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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한리필을 좋아하는 일본인

 

일본 체인 레스토랑의 매력 중 하나로 ‘食べ放題(타베 호다이)’, 즉 "무한리필"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야키니쿠(일본식 고기구이)는 전통적인 무한리필 메뉴였고, 요즘에는 중화요리는 물론, 이탈리아 요리나 프랑스 요리 무한리필까지 등장했답니다. 또한 야끼토리(일본식 닭꼬치), 가라아게(일본식 양념 닭튀김), 사시미(회)나 스시(초밥), 심지어는 치즈 닭갈비 등 특정 메뉴만의 무한리필도 등장했고, 스위츠(sweets)라고 불리는 각종 케익류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스타일도 보급된 모양입니다.

 

일본에 처음 무한리필이 등장한 것은 1958년. 일본에서 뷔페의 대명사가 된 "바이킹"이 그 시초라고 합니다. 당시 테이코쿠호텔(帝国ホテル)에서 지배인이었던 이누마루 테츠죠(犬丸徹三) 씨가 호텔에 새로 개점할 레스토랑의 컨셉에 대해 고민하던 중, 덴마크를 여행할 때 마주쳤던 '스모가스 보드'라는 뷔페식 스칸디나비아 요리 집이 생각났답니다. 이누마루 지배인은 당시 파리의 리츠호텔에서 연수 중이던 부하직원 무라카미 노부오(村上信夫) 씨에게 즉시 연락, 스모가스 보드에 대해 연구할 것을 지시했고, 이듬해에 열릴 호텔 레스토랑에 뷔페 형식의 무한리필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답니다. 단 아무리 좋은 메뉴라도 '스모가스 보드'는 일본인에게 낯선 이름. 호텔 종업원들한테 신메뉴 이름을 공모했는데, 그 때 채용된 신메뉴 명칭이 바로 "임페리얼 바이킹"이었다네요. 원래 스모가스 보드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 당시 일본에서 북구(북유럽)라 하면 "바이킹"이라는 이미지(선입견?)가 있었던 데다, 마침 호텔에 인접한 극장에서 상영중이던 "바이킹"이라는 영화의 식사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결정했답니다. 최근에야 뷔페라는 호칭이 일반화되었지만 한동안 "바이킹"이 뷔페 형식을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됐을 정도 많은 인기를 끌었지요.

 

이렇게 시작된 일본의 무한리필. 뷔페 스타일도 여전히 만만찮게 인기가 있지만 가장 자주 보이는 무한리필은 역시 샤브샤브입니다. 이번에는 그 샤브샤브 무한리필 중에서도 최근 들어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체인 샤브샤브집, 샤부요(しゃぶ葉)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2. 샤부요(しゃぶ葉) 기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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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부요는 스카이락 그룹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니락스(NILAX)가 운영하는 샤브샤브 무한리필 전문 레스토랑. 2007년 요코하마에 제1호점을 냈고 현재 일본 전국에 187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NILAX라는 회사명은 "New Integrator of Life, Amenities, and X"의 머리글자랍니다. 도저히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 필자가 추측하기로는 니락스가 운영하는 체인 중 대표격인 샤부요에서 니라(ニラ ; 부추)가 많이 소비되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여튼 수많은 샤브샤브 무한리필 체인 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샤부요(しゃぶ葉)입니다.

 

메뉴는 매우 심플합니다. 모든 메뉴가 무한리필이고, 손님은 "고기 종류"와 "육수 종류"를 선택하면 됩니다. 고기의 종류는 국산 쇠고기, 수입 쇠고기, 돼지로스, 삼겹살, 닭고기. 종류가 많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가죠. 육수는 기본 육수 하나 선택 육수 하나. 기본 육수는 샤브샤브의 기본인 다시마 육수고, 손님은 나머지 육수를 하나 고르면 됩니다. 큰 고민거리지만 마무리로 면사리를 투입할 것을 생각하면 얼큰한 (한국식) 찌개 풍미가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추가요금을 내서 스시도 무한리필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음료수 무한리필인 드링크바는 당연히 있고, 맥주를 포함한 술 무한리필, 대게 무한리필 등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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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부요의 메인메뉴. 점심인지 저녁인지, 평일인지 주말인지에 따라 가격만 다소 다를 뿐 기본적인 메뉴 구성은 똑같으며, 리필할 수 있는 고기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정해집니다. 단 런치는 시간이 좀 짧네요.

