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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위어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 (The Martian : 화성인)'을 소설과 영화, 그리고 현실 측면에서 비교하면서 본격적인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1. 화성 (Mars)


먼저 영화의 배경이 되는 화성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입니다.


- 지름: 6,800km (지구의 절반쯤)

- 표면적: 지구의 1/4가량

- 중력: 3.711m/sec^2 (지구의 0.38배)

- 공전주기: 687일 (약 1.9년)

- 자전주기: 24시간 37분

- 대기밀도: 0.636 (0.4~0.87) kPa (지구의 1/100 미만) 

- 표면온도: - 143°C ~ 35°C (평균 - 63°C)



위 수치들은 영화 <마션>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들만 간추린 것입니다. 화성의 크기는 지구에 비해 1/4에 불과하다고 봐야겠죠. 직경은 절반이지만 지표면의 면적은 1/4 가량이 됩니다. 그리고 화성의 질량 역시 작기 때문에 중력은 지구의 38%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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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화성의 크기 비교

출처 - <NASA, Jcpag2012>


화성-태양의 거리는 지구-태양의 거리에 비해 1.4 ~ 1.6배 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지구가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태양을 돌고 있는 데 반해서 화성은 꽤 삐딱한 타원형을 그리고 있죠.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당연히 표면온도가 낮습니다. 화성의 적도지방에서는 한낮 온도가 평균적으로 상온을 간신히 넘어섭니다만, 밤중에는 여지없이 영하 40도를 오갑니다. 극지방에선 최저 영하 140도에 이를 정도니 일부 적도 지역을 빼곤 사실상 얼음 행성이라고 봐야겠죠.


화성의 하루는 24시간 37분으로 지구와 거의 비슷합니다. 지구의 하루는 DAY(일)라고 하지만, 화성의 하루는 SOL이라고 부릅니다. 영화에서도 SOL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화성의 1년은 거의 지구의 두 배에 해당합니다. 즉, 공전궤도 상에서 지구의 속도가 더 빨라서 가끔 화성을 추월하게 되죠. 그리고 지구 시간으로 780일마다 서로 최근 접점에 도달합니다. 지구-화성 간 여행을 하려면 서로 간의 위치가 가장 이상적이 되는 시기가 있는데 780일마다 한 번만 기회가 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인류는 모든 화성 탐사선을 25~26개월 주기로 특정 시기에 보내고 있죠.


만약 화성으로 가는 이상적인 시기가 아닌 때에 우주선을 보내면 어떻게 되냐구요? 그것은 영화를 보시면 대충 짐작이 되실 겁니다. 이 문제는 소설과 영화에서 매우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이므로 아래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2. 화성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 있나?


인류가 만약 화성에 도달한다면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특히 생명체에 가장 중요한 물이 필요한데요, 화성에는 물이 있습니다. 화성의 극지방에는 많은 양의 물이 얼어붙은 채로 지하에 매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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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극지에 보이는 거대한 하얀 부분은 물이 아닌 이산화탄소가 얼어붙은 드라이아이스, 물은 지하에 있다 

출처 - 허블우주망원경


일부 거대 크레이터의 중심부 낮은 지면에도 역시 물이 지하에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추정되고 있고요, 얼마 전 NASA의 발표로도 지표면 매우 가까운 곳에 물이 존재하고 계절에 따라 녹아서 흐르기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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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궤도정찰선이 촬영한 남반부 뉴턴 크레이터 내부의 계절성 물줄기가 흐른 흔적

출처 - <NASA>


인류가 화성에 장기간 체류하려면 식량과 물의 자급자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지구에서 물자를 보급하는 건 무리). 특히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도 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물을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지점 근처가 유리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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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 오딧세이 위성에 의해 탐사된 화성의 물 지형 분포도, 파란색/흰색 사각형들이 물 존재가 유력한 곳들

출처 - <NASA>


극지방은 너무 추워서 생존에 애로가 있으므로 가급적 적도에 가까운 지점이 좋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조사된 유력한 물 보유지역은 대부분 남반부 중위도 지역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북반부 일부 크레이터 내부에도 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곤 있습니다. 위 물 지형도에 보이는 빨간색 사각형들은 과거에 물이 존재했지만 증발하면서 소금 퇴적층이 형성된 곳들입니다. 따뜻한 적도 인근에서는 물이 증발하기 쉽기 때문에 적도 근처에서 물을 채취하긴 어려워 보이며, 파란색(내지는 흰색) 중위도-극지에서 채취해야 할 겁니다.


