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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개발자와 장기 졸

1.1. 입던은 점프

1.2. 개발자를 정의합니다

1.3. 주화입마

 

2. 작은 회사에서의 삶

2.1. 돌격 앞으로

2.2. 돌격 앞으로 실패! - 갑, 을, 병, 정 관계의 형성

 

 

 

2. 작은 회사에서의 삶

 

2.2. 돌격 앞으로 실패! - 갑, 을, 병, 정 관계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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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열었을 때 고통, 질투, 시기심 등이 세상으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놀란 판도라가 상자를 다시 닫았을 때 상자 안에는 '희망'만이 남아 있었다는 유명한 신화가 있다.

 

21세기에 개발자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열었을 때 연봉, 명예, 칼퇴근 등이 모두 빠져나갔다 한다. 놀란 개발자가 상자를 다시 닫았을 때 상자 바닥에는 '갑과 을의 관계'만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는 유명한 실화가 있다.

 

우리가 구식 양복을 입고 시장의 문을 두드렸을 때, 시장은 일감 몰아 주기와 비용 절감을 위한 갑, 을 관계 형성이 완전히 고착화되어 있었다.

 

신입으로 일을 시작한 약 1~2년간은 깨닫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부당한 것들이 왜 이렇게 많았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큰 그림을 처음에는 눈앞에서 보다가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나 보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2017년 총수의 뉴스공장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출연해 한창 이슈였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때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SW업계의 생태계가 일찌감치 붕괴된 사례도 잠깐 언급했었는데, 그 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라고 직감했다.

 

이번에는 내가 알게 된 그것, 즉 갑, 을, 병, 정 형성 과정에 대해서 한번 적어볼까 한다.

 

합격한 우리 3명은 새벽편 기차를 타고 어느 도시에 내렸다. 이른 시간에 출발한 관계로 모두들 공복이었다. 역전의 그저그런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 뒤 사무실로 향했다.

 

첫 출근 지각을 면하기 위해서 우리는 택시를 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다들 들떠 있었다.

 

어떤 선배를 만나게 될 것인가?

나의 조직 장은 어떤 사람들일까?

앞으로 어떤 생활이 이어지게 될 것인가?

 

그런 순수한 고민도 금방 작별이었다. 도착하여 안내받고 사무실로 진입했을 때 우리는 일시적으로 경직될 수 밖에 없었다.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경영팀 4명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큰 사무실에 빈 책상만 즐비하고 각 자리는 짐도 명패도 없이 그냥 빈자리로만 가득했다. 빈자리다 보니 책상들은 오래된 먼지들이 쌓여 있었고 사무실이 파티션으로 팀별 구획이 나누어져 있지도 않았다. 구석에는 개발 장비 및 고장 난 사무용품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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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은 일하는 공간과 별개의 장소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 광경은 전혀 익숙한 광경이 아니었다. "돌격 앞으로 실패 인가? 천하의 내가 다단계에 발을 내민 것인가?" 하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사격장에서 탄피를 잊은 이등병과 같은 표정을 짓고 경직된 자세로 서 있었다. 경영팀 과장이 바보들을 빨리 진정시켜야 했는지 침착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과장 : "XX 전자의 협력 업체다 보니 보안상의 이유로 해당 XX 전자의 사무실에 전부 파견 근무 중입니다."

 

바보들 :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선배님들은 언제 사무실로 들어오시나요?"

 

과장 : "들어오지 않습니다. 바로 현장으로 출근하고 현장에서 퇴근합니다."

 

바보들 : "??????!!!!!!!"

 

혼란스러웠다. 파견 근무가 그런 것인지 처음으로 깨닫게 되는 상황이었다. 어째서 면접 당시에 그런 걸 물어보지 않았는지 자신의 바보 같음에 아쉬워해 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속한 회사의 사무실에 자리도 없이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작부터 본집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있는 장기의 '졸'이 된 꼴이다.