 

다 같은 무한리필이라 해도 형식이 조금씩 다른데, 보통 이 세 가지 형식 중 하나입니다.

 

① 뷔페형: 요리 진열대에 있는 요리를 먹고 싶은 만큼 가져오는 형식

② 주문형: 무한리필 대상인 모든 메뉴를 점원을 불러 시키는 형식

③ 절충형: 일부 메뉴나 식재료는 손님이 진열대에서 가져와야 하나 나머지는 점원한테 시키는 형식

 

거의 모든 무한리필 샤브샤브집은 ③의 형식이고, 샤부요 역시 그렇습니다. 다른 체인 샤브샤브집과 비슷하게 고기 추가 시에는 그때그때 시켜야 하지만 나머지, 즉 샤브샤브용 채소류, 공깃밥, 국수나, 치라시즈시(식초로 간을 맞춘 밥 위에 생선이나 김가루, 달걀부침 등을 얹은 초밥의 한 종류) 등은 다 손님이 스스로 가져와야 됩니다. 단 스시 무한리필을 추가했을 경우 스시도 점원한테 시켜야 합니다(한 번에 1인당 3개씩만 시킬 수 있지만 횟수 제한은 없습니다. 물론 점포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죠).

 

 

3. 쿠폰을 활용하자

 

지지난번에 다뤘던 “가스토”편에서 썼어야 할 내용이기도 한데, 스카이락 그룹은 “오토쿠폰”이란 쿠폰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닉네임이랑 이메일주소만 등록하면 수시로 쿠폰 정보를 보내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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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쿠폰 웹사이트. “오토쿠폰”은 일본어 “お得(오토쿠 ; 실속이 있음)”하고 “쿠폰”의 합성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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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쿠폰 대상 레스토랑은 모두 11개. 샤부요 외의 곳도 차차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시면 되도록 빨리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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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쿠폰 등록 화면. 메일주소만 있으면 등록할 수 있고, 다음이나 네이버 메일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다음메일의 주소로 등록돼 있어요. 야후재팬 ID가 있으면 연계시킬 수 있습니다.

 

샤부요를 운영하는 니락스는 스카이락 그룹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오토쿠폰을 통해 쿠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쿠폰 내용은 레스토랑마다 다른데, 샤부요는 “평일 저녁시간 5% 할인”쿠폰을 주네요. 1인당 2,000엔(약 2만원) 정도 낸다고 치면 약 100엔 정도가 할인되는 셈이죠. 애매하긴 하지만 복잡한 절차 없이 할인받을 수 있다면 쓰는 것이 낫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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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쿠폰에서 배포하는 샤부요의 쿠폰. 쿠폰을 주는 거 보니 평일 저녁은 비교적 한가한가 보네요.

 

또 하나 오토쿠폰과 관련한 것에 T카드가 있습니다. 오토쿠폰을 T카드와 연계시키는 것이지요. 오토쿠폰 사이트(앱도 있음)에 대대적으로 홍보되어 있는데, T카드는 일본에서 많이 쓰이는 포인트 적립 카드입니다. 일본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파란색 배경에다 새노란 색의 “T”가 그려진 마크가 눈에 들어오지요. 그게 바로 “T Point 사용 가능”이라는 표시입니다. 헷갈리는 분이 있으면 안 되니까 말해 두면 한국의 “티머니”와 전혀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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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쿠폰을 T카드와 연계시키면 티포인트 회원만의 혜택이 있다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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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포인트카드(왼쪽)와 한국 티머니 기능 등재 팝카드(오른쪽, 손연재 선수 스페셜 에디션 중 하나). 깜빡 헷갈리기 쉬우니 조심해야 하네요.

