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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럼 이제 루치아가 성모 마리아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파티마 제1, 제2, 제3 예언의 진위를 살펴볼까요?

 

먼저 각각의 예언들이 담고 있는 내용을 옮겨보겠습니다.

 

 제1 예언

 

성모님께서 손을 펼치시자, 그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땅속으로 뚫고 들어갔습니다. 뒤이어 저희는 그 안에서 거대한 불바다를 보았습니다. 그 불 가운데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검은색 또는 청동색의 숯등걸(숯이 타다 남은 굵은 토막)과 같은 사람 모양을 한 영혼들과 악마들이 화염과 연기 속에서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큰 화재 때 맹렬히 타오르는 화염과 사방에서 불똥이 튀는 구름 같은 연기에 싸여 체중도 균형도 없이 실망과 통곡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는데, 실로 그 광경은 저희를 공포로 전율케 하였습니다.

 

악마들의 모습도 서로 구별할 수 있었는데, 불타오르는 투명한 석탄과 같이 흉측스러운 이상한 동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너무도 겁에 질려 그들의 구원을 애원하는 눈초리로 성모님을 쳐다보았습니다. 이 환시는 잠깐만 계속되었습니다.

 

저희는 첫 번째 발현 때에 저희를 하늘나라로 데려가겠다고 약속해 주심으로써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켜 주신 자애로우신 하늘의 어머니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저희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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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 예언

 

너희는 불쌍한 죄인들이 가는 지옥을 보았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구원하시려고 티 없는 성심에 대한 신심을 이 세상에 세우고자 하신다. 내가 말하는 것을 너희가 실천하면 많은 영혼이 구원될 것이요, 세상에는 평화가 올 것이다. 그리고 전쟁도 곧 끝날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계속해서 하느님의 마음을 상해 드린다면, 교황 비오 11세 때에 또 다른 더 무서운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원인 모를 빛에 의해 밤이 밝혀지거든, 하느님께서 전쟁과 기아 그리고 교회와 교황에 대한 박해로써 세상의 모든 죄악을 벌하시려는 표지로 알아라.

 

이 재앙을 막고자, 러시아를 내 성심에 봉헌하고 매달 첫 토요일마다 보속의 영성체를 실천하라고 부탁하러 다시 오겠다. 내 요청이 채워지면 러시아는 회개하고 평화가 올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는 자기 오류를 온 세상에 퍼뜨리고 전쟁을 유발하며 교회에 박해를 가할 것이다.

 

선한 사람들은 순교를 당하고 교황은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며, 여러 나라가 무너질 것이다. 그러나 결국 내 티 없는 성심(聖心)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교황은 나에게 러시아를 봉헌할 것이고, 러시아는 회개할 것이며, 세상에 평화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포르투갈에서는 언제나 신앙이 보존될 것이다.

 

 

 제3 예언

 

저희는 성모님 왼편 조금 위쪽에서 왼손에 불칼을 든 천사를 보았습니다. 번득이는 불칼은 이 세상을 불태울 것처럼 불꽃을 내뿜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 오른손으로 천사를 향하여 광채를 방출하시자 그 불꽃은 사그라졌습니다. 천사는 오른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참회하라, 참회하라, 참회하라!”

 

그 뒤에 저희는 무한한 빛이신 하느님 안에서 사람들이 거울 앞을 지나칠 때 비치는 모습과 비슷한 어떤 것, 하얀 옷을 입으신 주교님 한 분을 보았습니다. 저희는 그분이 교황 성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가파른 산을 오르시는 다른 주교님들과 신부님들, 남녀 수도자들도 보았는데,

산꼭대기에는 껍질만 남은 코르크나무처럼 투박한 몸통의 큰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그 산에 오르시기 전에 거의 폐허가 된 큰 도시를 지나가셨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절뚝거리시는 발걸음으로 몸을 반쯤 떠시면서 고통과 슬픔에 짓눌리신 채, 도중에 널려 있는 시신들의 영혼을 위하여 기도하셨습니다. 산꼭대기에 오르신 교황 성하께서는 그 큰 십자가 밑에 무릎을 꿇으신 채, 그분을 겨냥하여 총과 활을 쏘는 한 무리의 군인들에게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다른 주교님들과 신부님들, 남녀 수도자들과 신분과 지위가 다른 많은 평신도도 하나하나 그렇게 죽었습니다. 십자가의 양팔 아래에서는 두 천사가 손에 수정 성수반을 들고 순교자들의 피를 받아 그것을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혼들에게 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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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파티마의 기적에 관한 루치아의 기록은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버전 1.0이 파티마 사건 직후 몇 년 사이에 기록된 것이라면 버전 2.0은 가톨릭 교회의 입김이 작용해 각색되어 1941년에 공개된 것입니다.

