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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정의 이유

꽤나 많은 아이돌, 그중에서도 걸그룹은 소위 '보컬의 분업화'라고 할만한 여지가 대체로 거의 없습니다. 아예 보컬조 따로 비주얼조 따로 놀든지, 메인보컬이 원톱으로 많은 분량을 가져가고 나머지 멤버들이 조금씩 조립되든지 하는 등 소위 '바람직한 형태'로의 보컬 분업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편이죠. 반면 이 에이핑크라는 팀은 걸그룹 중 보컬의 분업화를 비교적 충실히 해내려는 팀(아직 성장해나가야 할 부분은 있지만)이라 보기 때문에 선정했습니다.




2.포지션비유

 1)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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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로 활약한 박찬호 선수


선발투수의 가장 큰 미덕이면 누가 뭐라고 해도 '이닝이팅' 능력입니다. 많은 이닝을 확실하게 책임져주고, 되도록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 이상을 해주는 것이 팀의 승리를 위해서나 장기적으로 불펜의 소모를 막기 위해서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선발을 걸그룹에 비유하자면, 항상 딱 떨어지게 맞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리드보컬' 포지션에 있는 멤버들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곡의 전반부를 책임지고, 많은 분량을 소화하며, 전체적인 곡과 팀의 색깔을 낼 수 있어야 좋은 선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야구의 투수와 달리 아이돌그룹에서는 선발 포지션이라고 딱 전반만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좋은 선발 투수는 아예 전반에 모든 것을 건 경우가 아니라면 선발과 중간계투 모두를 책임지는 스윙맨 포지션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대에서 조명 받는 시간이 긴 포지션인 만큼 비주얼적으로도 중심을 잡아줄 수 있으면 더욱 금상청화인 포지션 되겠습니다.


 2) 롱 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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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 후 롱 릴리프를 맡게 된 윤석민 선수


경기의 중반과 후반 그 사이를 잇는 허리 요원이죠. 선발투수의 이닝이팅과 부담을 덜어주고 동시에 클로저가 7, 8회에 등장하는 불상사를 막아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주로 가져가는 스탯은 '홀드'입니다. 세이브 투수의 조건을 만족한 후 후속 불펜에게 넘겨줄 때 얻는 스탯인데 그 이름처럼 경기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연결을 부드럽게 하고'이길 수 있는 경기를 잘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포지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롱 릴리프를 걸그룹의 보컬포지션으로 비유하자면 사실 정해진 포지션은 따로 없겠습니다. 흔히 하는 서브보컬, 리드보컬, 메인보컬 같은 구분으로는 역할론이 분명해지지 않으니 말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곡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부드럽게 이어주어 곡의 흐름을 잘지키고, 하이라이트 부분이 온전히 잘 폭발하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을 맡는 포지션이라는 것입니다. 이전에 필자가 쓴 글에 굳이 비유하자면 [EXID LE로 보는 걸그룹 포인트가드론]에서 말씀드린 포인트가드의 입장에 가깝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3) 원 포인트 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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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완의 릴리프 구대성 선수


원 포인트 릴리프는 불펜 중에서도 특정 타이밍에만 짧게 나오는 포지션입니다. 주로 좌타자 1명을 상대하기 위해 많이 나오는 포지션인데, 짧은 등장만큼 어쨌거나 그 잠시동안의 투구를 맡기는 순간만큼은 확실한 효과를 보장해야하는 투수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 포인트 릴리프를 투수에 비유하자면 주로 서브보컬, 서서브보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배당되는 노래 소절 자체가 많지 않은 편으로 특정타이밍에 춤, 음색, 랩, 비주얼 등 주로 보컬 실력 외적인 부분에서 포인트를 주는 역할을 합니다.



 4) 클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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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로 활약한 김병현 선수


한 경기의 완전한 승리를 책임지는 역할. 소위 수호신이라고 하는 거창한 이명이 주어지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불펜 중 가장 강력한 구위(제구력은 물론)를 가진 선수가 맡는 역할입니다. 선발과 중간계투 모두 강한 팀의 경우에는 대부분 경기의 마지막 타이밍에만 출전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소위 '중무리'라고 하여 중간계투부터 마무리까지 다 떠맡으며 혹사를 당하는 포지션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클로저를 투수에 비유하자면 아무래도 메인보컬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곡의 종반부라고 할 수 있는 후렴 부분을 주로 책임지는 역할을 맡기 때문입니다. 보컬이 약한 팀의 경우에는 야구의 중무리 포지션 마냥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하는 공통점도 갖고 있습니다. 통상 가장 구위가 강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포지션이 클로저인 것처럼 팀 내에서 보컬능력과 성량이 가장 뛰어난 멤버가 주로 이 메인보컬을 맡게 됩니다.




3. 포지션매칭

 1) 윤보미 -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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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핑크에서 있어 선발 포지션이라고 할만한 멤버는 단연 윤보미입니다. 메인보컬은 아니지만 실제로 에이핑크의 주요 타이틀 곡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메인 비주얼은 손나은, 메인 보컬은 정은지라는 것이 에이핑크의 공식이기는 하지만 무대에서는 선봉을 잡고, 노래에서는 캐릭터를 더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윤보미라고 할 수 있죠. 거기다 곡 초반에 많이 등장하고 후렴구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을 많이 맡기 때문에 사실상 스윙맨 포지션을 겸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팀의 1번 댄서라는 점 때문에 퍼포먼스 부분에서도 룰(인트로, 킬링 댄스 파트 등등)을 많이 맡다 보니(인트로, 킬링 댄스 파트 등등) 여러모로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는 멤버인데요. 그렇다보니 윤보미는 에이핑크의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멤버로 꼽힙니다. 모든 투수 중 선발의 비중이 가장 높고 중요하듯이 말입니다.