참고로 일본에는 애니 캐릭터가 그려진 것 등 다양한 디자인의 T카드가 있습니다. 필자도 하츠네미쿠 에디션을 갖고 있는데 종전 쓰던 카드에서 포인트를 옮길 수 없다고 하니 안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토쿠폰과 T카드를 연계시키려고 했더니 “이미 다른 야후재팬ID와 연계되어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이 뜨더라고요.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야후ID는 하나밖에 없는데 말이죠(참고로 T포인트(T카드)도 야후재팬 ID하고 연계할 수 있어요). 너무 복잡해서 포기했습니다(일본의 각종 포인트 제도에 대해 설명하려면 10번에 걸쳐 연재해야 될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이번에는 그만 넘어갈게요). 하여튼 일본에서 뭔가 돈을 쓸 기회가 있으면 그 마지막은 꼭 포인트 적립이 되고, 어딘가 쓸데가 있습니다. 소멸기간도 “마지막에 적립/사용된 지 1년 후”인 것이 많으니, 1년에 한 번 정도 일본에 오는 분은 갖고 있어도 좋을 겁니다.

 

 

4. 샤부요 방문~국산 소고기의 유혹을 이겨서~

 

그럼 샤부요에 찾아가서 샤브샤브를 먹어 볼까요. 이번에 방문한 곳은 샤부요 카시와요바즈카(柏呼塚)점. JR 죠반센・카시와(柏)역 동쪽출구에서 한 1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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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치바가 아니라면 어색할 정도로 오늘도 치바 어딘가입니다

 

주류의 무한리필도 있으므로 한 잔해도 되지만(대중교통 이용함), 술을 마실 때엔 주로 맥주를 마시는 필자 일행은 맥주와 무한리필의 조합은 피하는 편입니다. 맥주로 금방 배를 불려서 무한리필 제도를 최대한 못 살리게 하려는 치사한 계산이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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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무한리필 코너. 생맥주와 하이볼(양주에 탄산수를 탄 것) 서버가 설치돼 있고, 서버 옆에는 칵테일용 각종 리큐르, 일본주, 일본 소주 등이 비치돼 있네요. 술의 무한리필 유무, 술의 종류 등은 점포마다 다를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해야 할 겁니다.

 

필자 일행이 찾아간 것은 토요일 밤 8시쯤. 식구끼리 외식하러 온 가족들이 슬슬 식사를 마치고 집에 가는 시간대를 노리고 갔는데 약간 일렀던 것 같아요. 대기가 다섯 팀이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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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부요 카시와요바즈카점 입구. 좀 늦게 갔기 때문에 줄 서는 사람의 모습은 안 보였는데 안에 들어가 봤더니 다섯 팀이나 기다리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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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게시된 “대게 무한리필” 홍보문. 기본 메뉴인 고기 무한리필에 1,299엔만 추가하면 대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던데 글쎄요… 낸 액수만큼 먹을 수 있을지 애매한 금액인 것 같아요.

 

30분 정도 지났을까요. 회식을 마친 가족들이 속속 나가기 시작했지요. 역시 6시 전후에 온 분들이 많은가 보네요. 이름을 부르는 종업원분을 따라 자리로 향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가성비 괜찮게 느껴지는 메뉴를 미리 선택,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주문할 수 있었지요. 참고로 무한리필을 시킬 때에는 한 자리에 앉은 일행은 같은 메뉴를 시켜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넷이서 가서 그 중 한 명만 비싼 음식이 포함된 메뉴를 시키고 나머지 세 명이 싼 것을 시킬 수 있다면 가게 입장에서는 누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계속 감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좀 곤란하지요. 필자는 음식을 고를 때마다 항상 고민하는데 일행 사이에서 주문을 통일시켜야 되는 무한리필의 경우만큼은 큰 고민 없이 주문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친구의 의견을 우선하면 되는 거지요.