외계 행성에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가장 선결 조건이 바로 물의 존재 유무입니다. 화성은 그런 점에서 인류의 두 번째 서식지 후보로 가장 유력한 곳입니다.


반면에 화성은 크기가 작아서 핵의 대류 운동이 오래전에 멈춘 곳입니다. 지구에는 외핵의 대류 운동으로 인해서 자기장이 형성되어 치명적인 우주방사능(태양풍, 우주공간의 자연방사능 등)에서 지표면을 보호해 줍니다. 반면에 화성은 일부 지역에서 작은 규모의 자기장만 형성되고 있으므로 우주방사능에서 지표면을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간이 화성 표면에서 장기간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의 탐사결과로는 예상보다 우주 방사능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적어졌습니다. 지표면에 내리 쐬는 방사능 수치가 예상보다 적고, 지표면 아래로 조금만 파고 들어가도 충분히 방사능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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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화성 식민지 상상도

출처 - <NASA>


화성에 초기 유인식민지가 건설되면 지하로 살짝 파고 들어가서 만들던지, 거주 모듈을 화성의 흙으로 덮어주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외활동에는 아무래도 제약을 받게 되겠죠. 화성 거주민들은 주기적으로 야외활동에 따른 방사능 피폭 누적치 검사를 해야 합니다.



3. 먼지투성이 화성


흔히 화성을 설명하는 수식어가 '붉은 행성, 모래 행성'입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표현하면 '붉은색 산화철이 함유된 미세 먼지투성이 행성'이 맞을 겁니다.


화성의 먼지(모래는 틀린 표현입니다, 모래보다 더 작기 때문에 먼지라고 칭하는 게 맞음)는 직경이 10~20마이크로미터 정도입니다. 화성 전역의 먼지들은 오랜 침식작용으로 서서히 마모되어 작아진 상태입니다. 지구와 다르게 수분도 없어서 응결작용 등도 전혀 일어나지 않아서 화성 표면의 모래들은 대부분 미세 먼지가 되었습니다.


황사 먼지의 입자 크기가 1~10마이크로미터 입니다. 화성의 표면에 있는 먼지들은 황사보다 살짝 크지만 모래보다 훨씬 작죠. 그리고 1~2마이크로미터급 초미세 화성 먼지들은 이미 화성 대기에 떠다니고 있습니다. 화성이 붉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대기에 떠다니는 초미세 화성 먼지들의 산란작용 때문이며, 화성 먼지들이 함유한 산화철이 붉은색을 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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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주기로 화성 전역을 뒤덮는 거대 먼지 폭풍, 몇 개월간 지속된다

출처 - <NASA>


화성에서도 때론 풍속이 지구의 태풍보다 빠른 폭풍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대기밀도가 지구의 1/100도 채 안 되기 때문에 풍압은 매우 약하지만 워낙 화성 먼지들이 미세해서 쉽게 공중으로 떠오릅니다. 지구의 폭풍을 상상하면 안 되고, 거대한 황사바람이라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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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먼지악마

출처 - <NASA>


우리나라 표현으론 '화성 모래폭풍'이라고 흔히 알려졌지만 잘못된 표현입니다. 정확한 표현은 'Mars Dust Storm' 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일종의 토네이도 현상인 'Mars Dust Devil'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일종의 먼지 회오리바람인데요. 역시 풍압이 약하다 보니 지구의 토네이도 같은 큰 파괴력은 내지 못합니다.


