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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치산자가 아닌 3명이 모이면 코인 얘기를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게 식당이든, 지하철이든, 엘리베이터든, 본인 소유의 돈이 있으면 암호화폐 얘기를 하는 시대. 자식이 있는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코인을 하냐는 질문을 하고, 한다고 하면 돈놀음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진 않을까 걱정, 안 한다고 하면 남들 수십 억 번다는데 시대에 뒤떨어진 건 아닌가 걱정을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블록체인은 좋은 기술, 하지만 코인 투기는 나쁜 행위라는 의견이 균형점인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거래가 벌어지는 시장에서 사실상 투기는 막기 힘들다. 그래서 거래소 자체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그러다가는 한국이 블록체인 후진국이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이에서의 논쟁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유시민은 경제적 관점에서 암호화폐를 깠고, 정재승은 기술적 관점에서 이에 반박했다.

 

논쟁이 깔끔히 정리되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전문가수준의 금융 지식과 경제학 지식, 컴퓨터공학 지식 모두를 필요로한다. 유시민과 정재승, 퓨전된 두뇌들 여럿이 논의를 해야 정확한 결론을 문제이지만, 우리네 지구행성엔 각각의 수준이라 있는 두뇌도 흔치 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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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네 기억 속에 거의 잊혀질 뻔한코닥 암호화폐를 만든다는 발표를 한다. 무려 19세기에 창립되어 필름계의 양대산맥을 이루던 회사. 최초의 디카를 만들었지만, 막상 디카 전성기에는 처참히 무너져 2012 파산에 들어간 바로 회사. 5억달러 이상 값어치의 특허를 팔아넘기면서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해온 회사.

 

회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테크트리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던 회사가, 갑작스레 가장 최신 기술인 암호화폐를 만든다니. 소식으로 코닥의 주가는 순식간에 3배가량 치솟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회사의 이러한 변신을 어떻게 봐야할까. 코닥코인이 상장되면 빨리 사야될까. 아니면 망하기 직전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더러운 투기판에 발을 들였다고 봐야할까. 그것도 아니면 코인에 미친 세상이 주식마저 코인화를 시켜 전세계가 가즈아를 외치며 영차영차 구호를 맞추는 시대라고 봐야할까.

 

암호화폐 광풍 속에 가려진, 코닥코인의 관전 포인트, 한번 살펴보자.

 

 

 

1. 코닥코인, 뭘 하겠다는 건가

 

코닥이 암호화폐를 만든다는 소식에, 분야를 모르는 일반인이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그림은, ‘망해가던 회사가 코인 열기에 편승해서 한 몫 땡기고 빠지려는 수작일지도 모르겠다. 다들 아시다시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동전의 양면이다. 코닥코인이라는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블록체인을 형성하겠다는 말과 같다. 블록체인을 단순히 코닥코인 거래에만 사용한다면, 저런 예상은 그닥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코닥이 발표한 내용은 그에 머무르지 않는다.

 

코닥은 코닥코인을 ICO(암호화폐공개, 새로 만든 암호화폐를 거래시장에 공개하는 ) 발표하면서 이러한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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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은 언제나 사진을 민주화하는 , 작가들의 저작료를 공정하게 만드는 것을 추구해왔다. 기술들은 바로 이것을 혁신적이고 쉬운 방법으로 사진업계에 제공할 것이다.” – 제프 클라크 (코닥 CEO)

 

코닥원 플랫폼과 코닥코인 암호화폐는 사진작가들에게 새로운 수익처와 함께 그들의 작업을 보호하는 보안 플랫폼이 것입니다.” – 코닥 공식 트위터

 

말하자면, 코닥코인은 단지 돈 놓고 돈 먹는 암호화폐 거래에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사진작가들의 저작권료와 관련된 플랫폼에 활용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그저가즈아를 외치면 진짜 가는 투기 대상으로만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풀뜯어먹는 소리인가 싶을 얘기다. 코인이 무슨 저작관료 플랫폼에 쓰인단 말인가. 혹시라도 이렇게 아예 감을 못 잡는 독자분들이 계실 수도 있으므로,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이미 블록체인을 알고계신 분들은 아래 4 문단은 스킵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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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확인하자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동전의 양면이다. 코닥코인이라는 암호화폐가 만들어진다면, 코닥코인이라는 블록체인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일종의서로 연결된 장부. 유식한 말로는분산원장(DTL)’이라고도 부른다. 거래의 기록이 한 군데에 모여있는 게 아니라 분산돼 있다는 의미다.