 

계속된 설명에 의하면 우리도 본사의 기초 교육 기간이 끝나면 바로 파견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기초 교육이 끝나면 본사를 다시 방문할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회사 가거든 일 잘하고, 좋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부모님의 격려와 희망이 가을 바람에 민들레 씨앗이 흩날리는 것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가버렸다. 소개팅에서 마음에 든 그녀가 "참 좋으신 분입니다만... 좋은 사람 만나세요." 하면서 뒤돌아보지 않고 지하철 입구로 뛰어가는 것처럼 빠른 속력으로 말이다.

 

좋은 사무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찌 된 사정인지 텅텅 비어 있을 수밖에 없는 걸 어쩌란 말인가.

 

설명을 듣고 있으니 동기가 될 4명이 차례로 도착하여 도합 7명의 신입 사원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우리는 한 번 더 머슴살이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입사 동기들과 통성명을 한 뒤 머슴살이를 위한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갔다. 약 한 달에 걸친 기본적인 교육이 모두 마무리되고, 동기들은 프로젝트에 순차적으로 투입이 되었다. 각자 맡은 팀에서 개발자의 생활을 시작했는데, 우리가 생각해 오던 개발자의 삶과 큰 괴리감이 존재했다. 직급이 낮고 신입 사원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모든 직종이 상상하던 부분과 실무 사이의 괴리감은 클 것이라고 예상은 된다. 내가 느끼는 괴리감의 1차적 요인은 순수한 실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머슴살이에서 시작되는 공간적, 시간적, 사고적 제한에서 그 1차적 요인은 출발하고 있었다.

 

입사 전 우리는 '1차 협력 업체'라는 설명을 들었으나 실상 위치는 거의 '병, 정' 중에 하나로 위치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시작부터 밑에 깔리는 냄비 받침이 되어버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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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개발 직군에서 하청의 하청 구조가 왜 생기는 것이고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 그 설명을 SI(System Integration)개발로 하고자 한다. 갑과 을에 대한 구조를 말이다. SI 말고도 보안, ICT 제조, 군수 등등 많은 분야가 있으나, SI 업계는 악명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고 갑, 을, 병, 정 구조가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시술받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고착화되어 있는 곳이다.

 

사실 SI는 기업, 국가, 단체 등의 요구 사항에 맞게 전산시스템을 개발, 기획, 구축, 운영 등을 해주는 업계라고 보면 되는데, 이 경계선이 매우 애매하고 광범위해서 실생활에 가장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벤져스>로 치면 '미국 대장' 위치쯤 되지 않겠는가?

 

자, 그러면 하나씩 짚어 보자. 우선 봐야 할 사항은 '아웃소싱(outsourcing)'이다. 기술적, 비용적 효율성을 위하여 직접 진행하는 것보다 이미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흔히들 말한다.

 

역시나 예시만 한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이야기해보자.

 

우리가 작은 식당을 오픈한다고 가정하자. 조리 기구 및 원재료를 공급받기 위한 방법엔 기본적인 일가견이 있어 이미 해결을 했고, 홀 서빙을 위한 직원을 전부 고용했다. 추가로 주방을 책임질 주방장을 식당의 정식 직원으로 고용을 마쳤다. 이로써 기본적인 식당의 구성은 마무리된 것 같은데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이 남았다.

 

"손님의 카드 결제와 정산은 어떻게 할 것인가?"

 

주문 장부는 연습장을 장부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결제를 위해 손님들이 내미는 '신용카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열정적인 사장님이므로 이제부터 카드 결제를 위한 POS구성과 결제 SW를 위해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머리에 흰색 띠를 두른 채 대학교에 입학 후 공부해서 직접 POS기를 만들어 사용할 것인가?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이고 시간도 많이 걸리겠는가? POS 하나 만들기까지 투자 비용도 엄청나다. 학비도 내야 하고 MT도 따라가야 할 것 아닌가?

 

배달 서비스, 자재 관리, 직원 관리 등 여러 가지 요구 사항이 추가로 발생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매번 이런 순간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럴 때 '아웃소싱'을 사용하는 것이다. 매달 일정 요금을 내고 해당 기술이 포함된 서비스나 용역을 사용하고 유지 보수를 받는 것이 말할 필요 없이 편하다.

 

직장 물을 조금 먹은 분들이라면 '아웃소싱'을 긍정적이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것이다. 다음과 같이 조금 간편화 된 사항들로 예를 들어 의심해보자.