 2) 김남주 - 롱 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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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양은 에이핑크의 공식 '연결점'입니다. 곡이 환기되거나 보컬에서 보컬, 비주얼에서 보컬 등 에이핑크의 노래에 있어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때는 남주 양이 보컬과 음색으로 이를 연결시켜 줍니다. 예를 들어 <미스터 츄>의 경우 박초롱 양의 파트('두 번 세 번 나의 볼을 꼬집어봐도')와 후렴구인 '미스터 츄~, 입술 위에 츄~' 파트를 연결하는 '마치 Dreaming dreaming 꿈을 꾸는 듯 네 생각만 해도 미소가' 부분을 남주 양이 맡아주고 있죠. 그 외 다른 곡들에서도 전반부가 끝나고 후렴이 시작하기 직전, 또는 핵심적인 고음이 터지기 직전 파트를 대체로 남주 양이 맡습니다. 이는 무대의 선발을 맡고 있는 윤보미 양과 핵심후렴구를 맡는 정은지 양의 사이, 비주얼 라인과 보컬 라인의 사이 등등에 윤활유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타입의 강력한 카드가 있어야 투수진이 단단해지듯이 걸그룹의 보컬도 하나의 일관성 아래 퀄리티 높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야 풍부하고 좋은 보컬 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멤버별 음색과 스타일에 있어 스펙트럼이 다양한 편인 에이핑크에게는 연결점 역할을 맡는 남주 양의 포지션이 적잖이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3) 박초롱 - 원 포인트 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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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색으로는 단연 에이핑크 멤버 여섯 명 중 가장 팀 컬러에 최적화된 보컬이기 때문에 순도 높고 청순한 음색으로 불러야 하는 부분에 주로 등장합니다.


때때로 <LUV>에서처럼 마지막 후렴구를 배당하기도 하는 등을 보면 팀 에이핑크나 회사 에이큐브에서 전술적으로 쓰고자 하는 의도를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성량 등의 약점 때문에 메인을 잡지는 못합니다만 특정 조건 안에서는 보컬라인보다 효과적인 전술적인 카드라는 점에서 원 포인트 릴리프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하는 편이라 하겠습니다.


 4) 손나은 - 원 포인트 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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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보다는 주로 비주얼 강조가 필요할 때 출격하는 멤버. 음색적으로는 담백한 편이라 중음 내지 저음 파트에 주로 기용됩니다.

비주얼적인 면을 강조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은 특히 <LUV> 활동에서 잘 드러나는 편인데, 청순 걸그룹이라는 팀의 색깔상 비주얼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멤버의 역할도 적지 않기 때문에 핵심적인 보컬멤버라고는 할 수 없어도 전술적인 한 카드로서의 위치는 확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5) 오하영 - 원 포인트 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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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리멤버> 활동에서는 포지션이 많이 변화하기는 했지만 꽤 오랜 시간 저음 비주얼 멤버로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멤버였습니다. 에이핑크 데뷔 4주년 데뷔곡 새끼손가락 때까지만 해도 그야말로 '원'포인트 릴리프였죠. 팀원 중 눈에 띄는 저음 멤버로서 팬덤 내에서도 그녀의 음색을 선호하는 비중이 제법 있는 멤버였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었지만 실력의 상승과 팀 에이핑크의 변화에 따라 <리멤버> 활동에서는 거의 준선발급 포지션까지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향후 에이핑크 활동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까진 알 수 없겠습니다만 늘어난 실력이 줄어들거나 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한다면 원 포인트 릴리프에서 확실히 벗어나 온전한 한 명의 선발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6) 정은지 - 클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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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후렴구와 마무리를 책임지는 멤버. 팀 에이핑크의 보컬 폼이 올라오지 않았을 때는 거의 중무리 급으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투수력이 약한 팀에서 갖는 에이스의 고충도 한번 겪어 본 멤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에이핑크의 보컬 폼이 어느 정도 올라온 시점부터는 확실하게 마무리만 전담하게 되면서 그 부담이 초기에 비해 확실히 줄어든 듯 합니다만 여전히 보컬에서 확실히 방점을 찍고자 할 때는 어김없이 출장하는 멤버로 흔들림없는 구위와 제구력을 미덕으로 보는 마무리 투수처럼 흔들림 없는 가창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4. 마치며


대중이 모든 아이돌 그룹에게 비투비나 마마무, 인피니트처럼 보컬 부자 그룹이 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라면 모를까 장기적으로 보면 보컬이 약한 팀은 경쟁력에서 밀리거나 한 끗 더 치고 올라갈 수 있을 때 그러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굳이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보컬은 하나의 아이돌팀이 '잘되기 위한' 중요한 한 요소임이 분명하죠. 


팬과 대중의 입맛도 상당히 까다로워져서 파트 분배가 어떻더라, 누가 어디서 무슨 역할을 하더라, 하며 따져볼 정도가 된 만큼 분명 많은 그룹들이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필자로서는 꼭 하나의 아이돌 팀 안에서 모두 짱짱한 보컬실력을 가질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아름다운 포지션 분배'는 가능할 정도로는 세팅된 팀들을 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단기적인 술수 싸움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석에 가까운 탄탄한 투수진을 구축해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좋은 성적을 가져가는 프로야구팀처럼, 아이돌팀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성장해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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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