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5. 11. 월요일
펜더
"북한의 한 잠수함 기지에서 최근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 잠수함 장착용 수직발사관이 식별됐다."
- 2014년 9월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질의에 대한 합동참모본부 답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발기와 세심한 지도 속에 개발 완성된,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가 진행됐다
(중략)
잠시 후 바다 면을 뚫고 불쑥 솟구친 탄도탄이 거세찬 불줄기를 뿜으며 창공 높이 날아올랐다."
- 2015년 5월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발표
이틀간 ‘언론’과 접촉할 수 없는 곳에 있다가, 작업실로 돌아와 북한의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발사실험 소식을 접했다. 그 첫 느낌은 말 그대로 ‘황당’ 그 자체였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라 오늘 밤은 일찍 침대로 기어 들어가려 했는데, 이 소식을 접하자 바로 커피 물을 올리고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씨바, 이게 진짜면 주옥 되는 거 아냐?’
김정은의 전적(?)을 생각하면, 포토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골프급 흉내 낸 거라면, 핫 런치(hot launch)일 텐데, 사진이나 조선중앙통신 말 들어보면, 콜드 런치(cold launch)란 소리 같고... 진짜로 콜드 런치 기술을 확보한 거야? 작년에 수직발사관 발견됐다고 하던 수준이었는데, 진짜로 콜드 런치를 한 거야? 정은이가 또 포토샵 한 거 아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제까지 나온 정보(언론에 공개된 내용)로는 조선중앙통신이 자기들이 개발한 ‘북극성’이라는 잠수함발사 탄도탄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고, 이 미사일은 바다 ‘속’에서 쏘아 올렸다는 것이다. 그걸 김정은은 즐겁게 감상했고, 발사 장면을 스틸 컷으로 공개했다.
그동안의 김정은 행보를 본다면, ‘포토샵’일 확률도 꽤 있으나 확실한 건 발사 장면이 동영상으로 공개 된 이후에나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추측은 다 개소리다.
중요한 건 ‘북한이 SLBM을 개발하고 있다’라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은 제대로 ‘엿’을 먹었다는 것이다. 아니, 엿을 먹은 정도에서 끝나면 다행이다. 남북한의 게임의 ‘룰’ 자체가 뒤바뀌었다.
“잠수함에서 미사일 쏘아 올린 게 그렇게 대단한 문제인가?”
이렇게 반문할 수 있겠는데, 충분히 ‘대단한 문제’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게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니고, 포토샵인지 아닌지도 모를 사진 몇 장 때문에 호들갑 떨만 한 게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이건 충분히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다. 설사 포토샵이라도 말이다.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는 자체가 우리에겐 위협이다)
딴지에서 15년 가까이 군사관련 기사를 써 왔지만 북한의 군사문제에 관한 일이 터졌을 때 이렇게 ‘오바질’을 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건 충분히 ‘오바질’을 할 만한 사안이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이 SLBM을 개발하려는 ‘시도’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겐 상당한 안보적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0. 냉전시대 인류를 구한 병기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탄에 대한 내 개인적인 정의가 있다.
지난 세기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인류라는 종족의 생존을 유지시켜 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구원해 낸 발명품.
20세기 냉전이 한참이던 시절, 미국과 소련은 상대방의 수도였던 모스크바와 워싱턴까지 180m마다 핵무기 한발을 세워 둘만한 엄청난 양의 핵폭탄을 생산했고, 이를 서로를 향해 겨눴다. 그리고 이 시기를 관통하던 하나의 전략이 있었으니, 바로 ‘미친 전략(MAD)’이다.
1950년대 말 아이젠하워 시절부터 그 악명을 날리기 시작한 미친 전략(MAD: Mutual Asstruction Destruction), 일명 '상호확증파괴'란 전략은 냉전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미친 전략이다. 핵무기 시대에 들어선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공격은 곧 전멸을 의미했다. ‘이쪽에서 쏘면, 저쪽에서도 같이 맞받아 쏘고, 그 결과 서로 부둥켜안고 죽는다’라는 MAD전략은 역설적이게도 서로에 대한 핵공격을 자제케 하는 ‘공포전략’이기도 하였다.
