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안녕하세요. 이제 막 수능을 마친 수험생 여러분. 저는 딴지일보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아저씨 입니다. 얼굴도 모르고 뭐 하나 해준 것도 없는 관계로다가 이렇게 존댓말로 이야기를 할게요. 아마 지금까지 많은 어른들이 자신들보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반말을 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런 어른들은 그런 점을 무기로 여러분들을 훈계하고 가르치려 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네, 여러분이 얘기하는 ‘꼰대’인 거죠.


아, 먼저 12년의 학교생활 동안 수 많은 시험에서 ‘정답’만을 골라야 했던 여러분이 그간 학습한 내용과 지식을 하루 동안 쏟아 부었던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말해준다는 걸 깜박했네요. 수고했어요. 정말로...

 


 5회말.jpg

 


이제 하고 싶었던 전공을 골라 학과를 선택하고 대학에 가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던 꿈을 이루길 바래요... 라고 하기엔 뻔한 얘기인 것 같아 이 지면을 빌어 여러분에게 조언과 충고를 해주는, 한 마디로 꼰대짓을 해볼까 해요. 이제 시험도 끝나서 거칠 것 없는 여러분의 질풍노도 같은 질풍가도를 가로 막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하지만 잠깐만 시간을 내주면 좋겠어요.


오늘 수능을 치르며 ‘정답’을 고르거나 ‘옳은 것’을 고르느라 수고했다는 얘기 했죠? 그런데 앞으로 ‘정답’이라거나 ‘옳은 것’ 같은 건 없을지 몰라요. 해답도, 문제풀이 해설도 없어요. 이젠 여러분이 선택하고 행동하는 모든 게 문제가 되는 거예요. 아마 평생을 살아도 답을 찾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아님 정답이라 생각하고 살아가거나. 그건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지만요. 앞으로는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만 있을 거예요.


이미 여러분들 주변에선 “이럴 땐 어떻게 해라” 조언을 하거나 "다 너 잘되라고" 간섭과 참견, 가르침을 줄 수도 있어요. 때로는 그게 지름길 일수도 있겠지만... 딱 하나 제가 부탁하고 싶은 건, ‘꼰대’가 되지 말아달라는 거예요.


‘꼰대’는 그냥 나이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구요? 아니에요. 제가 꼰대를 간단히 정리해 줄게요. 아래는 인터넷에 올라온 자료인데 틀린 건 없는 거 같아 그냥 쓸게요. 일단 이런 행동을 취하는 사람은 꼰대라고 생각하면 돼요.

 

 

꼰대 육하원칙

 

Who - 내가 누군지 알아

What - 뭘 안다고

Where - 어딜 감히

When - 왕년에(나 때는)

How - 어떻게 나한테

Why - 내가 (그걸) 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 이런 걸 속된 말로 ‘꼰대질’이라고 한다. 나이가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성향과 이념성향이 특정한 쪽에만 꼰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위키백과 - ‘꼰대’


 

 

자신의 경험과 나이가 절대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꼰대예요. 이런 사람들은 나이가 더 많다고, 넌 겪어보지 못해서 모른다고 얘기해요.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맞기 때문에 그에 어긋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제가 뭐랬죠? 이제 ‘정답’은 없을 거라고 했죠? 이 말은 답이 없어 힘들다는 얘기와 동시에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비교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해요.


하지만 꼰대들은 자신의 생각이 정답이며 옳은 것이라고 얘기해요. 그걸 강요하기도 하구요.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 줄게요. 얼마 전, 그러니까 11월 3일에 정부는 여러분들이 바로 어제까지 봤었던 한국사 교과서를 국가 주도로 만든다고 발표를 했어요. 지금까지 99.9%의 교과서는 편향된 교과서였다고 하면서 말이에요.


99.jpg



현행 교과서에 편향된 문제가 있거나, 잘못됐다 생각한다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잘못을 지적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면 되잖아요. 그런데 이건 덮어놓고 “이건 문제가 있으니 바꿔버리겠다”라는 거예요. 그럼 99.9%의 편향된(이게 문제가 있으니 국가에서 올바르게 바꾸겠다는 건데) 교과서로 배워왔던, 여러분을 포함해 지금까지의 사람들도 잘못 배운 사람들이란 얘기 잖아요. 0.1%가 올바른 교육을 받았으니 나머지 99.9%를 바로잡겠다는 얘기예요.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최근 한 가수의 노래로 시끌시끌 했어요. 아이유라는 가수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라는 책을 보고 노래를 만들었다고 해요. 뮤직비디오도 만들었죠. 근데 이게 작가와 번역가, 출판사의 생각과는 다르게 해석했다고, 소설 속 학대 받은 주인공 소년을 성적으로 표현했다고 비난을 했어요. 가수가 잘못했다고.


“잘못됐다.”, “이건 옳지 않다.” 이제 교실을 벗어나 사회에 나오게 되면 이 말들을 많이 듣게 될 거예요. 상식에 어긋나거나 불의에 대해선 소신 같은 것도 필요 없이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당당히 말하면 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이 생각과 다르다는 걸 “잘못됐다”, “옳지 않다”라고 하는 꼰대를 만나게 될 거예요.


