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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뒤숭숭했다. 빌어먹을 국정화. 한국 현대 사회와 문화를 공부한, 또한 한국 현대사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국적을 지니고 타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비통하다. 곧 세상에 나오게 될 유일무이한 역사 교과서의 내용과 그 집필 주체를 떠나서 이 시대에 정부가 허락하는 단 하나의 시선만이 존재해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이 발칙하지만 전혀 섹시하지 않은 정부의 엄포. 현재 대통령 자리에 잠시 서 있는 그이의 개인사를 생각하면 이해는 가지만 용납할 수는 없다. 이런 때에 프랑스가 어쩌고 저쩌고 해 봐야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 그렇다, 게으름이 스물스물 기어 올라오고 있다. 그냥 침대에 누워 하루 24시간을 통째로 보내고만 싶다. 이러한 실로 치명적인 유혹을 이겨 내고 필자는 여느 토요일 오전처럼 다시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는다. 어쩐지 내가 참 대견하다. 언제까지 이 연재물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나조차 의문이지만 일단 시작한 거,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보자며 2015년 11월 첫째 주의 <프랑스는 지금> 시작해 본다.


지난 두 주의 주인공은 단연 마린 르펜(Marine Le Pen)이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제 2대 당수이자 2017년 대선을 목표로 이번 12월에 치뤄질 지역선거 필승을 노리는 그녀의 소식은 그 어떤 소식보다 자극적이기에 모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류의 소식에 대한 피로도는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급격히 쌓이기 마련. 이번 주에 다루게 될 기사에는 거짓말처럼 마린 르펜은 단 한 건도 출연하지 않는다. 단, 이번 주는 딱히 주인공이라고 내세울 인물이 별로 없다. 굳이 가장 많이 나온 인물을 찾자면 프랑스의 전 대통령이자 현 공화당(Les Républicains) 대표인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정도랄까? 일단 사르코지 소식부터 전해 보자.



1. 위치추적 당하는 사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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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프랑스 사법부가 사르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였다. <일요신문(Le Journal du dimanche)>에 따르면, 마르세이유 사법부가 사르코지의 핸드폰 통화내역과 위치 추적을 실시했다고. 이에 사르코지의 변호인은 <유럽1(Europe1)>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사생활 침해라고 강력히 반발하였다. 사르코지 측은 이른바 ‘에어 코카인 사건’이라 불리는, 프랑스와 도미니크 공화국 사이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측되는 마약거래 사건 조사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르코지를 엮어 넣었다고 주장한다(<부르시에(Boursier)> , 2015년 11월 2일자 기사)


‘에어 코카인 사건’은 지난 2013년 3월, 도미니카 공화국의 푼타 카나(Punta Cana) 국제공항에서 프랑스로의 비행을 준비하고 있던 프랑스 전세기에서 총 700kg에 이르는 코카인이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전세기에는 2명의 승객, 2명의 파일럿 총 4명의 프랑스인이 타고 있었다. 이들이 마약 거래에 연루되었다는 어떠한 결정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고, 4명 모두 체포 당시부터 무죄를 주장했지만 올해 8월, 이들은 마약 거래 혐의로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던 중 지난달 24일, 두 명의 파일럿이 프랑스로 탈출했다. 이들의 변호사는 "두 사람은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이들은 정의의 심판을 피하기 위하여 도망친 것이 아니라 정의를 찾기 위하여 프랑스로 온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프랑스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있으나 이들에 대한 재판은 프랑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2015년 10월 27일자 기사). 이에 따라 프랑스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공분을 샀으며, 또한 그곳에 남아 있는 나머지 두 명의 신상을 보장하지 못 하게 되어 버렸다.