 

( 아웃소싱 필요 > 아웃소싱 제공 )

 

1) 유통업 > 상품 관리 SW개발 --- 기술력이 없으므로 충분히 납득 OK

2) 요식업(중식) > 요식업(일식) --- 원천 기술이 다르므로 충분히 납득 OK

3) 요식업(일식) > 요식업(일식) --- 인력이 부족하거나 비용 절감이 필요한가?

4) SW개발(모바일 개발) > SW개발(모바일 개발) --- 인력이 부족하거나 비용 절감이 필요한가?

 

SW 개발 업계도 완전히 기술이 다르거나 독보적인 솔루션을 가지고 있어서 2)와 같이 '아웃소싱'을 하는 곳이 있지만 위의 3), 4)와 같은 요인이 훨씬 많다.

 

다시 돌아와서 하나의 식당만 생각해도 다양한 SW의 요구사항이 발생하는데 기업, 기업을 아우르는 그룹, 국가 단위의 행정 등에는 얼마나 많은 SW의 요구사항이 발생하겠는가? 이렇게 많은 SW의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모든 조직에서 해당 개발 인원을 전부 고용할 수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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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뉴스 기사에 의하면 삼X전자의 직원 수는 약 1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이 10만 명의 거대 조직에서 발생하는 전산상의 이슈는 적은 수치는 아닐 것이다. 삼X전자는 개발 인원이 있어서 자체 개발을 한다고 해도 삼X물산, 삼X전기, 엘X화학, 엘XXX건강과 같이 개발에 관련된 계열사가 아닌 곳까지 개발 부서를 넣으려면 덩치가 얼마나 커지겠는가?

 

여러분들은 삼X XDS, 엘X XNS와 같은 회사들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평소 큰 관심이 없었다면 해당 회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이름만으로는 유추하기 쉽지 않을 것인데, 바로 이 회사들이 SI를 주로 담당하는 회사들이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재벌 그룹은 거의 다 SI회사를 하나씩 이상 소유하고 있다)

 

일은 그렇다 치고 갑, 을, 병, 정이 왜 생긴단 말인가? 눈치 빠른 사람들은 벌써 짜증이 나기 시작할 것이다.

 

SW에 대한 개발은, 대부분 누군가의 요구 사항이 발생해 그것에 맞춰 일이 발주되는 구조이다. 완성된 SW가 산업, 기관, 단체, 기계, 전자 부품 등에 종속되는 것이다. 은행의 특색과 요구 사항에 맞게 은행 Application이 개발되는 것이지, Application의 특징에 맞게 은행이 서비스를 하지는 않지 않는가? (Store에 직접 판매를 진행하는 Application및 제작 Tools과 같은 SW들은 사정이 조금 다르긴 하다)

 

이제부터 유심히 살펴보자. 재미있는 사항들이다.

 

일단 '삼X XDS'로 가정하여 보자.

 

('삼X XDS', '엘X XNS'등의 회사 구성원 전부를 비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의 고충도 역시 하단부에서 명시한다)

 

삼X전자가 직원 수가 약 10만 명인데 삼X 그룹 전체 직원은 그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구글링을 해보면 웬만한 작은 광역시 인구수가 나온다) 그룹에서 발생하는 모든 SW개발 요구는 삼X XDS로 몰아주면 꽤나 편리하지 않겠는가?

 

그룹 차원에서는 사업 벌이기도 좋고 자본도 절약할 수 있어서 좋다. 어차피 그룹사의 돈이 그룹사로 돌아갈 것이다. 자, 그래서 일이 있는 그룹 사가 우선 삼X XDS로 프로젝트를 수주하게끔 한다.

 

여기서 갑과 을이 우선 정해졌다. 을이 되어 일을 수주한 삼X XDS는 자력으로 모든 개발을 다 하면 좋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비용 절감이나 리스크 등의 이유로 그들도 자회사를 가지거나 협력 업체를 가지고 있다. 자력으로 하기에는 비용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삼X XDS는 본사 직원 관리자와 개발자 몇 명을 포함시키고 자회사 혹은 그들의 협력 업체와 계약을 한다. 이제 갑, 을, 병이 생겼다.

