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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23. 목요일

염장불패 바람인형







편집부 주


아래 글은 염장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지난기사


치과에서 설명하고 싶었던 것들1 - 잇몸치료와 스케일링


치과에서 설명하고 싶었던 것들2 - 잇몸 치료와 치료계획





 




글을 쓰고 나서부터 많은 분들께서 답글도 남겨주시고, 관심도 보여주시고 해서 의욕이 충만해졌습니다감사합니다. 말씀 드렸던 바, 오늘은 치아우식, 다시 말해 충치와 신경치료에 대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우식증(충치)


충치는 세균에 의해서(엄밀하게는 세균의 대사 부산물로 발생하는 산에 의해서) 치아의 법랑질과 상아질이 파괴되는 질병을 말합니다. 사실 입안에는 수많은 세균들이 존재하고 있고, 대부분의 세균은 우리 몸에 무해합니다. 아울러 입안에 항상 존재하는 타액은 이러한 세균들을 떼어내어 제거하고, 세균 자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해서 세균이 치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합니다. 하지만,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주로 양치질이 안 되어서) 세균이 치아의 특정부위에 많아지게 되고, 타액의 방어체계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게 되면서 치아를 서서히 손상시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세균은 구강 내 pH인 약산성내지는 중성에서 잘 증식합니다. 그리고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산성 부산물 인 젖산(lactic acid)을 생성합니다. 그 결과 pH가 감소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균은 pH가 감소하게 되면, 살기가 안 좋아져서 죽어버리는데, 일부 균주는 pH 5.5의 산성에서도 잘 살아남습니다. streptococcus mutans, streptococcus sorbinus, lactobacillus 등이 이런 균입니다.

 

산성인 조건에서도 잘 살아남는 균주는 경쟁 세균들이 줄어들어서 살기가 좋아지고, 그 수가 많아 집니다. 그러면 그 부분이 더 안 좋아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결국 우식증의 주 원인은 세균이고 여기에 환경요인인 치태와 구강위생습관, 그리고 치아의 상태 등의 숙주 요소 등이 합쳐져서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치아의 어느 부분에서나 충치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만, 보통은 세균이 잘 서식할 수 있고, 음식물이 잘 낄 수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치아의 씹는 면에 위치한 열구(fissure)와 소와(pit) 입니다. 특히 영구치아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치아를 보게 되면,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표시한 부분이 치아의 열구와 소와입니다.

 

tooth-sealant-2.jpg


아래는 열구와 소와를 치아의 장축방향으로 자른 사진입니다. 형태를 3차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pit_fissure.jpg

출처 : Indian journal of dental research 2011, 22(2), p205-209

 

가운데 깊은 곳이 열구와 소와의 가장 깊은 곳입니다. 이런 곳은 뾰족한 기구로도 끝까지 도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칫솔은 들어갈 수 있습니다만, 그렇게 꼼꼼하게 양치질을 하는 건 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이런 곳에 음식이 끼고, 양치질이 잘 되지 않으면, 거기에서부터 썩어 들어가게 되는 거죠.


치아가 처음 만들어질 때 저런 모양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치아는 더 취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의 경우 치아의 법랑질과 상아질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른에 비하면 다소 약합니다. 그러다 보니 충치가 많이 생기고 빨리 생기는 것이죠.

 

반대로 나이가 들면 우식증이 감소하는데, 이유는 음식물이나 기타 여러 가지 것들을 씹으면서 이렇게 깊은 부분 주변이 마모되면서 편평해 져서 그렇기도 하고, 치아의 법랑질이 특히 강화되어서 산성 물질에 의한 공격으로부터 저항성이 커져서 그렇습니다.

 

한 가지 팁을 알려드리자면, 어린아이들에게서 열구와 소와에 생기는 우식을 예방하기 위해서 저렇게 깊은 부분을 레진으로 채우는 치료를 합니다. '치아 홈 메우기'라고 이야기 하는데요, 간단합니다. 저렇게 깊고 좁은 부분을 매워버리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깊은 홈 부분(사진 상에는 약간 썩었네요.^^)을 약간 삭제하고 그 안에 흐름성이 좋은 레진 재료로 매워 버리면, 어린아이들의 치아에 충치가 생기는 것을 방지 할 수 있습니다.


