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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에 협찬 따위는 없습니다. 안심하고 보세요.




1. 국민막걸리K


오늘은 막걸리입니다. (평소에 막걸리를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므로 맛에 대한 평가는 그저 개인의 취향으로 여기시고 가벼이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지난달 출시되어 10월 20일경부터 대형마트 등에 진열되기 시작한 '국민막걸리K'입니다. 제가 마신 제품은 14일에 병입된 것이고 병입 후 1주일이 흐른, 지난 21일에 제 몸으로 흡수되었습니다. 유통기한은 병입 후 한 달까지이군요. 구매처는 '집더하기'였고 가격은 1,950원이었습니다.


사실 막걸리에 큰 관심이 있는 정도는 아니기에 신제품이 나온다거나 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이 막걸리의 출시 관련 홍보 기사를 보고 간이 꼴려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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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파이낸셜뉴스


드디어 우리 누룩균을 이용한 상업 막걸리가 나온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습니까. 있지도 않은 손녀딸을 안고 펄쩍펄쩍 뛰고 싶은 기분이었지요.


현재 우리의 술 중 많은 수가 일본에서 들여온 백국균을 이용해 양조했던 것을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비난받아야 할 곳은 전통 누룩에서 균주를 분리해 특허 기술화 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던 정부와 연구시설들이지요. 엄청나게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이제라도 시작이 되었으니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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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기 전에 슬쩍 한번 훑어봤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히도 대문짝만하게 보이는 'K'입니다. 굵은 서예붓으로 써내려간 영문 K라... 눈에 확 들어오긴 하는데 무슨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래아가 들어있는 'ㅎㆍㄴ' 같은 글자를 붓글씨로 써냈다면 멋들어졌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K팝과 슈퍼스타K의 영향일까요? (슈퍼의 스타K도 조금은 영향이 있을지도...)


국민막걸리라는 명칭도 사실 별로입니다.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국민막걸리'를 쓰는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상품의 이름에 국민막걸리라뇨. 우리의 특허기술이 들어간 막걸리니 그 자부심이 대단하겠다는 건 이해합니다만 그놈의 '국민'칭호가 남발되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국민이 무시당하는 태평성대에 살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국민'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건 역시 국민 그 자체입니다.


굳이 '국민'이라는 칭호를 붙여야 하는 막걸리가 있다면 역시 국민 대통령, 국민 반인반신인 마사오 짱께서 사랑하셨다는 금정산성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라벨 상단에는 "가바 생성 우수 발효 효모 특허 기술"이라는 문구가 있네요. 일단 발효 효모로는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애(Saccharomyces Cerevisiae)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에일 맥주의 양조에도 사용되는 효모 종이네요. 뜬금없지만 막걸리의 양조에 라거용 효모를 사용해서 발효를 하면 맛이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작작하고 궁금한건 '가바'입니다. 


GABA

: 감마아미노부티르산. 자연계에 널리 분포하는 비단백질성 아미노산의 일종, 뇌와 척추에 존재하는 흥분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흥분 억제효과, 항경련 작용, 이뇨작용, 항산화작용, 정신집중, 기억력 강화, 노화에 기인된 시력저하 회복



이라는 군요. 개인적으로 몇몇 전통주들이 컨셉으로 잡고 있는 약주(藥酒)라는 개념을 싫어하는지라 이런 식의 문구는 좀 그렇습니다. 1급 발암물질인 에탄올을 마시면서도 '이건 건강을 위한 술이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해요.


감미료로는 수크랄로스를 사용했다고 하는군요. 같은 중량의 설탕에 비해 600배의 단맛을 낸다고 합니다. 어디서 본 감미료다, 싶어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요쿠르트 용기에서 봤던 이름이군요. 


라벨 한쪽에 "국민을 위한 국민의 막걸리 K(케이)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받칩니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찾아보니 홍보 포스터에도 같은 문구가 있더군요. 하아... '받칩니다'는 대체... 마시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났으니 지금은 라벨과 포스터에 변경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발 좀 바뀌었기를. 반인반닭께서 최고존엄으로 자리하고 계신 이 나라에서 올바른 한글 사용을 주절거리는 게 웃기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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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에 대해서 이런저런 잡설을 늘어놨으니 이제 '맛'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가라앉아있는 건더기들을 쉐킷쉐킷 흔들어준 다음 뚜껑을 열어 잔에 따릅니다. 옅은 곡물향, 그리고 살짝 시큼한 향이 납니다.