이 사건과 사르코지와의 연관성은 사실 별 거 없어 보이긴 한다. 사르코지가 당시에 ‘에어 코카인 사건’에 사용된 전세기를 사건 발생 이틀 후 날짜로 예약했었다는 게 전부. 사르코지는 <르 파리지앵(Le Parisien)>과의 인터뷰에서 도대체 어떤 명목으로 자신이 위치추적을 당하였는지 알아야겠다고 나선다. 사르코지는 또한 자신 말고도 해당 전세기 고객이 같은 형태의 조사를 받은 사례가 있는지 알고 싶다며 "도대체 무엇을 상상하는 것입니까? 제가 쿤타 카나에서 코카인 700킬로를 싸들고 있는 모습이요?"라고 거세게 항의한다. 사르코지는 또한 야당 대표에 대한 위치 추적이나 도청은 대통령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니냐며 자신은 특권을 누려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에게 허락된 권리를 누리지 못 하게 되는 것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프랑스 사법부의 입장은 또 다르다. 크리스티안 토비라(Christiane Taubira) 사법부 장관은 "아직 민감한 사안들이 많아 모든 것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실시된 사르코지에 대한 조사는 '에어 코카인 사건’과 관련이 없으며 사르코지의 대통령 재임시절 공적자산 남용 건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허핑턴 포스트 프랑스> 2015년 11월 3일자 기사). 이 위치추적 및 핸드폰 통화 내역에 대한 조사의 추이를 지켜봐야 겠지만, ①사르코지의 공적자산 남용 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점, ② 또한 이번 사르코지에 대한 조사가 마르세이유 사법부 중에서도 마약거래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진행된 것도 사실이라는 점은 기억해 두자.



2. 프랑스의 안전을 책임진다, 사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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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이왕 사르코지 이야기 나온 김에 2017년 대선을 준비하는 사르코지의 자세에 대해서도 좀 알아 보자. 사르코지는 현재 프랑스를 범죄가 판치는 고담 시티 정도로 보는 것 같다. 2015년 11월 3일 <르 파리지앵(Le Parisien)>과의 인터뷰에서 사르코지는 올랑드 정부에서 프랑스가 모든 면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프랑스는 더 이상 물러나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올랑드(Hollande) 대통령의 약점으로 흔히 지적되는 ‘카리스마 없음’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킨 것이다.


사르코지는 마약 조직에는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며 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감옥에 2만 개의 자리를 더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또한 사르코지는 경찰의 수고를 덜기 위하여 과속 단속 업무를 고속도로를 관리하고 있는 회사에 위임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 나왔다, 민영화. 참 사르코지답다. 하지만 필자가 더욱 주목한 것은 이 다음 부분이다. 사르코지는 지하드 조직에 들어간 모든 프랑스인의 귀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며 테러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는다. 그가 사회 안전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미는 것은 바로 경찰과 군 및 간수조직을 아우르는 공공안전을 책임지는 거대 정부부처를 만드는 것. 말하자면 슈퍼 내무부. 사르코지는 이 조직을 어떻게 움직일지도 대강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처에는 담당 공무원의 부서 이동도 상당히 제한될 것입니다"라고까지 언급하였다(<데르니에 누벨 달자스(Dernières Nouvelles d'Alsace) 2015년 11월 4일자 기사).


기사에서는 더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필자가 한국인이라서, 갑자기 국정원이 떠올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소름이 돋더라. 정부의 권한을 극대화시켜 사회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사르코지의 정책은 그의 말처럼 강력한 대응책이 될 수는 있겠지만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더 이상의 정보를 지니고 있지 않으므로 그저 우려된다는 정도로 이 소식을 전하는 데에 일단은 만족하고자 한다.