‘자, 문제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에 대한 일제 공격으로 적의 핵무기를 최소한으로 줄여놓으면? 그 다음 2격으로 상대방을 거꾸로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망상을 원천적으로 막아선 것이 바로 SLBM의 등장이었다. 지구인들이 만든 무기 중 가장 강력하고, 완벽한 병기로 분류되는 잠수함. 바다라는 천연의 방어막은 잠수함 적에게 발견될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여주기 때문에 독자적인 작전을 가능하게 한다.
잠수함발사탄도탄의 발사 모습
인류가 전장으로 삼고 있는 육지, 하늘, 바다, 수중, 우주 이 다섯 개의 공간 중 바다 속만큼 탐지하기가 어려운 게 없다. 이제는 탐지의 기본인 레이더를 비롯해 거의 모든 전자파들은 물속에서는 소용이 없다. 물이 모든 전자파를 감쇄시키기 때문이다. 오로지 ‘소리’만이 이들을 탐지할 수 있다.
그래서 잠수함을 완벽하게 탐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일례를 하나 들까? 잠수함이 아군 수상부대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 뒤에 자신을 찾아보라고 말해도 찾지 못한다. 림팩 때 우리나라의 장보고급이 미국 항모부대 안을 휘젓고 다녀도 미 해군은 우리 잠수함을 찾지 못했다. (덕분에 스웨덴의 디젤 잠수함을 대여해 와 디젤잠수함 방어 대책을 연습하고 있지만) 바다 속은 가장 완벽한 ‘스텔스’ 차폐막이다.
이제 슬슬 이해가 갈 것이다. SLBM을 간단히 말하면 잠수함에 대륙간 탄도탄(ICBM)을 단 것이다. 가장 찾기 힘든 곳인 바다 속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잠수함(전략잠수함). 이걸 발견할 수단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럼 이들의 임무가 무엇일까?
대륙간 탄도탄의 1차 목표는 '상대방의 대륙간 탄도탄', 즉, 발사기지다. 적의 무기를 무력화 시킨 다음에 천천히 나머지 목표물을 박살내는 것이다. 그러나 SLBM의 목표는 좀 다르다. ICBM이 선제타격을 위해 개발됐다면, SLBM은 ‘보복용’이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핵전쟁이 발발해 본국이 쑥대밭이 됐을 때 SLBM은 상대방의 주요도시를(주요도시라 하지만, 실은 소련이나 미국 본토 전체로 봐도 무방하다) 향해 보복공격을 가한다. (참고로 기본적으로 ICBM과 SLBM은 같은 미사일이라 볼 수 있다. 둘 다 대륙간 탄도탄이지만, SLBM은 잠수함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공간의 한계 때문에 조금 작고, 탄두 크기도 소형이다. 게다가 잠수함이란 플랫폼의 한계 때문에 정확도도 떨어진다. 물론, 핵폭탄이기에 정확도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목표 자체가 적국의 ‘주요도시’이기에 정확도가 떨어져도 상관없다. 히로시마를 보지 않았나? 한발 떨어지면 쑥대밭이 된다)
흔한 SLBM의 위력
“나만 죽을 순 없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시원하게 같이 죽자.”
란 것이다. 앞에도 말했지만, 바다 속은 한 번 들어가면 찾기가 무척 힘들다. 냉전 시절 북극해에서 영국, 미국 잠수함들이 소련의 전략원잠을 잡기 위해 용을 쓰고 (SOSUS라인이라고, 주요 해협에는 아예 바다 속에 고정용 음파탐지기를 깔아버렸다) 그런 미국 잠수함을 따돌리기 위해 소련 잠수함은 자신들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영화 <붉은 10월호>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잘 나와 있다.
이 SLBM의 등장으로 지난 20세기 인류는 멸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만약 어떤 ‘꼴통’이,
“까짓 거 전쟁 한 번 일으킬까? 저것들이 쏘기 전에 우리가 기습적으로 가진 거 다 날리면 한 방에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저 녀석들 미사일 기지는 다 파악해 놨잖아? 선빵 확실하게 날리면, 제대로 반격도 못할 거야.”
이런 생각으로 핵전쟁을 준비하려고 해도 SLBM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잠수함은 일단 물속에 들어가면, 찾기가 힘들다. 지상에 있는 대륙간 탄도탄 기지나 공중발사 플랫폼들은 ‘기지’만 박살내면 무력화 시킬 수 있지만, SLBM은 이야기가 다르다. 끊임없이 물속에서 이동하며 호시탐탐 ‘명령’이 날아오기만 기다린다. 이걸 ‘전략초계’라고 한다.
