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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찌라시 세계사'는 재미난 역사적 사건을 대화체로 풀고 썰을 마구 첨가하여 남녀노소 상하좌우 친박반박까지 한국사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새 연재입니다.

 

찌라시만큼 흥미진진하고 쫄깃하여 찌라시인 것이지, 진짜 찌라시와는 무관하니, 맘 편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럽에서 온 십자군은 예루살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죽였어(기독교인 포함). 깨끗이 인종 청소를 마친 후 이슬람의 색깔을 지우고 기독교를 덧칠하기 시작했어. 이슬람 사원들은 마구간으로 사용했고, 이슬람의 성자 마호메트가 등천한 사원을 교회로 바꾸려고 시도까지 했어. 도시 곳곳에 예수상을 세우며 도시를 재정비했지.

 

예루살렘에 십자군 국가를 세운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럽으로 돌아갔고 2~3백 명의 기사들만 남아 있었어. 챙길 거 챙겼으니 '고향 앞으로' 한 거지. 이러다간 1차 십자군 원정이 성공하자마자 실패로 돌아가게 생겼어. 땅을 점령했으면 사람이 살아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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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정복한 예루살렘에 사람들이 살려고 하지를 않으니 유럽 현지에서는 주민 대이주 계획을 수립해. 일명 예루살렘 드림 작전이야.

 

“그 말 들었는가? 예루살렘으로 이주를 하면 세금 면제는 물론이고 일정 금액의 재산까지 준다네”

 

“그래? 어차피 여기서 먹고살기도 힘든데 우리도 한번 떠나볼까? 자네 집이 간다고 하면 나도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해 보겠네. 여기에서 왕들에게 치이고 지주에게 치인 한을 예루살렘 가서 씻고 우리 한번 잘살아 보세”

 

언론을 이용한 선전, 선동도 연일 이어져.

 

“예수님이 살던 곳 예루살렘에서 영적인 기쁨을 맛보고 싶다면 지금 떠나세요.”

 

“자녀들에게 다양한 삶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 놓치지 마세요. 예루살렘 연수.”

 

“예수님이 머무셨던 곳에서 국가 보조금에 봉사까지! 이런 삶은 천국행의 지름길을 보장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향해서 떠나기 시작했고 폐허가 되었던 도시는 어느새 고대 파리의 인구수와 맞먹는 3만 명의 도시 국가로 재탄생했어. 이렇게 유럽으로부터 많은 인구가 유입되자 십자군은 영향력을 더욱더 확장시키기 위해 예루살렘 주변에 에데사, 안티오크 공국 등의 도시 국가를 추가로 건설하였어.

 

한편 예루살렘으로 아예 거주지를 옮긴 사람들도 많았지만, 성지를 방문하기 위한 순례단이 매년 수천 명에 이르렀다고 해. 이들은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마치 한국을 점령한 요커처럼 말이야. 요즘의 패키지 여행 같은 가이드뿐만 아니라 자유 여행자들을 위한 가이드북까지 존재했다고 하니 그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그런데 말이야. 사람이 들끓는 유명 관광지에는 항상 소매치기나 좀도둑이 있기 마련이잖아. 예루살렘 순례길은 좀도둑이 문제가 아니라 무장 강도가 극성이었다고 해. 여기는 바로 이슬람의 지역이잖아.

 

“자자 김용만 외 3명을 비롯한 A팀 제 말 잘 들으세요. 이제 본격적인 위험 지역으로 돌입합니다. 예수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건 알고 계셨죠?”

 

“아니 그래도 목숨을 걸고 와야 되는 줄은 몰랐지. 첨부터 말을 해줬어야지. 약관도 눈에 보이지도 않게 뒤 페이지 구석에다 찍어 놓으니 원."

 

“영 찝찝하다 하시는 분들은 지금이라도 알아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다만 일체의 환불은 없습니다. 물론 본인의 귀국 결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고 및 금전적 책임은 본인이 지셔야 합니다. 자, 그럼 다 가시는 걸로 알고 출바알~ 아참! 걷다가 옆에 분이 강도한테 목숨을 잃게 되면 바로 도망치셔야 합니다. 괜히 가족이네 친구네 하면서 무덤이라도 만들어 준다고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그 자리가 바로 당신의 무덤이 될 겁니다. 그러니 옆 사람의 사망은 내 도주 시간의 확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자자 빨리빨리.”

 

이렇게 목숨을 내걸고 성지 순례를 해야 되니 유럽까지 소문이 금방 퍼져버렸어. 이런 소문은 다음 성지 순례팀을 꾸리기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질 않아. 성지 순례를 하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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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예루살렘에서 한 무리의 기사들이 이런 시장의 수요를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시작했어.

 

“다음 회차부터 들어오는 성지순례 단을 우리가 무료로 경호하기로 했다.”

 

“에엥? 대장님. 여기 머무는 것이 심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무료로 경호를 할 필요까지?”

 

“모르는 소리 말아라. 이번 일로 인해서 우리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에이. 자원봉사한다고 그리될까요? 그런데 우리 단체 이름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아지트가 템플 신전 근처이니 그냥 간단하게 동네 이름을 따서 템플 기사단이라고 하자.”

 

그 유명한 템플 기사단은 성지 순례 관광 패키지 팀의 경호를 맡는 자원봉사단체로 시작을 하였어.