화성 지표면에서 우주비행사가 활동 중에 먼지폭풍과 먼지악마를 만나도 그다지 위험하진 않을 수준입니다. 다만 시야가 흐려지고 때론 아예 하늘이 밤처럼 어두워지는 정도? 그리고 미세먼지가 장비들 틈새를 파고들어서 고장을 유발하는 등 귀찮을 겁니다. 황사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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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 탐사선이 보내온 화성의 첫 컬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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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 패스파인더 탐사선에서 찍은 소저너 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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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튜니티 로보가 찍은 화성 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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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오시티 로보가 찍은 화성 표면


영화 속 여러 장면에서 화성은 마치 온통 모래로 뒤덮인 사막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화성의 표면은 살짝 모래를 흩뿌려 놓은 듯한 돌밭에 가깝습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화성 전역이 거의 비슷한 형태로 되어 있죠.


자~ 여러 탐사선과 로보들이 촬영한 실제 화성 지표면을 보면 지금껏 영화에서 나온 화성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죠? 영화가 오랜 시간 세뇌시켜온 이미지는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지구에서 실제 화성과 가장 가까운 지형을 찾기도 어렵고, 설령 찾아도 저런 곳에서 촬영 작업을 하긴 애로점이 많겠죠.


미래에 인류의 유인 화성탐사 시에 우주비행사들은 저런 지형을 돌아다녀야 하므로 고생할 겁니다. 그리고 화성 탐사차량도 역시 저런 곳을 돌파해야 하므로 고속주행 따윈 꿈도 못 꿉니다.



4. <마션>의 배경이 되는 지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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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바라보이는 화성의 각 방면 모습들


인류는 이미 화성에 여러 대의 정밀 탐사위성을 보내서 지형도를 정확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 지리학회에서는 화성을 20개의 지역으로 분류해놨고, <마션>은 주로 'MC-12 아라비아 (Arabia Terra)'라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을 배경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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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마션>의 배경 지역들, 주인공의 이동 경로


<마션>의 화성기지는 '아시달리아 플라니티아'라는 대평원 지역에 세워졌습니다. 대략 북위 30~40도에 걸친 거대한 평원지대입니다. 그리고 탈출구가 되는 '스키아파렐리 크레이터'는 남동쪽 적도 인근에 위치한 460km 직경의 거대한 분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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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주인공의 이동 경로, 무려 3,200km를 주파한다

출처 - <NASA>


위 경로는 NASA에서 발표한 <마션> 주인공의 이동경로입니다. 중간 중간에 험난한 지형을 우회하면서 지나는 역경이 소설 속에선 자세히 묘사되었으나, 영화에서는 대충 묘사되어 아쉬웠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거대한 크레이터인 스키아파렐리의 산맥을 통과하기 위해 틈새를 찾아내서 돌파합니다.


경로에서 남남서 쪽으로 향하는 것은 화성에 남겨진 탐사선을 찾아내기 위해 떠났다가 기지로 돌아오는 경로입니다. 화성 탐사선은 '아레스 발리스'라는 곳에 착륙했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찾기가 조금 애매했는데 실제로 화성표면의 먼지 표층이 그리 두껍진 않아서 고증 과정에서 조금 어긋난 부분입니다. 영화의 재미를 위함이니 어쩔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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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주인공의 이동 경로를 그린 안내서

출처 - 친절한 <NASA>


위 그림은 영화 <마션>의 상영과 함께 아예 화성 지형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돌입한 친절한 NASA가 과학자를 통해서 제작 배포한 화성 여행지도입니다. 소설 <마션>에선 중요한 지도이지만, 영화만 보려면 없어도 무방합니다.


<마션>에서는 주인공이 무려 3,200km를 달랑 트럭(?)을 타고 이동합니다. 당초 기지 근처에서만 근거리용으로 설계된 화성 로봇의 성능이 실제로 저 정도일지는 의문이지만 NASA 홍보영화 성격도 짙은 <마션>에서는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Tip!) 영화에서 나오는 화성의 지형은 NASA의 탐사 자료를 그대로 인용했었음(실제 위성사진 사용).



5. 화성으로의 왕복 여행이 가능할까?