냉전시절부터 지금까지 미국, 소련, 프랑스, 영국, 중국의 전략원잠(편집자 주-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 핵무기를 탑재한 경우 전략원잠이라고 부른다)들은 자신의 앞마당에서 빙빙 돌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SLBM의 사거리가 늘어난 이후 이들은 자신의 앞바다 앞에 짱 박혀 있다. 우습게 보이겠지만, 미국의 오하이오급, 영국의 뱅가드급에 탑재된 트라이던트는 사정거리가 12,000km에 달한다)
전략원잠 크기 비교
(출처- 엔하위키 미러 'SSBN')
전략원잠은 한 번 물속으로 들어가면 위치를 파악하기가 아주 어렵다. 때문에 냉전 시절에는 (그리고 지금도) 서로의 공격원잠을 상대방 전략원잠의 항구 근처에 잔뜩 매복시켰다. 그리곤 전략원잠이 나오길 기다린다. 다시 말하지만, 잠수함이 항구를 떠나 대해로 빠져나가면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항구 앞에서 지키고 있다 따라붙는 것이다. (여차하면 격침시킬 생각으로)
문제는 상대방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전략원잠이 전략초계를 위해 항구 밖으로 나가기 전에 구축함과 잠수함을 동원해 출항코스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꼬리 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1. 핫 런치(hot launch)와 콜드 런치(cold launch)
해리슨 포드와 리암 니슨 주연의 <K-19>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막장(?) 잠수함을 잘 기억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SLBM을 개발했다면, ‘K-19’이, 즉, 호텔급 잠수함(Type 658)과 아주 깊게 연관이 있다.
소련이 이 호텔급 잠수함 이전에 만들었던 것이 골프급으로, 배수량 2,000톤급의 디젤 잠수함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주력인 장보고급이 1,200톤급) 이 작은 잠수함에 어거지로 3발의 탄도탄을 우겨 넣어서 달고 다녔는데, 소련은 1958년부터 이 녀석을 23척 건조해서 1990년까지 사용했다. (골프급은 디젤엔진이었다면, 호텔급은 원자력 엔진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자, 문제는 이 SLBM의 성능이다. SLBM의 발사방식에는 크게 2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가 핫 런치(hot launch)방식이고, 나머지 하나가 콜드 런치(cold launch)방식이다.
① 핫 런치(hot launch) 방식
간단하다. 영화 <K-19>에 잘 나와있는 방식이다. 잠수함이 물 밖으로 부상해 수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수상함의 미사일 발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간단히 말하면 미사일을 배달하는 잠수함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방식은 정찰위성에 발각 될 확률이 아주 높다. 거의 뭐 나 ‘여기 있소’ 수준이라서. 때문에 이런 방식은 이제 소용이 없다. 후기형의 경우에는 수중에서 발사 가능하도록 개량됐다만, 현대의 전략원잠은 전부 다 콜드 런치 방식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린다.
② 콜드 런치(cold launch) 방식
물속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방식이다. 언뜻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가는 방식이다. 물속에서 담뱃불을 붙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미사일은 불이 붙어야(점화) 날아오를 수 있는데, 물속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린다? 결국 생각해 낸 방법이 미사일을 캡슐에 담아 물 밖으로 쏘아 올리는 것이다. 이 캡슐 자체가 상당한 부력을 가지고 있어서 무리 없이 물 밖으로 나온다. 그런 뒤에 이 캡슐이 쪼개지고, SLBM이 발사되는 것이다. 이게 ‘꽤’ 어려운 기술이다. 미국도 SLBM 개발 당시 꽤 곤란을 겪어야 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떻게 SLBM 개발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일단 개발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다)
문제는 소련의 붕괴였다. 소련이 붕괴되고, ‘오늘만 살게 된’ 소련은 당장에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했다. 이때 골프급이 매물로 나왔다. 그리고 북한은 이걸 구입했는데(자료에 따라 다른데, 1척에서 12척까지 이야기가 많다), 문제는 이 잠수함에 미사일 발사시스템도 고스란히 그대로 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해군은,
“그건 그냥 고철덩어리야.”