앞니에는 저런 구조가 거의 없지만, 큰 어금니에는 상당히 심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영구치가 나오면, 치과에 가셔서 치아 홈 메우기를 꼭 하시기 바랍니다. 치아에 해가 되지 않고, 예방 효과가 아주 좋은 치료 입니다. 거기에 보험 적용되니까 가격도 저렴합니다(현재 만18세 미만, 우식에 이환되지 않는 큰 어금니 8개가 보험 적용대상입니다).


sealnat.jpg

 

열구와 소와 뿐 아니라 치아 사이에도 우식이 잘 생기는데요, 이유는 이 사이에 음식이 끼면 제대로 제거하지 않는 한 며칠이고 그곳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인접면 우식이라 부르는데, 이곳은 발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상당히 진행되어 치질이 꽤 많이 파괴된 후에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치아와 치아 사이이기 때문에 접근이 어려워 치료할 때 다량의 건강한 치질을 같이 삭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열구와 소와에 생기는 우식증이 머리 아픈 점 중 하나는 이게 겉 부분은 별로 크지 않은데, 속은 상당히 썩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그다지 많이 썩은 것 같지 않습니다. 가운데 한 곳만 까맣게 되어 있으니까요.

 

DrMoussally-Situation-initiale.jpg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가운데 까맣게 된 부분 옆으로 흐릿하게 꺼멓게 된 부분이 보이실 겁니다. 이 부분이 법랑질 하방 상아질 부분이 썩어 들어간 부분입니다. 이 치아를 단면으로 보게 되면 아래 그림과 같은 상태입니다.

 

caries - dentin.jpg

출처 Family dentistry

 

일반적으로 상아질 부분이 법랑질 부분에 비해서 더 무르기 때문에 산에 의해서 손상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법랑질과 상아질의 경계 부분에서 치아 우식이 옆으로 넓게 퍼져 버립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구멍이 아주 작은데, 충치를 제거해 들어가다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썩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치료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상아질 부분의 우식이 더 빨리 진행되어서 어느 날 마치 싱크홀처럼 법랑질이 푹석 가라앉아 버리면서 큰 구멍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 정도가 되면, 이미 간단한 충치 치료는 넘어서게 되는 것이죠.

 

치아 우식증이라는 것은 세균에 의한 질환이고, 세균이 먹을 수 있는 탄수화물이 치아에 오랫동안 남아있게 되어생기는 질환입니다. 양치질 잘 하시면 예방할 수 있고, 어린아이라면, 치아 홈 메우기를 하면, 예방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치아 우식증의 치료는 간단합니다. 세균에 의해 감염된 부분을 깎아 제거하는 것입니다. 치아 우식증에 이환된 부분은 무척 연약합니다. 치과 도구 중 작은 숟가락처럼 생긴 손기구가 있는데, 이 기구로 파보면 마치 젤리처럼 떨어져 나갑니다. 이런 부분을 치과용 드릴(핸드피스라 하겠습니다)로 제거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제거만 해놓으면, 치아에 구멍을 뚫어 놓는 것이고, 이곳으로 또 금방 우식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거한 부위를 여러 가지 재료로 매워놓는 것을 일반적으로 수복치료라 합니다.

 

수복치료에 사용되는 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아말감, 글래스아이오노머, 레진, , 세라믹 등. 크게 보면 치아에 접착할 수 있는 재료와 치아에 접착하지 못하는 재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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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전통적인 재료인 아말감은 은과 주석 그리고 수은의 화합물입니다. 수은을 사용하기 때문에 100년간 유해성 논란에 시달려 온 재료입니다. 아직 그 유해성에 대해서 의심을 품은 사람이 많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 논란의 가운데서도 100년간 꾸준히 사용된 재료고, 특별한 수은 독성 등은 아직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다만 아말감을 취급하는 치과 스텝이나 치과 의사에게 위험성이 있을 확률이 높고, 폐수은 및 아말감 처리가 까다로워서 많은 치과의원에서는 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요.