 

협력 업체들은 당연히 입찰 경쟁에 놓이고 눈물의 치킨게임에 돌입한다. 흔히들 '경쟁입찰(Bidding)'라고 하는데 이때는(참 안타깝다. 그들도 원치 않겠지만) 협력 업체들이 '구글'보다 경쟁력 있는 회사로 변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업 담당은 세상의 모든 희망을 담은 결의에 찬 미소를 얼굴에 담고 중세 시대 기병대의 첫 돌격을 알리는 깃발수의 장엄함을 가지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희가 다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회사가 나타났지만 끝이 아니다. 협력 업체와 자회사들은 입찰 경쟁에서 수주를 따내고 급한 일정에 맞춰 인력을 투입하려다 보니 인력이 부족하거나 단가가 맞지 않는다. 이 업계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다음 협력 업체로 넘어가거나 프리랜서 개발자를 이용해 프로젝트 인력을 마무리 짓는다. 이제 갑, 을, 병, 정 완전체가 되었다.

 

뭔가 멋진 <A특공대> 혹은, 변신 합체 로봇 같지만 그렇게 멋진 것이 있을 리가 없다. 어쩌다 보니 같은 버스에 탑승하게 된 마트 다녀온 아저씨들 같다. 종량제 봉투에 물건 잔뜩 담은 아저씨들 말이다. 정말 이렇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험에 의하면 프로젝트 수주 및 근무지가 결정되어 현장에 갔을 때, 총 개발 인원은 10명 정도 되는데 4개의 회사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 참으로 환장할 노릇이다.

 

이제 위를 바탕으로 개발자 티를 조금 내서 순서도를 이용해서 쉽게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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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구성이 되면 '갑'에 해당하는 업체나 1차 협력 업체는 'PM'(프로젝트 관리자)급만 투입을 하고 그 다음 2차 '을'에서부터 실무자들이 투입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는 심정으로 약소한 것 하나 꼰지르고 가자. 지금 당장 이런식으로 만들어진 SW에 대해 확인도 가능하다. 여러분 옆에 놓인 스마트폰을 켜보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면 이동 통신사 전용 Application이 자동으로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Application의 많은 수가 이런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서비스 및 Application들이다.

 

이런 업계의 구조는 사실상 순환 출자 구조와 그룹과 그룹사의 꾸준한 일거리 조달 없이는 단기간에 형성되기 힘들다또 다른 문제는 이런 기업들은 그룹 내부의 일만 처리하지 않고 정부 프로젝트 및 일반 기업 프로젝트에 공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것에 있다. 이런 상황에 신규 업체들 및 젊은 기업들은 싸움이나 되겠는가? 심심하신 분들은 '삼X XDS','엘X XNS'등과 같은 기업들의 임직원 수 조회를 해보시라.

 

계란으로 바위 치기도 안 된다. 적어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는 던질 계란이라도 있고, 계란으로 바위를 어쨌든 맞출 수라도 있다. 더 구린 것은 이런 상황에서 협력 업체 임원들조차 해당 그룹의 임원 출신이나 임직원 출신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니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는 참 딱한 회사다. '마이크로소프트 건설', '마이크로소프트 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디스플레이', '마이크로소프트 화학', '마이크로소프트 생명', '마이크로소프트 카드', '마이크로소프트 생명과학', '마이크로소프트 에너지', '마이크로소프트 랜드'와 같은 계열사로부터 자금 지원과 일거리도 나오지 않으니 얼마나 불쌍한가? 아직도 '윈도우', '오피스', 'AZURE' 등을 팔아 생계 유지를 한다. 업데이트 한번 잘못하면 기껏 일하고 욕이나 실컷 먹는다. 참으로 칠칠치 못하다. 최근에는 윈도우 10 무료 업데이트까지 했으니 눈물의 똥꼬쑈가 따로 없다. (게다가 전 회장은 기부 덕후다)

 

자, 다시 돌아와서 모든 경쟁을 누르고 갑이 되거나 '삼X XDS', '엘X XNS'등의 임직원이 되면 행복한 것인가? 그것 또한 아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병이나 정에 비하여 급여가 많을 수는 있다.