먼저 <마션> 영화에서 나오는 주요 장면에 대한 기술적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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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착륙 / 재이륙선 상상도


영화 속에 나오는 화성 재 이륙선은 로켓 공학적 관점에서 다소 엉성해 보입니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강하므로 대충 넘어가고, 실제로 화성에 우주비행사들을 착륙시켰다가 재이륙하는 우주선은 위 그림과 같은 형상이 될 공산이 큽니다.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과 재이륙에 대해서 달착륙 음모론자들이 흔히 하는 주장이 "그렇게 작은 우주선이 어떻게 착륙했다가 다시 이륙해서 모선으로 돌아오냐?" 입니다. 이것은 중력과 연관이 큽니다. 달의 중력은 고작 지구의 17% 수준이기에 가능했습니다. 로켓의 덩치는 발사지점의 중력 크기에 로그함수로 비례하게 되죠. 화성도 지구에 비해 중력이 꽤 약해서 작은 우주선으로도 이륙이 가능합니다.


각설하고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위 상상도 크기의 착륙선이면 다시 재이륙하여 위성궤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개발된 기술은 아니지만 작심하고 투자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가능한 수준이라는 거죠. 그리고 영화 속 착륙선의 외형, 이륙 시 효과 등은 영화의 재미를 위해 각색된 것이라 논외로 칩시다.


Tip!) 로켓은 최종단의 무게를 줄이면 자연적으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날아간다. (영화 볼 분들에게도 유용한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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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허미즈' 화성왕복선, 실제로 제작한다면 몇백조 원은 거뜬히 들어갈 수준이다


그리고 허미즈 (헤르메스) 화성왕복선, 이것은 이미 여러 차례 NASA에서 화성 유인왕복선 컨셉으로 구상한 것들의 짬뽕 형태입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추진기로 어떤 엔진을 사용하는지 문제인데,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화성에 왕복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필연적으로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이니까요.


화학연료식 로켓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인류의 로켓 기술로는 화성까지 우주선을 보낼 수는 있어도, 다시 그대로 돌아올 여분의 추진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영화 속 화성왕복선은 외형상 추정컨데, 핵연료를 탑재하고 전력을 생산하여 '플라즈마, 이온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런 거대한 우주선을 움직일 대형 이온엔진은 아직 개발도 안 되었습니다. 플라즈마엔진 역시 아직 실용화 못 하고 있어서 영화 속 우주선은 가까운 미래까진 보기 어려운 물건입니다.


뿐만 아니라 허미즈 우주선은 지구-화성을 1회 왕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대로 지구의 중력도움(Gravity Assist, 스윙바이, 플라이바이 라고도 함)을 받아서 2회 논스톱 왕복을 하죠. 약간 황당하기도 하지만 실제 기술로도 허미즈 우주선과 같은 녀석이 있다면 가능할 방법입니다. 이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면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되므로 생략합니다.


저렇게 연속으로 논스톱 화성 왕복을 실행하면 우주선의 속도는 매우 빨라지게 됩니다. 주인공을 구조하러 화성에 다시 도착했을 때 속력이 일반적인 화성 도착에 비해 훨씬 빠르게 되죠. 또한 지구로 2차 귀환 시에는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올 속도를 넘어서서 과속질주 상태가 됩니다.


두 번째 화성 방문 시 주인공과 랑데뷰 하려면 속도가 엄청나서 애로점이 생길 테고, 역시 두 번째 지구 귀환 시에는 더 큰 애로점이 생기는데 이걸 글로 표현하긴 어렵습니다. 아무튼 <마션> 영화를 보면 실제 NASA의 로켓기술자들은 환호했을 수준이라고만 합시다. 그리고 영화 속 미션의 성사 여부는 굉장한 도박이면서도 난이도가 극강입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수백조짜리 우주선을 잃을 위험성이 큰 미션에 동원하기 어려울 겁니다. 영화니까 구조했을 거라고 봅니다.