다만 이 소식을 전한 <데르니에 누벨 달자스>는 사르코지의 사회 안전 관련 전략이 그의 단골 메뉴임을 언급한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 대선, 자크 시락(Jacques Chirac)은 리오넬 조스팽(Lionel Jospin)에 사회안전 문제를 제기, 조스팽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시락 정부에서 내무부 장관이 된 것은 다름 아닌 니콜라 사르코지. <데르니에 누벨 달자스>는 시락의 승리에 사르코지가 일등공신이었다며, 이번에 사르코지가 내놓은 일련의 예상 공약 역시 이때의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다만 13년이 지난 지금은 보다 정교해진 방법으로 이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지난 1월 발생한 일련의 테러 이후 점차 프랑스 사회에 테러에 대한 공포가 짙게 깔려 가고 있으니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에 대해 마뉘엘 발스(Manuel Valls) 국무총리는 사르코지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마뉘엘 발스는 "프랑스의 전 대통령이 정부에 공권력이 없다고 해 버리면 도대체 어떤 국민이 이 나라의 법질서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야당이 직접 나서서 정부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데르니에 누벨 달자스>는 이 둘이 프랑스 정부의 공권력이라는 공을 가지고 테니스 게임이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어찌 되었든 올랑드 정부의 공권력 약화는 이제 피해갈 수 없는 주제가 되어 버렸다.



3. 그 와중에 올랑드 대통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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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


올랑드 대통령 하면 가장 생각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스캔들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대통령. 그래서 퍼스트 레이디를 누구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꽤나 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랑드는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Valérie Trierweiler)와 2005년부터 동거한 사이였기 때문에 퍼스트 레이디의 자리는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그런데 2013년 3월, 프랑스의 여배우 쥘리 가예(Julie Gayet)와의 스캔들이 터진다. <클로저(CLoser)> 지를 통해 올랑드가 스쿠터를 몰고 가예를 만나러 갔다는 게 전 세상에 알려진 것. 몇몇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쥘리 가예는 거의 퍼스트 레이디 수준의 대접을 받고 있다고. 얼마 전 올랑드와 가예가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는 루머가 내 귀에까지 들려올 정도로(그냥 루머인 것 같다) 프랑스인에게조차 올랑드 하면 스캔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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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여친과 현 여친

좌 :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 우 : 쥘리 가예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스캔들에 대해 많은 프랑스인들이 "할 거면 잘 하지 제대로 못 해서 가십지에나 오르고 쯧쯧"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는 것인데, 한국이라면 완전히 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 와중에 구 여친 트리에르바일레르는 <이 순간에 감사해요(Merci pour ce moment)>란 회고록을 출판하면서 올랑드에 대한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 이렇게 저렇게 올랑드는 프랑스의 대통령이 된 이후로 가오란 가오는 다 빠지고 카리스마란 찾아볼 수도 없는 ‘우스운 사람’이 되어 버렸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카리스마라는 것을 감안하면 올랑드에게로 향하는, 말 그대로 쥐꼬리만 한 지지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또! 올랑드 대통령이 구설수에 올랐다. 10월 29일 목요일, 프랑스 북부 로랜(Lorraine)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식 일정을 마친 올랑드 대통령이 이 지역의 은퇴한 간호사 뤼세트 브로쉐(Lucette Brochet, 69세)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테이블에는 꽃과 다과가 놓였고, 브로쉐의 환대에 따른 훈훈한 분위기가 매스컴을 탔다. 일반 시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대통령의 완벽한 모습이 전해졌다. 그런데 이 것이 공식적으로는 ‘즉흥적’인 방문이었지만 실은 엘리제 궁(대통령궁, 한국으로 치면 청와대)의 완벽한 연출로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지난 주말 <BFMTV>의 보도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집 주인 브로쉐는 <BFMTV>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해당 방문이 엘리제 궁의 주도로 이루어 졌다고 고백했다. 브로쉐는 또한 사진 속 식탁 위에 놓인 꽃은 방되브르 레 낭시(Vandoeuvre-lès-Nancy) 시청 측에서 가져다 놓은 것이라며, "이민자를 돌보는 것도 좋지만 우선 거리의 노숙자 문제에 신경 쓰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대통령에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따라 시민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도 엘리제 측에서 정해 주느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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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장면이다


여기에 대하여 방되브르 시장인 사회당(PS)의 스테판 아블로(Stéphane Hablot)는 <렉스프레스(L’Express)>와의 인터뷰에서 올랑드 대통령과 브로쉐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엘리제 측이 아니라 자신이라며, 그 어떤 발언도 금지한 바 없다고 하였다. 올랑드 대통령의 방문은 주거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 만남에 할애된 시간이 15분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주제에 집중해 줄 것을 평소부터 친분이 있던 브로쉐에게 조언했을 뿐이라고. 또한 아블로 시장은 다과를 시청 측에서 준비한 것은 보안 차원에서 이루어 진 것이었다고 밝혔다.


