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놈의 칼밥입니꽈아.
임진왜란이 터졌다.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일본군 제1대 1만 8천여 병력은 부산포에 상륙했다. 가덕도의 봉화대는 무역선들로 착각하여 봉화를 올리지 않았고 부산첨사 정발은 별안간 밀어닥친 대군과 맞서 싸우다가 성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부산성 다음은 동래성이었다.
동래부사 송상현이 근처 산자락에 올라 부산성 쪽을 바라보니 연기가 자욱했다. 이미 함락된 듯했고 성에서는 알 수 없는 왜군들의 거친 함성 소리만이 요란했다.
이 즈음 경상좌병사 이각이 도착했다. 임금 앞에서 포를 쏘아 백발백중을 시켰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군사적 천재였다. 이각은 경상좌도의 병마절도사로서 승리를 자신하며 동래성 내의 군사들과 백성들을 안심시켰다.
“군사도 충분하고 양식도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 이 이각과 함께라면 무엇이 두려우리오.”
백성들은 환호했고 병사들 역시 기대를 걸었다. 더구나 임금님도 경탄케 했던 천재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그를 철석같이 믿었다. 그 늠름한 모습에 송상현도 기뻤다. 그래 막아 보자. 그런데 이 이각이 은밀히 동래부사 송상현을 부른다.
“원래 장수는 성 안에서 지휘하는 게 아니라 군사를 나누어 성 밖에서 협공하는 입체적 작전을 펼치는 것이오. 나는 성 밖 소산역에 진을 치고 적이 성을 공격하면 그 배후를 치겠소.”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뻔한 수작이었다. 도망가겠다는 것이었다. 머리는 좋은지 모르겠으나 하는 소리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송상현은 어이가 없어 설득했으나 이각은 오히려 야단을 쳤다.
“당신은 병법을 몰라.”
그러고는 직속부대와 함께 성을 나가 버렸다. 이후 도망을 쳐설랑 울산 병영으로 돌아가서는 광목이며 재물이며 있는 대로 챙겨 본격적으로 도망친다. 그를 막아서던 말단 관리의 목을 쳐 버리는 땡깡도 피하지 않았다. 목을 치면서 크게 외쳤다고 전한다.
“내가 왜놈 칼밥입니꽈아”
한편 동래부사 송상현은 분노를 곱씹으며 성 안의 백성들을 다독였으나 이미 승패는 결정 난 상황이었다. 송상현은 마지막을 각오하며 성 안을 돌았다. 이때 송상현이 홀로 탄식하는 것을 수행하던 관원이 듣고 시로 남긴 것이 얼마 전 TV 진품명품에 소개된 바 있다.
작자는 미상이고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다.
我怡鼓喆帥著擧 아이고철수저거
북소리 맑고 장수 깃발 분명히 드니 내 마음 흡족했다
倭渾自城難畏沈 왜혼자성난외침
성에서 흐르는 왜군들의 거친 함성 어지러우니 함락되었을까 두려워하나
訝以道損苛樂秩 아이도손가락질
도리로써 사람들 위로하고 가혹함 덜어주니 즐거움이 쌓였다
抵襲觀愷安住心저습관개안주심
(왜의)습격을 막아내고 승리를 드러내리라 사람들 마음 가라앉혔는데
務詔建頭壘他嶺 무조건두루(킹)타령
힘주어 이르되 (성 밖)다른 산줄기에 장수의 보루를 쌓겠다 하니
孤咸滿搖欄何求 고함만요란하구
외로운 맘(성 안) 두루 가득하고 성곽은 동요하니 어찌 구하겠는가
定末路咽叛倰健 정말로열반능건
마지막 길 정해지니 목이 메이는데 배반의 소리는 교만하기만 하고
唯我督尊顔鐵守 유아독존안철수
오로지 나는 존안(임금의 얼굴) 살펴 견고히 지킬 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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