 

교황청은 1921년 레이리아 주교를 통해 루치아를 외부와 격리시켰고 파티마 사건에 대해 침묵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루치아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고 누구도 루치아에게 직접 편지를 보낼 수 없었으며 심지어 그녀가 가족들과 주고받는 편지까지 모두 교회의 검열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루치아는 열네 살의 나이에 포르투 지방에 갇혀 수녀가 되었던 겁니다.

 

가톨릭에선 파티마 제1 예언과 제2 예언의 내용이 1차 대전의 종결과 2차 대전의 발발, 그리고 소련의 대두와 몰락을 의미한다고 해석합니다. 그런데 제1 예언과 제2 예언의 내용을 보면 예언이라기보다는 지옥에 대한 묘사가 대부분입니다. 가톨릭 신앙 안에서 지옥은 신의 심판을 의미하는 중요한 교리였는데 그것 자체로는 딱히 특별한 비밀이라고 말할 게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사실 버전 1.0, 그러니까 최초에 루치아가 작성한 내용에는 지옥에 대한 묘사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지옥에 대한 환영은 가톨릭의 입김이 작용해 업그레이드된(?) 버전 2.0에서만 등장하죠. 열 살짜리 루치아에게 성모가 그런 잔혹한 지옥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아무리 예언의 전달자라는 역할이라고 해도 정신적 학대라고밖에 볼 수 없는 폭력 행위입니다.

 

심지어 히야친타의 경우 7살이었습니다. 마치 유치원생에게 잔혹한 성인용 공포영화를 보여주는 것과 똑같은 짓인 거죠. 제대로 된 부모라면 어린 자녀에게 그런 정신적 학대를 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교황청은 버전 2.0에서 지옥에 대한 묘사를 각색해 넣은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파티마 예언의 경우 예언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예언에 언급된 사건들이 이미 다 일어나고 난 뒤에야 예언의 내용이 공개되었기 때문에 그 사건들을 미리 대비할 수조차 없었다는 거죠. 만약 그것이 진짜 예언이었다면 교황만 그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 각국의 대표자들에게는 그 내용을 알리고 전쟁의 참화를 막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교황청은 예언을 꼭꼭 숨겨두기에 바빴죠.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누군가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 그의 친구가 “난 네가 로또에 당첨될 걸 예언을 통해 알고 있었어.”라고 말한다면 그것을 진짜 예언이라고 믿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것도 아니고, 1차 대전의 종결과 2차 대전의 발발에 대한 예언 내용을 굳이 교황청이 숨기고 있을 이유가 무엇이었겠느냔 말입니다.

 

더구나 교황만 알고 있고 일반인에겐 알려지지 않을 예언이라면, 왜 성모가 포르투갈의 시골 양치기 아이들에게 나타나서 인류의 미래를 알려주었겠습니까? 성경 어디에도 그런 식으로 신이 인간에게 예언을 내려준 경우는 없습니다. 심지어 제3 예언의 경우는 교황청이 발표한 요한바오로 2세의 암살 사건과 그 내용이 일치하지도 않습니다.

 

예언의 내용을 보면 교황은 암살을 당해 사망했어야 하고 그뿐만이 아니라 많은 주교와 신부, 일반 신도들도 뒤따라 죽었어야 하죠. 하지만 교황은 저격을 당하긴 했어도 살아났고 다른 주교나 신부들이 사망하지도 않았습니다. 교황청의 신앙교리성 장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후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됨)은 제3 예언을 이렇게 신학적으로 해석해서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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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거의 폐허가 된 도시에서 고통과 슬픔에 싸여 다른 주교들, 사제들, 수도자들 그리고 다른 여러 신분의 신자들 앞에 서서 시체들 사이를 지나가는 모습은 교회가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폭력과 파괴와 박해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지난 한 세기의 역사가 이 모습 안에 압축되어 있다. 루치아 수녀의 글에는 교황이 산의 정상에 다다랐을 때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해당하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모님의 도움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

 

이것은 다시 한번 불변의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신앙과 기도야말로 역사를 바꾸는 힘이며 기도는 총알보다 강하고 신앙은 군대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라칭거 추기경은 이미 지나버린 일조차 맞추지 못한 제3 예언의 내용을 저렇게 억지로 해석하고 있지만 아무리 읽어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해석이죠. 실제로는 제3 예언이 없었거나, 아니면 진짜 예언의 내용을 아직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타당할 겁니다.