당연히 사회당이 아닌 타 당들은 이 사건에 대한 거센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공화당의 티에리 마리아니(Thierry Mariani)는 ‘끔찍한 편집’ 이라고 하였고, 제 2의 공화당 정도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한 중도 우파인 급진당(Parti Radical)의 이브 제고(Yves Jégo)는 ‘저열한 미장센’이라고 하였다. 물론 국민전선도 이 자리에 빠질 수 없다. 마리옹 르펜(Marion Le Pen)은 "인기있어 보이려고"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국회에서 공화당의 크리스티앙 자콥(Christian Jacob) 의원은 마뉘엘 발스 국무총리에게 "프랑스 시민을 멍청이 취급하는 일을 그만두시기 바랍니다!"라고 항의하였다. 이에 발스 국무총리는 ‘뤼세트 사건’은 그저 하나의 일화에 불과한 것이라며 "바로 당신의 이런 태도나 그런 류의 질문이야말로 프랑스인이 더이상 견뎌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라고 맞받아 쳤다(<르 텔레그람(Le Télégramme)> 2015년 11월 4일자).


사실 시민의 가정에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또한 대통령의 방문을 엘리제궁 측에서 세심히 연출하는 것은 일종의 관례가 되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Valéry Giscard d'Estaing) 역시 몇몇 가정의 저녁 식사에 초청받은 바 있다. 다만 지스카르 데스탱의 경우에는 카메라를 대동하지 않고 방문을 진행하였고, 방문 다음 날 해당 가족이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서 언론에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민과의 식사에 카메라와 사진 기자를 대동하기 시작한 것은 프랑수아 미테랑(François Mitterrand) 때부터이다(<챌린지(Challenge)> 2015년 11월 2일자). 그런데도 이번에 이렇게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거를 앞둔 홍보전이기 때문에? 올랑드 지지율이 바닥이기 때문에 온갖 이유로 무시당해서? 어찌되었든 아직까지 사르코지나 르펜이 프랑스인의 실제 가정을 방문한 적은 없다. 누구의 전략이 더욱 효과적인지는 2017년 대선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겠다.



4. 테러, 그리고 또 테러


11월 첫째 주 TOP 기사 중 테러 관련 소식은 두 개. 10월 중순, 프랑스에는 만성절(Toussaint) 방학이 있다. 보통 의무교육 단계에서는 2주 방학을 가진다. 대학의 경우는 사정에 따라서 1주간의 방학을 주기도 하고, 아예 안 주기도 한다. 올해는 10월 17일부터 10월 말까지가 방학이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한 아버지가 3살 난 딸을 데리고 시리아의 지하드 조직에 들어가 버렸다. 이 (정신 나간) 아버지는 튀니지계 프랑스인으로 전처와는 이혼한 상태. 전처에게는 방학을 맞아 딸 릴라(Lila)를 데리고 튀니지에 있는 친척 집으로 가서 재미있게 보내다 오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어머니는 흔쾌히 딸을 보냈다. 그런데 약속한 날이 지나도 딸이 돌아오지 않는다. 튀니지에 있는 전 남편 친척에게서 릴라가 튀니지에 온 일이 없으며 아마도 시리아로 간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눈물로 시간을 보내던 어머니는 마침내 프랑스 정부에 제발 딸을 찾아 달라고 호소하기에 이른다. 딸과 함께 IS 조직에 합류한 것으로 보이는 아버지는 몇 년 전 실직한 이후로 이슬람 근본주의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2015년 11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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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튀니지로 놀러간다고 좋아했던 3살난 릴라(Lila)는

아빠를 따라 시리아의 IS 조직에서 끝나지 않은 방학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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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 딸을 찾아 주세요"

과연 프랑스 정부는 이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까?