 

아말감을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사용하여 완전히 경화된 상태에서 수은 유출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합금 상태에서 단단히 잡혀 있기 때문이지요. 물성도 좋고 사용하기도 편하고 저렴하여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재료입니다만, 색이 은색인데, 오래되면 꺼멓게 되어 버리고, 수복된 치아를 검게 변색시키는 부작용이 있고, 다른 좋은 재료들이 많이 개발 되어 잘 쓰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아말감은 물성은 좋으나, 치아에 붙을 수가 없는 재료이다 보니, 치아 우식을 제거하는 것과 함께, 아말감이 치아에 붙어 있는 형태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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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역삼각형 형태로 만들어 주고 이 안에 굳지 않은 아말감을 채워 넣습니다. 아말감이 굳으면 떨어져 나오지 않는 것이죠. 이런 형태를 만들어 부어야 하니, 치아 삭제량이 많아지는 것이 아말감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물론 이 와동 형성이 쉽지 않다는 것도 치과의사에게는 상당히 부담입니다. 아말감 와동이 난이도가 가장 높거든요).

 

글래스 아이오노머는 레진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에 사용된 재료로, 아말감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습니다. 치아에 붙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만, 전반적인 강도나 접착력이 레진에 비해서 떨어지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재료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한 번에 여러 개의 치아에 있는 우식을 치료할 때, 빨리빨리 치료하기 위해서 임시적인 수복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치수손상이 우려될 정도로 깊은 우식증이 있을 경우에 그 경과를 관찰하기 위해서 먼저 글래스 아이오노머로 수복하고 경과를 관찰하기도 합니다.

 

레진은 요새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입니다. 레진은 기본적으로는 플라스틱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엄밀하게 충치치료에 사용되는 재료는 컴포지트 레진(composite resin)입니다. 이는 플라스틱 레진 매트릭스 사이에 무기질인 filler를 채워 넣어서 강도를 보강하고, 레진의 중합수축을 줄여 물성을 좋게 한 것입니다.

 

레진의 최대 장점은 치아에 접착할 수 있는 것인데요. 접착의 원리는 치과의사들 몫이니까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여튼 치아에 붙을 수 있기 때문에 아말감과는 달리 우식만 제거하고 수복하는 것이 가능해 졌습니다. 아울러 색깔 역시 치아 색과 유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수복하면 눈으로 쉽게 구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치아에 접착할 수 있다고, 마치 모든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시진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접착 강도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접착 면이 넓어질수록 접착력이 강합니다. 일반적으로 치아 우식이 생겨서 치아 속으로 파 들어가는 경우에는 사면과 바닥이 치아이다 보니 레진이 강하게 접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만약 치아 면이 한쪽 면 정도만 있다면, 레진이 붙는다 하여도 약간의 힘만 가해지면 바로 떨어져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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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은 위 그림처럼 썩은 부분만 제거하고 때우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런 장점이 있다 보니, 비보험이고 가격이 비싸도 치과의사들이 많이 추천합니다. 사실 시술하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치아에 접착하는 술식이 치과의사의 술기에 상당히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대로 시술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른 시간에 떨어져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만약 때우는 부분이 광범한 경우에는 금이나 세라믹, 혹은 레진(위의 레진과는 좀 다른등으로 만든 인레이(inlay)로 수복하기도 합니다. 인레이는 입안에서 충치를 제거한 와동을 바로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본을 떠서 제작한 후 치아에 붙이는 방식으로 수복 하는 것을 말합니다충치가 광범한 경우에 수복하는 재료를 지지해줄 충분한 치질이 남아있지 못할 때, 혹은 입안에서 직접 수복하기 어려운 경우에 시행합니다. 과거에는 주로 금으로 제작하였으나, 요새는 CAD/CAM 기술 등의 발달로 세라믹이나 레진 등으로 제작하기도 합니다. 사실 심미적인 면은 세라믹/레진 인레이가 좋지만, 강도나 내구성 등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금 인레이가 아직은 더 안전하고 뒤탈 없는 치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강내의 치아는 상당히 가혹한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젖어있는 상태이고, 상당히 큰 힘을 주기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큰 어금니의 경우 씹을 때 힘은 100kg을 넘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래 사용하다 보면 모든 수복재료는 탈이 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충치치료 한번 받은 것으로 죽을 때 까지 안심~ 이러시면 안 됩니다.

 

수복한 부분으로 다시 썩을 수도 있고, 수복재료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습니다. 치료받은 지 불과 몇 달 만에 문제가 생긴다면, 치료 계획을 잘못 세운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몇 년 이상 별 탈 없이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단순히 치료한 치과의 잘못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치과의사로서 처음 진료를 할 때는 환자분의 심미적인 욕구보다는 내구성이나, 안전성에 더 초점을 맞춰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까 환자의 심미적인 욕구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튼튼하고 오래가는 것만이 좋은 건 아닌 거 같습니다. ^^ 이쁜데 약한 거라면, 너무 자주만 아니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재 치료해도 괜찮은 듯 싶습니다.