* 주의 여기서부터 소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화성에 재도착하여 랑데뷰 구조작전을 할 때 우주선의 속도, 상대 거리 변화 등이 나옵니다. 우주비행사들이 직접 자문했을 것으로 보여 지는데 이것은 우주에서의 실제 랑데부 시 상황을 상당히 과학적으로 고증한 것입니다. 혹자는 이 부분이 이해가 잘 안되거나, 극적 긴장감을 위한 설정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필자는 이 부분에서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물론 비정상적인 고속 랑데뷰와 가감속 등은 영화니까 가능하지, 실제로는 절대 시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성공 가능성도 매우 희박할 테고요.


그리고 '아이언맨'의 출현은 소설에서 없는 부분이라고 합니다만, 오로지 영화 속 흥미를 위한 요소입니다.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고 추진력도 그만큼 내기 어렵습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대표적인 허구로 꼽히는 사항도 그것(?)입니다. 로켓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효율이 뛰어난 추진기관은 없습니다.


아까 맨 처음에 지구와 화성이 가장 근접하는 주기가 대략 25~26개월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화성에 보냈던 모든 탐사선은 죄다 가장 이상적인 궤도 상에 있을 때 보냈기에 대략 2년씩 텀을 두게 됩니다. 이상적인 시기(흔히 Launch Window라고 하며, 필자는 동일명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음)에 우주선을 보내면 화성까지 최단시간인 약 7~8개월이 소요됩니다.


더 빨리 우주선을 가속한다고 결코 빨리 화성에 도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면 지구와 화성 자체가 태양을 공전하는 속도가 우주선보다 몇 배는 더 빠르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우주선이 날아가서 화성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화성이 도착할 지점에 미리 느릿느릿 날아가서 기다리다가 화성과 충돌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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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성 간 최적의 왕복 코스 예시 : 총 919일 걸리는 것으로 계산됨


위 그림은 2014년 1월에 화성으로 향하는 최적의 시기가 열리면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는 시나리오입니다. 출발하고 7개월 반 걸려서 화성에 도착, 그리고 화성에서 무려 1년 90일을 버텨야 합니다. 한참 기다려서 다시 화성->지구로 돌아오는 최적의 시기가 되어야 출발해서 또 8개월가량 걸려야 지구에 도착하죠.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지구-화성 간에 이동하기 나쁜 시기가 되기 때문이죠. 만약 화성 도착 후 곧바로 지구로 귀환하려면? 한마디로 불가능합니다. 지구와 화성은 서로 태양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지금의 로켓기술 보다 두 배 성능이 좋은 로켓을 개발해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인류가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왕복여행을 하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저러한 행성 간 항해의 제약점 때문입니다. 비행기처럼 속도를 더 빠르게 하면 화성과의 왕복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탄도학에 가까운 우주선의 궤도역학으로 인해서 속도가 어지간히 더 빠르다고 목표 행성에 일찍 도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속도가 필요 이상으로 빠르면 화성에 도착해서 멈추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쳐서 더 먼 우주로 내팽개치게 될 위험만 커집니다.


영화 속의 왕복 항로가 기술적으로 어떤 경로를 그리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두 번째 왕복궤도는 분명히 정상적인 궤도가 아닌 가상의 궤도입니다. 사실 첫 번째 왕복궤도 역시 현재 인류가 가진 기술력으로 가능한 수준은 아닙니다. 지구에서 출발해서 7~8개월 걸려 화성에 도착 후, 고작 한 달간 화성에 머문 뒤에 곧바로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것은 어떤 방식인지 저도 궁금합니다.


영화와 소설이니까 가능하다고 봐야겠죠.



6. 다른 몇 가지 쟁점 사안들


이 부분은 스포일러입니다만, 미리 아셔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민디 박(*편집자 주: 중요한 발견을 하는 나사 직원. 조연급 인물)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한국계 여성으로 나오는데 영화에선 금발이죠. 한국계 여성 배우의 섭외가 어려웠나 봅니다.