두 번째 테러 관련 소식은 11월 3일에 있었던 지하디스트의 자수로부터 비롯된다. 그는 사회당(PS)의 파리 하원의원 세이바 다고마(Seybah Dagoma)를 테러하려 했었다고 고백했다. 그에 따르면, 용의자는 체포되기 이전에 다고마와 인터넷 텔레비전 프로젝트를 핑계로 약속을 잡았었다. 약속 날짜는 체포된 날 며칠 후로, 원래는 다고마와 만났을 때 계획을 실시하려 했었다고. 다행히 체포되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용의자는 파리 근교의 지인 집에서 거주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가택 수색이 진행되었다. 그의 집에서는 이슬람 급진주의 서적과 함께 몇몇 무기들이 발견되었다(<파리 마치(Paris Match) 2015년 11월 6일자). 이는 프랑스 국회의원이 테러의 목표가 된 첫 번째 사례로 점차 프랑스에 테러의 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슬람 급진주의 단체에 유럽에서 합류하는 이들 중에는 프랑스인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국제분쟁전문 PD인 김영미 씨로부터 주워들은 이야기니 아마도 확실할 거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지난 1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일련의 테러 이후 프랑스에서 ‘테러’라는 단어는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다행히 이제까지의 테러 시도는 모두 실패하였다. 지난 4월에는 파리 근교의 발 드 마른(Val-de-Marne) 교회에 대한 테러가 계획되었다가 저지된 바 있으며, 8월에는 암스테르담 발 파리 행 탈리스 열차 테러 기도 사건이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지하드에 가담한 프랑스인의 귀국을 금지시키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그에 맞서 이슬람 급진주의 조직은 외국 국적의 ‘전사’를 보내 테러를 단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마도 프랑스에 대한 테러 위협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싶다. 적어도 한국에 가해지는 북한이라는 존재의 위협보다는 프랑스에 가해지는 테러에 대한 위협이 더 직접적이고 더 크지 않나 싶은데, 아직까지 위협이 지니는 임팩트는 한국 사회가 더 크게 받는 것 같다.


쓰다 보니 또 길어졌다. 진심 어린 조언("언니, 너무 길어서 못 읽겠어요")을 내게 해 주었던 후배에게 다시 미안함을 전하기 위해 이번 주 <프랑스는 지금>의 덧붙임은 간단하게 표로만 전하고 말겠다.




덧붙임 1. 2015년 11월 첫째 주 <프랑스는 지금> 분야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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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2. 2015년 11월 첫째 주 <프랑스는 지금> 매체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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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3. 2015년 11월 첫째 주 월-금 TOP5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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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는 지금> 연재 기사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힌 인터넷 기사 매일 5건, 한 주에 총 25건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사로, 동시대의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 프랑스어로 된 매체의 기사들을 모두 프랑스인들만 읽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전 세계 프랑스어 사용자의 대부분이 프랑스 본토에 분포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사 검색 시간은 프랑스 시간으로 매일 오전 8-9시 사이입니다. 프랑스 현지 시간에 따라서 기사를 수집하여 오류를 최대한 좁히려 하였습니다.

 

3. 본 연재물에서는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혹은 프랑스 매체에서 다루는 모든 기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는 관계로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4. ‘인권의 나라’라던가 ‘낭만의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민낯은 어떤지, 한국의 모습과는 어떻게 닮고, 또 다른지를 전할 수 있다면 제 목표는 충분히 전달한 것일 듯합니다.






지난 기사






아까이 소라

트위터 : @candy4sora


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