 


2.근관치료(신경치료)


충치와 충치치료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신경치료라 자주 불리는 근관 치료(root canal treatment)에 대해서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경치료는 엄밀하게 이야기 하면, 치아 내부에 있는 치수를 제거하는 치료를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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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수는 치수강(pulp chamber)와 치근관(root canals)으로 구성이 됩니다. 근관치료는 치수강만을 제거하는 치수강절단술(pulpotomy)와 치근관의 치수 조직까지 모두 제거하는 치수절제술(pulpectomy)로 구분합니다. 요새는 소아를 제외하고는 치수절단술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치수절제술을 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일단 근관치료라는, 치수를 제거해 버리는 무서운 시술을 왜 하는가 알아봅시다. 일반적으로는 치아 우식이 상당히 진행되어서 치수까지 치아 우식이 진행된 경우에 오염된 치수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시행합니다.

 

caries - pulp.jpg

출처 – Family dentistry

 

우식이 진행되어서 세균이 치수강까지 진행되게 되면, 상당힌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세균에 감염되면, 치수에서 염증이 일어납니다. 치수염이라 부르는데, 이렇게 염증이 일어나면 혈류량이 증가하고 부종, 즉 붓기가 생깁니다. 일반 피부에 염증에 생겨 부종이 생기면 그 부분이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만, 치아는 이렇게 부풀어 오를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딱딱한 치아 구조에 의해 치수가 둘러 싸여 있기 때문입니다그러니까 부푸는 압력이 고스란히 치수안의 신경에 가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아픕니다. 정말 아픕니다. 진통제 따위로는 소용이 없습니다. 붓기 때문에 통증이 있으니, 냉찜질을 해주면 통증 경감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아파서 오신 분은 치과 문 열기 전에 치과 문 앞에서 서성거리면서 한손에는 얼음이 들어 있는 컵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치료할 때, 일단 치아에 썩은 부분을 제거하면서 구멍을 뻥 뚫어주면 통증이 급속하게 줄어듭니다. 염증으로 생긴 압력이 해소될 곳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치수에 염증이 생겨서 붓기가 생기고 그로인해 신경과 혈관이 압박되면, 치수의 신경과 혈관이 손상되고, 괴사가 일어나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한동안 참을 수 없이 아프다가 며칠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하나도 안 아프게 될 수 있습니다. 치수가 완전히 괴사되어 버리면, 통증을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통증이 사라지면 사람들이 치과에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우식이 더욱 더 진행되어서 치아 구조자체가 붕괴되어, 치관부분이 부러져 버리게 됩니다.


근관치료는 이렇게 염증이 상당히 진행되거나, 이미 괴사된 치수를 완전히 제거하고, 그 빈공간에 세균이 들어차지 않도록 멸균된 재료를 채워 넣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쉽게 말해서 치아 안에 있는 혈관과 신경 찌끄레기들을 모조리 제거하고, 안에 남아있는 세균을 다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11123.jpg


근데 이 근관치료가 상당히~ 상당히 어렵습니다일단 근관의 크기가 정말 작습니다. 어금니의 경우에 근관 끝부분 직경이 0.1mm~0.25mm 정도입니다. 앞니의 경우에는 근관이 하나지만, 작은 어금니만 해도 2개인 경우가 있고, 큰 어금니의 경우 3-4개, 많게는 8개까지 있습니다.

 

사람마다 치아의 형태와 함께 근관의 형태가 다르고, 뿌리가 이렇게 저렇게 휘어 있다 보니, 이 근관에 남아있는 치수조직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게 사실 상당히 어렵습니다. 아울러 이게 눈으로 보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 끝의 감각과 몇 가지 기구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합니다. 확인을 위해 X-ray를 찍어 볼 수 있지만, 3차원을 2차원으로 짜부라뜨린 거라 정확히 보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아울러 치수 조직의 괴사가 진행된 지 오래되면, 근관 자체가 석회화 되어서 기구의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 근관으로 접근하는 입구 자체가 돌덩이로 막혀버리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심하게 휘어진 근관의 경우에는 접근조차 어렵고, 무리하게 접근하다가 기구가 부러져서 근관에 박혀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아주 골치 아파 집니다.