전1.PNG


전2.PNG


전3.PNG


 

꼰대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내 생각만을 강요한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어요.

 

 

 

여러분은 꼰대가 되지 마세요.

 

 

 

사회적 지위, 나이가 곧 뛰어난 성품이라 말하지 않아요. 그게 대통령이 됐든 정당의 대표가 됐든 말이죠.


 

 CTOJDagUEAA_frn.jpg

해당 이미지 기사 원문(링크)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카메라맨도 질문 하나를 던지기 위해 복도에서 기다리던 기자도, 심지어 이 두 사람의 세금으로 월급 받고 반말하는 사람도(?) 자신이 맡은 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한 명은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돈, 지위, 명예를 너무 맹신하지 마세요. 그보다 더 중요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세요. 상대방에 대한 존중, 이해, 배려가 없는 자신의 가치는 이기심일 수 있어요. 이런 이기심은 이익을 따라 편을 가르고 계급화 하려고 해요.

 

 

 12239520_465244366994828_8066236468767242727_n.jpg

 

이기심 때문에, 높은 수준에 도달/유지하기 위해 애지중지 금지옥엽처럼 키운 자식도 중견기업 오너의 자식이라면 뽕쟁이와 결혼시키기도 하겠죠. 경험으로 체득한 기득권 계급의 특권을 유지하려 할 테니까요.



여러분은 꼰대가 되지 마세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 인색해지지 마세요. 상황에 따라 안면몰수하고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하지 마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실수할 수 있고 잘못 할 수 있어요. 꼰대들의 공통점 중엔 자신이 병신이거나 병신짓을 하지 않는다는 걸 감추고 인정하려 하지 않은 게 있어요. 그러다 보니 더 커다란, 더 대단한 일을 하는 듯, 대의명분을 위해서라는 변명과 거짓말을 하게 되는 거예요.


i13273620525.jpg


53559_49661_4833.jpg


미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세월호 아이들'과 같은 아이들인가? 아이들은 위한 국정교과서인가? 국정교과서를 밀어부치고 찬성하는 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노라고 얘기할 수 있는가? 아이들의 올바른 인식,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 같은 대의명분을 수단으로 사용해서 그 뒤에 숨어있지 말고 감추지 말고. 아버지는 절대 그러한 삶을 살지 않았다고 말이다. 아놔, 글을 쓰다 보니 또 확 올라오네 ㅆㅂ(판사님 쌈바 입니다 흥이 올라와서...)


아, 죄송해요. 갑자기 다른 얘기가 나왔네요. 암튼, 나이가 들어 기억력 감퇴라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알츠하이머 같은 병에 걸린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했던 말, 대의명분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예요.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잘못을 덮으려고만 한다면 어른이고 선배이기 때문에 존중, 존경할 수 없거든요. 



여러분은 꼰대가 되지 마세요.



후배, 손아랫사람부터의 존중과 존경은 그 사람의 말과 행동, 성품을 보고 자연스레 생기는 거예요. 선배라고, 나이가 많다고 권위를 내세우고 존중과 존경을 말하는 건 강압입니다. 대학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절대 이런 행동을 해선 안되는 거예요.


l_2013032301003212300250903.jpg


체대7.gif



여러분이 생각하는 꼰대는 어른들만 있는 게 아닌, 여러분 자신이 1년 후에 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해요.



여러분은 꼰대가 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꼰대에 대한 얘기를 떠나 학교/직장에 후배가 생기고 나이가 들어 자신보다 어린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되더라도 자신이 잘못한 게 있다면 '미안하다'라는 얘길 해주도록 하세요. 여러분은 앞으로 '죄송합니다'라는 얘길 더 하게 될 테지만 다른 사람에게 특히, 선배나 윗사람으로부터 미안하다는 얘길 듣기는 아주 힘들어 질 거예요.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죄송합니다는 말은 점점 하게 되지 않을 거예요. 그런 위치에 오게 됐을 땐 이제 미안하다라는 얘길 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니까요.


얼굴도 모르고 오늘 수능이란 큰 산을 하나 넘어 홀가분한 기분의 여러분에게 이렇게 꼰대짓을 해서 미안해요. 그냥, 주변에서 마주치는 꼰대 뿐만 아니라 이제 여러분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투표권도 생기게 될 거라 우리 어른들이 못했던, 아님 방관하고 있었던 꼰대짓을 여러분들이 조금씩 근절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편지를 썼어요. 여러분들의 변화에 화답하고 도와줄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도 노력할게요.


길고 지루한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오늘 수고했어요.


끝으로 여러분을 위해, 여러분들을 위할 어른들을 위해 노래 한 곡 추천해 드릴게요.





https://youtu.be/Iz_lJA2iH7s

 





딴지팀장 꾸물


트위터 : @ggu_mul

Profile
분리수거를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