 

샤부요의 주문 방식은 크게 2단계입니다.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은 리필할 수 있는 고기의 종류지요. 비싼 순으로 나열하면 이렇습니다(가게마다 가격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카시와요바즈카점은 일단).

 

(주말/저녁 기준)

① 국산 소고기&산겐돈 코스 – 3,199엔

② (수입산)소고기&산겐돈 코스 - 2,199엔

③ 산겐돈(삼겹살, 로스) 코스 - 1,899엔

④ 산겐돈 삼겹살or로스 코스(한 가지만 리필 가능) - 1,699엔

 

아무리 국산 소고기가 맛있(게 느껴진)다 해도 3,199엔은 말이 안 됩니다(되는 독자분도 있겠지만). 그래서 포인트는 ‘300엔만 더 주고 수입산 소고기를 먹을지 말지’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고기가 포함된 ②를 고르면 스시도 리필할 수 있다는 점. 다시 말해 300엔만 추가하면 소고기하고 스시 무한리필을 먹을 수 있는 셈이지요. 300엔을 절약해서 드링크바(음료수 무한리필)를 추가해도 되고요. 사람과 때에 따라 달라질 텐데, 같이 간 친구는 “음료수를 리필해봤자 배부를 뿐, 300엔 더 내서 맛의 다양성을 즐기는 게 낫다”는 결론. 압도적 지지를 얻은 ②소고기&산겐돈(+스시 무한리필) 코스로 결정됐지요.

 

또 하나, 주문 시 육수를 결정해야 합니다. 샤부요에서 쓰는 냄비는 이른바 태극형샤브냄비. 동그랗게 생긴 냄비를 태극기 가운데에 있는 음양 마크 모양으로 칸막이한 그거에요. 2가지 육수를 즐길 수 있는 셈인데 하나는 미리 정해져 있는 다시마 맛입니다. 일본식 샤브샤브의 기본이자, 식재료의 순수한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국물일 겁니다. 나머지 하나는 손님이 선택하는데 뜻밖에 어렵습니다.

 

비교적 인기 있는 맛이 네 개나 있고 그때그때 특별한 맛이 2가지 정도. 기본적으로 주문하는 순간에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면 좋아요. 특히 샤브샤브이면서도 스키야키(일본식 고기전골? 일식다운 달달한 맛을 좋아하는 분은 먹을 만할 겁니다) 맛을 즐길 수 있는 점이 재미있는 것 같고, 약선 육수(薬膳 - ; 의식동원(医食同源)의 관점에서 몸에 좋은 식재료로 우려낸 국물)도 무한리필로 인한 과식의 죄책감을 먹는 그 자리에서 바로 해소시켜 주는 건강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 좋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꼭 진언할 말씀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샤부요의 무한리필에는 고기를 먹고 나서 먹는 밥, 라면(중화면), 우동도 포함된단 사실입니다. 즉, 고기를 먹다 슬슬 배가 다 부를 것 같다 느끼는 타이밍에 밥을 국물에다 넣고 삶아서 죽 비슷하게 먹어도 좋고(계란이 들어가면 맛이 등가급수적 상승세를 보임), 중화면(中華麺)으로 만족감의 극대치를 달성해도 되고, 아니면 간단하게 우동을 먹고 위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억누르면서 마음만큼은 제대로 마무리 짓는 것도 괜찮겠지요.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지 미리 생각해 두고, 그 마무리 방식에 제일 알맞은 국물이 무엇일까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것입니다. 필자 일행이 이번에 선택한 마무리는 중화면. 논문 쓸 때 못지않은 진지함으로 친구와 협의한 결과, 역시 선택 가능한 육수 중 약간 얼큰한 (한국식?) 찌개 맛 국물이 중화면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며, 종업원분한테 당당하게 두 번째 국물에 대한 일동의 결의를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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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는 기본(다시마 맛) 플러스 원. 플러스 원의 선택을 잘못하면 제대로 된 마무리를 지을 수가 없고, 결과적으로 "배부른데 만족하지 못한 상태"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큽니다. 육수 선택을 우습게 보는 사람은 나중에 반드시 큰 후회를 합니다. 상상의 날개를 펴서 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 무엇으로 마무리 지을지 내 나름의 정답을 찾아둡시다.