 

치수조직을 제거할 때는 마취를 충분히 했더라도, 결국 신경과 혈관을 떼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상당한 통증이 수반됩니다. 아울러 근관치료 중에 근관의 끝부분 조직을 자극할 수밖에 없어서 상당한 통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치수조직의 일부가 남아있게 되면, 그 치아에 통증이나 여러 증상이 남아있게 됩니다. 그러니 신경치료를 진행해도 통증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게 됩니다. 때로는 괜찮다가도 나중에 치아 뿌리 끝에 염증이 생겨서 X-ray 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근관치료 치과의사에게는 참 골치 아픈 존재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어려운 근관치료가 건강보험의 적용대상이라 그 대가가 치료에 사용되는 재료만큼도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근관치료를 마친 후에 치아를 덮어씌우는 보철치료가 훨씬 더 비싸지요. 이점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미국의 예를 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미국의 근관치료 치료비에 비해 우리나라의 근관치료 치료비는 1/45 정도 수준입니다.


근관치료를 진행하고 나면, 일반적으로 치아를 삭제하고 금속이나 세라믹, 지르코니아 등의 재료로 덮어 씌우는 보철치료를 진행합니다. 보철치료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근관치료를 한 치아는 치수조직이 없기 때문에 치질 자체가 푸석푸석 해지고 잘 깨질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강한 재료로 치아를 감싸는 보철치료를 해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근관치료 후에 보철을 하지 않으면, 심각한 경우 치아가 세로로 쪼개져서 무조건 발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금니에 신경치료를 받으셨다면, 그 치아를 감싸는 치료는 필수적으로 하셔야 합니다. 당장 돈이 부족하시다면, 임시치아(플라스틱으로 만든)라도 해놓으셔야 합니다. 잘 만든 임시치아는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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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의 경우에는 치아의 파괴가 크지 않다면, 근관치료 후에 보철치료를 꼭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대부분 서양에서 시행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안 맞을 수 있습니다. 우리 음식이 서양보다 일반적으로 더 질기고 단단하기 때문에 치아에 걸리는 하중이 보다 큰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앞니 역시 안전하게 씌우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근관치료를 진행한 후 근관을 멸균된 재료로 채우는 것까지 마치고 나서 불편감이 있거나, 아니면 상당히 시간이 지나서 뿌리 끝에 염증이 다시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은 근관치료가 완전하게 시술되지 못해서 그런 경우가 생깁니다. 뿌리 끝 염증의 경우 신경치료 후에 생긴 것인지 아니면 치료 전에 생겼다가 아직 없어지지 않은 것인지는 사진 한 장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여튼, 근관치료 완료 후에 그 치아에 또 문제가 생기면, 재근관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근관치료의 성공률은 85~90% 정도라고 합니다. 재근관치료는 50-70%정도로 나와 있습니다. 첫 근관치료에 비해서는 성공률이 떨어지지요. 재근관치료는 기존에 채워놓은 재료들을 제거하고, 다시 근관을 깨끗하게 만들고, 혹시 찾지 못한 근관이 있는 지를 확인해 봅니다.

 

이렇게 해서 증상이 해결되면 아주 좋지만, 해결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 계속해서 해결이 되지 않는 다면, 잇몸을 절개해서 뿌리끝 부분을 직접 보면서 염증을 제거하고, 뿌리 끝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수술은 주로 앞니에서 시행할 수 있고, 어금니의 경우는 이런 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보통 발치를 하게 됩니다.

 

이상으로 3편을 마칠까 합니다.

 

글을 쓰면서 설명을 하다 보니 자꾸자꾸 너무 전문적인 분야로 가버리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되도록이면, 쉽고 실제 상황에 유용한 정보를 위주로 해야 하는데 능력이 부족한가 봅니다. T.T

 

혹시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댓글로 이야기 해주시기 바랍니다. 간단한 것은 답글로 알려드리고요, 좀 긴 이야기가 될 만한 것은 다음 편 쓸 때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독투불패의 글이 3회 이상 메인 기사로 채택된 '바람인형' 님께는 가카의 귓구녕을 뚫어 드리기 위한 본지의 소수정예 이비인후과 블로그인 '300'의 개설권한이 생성되었습니다. 


조만간 필진 전용 삼겹살 테러식장에서 뵙겠습니다.


아울러, '바람인형'님께서는 본지 대표 메일 ddanzi.master@gmail.com으로 연락가능한 개인 연락처를 보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염장불패 바람인형


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