 

보통은 그때그때의 거래기록을 다른 장부에 기록했더라도, 궁극에는 모두를 하나로 합치기 마련이다. 그래야 빵꾸가 났는지 안 났는지, 누가 누락한 거래는 없는지, 들어오고 나간 돈의 총액이 정확히 맞는지 확인할 있기 때문이다. 경우, 궁극적으로 모아진 장부의 숫자들만 바꾸면, 그럭저럭 조작을 있다이중장부나 분식회계처럼.

 

분산원장은 모든 기록을 무수히 많은 장부에 나눠놓는 것이다. 어떤 거래 한 번은, 이전 거래와 다음 거래와의 연관성을 갖고 기록된다. 기록이 다른 기록과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거래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렇게 분산돼 있으니 장부를 조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전 거래들을 몽땅 조작해야만 새로운 거래가 맞아떨어질 것이고, 그래야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기기들을 죄다 해킹해야만 한다는 소리다.

 

블록체인만이 이런 분산원장을 구현하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지속적으로 작동한다 사실을 증명해내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실상 조작이 불가능하며, 그래서 해킹 공격에 대해 안전하다. 시스템 전체가 누군가에 의해 독점되어 있지 않으므로, 갑작스레 수수료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분산성에서 비롯되는 민주성과 보안성, 블록체인이 지니는 대표적 강점이다.

 

코닥코인을 사진작가들의 저작료 플랫폼에 쓴다는 것은, 사진을 사고 비용을 지불하는 플랫폼을 블록체인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게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무슨 의미를 지니는 걸까 지점을 이해하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조금 구체적으로 이해할 있다.

 

(함께 발표된 비트코인 채굴기 임대 사업인 Kashminer 뒤에 따로 언급한다)

 

 

 

2.사진작가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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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이 만들겠다는코닥원플랫폼이 정확히 뭔지는 아직 알기 어렵지만 틀은 이럴 것이다.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들을 코닥원 플랫폼에 등록하면, 다른 사용자들이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하고서 사용하는 . 일종의유료 짤줍 플랫폼이라고 있겠다. 유식한 말로는스톡 사진 서비스라는 식으로 불리는데, 비슷한 유명 사이트로 셔터스톡, 아이스톡 등이 있다.

 

남의 사진을 돈 주고 사는 건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평소에 자주 경험할 상황은 아니므로, 조금 친숙한 음악사이트에 비교해서 생각해보자. 우리가 평소에 음악을 듣는 사이트들에는 천만 곡이 넘는 음악들이 있다. 음악들은 분명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으므로, 대부분 저작권자가 따로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음원사이트에 사용료를 내고, 음원사이트 운영사는 사용료들 중에서 정해진 비율을 각각의 저작권자들에게 지급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수천만 곡의 음악들의 저작권자들은 각각 다르고, 종종 곡의 저작권자가 여러명인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돈을 받아야할 저작권자들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한편, 일정 기간 동안 음원사이트에서 구매되는 음악의 양도 천문학적이다. 편의상 곡당 비용을 지불하는 다운로드만 놓고 보더라도, 한 달에 500 사용자들이 한 두 곡만 다운로드 구매를 해도 천만 단위의 숫자다. 그러므로 음원서비스 운영사는 다운로드에 따른 저작권료를 실시간으로 작곡가의 계좌에 쏴주지 않는다. 일정기간 (1개월 또는 3개월 ) 한 번씩 정산한다.