 

주문을 마치면 종업원분이 냄비를 세팅하고 국물을 따라 주지요. 그런데 샤부요의 무한리필은 뷔페형과 주문형의 절충형. 즉 고기나 스시는 종업원분을 불러 시키면 되는데 나머지 식재료나 음식은 다 손님이 직접 테이블에 가져오는 시스템인 거죠. 주문을 하고 나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단 말입니다. 최소한 수저, 앞접시, 물(음료수나 술 무한리필도 시킨 경우엔 음료수나 술), 그리고 각종 샤브샤브 용 타레(タレ ; 삶은 고기를 찍어 먹는 액체 형태의 양념. 소스라 부르기도 하는 그것)는 필수.

 

타레는 일단 폰즈(ぽん酢 ; 간장에다 감귤류의 과즙 등으로 신맛을 더한 것)과 고마다레(ごまだれ ; 참깨 풍미로 아주 살짝 달고 고소한 맛의 타레)가 타레 계의 2대 거두임은 아베 총리의 이름을 모르는 이도 아는 상식 중 상식입니다. 특히 다시마 맛 육수로 살짝 삶은 고기를 폰즈에 찍어 먹는 것은 샤브샤브의 기본입니다. 국물이나 타레 맛의 특징을 잴 때에는 이것을 원점으로 삼으면 내가 서 있는 위치를 파악할 때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샤부요는 다른 샤브샤브 집과 비교해서 타레의 종류가 많은 편이고 폰즈나 고마다레 외에도 약간 이색적인 타레를 맛볼 수 있어요(시기에 따라 점포에 따라 타레의 종류는 다를 수 있으니 어디까지나 참고로).

 

아직 멀었습니다. 요새는 어쩌면 고기보다 채소가 더 비싸다는 사실. 리필 스탠드에 진열된 야채를 가져와야 합니다. 채소 스탠드에 가면 부추, 숙주, 배추, 양배추, 대파, 오크라, 연근, 무, 팽이버섯, 쑥갓 등등 있고, 그 외에도 두부, 시라타키(면 모양의 곤약), 밀개떡, 만두피 반죽 등 식재료도 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만큼 가져가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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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류 스탠드. 한꺼번에 너무 많이 가져가면 후회하기 마련. 귀찮더라도 한 번엔 먹을 만큼만 가져가는 것이 매너라고 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야쿠미(薬味)이지요. 야쿠미는 타레에 살짝 넣고 맛이나 향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다진 파, 간 당근, 라유(고추기름), 고춧가루, 유자 후추, 간 마늘, 흑후추, 간 생강(강판에 간 생강), 와사비 등등 여러 가지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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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레와 야쿠미 코너. 타레는 폰즈와 고마다레가 기본. 야쿠미는 사람마다 취향이 크게 다를 건데 일단 폰즈 타레에 넣는 걸로는 다진 파나 간 무가 무난한 것 같고, 고마다레에는 아무것도 안 넣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먼저 조금씩 먹어 보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면 좋겠네요. 종류가 많지만 쟁반이 비치돼 있으니 편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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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옆에 있는 밥・면류 코너. 늦게 찾아갔기 때문에 떨어진 것도 있지만 종업원분한테 말하면 보충해 줍니다.