라고 해명했지만, 누가 봐도 북한이 이 골프급 미사일 발사시스템을 역조립해서 잠수함발사탄도탄 기술을 확보(혹은 연구 중)했다고 볼 수 있다.
2. 전제를 하나 깔고 시작해 보자
현재 북한의 SLBM은 골프급을 분해해 얻은 기술이란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이게 골프급에서 얻은 기술이지만, ‘골프급’은 아니란 것이다.
이게 골프급 잠수함 되시겠다
미국과 한국의 군 관계자들(미국의 민간전문가 포함)은 북한의 신포항에 길이 67m, 폭 6.6m로 판독되는 정체불명의 잠수함과(일명 신포급) 여기에 달 거 같은 느낌의 12m짜리 ‘수직발사관’ 위성사진이 발견됐다는 것에 주목했다. SLBM은 ‘크고 아름답기’ 때문에 어뢰 발사구 따위에 넣어서 쏠 수 없다. 최소 12m의 수직발사관이 필요하다.
수직발사관을 개발한 다음, 지상 발사 실험, 수중 발사 실험, 잠수함 발사 실험 등을 거쳐야지만 제대로 한 발 쏠까 말까이다. 문제는 이 수직발사관이 진짜 12m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 조선중앙통신 발표를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아직 그 누구도 신포항에서 발견 된 이 정체불명의 잠수함의 개괄에 대해서는 모른다. 골프급에서 잠수함발사탄도탄의 기술을 얻었다고 하지만, 현대의 전략원잠들은 기본적으로 원자력 추진 방식이다. 그런데 디젤엔진으로 굴러가는(북한이 핵추진용 원자로를 개발할 기술은 없을 것이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67미터짜리 ‘소형’ 잠수함에 우겨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신포급에 탄도탄을 넣어서 쏜다면, 그 능력은...
객관적으로 이 북한식 ‘주체 SLBM’의 능력을 추론해 보자. 내가 주목한 것은 크게 2가지 신포급의 추진 방식과 ‘사이즈’다.
① ‘전략초계’를 디젤 잠수함이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현대적인 SLBM을 장착한 전략원잠들은 전부 ‘핵추진’을 한다. 즉, 원자력으로 항해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도 골프급을 가져다가 8,000km급 JL-2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골프급은 조만간 퇴역할 것이다). 현재 중국은 칭(淸)급을 개발해 여기에 사거리 8,000km짜리 쥐랑(巨浪)-26기를 장착해 초계에 나서고 있다.
디젤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원잠급인 칭급 잠수함
문제는 그 추진 방식이다. 칭급은 디젤 추진방식이다. 디젤추진 방식의 전략원잠은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디젤은 핵추진 방식에 비해서 소음이 적어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단점은 물속에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전략원잠의 경우는 한 번 물속에 들어가면 60~70일을 물속에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디젤의 경우에는 디젤 추진을 위해 물위로 부상해서 디젤 발전기를 돌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력인 장보고급도 최대로 버텨도 3일에 1번씩은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부상해야 한다) 참고로 잠수함은 물속에 있을 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위로 부상할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스노켈이라고 ‘빨대’같은 대롱만 올려서 이걸로 발전기를 돌린다고 하지만, 그래도 위험하다.
중국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수상전략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 자신의 영해 안에서만 움직이기에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고, 칭급의 실제 기대효과가 중국 근방으로 왔다갔다하는 미 해군의 항모 전단들을 견제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탄도탄 대신에 42기의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도 가능하다고 하고. 그러나 완전한 의미의 ‘전략초계’는 아니다.
같은 의미로 북한의 ‘신포급’을 보자. 신포급 역시 디젤 추진 방식이다. 게다가 그 사이즈가 2,000톤급도 안 된다. 아마 우리나라의 손원일급(1,800톤급) 보다도 작아 보인다. 사이즈가 작다는 건 미사일의 크기도 작다는 의미고, 그 사거리나 파괴력 면에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전략원잠’ 사이즈의 견적은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선체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활동반경이나 행동에 제약이 많다. 칭급의 경우에는 디젤 추진 방식이지만, 크기를 키우고 8,000km짜리 탄도탄을 달아서 ‘전략원잠’에 가깝게 흉내를 냈다.