 

무명 작곡가에게 어느날 다운로드 저작권료로 1,000원이 입금됐다고 치자. 1,000원이 정확히 계산된 결과인지 확인하려면, 모든 음악사이트의 상세자료를 죄다 받아야한다. 경우에 따라, 요청을 하면 이런 자료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숫자가 정확한 숫자인지는 어떻게 믿을 있을까. 회사들이 편의에 따라 작은 숫자들을 무시했거나, 서버에서 오류가 발생했거나, 담당자가 단순히 실수를 했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었으리라고 어떻게 믿을 있을까? 내가 원래는 2천 원을 받아야했던 건지, 아니면 800원을 받아야했던 건 아닌지, 어떻게 확신할 있을까? 매달 직접 서버에 가서 로그를 봐야할까?

 

결국 신뢰의 문제다. 어느 지점에서는 하는 없이어련히 맞게 챙겼으려니하는 밖에 없다. 서태지나 방시혁 같은 큰 손은 모르겠지만, 음원 두어 개 올린 개인 작곡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실제 체계에서는 유통업체, 저작권협회 중간 단계들이 끼어있다보니완벽한 정산여부를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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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거 정산하기도 빡센 연말정산을 생각해보자)

 

모든 걸 가능하게 하려면 어마어마한 인력으로 일일이 맞춰서 수백 만의 저작권자들 각각을 위한 자료를 만들거나, 또는 추가 투자를 통해 모든 상세내역을 일목요연하게 검증할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한다. ,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기존의 완벽하지 않은 시스템만 해도 어마어마한 비용이 이미 들어갔다. 지불을 하다가 인터넷이 끊긴 상황, 지불수단이 거절된 상황, 지불까진 됐는데 서버가 갑자기 죽은 상황 등등 수많은 예외상황을 고려해서 만들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안 그래도 비싼 시스템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려는 노력 보다는, 그냥 이 정도의 시스템을 유지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대응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가 바로 블록체인이 빛을 발하는 면모 대표적인 사례이다. 모든 거래에 수반되는 지불 과정 자체가 블록체인에 의해 이뤄지고, 기록된다. 모두는 실시간으로 수행된다. 그러므로, 돈을 내고 음악을 다운받는 걸 블록체인으로 수행한다면, 한 명의 사용자가 한 곡을 구매하는 즉시, 곡의 작곡자의 계좌에 정확한 금액이 지불된다. 예상치 못한 예외상황을 통해 중간쯤까지만 수행되다 거래라면, 분산된 장부의 기록이 서로 다를테니, 거래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코닥원이라는 플랫폼은 아마도 이렇게 운영될 것이다. 내가 사진작가라면 작가로서 계정을 만든다. 나의 코닥코인 계정도 함께 만들어진다. 그리고서 내가 찍은 사진들을 업로드한다. 그러면 다른 사용자들이 사진을 쓰고 싶을 , 일정량의 코닥코인을 지불하고 사진을 다운받는다. 사용자가 사진을 구매하는 순간, 계정에는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코닥코인이 입금된다. 실제 발표 내용에는 이에 더해 웹상에서 사용된 이미지들의 무단사용여부를 확인하는 기능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우 누군가가 사진을 무단 사용하던 것이 확인되면 코닥원을 통해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유도하고, 마찬가지로 지불금은 계정으로 바로 들어온다.

 

그렇게 모인 코닥코인으로 밥을 사먹고 싶으면, 코닥코인이 거래되는 거래소에 접속해서 코인을 판매함으로써 현금을 받는다. 돈을 인출해서 밥을 사먹는다. 반대로, 내가 다른 누군가의 사진을 사고 싶다면, 거래소에서 현금을 주고 코닥코인을 , 코닥원에 접속해서 코인을 지불하고 사진을 구매한다.

 

이렇게 되면 사진작가로서는 언제나 실시간으로 자신의 사진을 몇명이나 구매했고 얼마를 벌었는지 확인할 있다. 정산자료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이번달 정산료가 입금되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누군가 내역을 조작하려면 코닥원의 블록체인에 개입된 모든 채굴자와 거래자들의 기기를 해킹해야만 한다.