중국의 로켓 기술은 현재 영화에 나온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몇 년 내로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곤 보급선(?)을 실제로 허미즈로 보낼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는 유럽 연합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 중국뿐입니다. 영화에서 중국을 다소 미화하는 듯한 인상이 강한데, 이것은 신흥 영화시장으로 큰 잠재력을 가진 중국에 대한 상업적 배려로 보입니다.


영화 속에서 화성 탈출선의 기괴한 상황은 실제로도 가능해 보입니다. 영화는 지구에서 찍다보니 비닐하우스가 바람에 마구 흔들리는데 사실 화성에선 그 정도가 되기 어렵습니다. (폭풍속에서나 그 정도가 될듯) 그리고 이륙할 때 그 정도 불법개조 정도로 인해서 우주선에 공력저항을 크게 주진 못할 겁니다.


화성의 지형상, 차량형태의 이동수단으로 3,200km를 무사히 주파하는 것은 조금 비현실적으로 보여집니다.


화성의 모래에 대한 묘사도 과장이 조금 심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래 폭풍의 위력은 허구입니다. 영화상 스토리를 위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화성의 대기에서 천둥이 치는 것도 허구겠죠.


그리고 인류가 화성을 방문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현재 여겨지는 것은 우주 방사능 문제입니다. 화성 표면에서의 방사능 노출 문제는 예상보다 적다고 해도 안전한 것은 아니죠. 게다가 우주공간에서는 태양폭풍이 없는 안전한(?) 시기여도 자연적인 우주 방사능 수치가 장시간 우주비행을 하는 인간에게는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측정되고 있습니다.


NASA의 우주비행사 우주 방사능 피폭 안전기준에 따르면, 화성까지 8개월간 편도 여행 시 인체에 노출되는 우주방사선으로도 안전기준을 초과하게 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왕복 여행하면 더 많은 방사능이 인체에 축적되어서 다시는 우주비행에 나설 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영화에서는 그걸 두 번이나 더해서 무려 900일을 우주공간에서 머물게 되죠.


우주정거장과 같이 지구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것은 지구자기장의 보호막 아래에 있는 셈이여서 비교적 안전합니다. 그러나 지구자기장을 벗어난 심우주 항해 시에는 어떤 방호수단을 써도 우주 방사능에서 보호하기 힘들어지죠. 무거운 납으로 된 차폐막을 갖추면 모를까, 그러자면 또 우주선 무게가 급증해서 현실적으론 불가능합니다.


아무튼 심우주 우주 방사능이 인류의 행성 간 여행을 가로막는 한 가지 주요 원인으로 대두되는 현실에서, 영화 속 허미즈 우주선은 분명히 혁신적인 새로운 방사능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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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소감을 짤막하게 밝히자면, "NASA에서 뒷돈을 주고 만든 간접 홍보영화 아닐까?" 싶더군요.


영화 <아폴로 13>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성격도 있는 리얼리티 우주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아마겟돈>, <미션 투 마스>, <레드 플레닛>과 같은 우주영화는 기술적인 리얼리티가 꽤 떨어지는 측면도 있었죠.


최근의 <그래비티>는 사실주의 우주영화라 알려졌지만 실제론 기술적인 사실과 큰 차이가 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일단 스토리의 뼈대가 되는 주된 설정이 허구였으니까요.


<인터스텔라>는 물리학적인 이론과 블랙홀에 대한 영상으로 구현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이 컸습니다.


<마션>은 화성 모래 폭풍의 허구성이나 몇 가지 기술에 대한 과장 등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뼈대는 인류의 다음번 개척지가 될 공산이 큰 화성에 대한 대중의 현실적 인식을 크게 개선할 여지가 많아 보입니다. 실제 흥행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 참고 서적 ]


본 글을 작성하기 위해 얼마 전 출판되어 협찬받은 <<마션> 지오그래피 - 화성>의 내용 일부를 인용하였습니다. 인류가 화성 탐사에 도전하는 과정, 그리고 지식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화성의 지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는 책입니다. 물론 영화 보는 데 도움은 별로 안 되겠지만, 훗날 화성에 이민 갈 분들은 꼭 챙겨가야 할지 모를 책이더군요.





엘랑


집: 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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