 

여기까지도 긴 글이었지만 이제 마지막 결론을 향해 나아가 보죠.

 

 

9. 그렇다면 루치아, 프란치스코, 히야친타, 이 세 명의 어린아이가 성모 마리아를 만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설마 열 살도 안 되는 어린아이들이 그렇게 엄청난 거짓말을 꾸며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아니, 저는 오히려 충분히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보고된 적도 있습니다. 바로 18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유명했던 폭스 자매의 영매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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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마거리타 폭스와 열한 살 케이트 폭스는 뉴욕의 로체스터 시에서 조금 떨어진 교외의 하이즈빌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폭스 자매의 부모는 농장 일로 바빴고 조용한 마을에는 마땅한 놀거리도 없었기 때문에 이 어린 자매는 자신들만의 놀이를 생각해냈죠. 사과를 끈으로 묶어 둔 다음 한밤중에 끈을 잡아당겨 사과를 여기저기 부딪치는 방법으로 괴상한 소리를 내서 부모를 놀라게 한 겁니다. 폭스 자매의 부모는 집에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폭스 자매는 이후 자신의 발가락과 발목뼈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방식을 터득한 뒤 이 놀이를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이하 내용은 이상한 옴니버스 블로그의 내용을 인용합니다. - 블로그 원본 (링크)

 


 

[...부모님의 색다른 반응을 보고 싶어 했던 케이트는 자신이 '스플릿 풋'이라고 이름 붙여준 이 영혼(?)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스플릿 풋! 지금부터 내가 하는 걸 따라 해봐."

 

이 말과 함께 케이트는 자신의 양 손가락으로 '탁'하는 소리를 냈고 곧이어 누군가의 관절 소리가 이에 화답하듯 맞소리를 냈습니다.

 

"스플릿 풋! 나! 나! 내가 하는 대로 해봐."

 

이에 질세라 언니 마거리타가 이와 같은 말을 하고는 박수를 세 번 쳤고 곧이어 역시 누군가의 관절 소리가 이에 화답하듯 세 번의 맞소리를 냈습니다. 이제 집안에서 즐거운 사람은 마거리타와 케이트뿐이었습니다. 폭스 자매의 부모는 곧 사색이 되었고 자매의 어머니였던 마거릿은 떨리는 목소리로 스플릿 풋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이봐요, 당신이 진짜 영혼이라면 여기 우리 아이들의 나이만큼 소리를 내보세요."

 

스플릿 풋이 진짜 영혼이라면 이러한 질문에 쉽게 대답을 할 수 있으리란 마거릿의 생각이었는데 놀랍게도 곧 케이트의 나이만큼 열 한 번의 소리가 난 데 이어 마거리타의 나이와 같은 열네 번의 소리 또한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소리가 끝난 줄 안 그 순간, 스플릿 풋은 또 다시 세 번의 소리를 낸 것이었습니다.

 

폭스 부부는 까무러치게 놀랐죠. 그들에게는 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들이 있었거든요. 진짜 영혼 스플릿 풋과 죽은 자신들의 아들이 함께 있다고 믿게 된 폭스 부부는 졸음이 달아났습니다. 흥분할 대로 흥분한 마거릿은 이날 밤 7시 30분경 침실에서 나와 이웃집의 레드필드 부인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고 곧이어 동네 사람들이 폭스 부부의 집을 방문해 스플릿 풋과 직접 교신을 시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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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당시 방문객 중 해당 마을의 유력자였던 듀슬러는 좀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자신이 알파벳을 말할 때 원하는 알파벳 순서에서 소리를 내어 문장을 만들어달라고 스플릿 풋에게 부탁하였고 이 부탁은 흔쾌히 받아들여졌습니다. 스플릿 풋은 생전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세 딸을 갖고 있던 서른한 살의 찰스 B. 로즈마라는 남성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행상인이었던 5년 전에 당시 폭스 부부의 집에 거주하던 존 벨이라는 남성에게 푸줏간 칼로 목이 잘려 500달러를 빼앗긴 데에 이어 지하실에 묻혔다고 증언하면서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믿은 마을 사람들은 다음날 날이 밝자 지하실을 파기 시작했으나 중간에 땅에서 물이 솟아 나오자 작업을 보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끈질긴 마을 사람들에 의해 여름이 되자 다시 발굴(?)작업이 재개되었고 이러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정말로 이곳에서 석회와 목탄과 함께 소량의 뼈와 모발, 그리고 치아가 출토되었습니다. 이번엔 마을 사람들이 폭스 자매를 깜짝 놀라게 만든 겁니다.