 

플랫폼의 사진당 단가가 다른 스톡사진 서비스에 비해 낮지 않고 수수료가 싸다면, 사진작가에게 장점이 명확한 구조다. 무단사용되던 사진을 찾아서 돈을 받아준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다. , 수수료가 적다면 구매자가 지불하는 가격도 그만큼 저렴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도 좋은 구조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코닥코인 가격이 급등하면 사진작가에게 수익이 될까? 반대로 급락한다면 엄청난 손해가 가진 않을까?

 

질문을 킵해둔 채로, 코닥의 입장을 보자.

 

 

 

3. 코닥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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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도 버거워하는 이런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이 굴러가는 원동력, 힘이 소위채굴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그래픽카드를 쥐어짜내면서 채굴을 하는 과정이 바로, 장부를 기록하고 다른 장부와 비교해서 검증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시스템에 기여한 대가로, 해당 블록체인의 암호화폐를 부여받는다. 일부 암호화폐는 이런 채굴 구조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채굴자들에 의해 지탱되는 형태다.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높은 확률로 코닥코인 또한 채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이더리움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족으로 이더리움 플랫폼의 파생 암호화폐였던 잡코인 잡코인인 RYDE 이름만 바꾸고 그대로 재사용한다는 추측도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서비스들 돈을 내는 과정이 개입되는 서비스들은, 정산시스템을 치밀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하고, 이를 운영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든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이들은수수료' 떼어간다. 돈이 오고가는 건 언제나 온전하게 작동해야만 하므로 구축이나 운영이 까다롭기 마련. 까다로운 만큼 수수료의 비율은 올라간다.

 

하지만, 코닥은 정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이 이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정산시스템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수수료를 받아 그것을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코닥코인을 채굴하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그들이 수수료에 해당되는 코닥코인을 지급받는 식이다. 물론, 코닥이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을지는 모를 일이다. 사진작가들의 사진 데이터를 저장하는 DB, 코인원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들은 블록체인과는 별개의 서버로 운영할 것이므로, 운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아마 수수료를 받긴 할게다. 하지만 수수료는 분명 정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회사들이 떼어가는 수수료보다는 적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코닥이 정산 플랫폼을 새로 구축하고 이를 운영하는 부담을 직접 떠안지 않고,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구조에 이를 맡긴다는 것이다. 초기 구축비용이나 이후의 운영비가 아껴지는 만큼, 블록체인의 유지에 기여한 채굴자들이 대가로 코닥코인을 받는다. 고정비용과 유지비용이 분산되는 구조, 지금 당장 돈을 들고 있지 않은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구조인 셈이다. 바로 이것이, 블록체인 기술이 지니는 장점 하나이자, 이더리움을 비롯한 2세대 블록체인이 태생부터 노렸던 응용방식이다.

 

비용적 측면 뿐만 아니라 마케팅적인 측면도 크다. 한 번의 발표로, 코닥이라는 오래된 브랜드가 블록체인의 대표브랜드로 위상을 달리했으며, 이에 대한 시장의 주목은 주가 급상승으로 나타났다. 물론, 주가가 다시 금방 떨어질지 모르지만, 어쨌든 시점에 주목을 받았던 만큼은 확실하다. 블록체인이라는 이슈의 중심부로 파고든 이상, 최소한 코닥원 플랫폼이 세상에 나올 1 말에 온갖 언론과 전문가들의 이목이 집중되리라는 것 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다. 바로 지난달까지만 해도, 우리는 아무도 코닥을 신경쓰지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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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사례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지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사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저작자에게 합리적인 저작료를 지불하는 플랫폼 시도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좋은 글에 투표를 해서 보상을 가져가는스팀잇(Steemit)’ 플랫폼도 틀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저작료 지급 플랫폼이다. 앞서 예로 들었던 음원서비스도 Ujo라는 이더리움 기반 플랫폼이 있다. 외에도, 대부분의 소위잡코인'들은, 이런 다양한 응용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블록체인에 기반한다.