 

타레나 야쿠미, 야채 등을 테이블에 다 가져오면 일단 세팅 완료. 그러나 냄비가 아직 끓지 않습니다. IH곤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끓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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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세팅 완료. 처음에 나오는 고기는 시킨 코스에 포함된 종류가 조금씩 다 나옵니다. 두 번째부터는 좋아하는 고기를 먹고 싶은 만큼 시키면 되지요. 사진 중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다진 닭고기하고 치즈입니다. 다진 닭고기에 치즈를 섞어 떡처럼 뭉쳐 삶으면 됩니다. 치즈 츠쿠네죠.

 

이제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면 될 것 같지만 필자 일행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스시를 시켜야 하지요. 카시와요바즈카점이 제공하는 스시네타(ねた ; 스시 위에 얹힌 재료)는 모두 11가지. 달걀, 가리비, 아나고, 오징어, 연어, 연어 대뱃살, 새우, 문어, 고둥, 다랑어, 간한 농어가 있네요. 단 샤부요의 스시는 스시라기 보다는 그냥 초밥용 밥 위에 생선회를 얹은 것이고 와사비도 넣어주지 않습니다. 스시집에서 먹는 스시를 기대하면 한심할 건데 300엔만 추가하면 먹을 수 있는 거라 잔소리하면 벌 받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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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를 시킬 때에는 테이블에 비치된 주문표에 기입하고 종업원을 부르면 됩니다. 카시와요바즈카점에서는 1인당 한 번에 3개씩 시킬 수 있고, 주문횟수에 제한이 없습니다.

 

어느덧 육수가 끓기 시작합니다. 야채는 익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먼저 냄비에 넣는 게 좋은데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육수의 온도가 낮아서 고기의 투입이 또 미뤄집니다. 냄비에 투입하는 야채의 양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국물이 살짝 끓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제 고기를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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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기까지 오래 걸리는 IH곤로이지만 한번 끓기 시작하면 잘 끓습니다. 가열 강도를 조절할 수 있으니 상황을 보면서 적당히 조절하면 되지요. 사진에 나와 있는 상태는 좀 과한 것 같아요. 살짝 거품이 생길 정도가 베스트인데 생각보다 조절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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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샤브를 먹을 때 지나치게 익히는 것은 금물. 특히 소고기의 경우 살짝 삶아져서 붉은색이 약간 남아 있는 정도가 맛있다고 하네요. 물론 먹는 사람의 취향대로 먹으면 되는데 말이죠.

 

스타트를 어떻게 할까가 어려운데 필자는 기본을 소중히 여기는 스타일. 역시 폰즈부터 시작해야죠. 다진 파를 넣고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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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즈에다 다진 파를 넣은, 기본에 충실한 타레와 야쿠미의 조합. 먼저 소고기를 찍어 먹었습니다.

 

다음은 돼지고기를 역시 기본 타레인 고마다레에 찍어 먹습니다. 삼겹살 샤브샤브의 기름기와 참깨의 고소한 풍미가 잘 어울려서 매우 맛있지요. 단맛이 세면 라유나 고춧가루를 뿌려서 엑센트를 더해도 맛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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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을 고마다레에 찍어 먹습니다. 취향에 따라 매운맛을 좀 더해도 좋지요. 개인적으로 고마다레에다 과도하게 야쿠미를 넣는 것은 별로인 것 같아요. 찌개 풍미 육수로 삶은 고기는 앞접시에 담은 육수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맞다, 애써 챙겨 온 야쿠미를 잘 써야죠. 폰즈 타레를 베이스로 해서 야쿠미가 어떤 맛을 만들어 줄지 궁금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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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좋아하는 야쿠미 베스트3 파, 당근, 마늘.

 

다음에는 돼지고기를 폰즈로 먹어 볼게요. 야채도 잘 익은 무렵, 같이 접시에 담아 봐요. 역시 폰즈는 손님을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입니다. 달달한 삼겹살에 폰즈가 묻으니 단맛과 약간만 신맛이 잘 어울려서 너무 맛있습니다. 익어서 불은 파에 스며든 폰즈의 신맛이 좀 세기는 한데 방금 먹었던 고마다레와 뚜렷한 대조를 느끼게 해줘서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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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즈에 다진 파를 넣은 타레에다 삼겹살, 대파, 목이버섯, 시라타키를 담아 봤어요. 다 맛있습니다.