 

한편 이러한 소식은 발 빠르게 지역사회로 퍼져 나갔고 실제 폭스 부부가 살던 집의 전 주인이었던 존 벨은 느닷없이 살인자 누명을 쓰게 됐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후의 조사에서 비록 발견된 소량의 뼈가 사람의 것이긴 했지만 워낙 소량인 데다가 찰스 B. 로즈마라는 사람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며 존 벨은 누명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폭스 부부의 집은 성지가 되었습니다. 찰스 B. 로즈마가 실존하지 않는다는 점과 그 당시 시외에서 오래전 사람의 뼈가 출토되는 것이 결코 기절할 만한 일이 아니었음에도 뉴욕주의 사람들은 하이즈빌로 순례를 하기 시작한 겁니다. 특히 폭스 부부의 오랜 친구였던 열렬한 퀘이커교도 아이작 포스터가 직접 영혼과의 대화를 시도하면서 이 사태는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그는 각각 알파벳을 적은 종이들을 늘어놓고는 영혼에게 자신이 알파벳을 하나씩 가리킬 테니 그때마다 소리를 내어 원하는 문장을 만들어보라고 하였고 얼마 후에는 다음과 같은 대답을 얻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친구들에게, 그대들은 이 진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하오. 이것은 새로운 시대의 여명이오. 그대들은 더는 감춰서는 안 되오. 그대들이 의무를 다할 때 신은 그대들을 지켜주고 선한 영혼들이 그대들을 보살피리라."

 

포스터는 이러한 대화에 크게 감명하였고 이번엔 퀘이커교가 아닌 영혼과 접촉하는 '강신론'이라는 새로운 종교에 열광하게 된 그로 인해 그의 동료 퀘이커교도들 역시 개종하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이 강신론이라는 종교는 미국 전역에 급속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노예제 폐지, 금주 운동, 여권 신장 등과 같이 퀘이커교의 교리들을 공유한 채 교도들에게 죽은 사람들과 교신하도록 적극 권장했습니다.]

 


 

제가 위에 링크한 블로그의 주소로 들어가 보면 그 이후로 더욱 규모가 커져버린 폭스 자매의 장난(?)이 미국 사회를 어떻게 충격에 빠뜨렸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고작 열 살 조금 넘은 아이들이 과학자들의 눈까지 속여가면서 전 미국을 강신론의 열풍에 휩싸이게 한 놀라운 사건이었죠.

 

물론 파티마에서 성모를 만났다는 루치아 일행이 폭스 자매와 같은 어린 사기꾼들이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그 아이들은 정말 설명하기 힘든 신기한 경험을 했을 수도 있죠. 그러나 우리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봐도 그 또래 어린아이의 감수성이라는 것은 온갖 공상과 환상을 경험하는 시기였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열 살도 안 되는 시기의 아이들은 별 것 아닌 것에 감탄하고 쉽게 감동하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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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컨대, 루치아 일행은 지루한 양치기 일을 하면서 뭔가 새로운 놀이에 목말라 있었을 겁니다. 그 와중에 아지랑이든 빛나는 깨진 유리든 아니면 사람을 닮은 나뭇가지든 상상력을 불어넣을 만한 매개체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지도 모르죠. 번듯한 인형 하나 구하기 힘든 가난한 동네 아이들이 조약돌 몇 개를 놓고 인형놀이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처음엔 상상으로 시작한 놀이가 반복되다 보면 어린아이들의 경우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정하기 어려우시겠지만 아이들의 악의 없는 거짓말은 어른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완성도를 갖추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폭스 자매의 실제 사례처럼 말이죠. 루치아 수녀의 신앙을 의심하는 것은 가톨릭 신자 입장에서 매우 불쾌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런 의심은 이후 루치아 수녀의 행적을 살펴볼 때 충분히 근거가 있습니다.