 

문제는, 아직 이런 시도들이 대부분 그다지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다는 거다. 스팀잇 같은 경우는 다소 주목을 받긴 하지만, 이건 아무래도 스팀잇의 특성상 암호화폐 관련 글이 많고, 최근의 투기과열이 그런 글의 수요를 높인 탓이 크다. 단적으로, 암호화폐를 아예 거래하지 않는 사람은 대부분 스팀잇을 모른다. 외의 사례들도 대부분 실험 수준에 머물고, 일반 대중들에게 폭 넓게 쓰이는 수준으로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하면 떠오르는 전통적인 키워드인 코닥 브랜드가, 사진에 관련된 플랫폼을 블록체인으로 만든다는 , 똑같은 플랫폼을 어떤 스타트업이 만드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코닥이라는 브랜드에 작게나마 신뢰를 가질 것이다. 신뢰는 누군지도 모를 젊은 너드들이 만든 사진 플랫폼에 쉽게 가질 없는 종류의 신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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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이 Kashminer라는 비트코인 채굴 하드웨어 임대사업을 함께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마케팅적 맥락으로 보인다. 사실 이들이 임대하려는 채굴기는 직접 만든 것도 아니고, 코닥이 오랜시간 쌓아온 노하우와도 무관하다. 그냥 다른 회사가 만든 기계에 코닥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임대할 뿐이다. 수익 모델이나 사업 방식은 여기저기서 욕을 먹기도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발표하면서 동시에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을 함께 언급할 있는 사업모델을 함께 발표하는 것은, 코닥이라는 전통 브랜드와 블록체인이라는 신흥기술의 만남이 선사하는 색다름을 배가시킨다.

 

이제 대충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는 파악을 했으니,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보자.

 

 

 

4. 관전 포인트

 

첫 번째: 암호화폐 거래와 블록체인의 실질적 연관성은 무엇인가

 

블록체인 기술의 육성과 암호화폐 거래소 제한(또는 폐지)은 과연 어떤 관계를 지니는가. 질문은 앞서 말했듯, 판단이 매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코닥원과 코닥코인 덕분에 우리는 실시간으로 질문의 답을 확인해볼 있다.

 

블록체인을 유지시키는 채굴, 대가로 받는 암호화폐. 여기서 얼만큼의 기여에 대해 얼만큼의 암호화폐를 받는지는 미리 정해져 있다. 양은 절대적인 암호화폐의 양으로 결정된다. , ‘100만큼 일하면 미화 1달러 '이라는 식이 아니라 ‘100만큼 일하면 코인 0.05 '이라는 식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폐가 거래소에서 얼만큼의 현금 가치를 지니는지가 실질적인 채굴의 보상을 좌우한다.

 

비트코인 초기부터 노트북으로 채굴을 하던 사람들은 지금 떼돈을 벌었지만, 지금 채굴을 시작하려면 수백만원짜리 그래픽카드로도 본전뽑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과거에는 소수의 덕후들이 심심풀이로 돌려보던 채굴에,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수백 수천을 들여 최고급 장비를 사서까지 참여하게 된 이유는, 비트코인이 그만큼 비싸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블록체인은 선순환과 악순환 어디로도 빠지기 쉬운 구조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없으면 채굴의 대가가 너무 하찮아지기 때문에 아무도 채굴을 하지 않고, 그러면 블록체인은 수명을 다한다. 반대로, 가치가 높아지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채굴에 참여하면서 블록체인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만약 코닥코인이 상장될 가치가 높아진다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채굴에 참여하면서 코닥원 플랫폼은 안정화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블록체인의 기능 자체가 해당 화폐의 거래에 머물러 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면 비트코인의 거래 자체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런 순환논리적 구조에만 머문다면 채굴의 대가가 코인당 2천만원이라는 사실이 합당한지 과한지 부족한지 판단하기가 모호하다.