위성사진에 잡힌 신포급 잠수함
게다가 자국의 영해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신포급은 체급부터가 다르다. 게다가 북한의 해군력은 중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물론, 만의 하나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국방’이기 때문에 그 위협을 무시할 순 없지만, 미국이나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전략원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② SLBM의 실체
북한이 만약 신포급이나, 골프급에 미사일을 달아 쏘아 올렸다면 그 위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우선 골프급을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최대 3발의 탄도탄을 발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 탑재한 미사일도 트라이던트처럼 사거리 12,000km짜리 대륙을 오가는 미사일이 아니라, 사거리 3,000km 내외의 미사일일 것이다. (골프급에 실렸던 R-27을 생각한다면, 사거리 3,000km는 간다)
이게 트라이던트란 놈인데...
설사 작정을 하고 4,000km짜리(실제로 북한은 ‘무수단’ 같은 걸 가지고 있으니)를 장착하겠다고 작정한다면 이론상 가능은 하다. (그리고 그걸 실제로 쏘아 올렸다!) 그러나 이럴 경우 탑재되는 미사일의 숫자는 1발 내외가 될 것이다. 그렇다는 건,
“우, 우리도 하, 한 방이 있어! 우리 건드리면 다 죽여 버릴 거야!”
라고 위협.., 아니 ‘발악’을 하는 수준일 것이다. 즉, 미국을 포함한 상임이사국이 지금 하고 있는 ‘전략초계’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그냥 흉내만 내는 SLBM이란 소리다.
문제는 이렇게 흉내만 내는 SLBM이지만, 이게 잠수함이고, 거기에 달려있는 게 핵탄도탄이라면 ‘위협’이 된다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 SLBM의 발사단추를 ‘김정은’이 들고 있다는 것. 이게 가장 큰 문제이다. 물론, 과장되게 위협을 강조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이걸 무시할 수는 없다는 소리다.
3. 이제까지 흘러나온 ‘정보’만 확인하자
5월 8일 어버이날을 기념해 김정은이 축포(?)를 쏘아 올렸다(자기들 말로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이라는데). 이제까지의 팩트만 확인해 보자.
1) 5월 8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동해상에서 북한 명 ‘북극성(KN-11)’ 이라는 잠수함발사탄도탄 발사
2) 공개된 사진을 보면, 소련 시절 개발 배치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R-27(나토명 SS-N-6)과 흡사하다. 아니, 흡사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운용중인 ‘무수단’ 미사일도 따지고 보면, R-27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잠수함에 우겨 넣을 수 있고, ‘쏠’ 수도 있다.
3) 대한민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김정은 참관 하에 SLBM의 발사시험을 실시한 걸 확인했다.
4)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자신들의 잠수함 발사탄도탄 발사 실험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5) 그리고 증거라고 스틸 컷 몇 장을 공개했다.
6) 그러나 사진 자체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고, 실제 포토샵이 아니라 발사를 성공했다 하더라도 발사 각도를 보면 실패 했거나, 애초에 이 실험이 탄도탄 발사가 아니라 수중에서 발사체를 ‘사출’하는 것이 목적인 실험이 아니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 김정은은 “전략잠수함 탄도탄이 생산에 들어가고 가까운 시일에 실전 대비되면 적대세력들의 뒷잔등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탄을 매달아 놓는 것으로 된다.”라며 좋아했다.
여기까지가 어버이날 기념 축포라 할 수 있는 ‘북극성’을 둘러싼 이야기다. 김정은의 특기인 ‘포토샵’일 수도 있고, 실제로 어버이날을 기념해 쏘아 올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진위여부를 떠나 북한이 SLBM의 개발에 나섰다는 자체가 대한민국 안보에는 커다란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개발한 ‘주체 SLBM’의 성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떤 위력이 있는지는 밝혀진 게 없다. 또한 그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까지의 ‘핵위협’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게임의 룰이 뒤바뀌었다. 이제 우리는 전혀 새로운 위협 앞에서 이제까지의 판을 모두 뒤엎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틀 동안 다른 일 때문에 몸의 기력이 쭉 빠져나간 뒤에 들은 소식이라... 경황이 없다. 일단 1부 쓰고, 2부는 내일까지 최대한 몰아 써서 올리겠다.
펜더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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