 

파티마 예언을 조사한 두 명의 작가(Joaquim Fernandes & Fina D'Armada)가 함께 쓴 <천상의 비밀 : 파티마 사건의 숨겨진 역사(Celestial Secrets : The Hidden History of the Fatima Incident Celestial)>를 읽어보면 교회가 숨겨왔던 루치아 수녀의 비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이 책의 두 저자인 페르난데스와 다르마다는 파티마 사건의 진실을 캐기 위해 25년 동안 태양의 기적이 있던 당시의 일지와 편지, 그리고 다른 정보들의 출처를 철저히 조사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저자들은 교황청이 반세기 넘도록 감추려고 했던 은밀한 비밀들을 찾아냈죠.

 

**<천상의 비밀>은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있지 않은데, 파티마 사건의 전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고 원서를 읽을 수 있는 분이라면 아마존에서 구입해 읽어보세요.

 

<천상의 비밀>은 루치아 일행이 성모를 만나기 이전에도 파티마 지방에서 지난 수 세기 동안 그 지역 사람들에게 성모발현이라고 여겨지는 현상들이 보고되었음을 지적합니다. 어린 루치아와 히야친타, 프란치스코는 자연스럽게 이러한 마을의 전설(?)을 들으면서 성모 마리아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품고 자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전설에서 성모의 모습 같은 것들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히야친타와 프란치스코가 생전에 증언한 내용에 등장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도 뭔가 어색함이 발견됩니다.

 

예를 들어 히야친타는 태양의 기적이 일어나기 석 달 전인 1917년 7월, 교구의 신부에게 성모 마리아의 형상을 설명했는데 성모께서는 (불경스럽게도!)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파티마 사건에 대한 루치아 일행의 최초의 증언을 살펴보면 성모 마리아라고 해석된 존재가 스스로를 신이나 예수의 가족이라고 말한 적이 없으며 예수나 신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루치아와 히야친타는 성모 마리아가 예배당이 지어지기를 바랐다고 말했지만 환영이 스스로를 성모 마리아라고 말했다거나 자신을 위해 예배당이 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는지는 확신하지 못했죠. 그리고 프란치스코의 증언을 살펴보면 성모 마리아가 말을 할 때도 입술을 움직이지 않았으며 인형처럼 부동자세로 있었다고 합니다.

 

루치아는 성모의 ‘말’을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성모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내면의 빛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런 증언 내용을 볼 때 회의주의자인 제 입장에서는 루치아가 성모의 말을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성모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라고 스스로의 상상력을 가지고 채워 넣지 않았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죠.

 

당시 파티마 사건을 조사했던 카논 포르미가우는 그 시대의 매춘부들조차 입기를 꺼려했을 미니스커트를 입은 성모 마리아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그 외에도 루치아는 이불을 뒤집어쓴 하얀 존재에 대해 증언하는 등, 카논이 아이들의 말만 믿고 성모발현 사건이라고 결정 내리기엔 이단적인 요소가 너무 많았죠. 그래서 그는 성모 마리아의 발현에 대한 이야기가 더럽혀질지 모르기 때문에 루치아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고 충고하기까지 했습니다.

 

루치아는 1917년 처음 성모 마리아를 만나기 이전에 성모발현을 예비하러 온 천사들을 만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 주장을 한 것은 히야친타와 프란치스코가 죽고 나서도 한참 지나서인 1941년이었죠. 그런데 그녀가 아직 어린 나이였던 1922년에 파티마 사건 관련 내용을 기록할 땐 천사를 만났다는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2년 뒤 1924년에 교회가 조사를 했을 때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성모 마리아 말고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맹세하기까지 했죠.

 

또한 루치아가 천사에게 전해 받았다는 계시의 내용은 당시 열 살이었던 루치아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신학 용어로 가득 찬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루치아가 천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는 내용은 알바레스 데 모우라(Alvares de Moura) 신부의 책에서 베끼다시피 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천사는 루치아에게 성체(聖體. 가톨릭의 성찬식에서는 예수의 몸과 피를 상징하여 빵과 포도주를 마시는데 그 중 성체는 빵을 의미함)를 주었으며 피의 성배로부터 성혈(聖血)을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회법은 아이들이 성체가 예수의 몸이라는 것을 교육받고 인식할 준비가 될 때까지 성체를 모실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린아이가 성체와 성혈을 마신다는 것은 가톨릭 교회법에 어긋나는 행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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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들을 볼 때 천사를 만났다는 루치아의 증언은 파티마 사건이 일어난 후에 창작해낸 거짓말임이 분명합니다. 마치 예수의 탄생을 예비하기 위해 미리 세 명의 동방박사가 나타났다고 기록된 성경의 내용을 오마주하듯이 말입니다.