 

이때 이슬람 세력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너무 무기력한 거 아니냐고? 여기에는 정치적 이유가 있었어. 이 당시 이슬람 세계는 고만고만한 도시 국가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느라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가 없었던 거야.

 

한 도시 국가가 이슬람의 복수를 위해 예루살렘을 가면 자신들의 나라가 옆 나라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 버리니 자기들끼리 눈치 보고 아옹다옹하느라(수많은 이슬람 사람들이 죽어 나가도, 그들의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이 대형 교회로 변해가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추도식만 하는 게 다였어.

 

이 당시 이슬람은 크게 두 세력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누구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아직도 헷갈리는 바로 두 종파야. 현재 지역상 카이로를 중심으로 한 '시아파'와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의 통합 없이는 십자군에 대한 항전은 생각도 할 수 없어.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잖아. 분열된 이슬람 세력을 통합하고 십자군 세력에 맞서 위대한 성전 지하드를 준비하는 자가 있었어. 그의 이름은 바로 ‘이마하드 알빈 장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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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이라크 지방에 있는 모슬의 통치자 장기는 지덕체를 모두 체로 몰아 놓은 사악한 전사였어. 삼국지의 장비와 캐릭터가 비슷한데, 적군은 물론 아군의 부하들까지 벌벌 떨 지경이었다고 해. 너무나 뛰어난 전사지만 인격적으로 최악인 인물이었어. 이런 강력한 군사적 재능이 분열된 이슬람 세력을 통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지만 말이야.

 

드디어 위대한 성전 지하드의 준비를 마친 장기는(십자군의 공격이 있은 후 거의 20년이 지난 후에야) 첫 반격을 하게 되었어.

 

“첫 번째로 씹어먹을 곳은 에데사 공국이다. 저들이 우리에게 한 짓의 열 배, 스무 배로 갚아 주겠다. 어린아이와 노인까지 모두 죽여 버려라. 우리에게 투항하는 자도 즉결 처분의 대상이다.”

 

장기는 잔인하지만 승리를 위해서 철저한 준비를 하는 자였어. 여기저기 뿌려 놓은 첩자들의 정보를 통해 에데사 공국의 군주가 자리를 비운 틈을 놓치지 않고 그날을 디데이로 잡고 출격을 했어.

 

장기의 3만 대병력이 구름 같은 먼지를 일으키며 에데사 공국의 성으로 향하자 이를 지켜보던 얼마 안 되는 기사들은 처음에는 의아해했어.

 

“저기 저 사람들은 뭐지? 엄청난 숫자인데? 새로 나온 말 타는 성지 순례단인가?”

 

“성지 순례단치고는 어째 달려오는 폼이 너무 과격한데? 설마 이슬람군?”

 

“에이. 뭔 소리야. 이슬람군의 저항이 없었던 지가 벌써 10년이 훨씬... 오잉?”

 

수적으로 절대 열세였던 기사들은 일단 성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갔어. 3만 대군이 성을 둘러싸자 성 함락은 시간문제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성안의 저항이 만만치가 않았어. 장기는 특유의 신경질을 부리며 부하들을 달달 볶기 시작했어.

 

“뭣들 하는 거야? 도대체 머가 문제야?”

 

“저기... 성이 생각보다 견고하고 초반에는 당황했지만 전열을 수습한 후 저항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안 되겠군. 그들을 불러라.”

 

장기가 불러들인 것은 다름 아닌 광부들이었어.

 

기독교 성에는 지하에 터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땅속 전문가인 광부들을 불러 지하 통로를 찾아내게 한 거야. 전쟁의 현장에 전문가들인 광부들이 최첨단 장비인 곡괭이와 나무 작대기로 땅을 파고 찔러 보더니 결국 지하 통로를 발견하였어. 이렇게 찾은 지하 통로로 이슬람군이 밀고 들어가니 성은 순식간에 함락이 되고 말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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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의 명령대로 또 다시 눈 뜨고 보기 힘든 대살육이 펼쳐졌어. 희생자는 한번 열심히 살아 보겠다고 고향인 유럽을 떠나온 평범한 소시민들이야. 십자군도 이슬람군 그 누구도 정의의 편에 선 군대는 없었어.

 

장기는 이슬람 측에서 보자면 십자군에 대항하여 첫 번째 복수극을 펼친 영웅이야. 에데사 공국을 점령한 지 2년이 되던 어느 날이었어. 시중을 드는 남자 종 하나가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한 손엔 칼을 들고 거리로 나왔어.

 

“내가 죽였다. 내가 죽였어. 으하하하하. 난 그냥 무서웠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실성한 듯 하늘을 향해 지껄이던 그의 뺨을 장기의 아들이 후려치면서 어찌 된 일인지 물었어.

 

“어젯밤이었습니다. 장기님이 밤에 드실 물을 가져다 드리다 그만 잠옷에 엎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직접 심한 매질을 하시면서 내일 아침 저를 베어버리겠다고 하시기에...”

 

첫 지하드의 영웅은 이렇게 너무도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며 59세로 그의 생을 마감해. 뛰어난 전투력을 뒷받침할 인성이 있었다면 더 장수할 수 있었을 텐데. 분열의 위기에 빠진 이슬람에 장기와는 상반된 인물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데...

 

그가 누구인지 다음 이 시간에 함께 확인해 보자고.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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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한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