 

그들도 엄밀히 말하면 이 구조의 피해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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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가 고착화되어 일의 일정 자체가 짧게 내려오는 것이 부지기수다. 결국 그들도 일정의 압박을 받는 것이고 그 압박감에 을, 병, 정 회사를 재촉하고 짜내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사람들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 사람을 대하는 잘못된 방법이 봄철 감기처럼 몸에 녹아든다. 이 병이 지속되면 사람의 성격을 바꾸어 놓는다. 이는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지만 결국엔시간이 지나면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손해다.

 

'갑'사의 개발자들도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서 입사를 했겠지만 SI에서는 상대적으로 빠른 나이에 관리직으로 전향이 된다. 기술직이 기술을 놓는 순간, 시장에서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다. '갑'사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영원할 것 같지만 적어도 남한에는 없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밖으로 나왔을 때 관리만 하던 사람은 을, 병, 정에서 실무만 하던 사람에 비해 갈 곳이 정말 없다. 그래서 더더욱 현재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너무 빨리 실무를 놓게 되면 실무를 모르는 관리자가 되어 현실에 등 떠밀려 '개노답 상사 3형제'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스트라이커가 꿈이라 1부 리그 축구 선수가 되었는데 전성기도 맞기 전에 2부 리그 코치 업무를 맞게 되는 것은 장밋빛 미래라고 보기 힘들다.

 

실적의 압박은 물론이고 자본적으로 득이 될 것 같지 않은 부서는 언제든지 분사나 매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최악의 경우는 말이 분사지 그룹사의 지원 없이 '알아서 생존하시오. 망하면 어쩔 수 없고.' 모드로 전향이 된다. 최근에도 한 회사의 ATM 사업 매각으로 시끄러웠던 사례가 있었다. 개인 역시 실적이 나지 않으면 금방 백수가 되는 경우도 많다.

 

추가로 재벌 그룹 특유의 것도 많다. 신빙성 없고 작성과 평가 기준이 물방개 달리기 시합처럼 멋대로인 KPI, 사전에서 좋은 단어만 다 찾아 넣어놓은 듯한 인재상 교육, 직무와 그다지 상관없는 직무 향상 교육, 내 돈으로 사서 읽을 용의가 전혀 없는 책의 독후감 등등 사람 괴롭히는 보여 주기식 행정은 23톤 덤프트럭에 눌러 담아도 다 못 담을 정도로 많아서 스트레스성 치질과 치루는 직장인의 교양이 될 정도다.

 

나의 사견이지만, 적어도 SI 업계만이라도 이런 구조가 아니었다면 지방에서 채용이 더 늘어났을 것이다. 하나의 회사 구성은 다양한 전공자들이 있어야 완성되는 것이니 말이다.

 

큰 규모의 회사들이 하던 일이 분산되어 별도 회사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겼다면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존재했겠는가? 물론 서로 경쟁도 해서 병합되고 큰 회사들이 생겼겠지만 이런 기형적인 형태는 아닐 것이다.

 

내가 알고 있기로 지방에 남아 있는 IT개발 회사는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쪽의 항만 및 선박에 관련된 작은 회사 몇 개와 병원 및 소소한 SI를 담당하는 회사 몇 군데 정도 남은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름 있는 회사는 'BNK경남은행'과 같은 지역 금융업들이 전산 업무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에서 공부하는 개발자 후보생들에게는 참 안타까운 사실이다.

 

어쨌든 우리가 문을 두드렸을 때는 이미 이렇게 되어 있었다. 큰 꿈을 가지고 서버에 접속해서 캐릭터를 생성했지만 게임 운영이 막장 운영이었고 고레벨의 고인 물 유저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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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건설' 다니는 친구 녀석과 술자리에서 서로 직장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H 건설 : "야 뭔 공사판이랑 같냐?"

나 : "아니야~ 달라 임마~ 우리는 아침 안전 체조는 안 해"

 

(하지만 그 아침 체조를 도입한 회사가 있었다. 정말이다.)

 

이제 아침 체조는 하지 않지만 공사판과 같은 머슴살이의 생활상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