 

게다가 루치아가 성모와 만나서 나눈 대화를 기록한 내용은 1673년 성 마가렛 마리아 알라꼬게(a la coque. 17세기 프랑스의 수녀)가 쓴 내용과 매우 흡사합니다. 객관적인 검증단이 양쪽을 비교해 본다면 표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죠. 루치아는 자신을 성 마가렛 마리아가 갖고 있는 신앙적 명성과 동등한 위치로 올려놓으려는 욕심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 외에도 루치아는 여러 가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루치아 일행이 1917년 8월에 지방행정관에 의해 체포되어 오우렘(Ourem)에 구속되었었다고 하지만 그녀를 잘 알고 있는 마리아 도 까르모 메네제스라는 친구는 루치아가 감옥에 들어갔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실제로 메네제스는 루치아 일행이 수감 중이었다는 시기에 루치아와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루치아가 감옥에 수감된 적이 없다는 의문이 제기되자 루치아의 가족은 교도소가 사실을 날조한 것이라고 해명했고요.

 

**개인적으로는 만약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가 어린 나이에 일찍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파티마 사건의 진실이 더 일찍 드러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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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내용을 통해 저는 파티마에서 일어났던 태양의 기적과 파티마의 세 가지 예언, 그리고 루치아 수녀가 만난 성모발현 사건의 허구성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여러 전문가들과 르포 작가의 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들을 종합해 본다면 루치아 수녀는 파티마 사건과 관련해 많은 거짓말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놓고 볼 때, 저는 파티마의 예언이라는 것 자체가 루치아 수녀의 망상(혹은 지독한 환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교황청이 그런 어린아이의 망상을 공식적인 신의 기적으로 인정한 것은, 연이은 전쟁과 공산주의의 대두 속에 신도들을 믿음 안에서 결속시키기 위한 의도였다고 보는 거죠.

 

설마 교황청이 그런 거짓에 동참했겠느냐고 얼굴을 찌푸릴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교세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팔거나 마녀사냥을 하던 역사까지 들추지 않더라도 몇 년 전까지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에 계속 침묵하다가 겨우 여론에 떠밀려 베네딕토 16세가 사과한 모습만 봐도 교황청이 그렇게 항상 광명정대한 자세를 유지해온 것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죠.

 

심지어 교황청은 지금까지도 신도들의 신앙심을 독려하기 위해 이탈리아 토리노 대성당에서는 이미 가짜라는 게 밝혀진 예수의 수의를 진짜인양 전시해 막대한 관광수입을 거둬들이는 행위를 묵인하고 있고요.

 

**관련 내용은 제가 전에 쓴 다른 미스터리 깨기 시리즈에서 설명해 두었습니다.

 

벨머즈의 얼굴유령 (원본 링크)

 

그리고 파티마의 기적과 비슷하게 로마 교황청이 공인한 기적 중의 하나가 루르드의 샘물인데 매년 수백만 명의 환자들이 신의 기적을 바라며 그곳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조사 결과 루르드 샘물로 치유의 은사를 입었다는 사례들은 그 환자들을 의학적으로 조치(치료)하는 것보다 효과가 낮을 뿐만 아니라 아예 방치했을 때 자연치유될 확률보다 낮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가톨릭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종교에서 병이 낫는 기적을 이야기하지만, 잘려진 팔이 다시 자라났거나 하는 기적은 어디에서도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반면 종교의 힘이 아니더라도 말기암 환자가 회복되는 사례는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죠. 무엇을 믿을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종교는 논리와 증거를 통해 믿는 게 아니라 모든 게 거짓이라는 증거가 나와 있어도 믿고 싶으니까 믿는 것이니까요. 다만 파티마의 예언이나 루르드의 샘물 같은 기적(?)에 자신의 신앙을 내맡기거나 미래를 두려워하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신과 인격적으로 소통할 일이지, 놀라운 기적을 보여주고 병을 낫게 해주는 램프의 요정쯤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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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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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은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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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가사의한 우주, 어마어마한 범위의 시간과 공간,

온갖 동물들, 서로 다른 행성들,

저마다 운동하는 갖가지 원자들......

이 모든 복잡한 것들이

겨우 신이 선악을 위해 다투는 인간을 지켜보는 무대일 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우주는 그런 드라마를 위한 무대라고 하기엔 너무나 광활하다."

-리처드 파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