지병인 암의 경과를 점검하기 위해 국외로 나가있었다는 것은 네팔정부의 무기력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꼬집기도 했다.


사실 : 네팔 수상 수실 코일랄라는 자카르타의 반둥회의 60주년 행사 참석 중이었다. 즉각 돌아가지 못했던 것은 네팔 항공이 2대(3대?)의 비행기로 국제선을 돌리는 참 단촐한 시스템인지라 수상 전용기로 날아갔다가 바로 민항을 뛰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비행기 사정으로 국내로 바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연합뉴스 기사 : 코이랄라 총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참석 후 지진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을 시도했으나 카트만두 국제공항 폐쇄로 인해 항공편이 취소되는 바람에 방콕을 경유해 귀국했다.)


뉴욕타임즈 :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업가로 지진으로 큰 부상을 당한 ‘아추트라이 수베디’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네팔의 주택과 건물은 기둥도 없고, 철근도 쓰지 않은 콘크리트, 그것도 매우 묽은 콘크리트로 지어졌다”고 말했다.


사실 : 사실 네팔의 구조물들의 상당수가 벽돌조의 뼈대에 목조 지붕을 얹은 형태다. 하지만 아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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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도 관심법으로 기사 쓰는 경우 많은데, 참사의 한복판에서 현장 상황을 전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싶었다.



2. 텔레포팅?

남들보다 훨씬 일찍 들어오신 한국 기자 분이 있다고 한다. 논란 다 치우고 요즘 어떤지 설명만 간단하게 하겠다.

어제 타이항공은 재난 지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에 누가 타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각국에서 들어오는 여러 국제 구호기관 종사자들, 각 국의 구조대, 그리고 종군기자 느낌의 취재진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지금 트리듀번 공항에 꽤 많은 이들이 정상 출근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짐 내리는 팀, 비행기 한 대당 2명이 배정되어서 돌아간다. 평소에도 승객과 짐이 다 내려서 입국장을 나서는데 한 시간 반은 걸리는데 지금은 그 몇 곱절이 걸린다.

거기다 25일과 26일 트리듀번 공항은 비상 체제로 가동되었다. 25일 6시30분에 인도에서 출발한 구조대 선발팀을 태운 특별기가 도착하기 전까지, 착륙했던 항공기들만 이륙할 수 있었고 날아오던 비행기들은 모두 회항 조치된 상태였다.

거기다 트리듀번 국제공항, 원래 아수라장이다. 환전소는 세관과 입국장 사이에 하나 있는데 잘 안 열어놓는다. 그런데 환전을 해서 그 아수라장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도 잘 찾아가시고 인터뷰도 했다는 기자 분 이야길 들었다. 마구 존경심이 올라온다. 내가 네팔을 왔다 갔다 한 게 9년째임에도 공항에서 황당한 일은 한 두 번씩 벌어지는데 이 난리 중에 무사히 입국하셔서 기사 송고까지 하다니. 진정 기자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다. 그런 테크닉, 공유만 해주셔도 감읍할 것 같다.


3. 어떻게 지내냐는 이야기가 하도 많아서

어제까지 이런 간이 천막에서 잤다. 특히 지진 2일차였던 26일 저녁엔 자는데 폭우가 내렸고 남자라고 가에 자고 있던 나는 비를 맞으면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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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천막의 내부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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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로 껴안고 자야 새벽의 찬이슬을 견딘다. 내진의 공포 때문에 어제까지도 이렇게 밖에서 잤다. 이재민 생활이 이렇지 뭐.


그래도 오늘 아침부터는 따뜻한 밥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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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부터는 복구현장들을 좀 찾아볼 예정이다.


이미 복구공사들이 대부분 시작됐다. 지진으로 길이 가장 많이 갈라졌던 링로드의 공항 부근도 보수에 들어갔으니 이 재앙에 맨몸으로 맞서는 네팔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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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Samuel 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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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