 

하지만 코닥원의 경우, 비교대상과 기준이 있다. 코닥코인이 너무 비싸진다면 사진작가와 채굴자는 많은 돈을 벌겠지만, 사용자에겐 너무 비싼 서비스가 된다. 그러면 사용자가 줄어들 거고, 그만큼 거래가 줄어 채굴할 것도 없고, 채굴자들도 떠나갈 것이다. 반대로 너무 싸다면, 사용자 입장의 가격이 저렴해서 사용자들이 몰리겠지만 사진작가들은 난색을 표할 것이다. 모든 과정에서 오고가는 코닥코인의 양과, 다른 스톡사진 서비스에서 오고가는 돈의 가치, 각각의 거래량을 비교해보면 대략적으로 어느 쪽이 싸게 먹히는 플랫폼인지를 구분할 있다.

 

암호화폐의 거래 자체를 불법화하는 건 다소 과한 면이 있다. 거래가치가 블록체인 자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는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하루에도 수십% 오르내리는 투기적 현상이 블록체인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분명 어딘가에는 적절한 균형이 있을 것이다. 코닥원 플랫폼은, 균형을 가늠하는 데에 어느정도의 역할을 있으리라 예상해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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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블록체인은 정말 미래인가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코닥원이 스톡셔터 같은 기존의 서비스보다 후진 서비스일지도 모른다. 물론 반대로 모든 사진작가들이 닥치고 가입하는 완소 플랫폼이 수도 있다. 여부를 판가름하는 게 단순히 서비스 UI 홈페이지 디자인일리는 없다. 아마도 열쇠는 블록체인 자체가 쥐고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 진영은 최근 몇 년 동안, 중앙화 된 온라인 서비스의 권력화가 많은 참여자들의 이익과 편의에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그리고 블록체인이, 탈중앙화 된 구조로써 이를 극복할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주장이 맞다면, 코닥원은 기존의 스톡사진 서비스보다 조금이라도 좋은 면모를 갖추게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별다른 장점이 느껴지지 않는 그저그런 서비스가 된다면, 이는 블록체인 진영의 주장들의 반례가 된다.

 

70~80년대에 PC 처음 보급될 , 사람들은 이것이 미래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상자가 하냐며 무시했지만, 그것은 미래가 맞았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미래들' 공통점은, 기존의 무언가를 비슷하게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못하던 것을 가능케 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이 만약미래'라면, 분명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아예 범접할 없었던 무언가를 해내야만 한다. 코닥원과 코닥코인은 첫 번째 시험대가 것이다.

 

세 번째: 코닥은 과연 블록체인을 이해하고 있긴 한가

 

마지막 세번째 포인트는, 과연 코닥이 앞서 말한 2 포인트를 보여줄 정도로 블록체인을 이해한 상태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거다. 어쩌면 그들은 그냥 궁여지책으로, 기존에 있던 블록체인을 대충 끼워 맞춰서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뭔가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만약 코닥원 플랫폼의 정산 과정이 기존 정산시스템처럼 일정 기간에 한 번씩 정산을 해준다든가, 코닥코인 ICO 코닥원 서비스 개시일 직후에 코닥코인 가격과 코닥 주식 가격이 상승하는 즈음 주요 주주들이 모두 매도해버린다든가 하는 식의 일이 벌어진다면, 그들이 블록체인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화제거리로 소비했다는 증거가 것이다.

 

반대로, 그들의 새로운 시도가 깊이 있는 이해를 기반으로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는 아마도 역사적인 일이 것이다. 120년만에 다시 세계의 중심이 회사의 스토리, 아날로그의 상징에서 미래 블록체인의 상징으로 탈바꿈한 스토리, 파산선고 6년만에 화려한 재기 등등, 다큐멘터리가 나와도 수 십 편은 나올 소스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이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에 대한, 두 번 다시 보기 어려운 드라마틱한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다.

 

어디 코인이 어떻다 카더라 하는 루머에 매몰되는 동안, 이런 재미진 일이 우리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시민이 옳았는가, 아니면 정재승이 옳았는가. 어쩌면 코닥이 바로 대답을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