입에 반입 정도 물고 천천히 넘겨봅니다. 약간의 산미와 약간의 단맛. 겉보기보다 가볍고 뭐랄까 묽은 느낌입니다. 양조하신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재료를 덜 썼나?' 하는 생각도 조금 드네요. 


6%의 알코올도수는 딱 그 정도의, 입에서는 느껴지지 않지만 아주 천천히 몸으로 스며드는 느낌입니다.


부드러움, 신맛과 단맛의 밸런스는 적절한 것도 같지만 애초에 맛들이 너무 약해서 만족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애초에 목표로 한 컨셉이 '쉽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막걸리'였다면 나름 적절한 결과물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기준으로는 맛이 너무 밍밍하다는 느낌입니다. 프리미엄급이랍시고 자신있게 내놓은 것 치고는 기대 이하입니다. 저라면 550원을 추가하여 느린마을 막걸리를 마시겠네요. 


우리 누룩균을 이용하고자 하는 노력에는 박수를 치고 응원을 하지만 그 결과물은 아쉬울 따름입니다. 다시 사 마시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없습니다. 


협동조합의 특성상 조합 내의 다른 양조장에서 만든 '국민막걸리K'는 맛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긴 합니다만 그거 구하겠다고 찾아다닐 성격이 아닌지라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2. 오비 프리미어 둥켈


오비에서 '프리미어' 제품군의 3번째 제품으로 둥켈을 내놓았습니다. 꽤 열심히 만들어내네요. 인베브로 돌아간 이후부터 예전에 비해 확실히 적극적인 태도로 사업에 임하고 있는 듯합니다. 수입도 졸라 적극적으로 하구요.

어쨌거나 이리하야 오비는 '필바둥(필스너+바이젠+둥켈)'을 완비하였습니다. 필바둥이라니, 송대관 어르신께서 달려와 '필바둥, 필바둥, 맛나는 맥주~ 나도 한번 마셔보자'하면 좋을 것 같은 어감입니다. (물론 맥덕 한정이겠지만 '필바둥'은 꽤나 익숙한 조어라 쓸데없는 드립을 던져보았습니다 미안합니다.)


구매일은 10월 21일이었고 구매처는 국민막걸리K와 함께 '집더하기'였습니다. 진열 첫날이라 그랬는지 355ml 6개들이 팩뿐이었습니다. 6캔에 8,400원정도였으니 캔당 1,400원정도로 계산하면 되겠습니다. 시간이 좀 지났으니 지금은 500ml캔 등 다른 제품도 나왔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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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껌정껌정하지는 않은 외관에 첫 거품은 꽤 풍성하게 올라오지만 빠르게 사라져갑니다.


건과육과 캐러멜의 향이 드러나고 빵의 향기도 조금 있습니다. 커피나 초콜릿과 같은 로스팅의 풍미는 거의 없군요.


도수는 5%로 평이한 정도입니다. 


라이트 바디와 미디움의 중간 어디쯤의 느낌으로 마시기 편한 정도였습니다. 캐러멜스런 단맛이 느껴지고 커피 같은 쓴맛도 아주 약간.


씁쓸함은 첫맛에서 작게 나타났다 사라지며 맥아의 맛이 주를 이룹니다. 탄산 감도 적절합니다.


간장과도 같은 깜장깜장한 맥주는 아니고 갈색 맛(?)의 다크라거입니다. 생각보다 무난한 형태로 나쁘지 않습니다. 


오비의 전작 중 초망작, 에일스톤에게 입은 내상이 깊었던 관계로 이번 오비 둥켈에 대해서도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는데, 마셔보니 다행이다 싶은 맛이네요. 


흔히 흑맥주라 불리는 맥주들이 국내 시장에서 잘 팔릴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오비 둥켈은 가격대비 무난한 맥주이니 한 번쯤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뜬금없지만, 조금 형태는 다른 느낌임에도 굳이 하이트의 스타우트와 비교한다면? 저는 오비 둥켈을 마시겠습니다. 




번외. 카스비츠


지난 7월 말즘 출시되고 8월 중순즈음에 마셨던 카스비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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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참 잘 지었다 생각이 드네요. 비추입니다. 마시지 마세요. 끗.



* 모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진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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