 

폰즈의 신맛이 좀 세게 느껴지는 분한테 추천하고 싶은 것이 폰즈의 신맛을 야쿠미로 완화시키는 기법입니다. 필자가 간 무나 간 당근을 잘 먹는 이유는 맛도 그렇지만 이들의 수분이 맛을 조절해주기 때문입니다. 양을 조절하면서 입맛에 딱 맞는 맛을 찾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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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즈에다 간 무를 듬뿍. 샤부요의 폰즈는 신맛이 약간 센데 이렇게 먹으면 간 무의 물기가 신맛을 줄여줘서 맛이 좋아집니다.

 

폰즈의 신맛이 이어졌으니 입안의 분위기를 바꿔 볼까요. 좀 단맛으로 먹어 보면 어떨까 싶어서 평소 먹지 않는 것을 먹기로 결정. 이번에는 “꿀맛 간장 타레”에 도전해 볼게요. 이름으로 추측컨대 일반적인 간장 타레에 꿀을 섞은 것이겠지요. 생각해 보니 추가 요금 없이 먹을 수 있는 거라 이리저리 고민하지 말고 그냥 먹어 보면 되겠네요.

 

무슨 고기로 먹느냐가 문제인데 그렇지 않아도 달달한 삼겹살은 좀 그럴 것 같지요. 소고기가 좋을 것 같아요. 그랬더니 딱 정답이었습니다(대박). 처음에는 샤브샤브(고기)랑 꿀의 조합이 전혀 와닿지 않아서 꺼려졌었는데 막상 먹어 보니까 뜻밖의 맛. 무한리필의 문제점은 물리적으로 음식을 위 안에 넣을 수가 있음에도 지쳐서 못 먹는 것인데, 이번에 먹어 봤던 꿀맛 간장 타레는 (위에 공간이 있다는 전제로) 지칠 뻔한 마음을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마법의 타레인 것 같습니다(쓰다가 우습기도 한데 먹었던 당시에는 이런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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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맛 간장 타레에 소고기를 찍어 먹었는데 대박이었지요. 특히 폰즈의 신맛에 지칠 타이밍에 먹으면 맛의 개성이 크게 다른 만큼 효과도 크죠.

 

스시도 까먹으면 안 됩니다. 고기를 먹는 사이에 전에 시킨 스시가 도착. 카시와요바즈카점에서는 한 사람 당 한 번에 3개씩 시킬 수 있습니다. 필자 일행은 2명이기 때문에 모두 6개까지 시킬 수 있는 셈이지요. 처음에 시킨 것은 새우 2개, 다랑어, 연어, 가리비, 문어 각 하나씩입니다. 스시집에서 먹는 스시를 기대하지만 않으면 나름 먹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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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리필에 포함된 스시. 와사비는 야쿠미 코너에 비치돼 있으니 쓸 만큼 가져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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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다레에 두부랑 배추를 담고 돼지고기를 찍어 먹습니다. 역시 두부는 필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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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도 맛있습니다. 샤브샤브용 고기는 너무 얇아서 씹는 맛은 없는 편인데 닭고기는 쫄깃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지요.

 

 

5. 마무리

 

무한리필이라 그래서 고기를 마음껏 먹으면 안 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샤부요의 무한리필에는 공깃밥이나 우동, 중화면 등도 포함된 것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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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선택지 중 하나인 “조수이(雑炊(ぞうすい))”를 홍보하는 광고. 핸드폰으로 3D 바코드를 찍으면 맛있게 만드는 법도 알려주는 모양이네요.

 

사실 마무리를 조수이로 할까라는 고민은 샤부요에서 먹을 때마다 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지금 눈앞의 국물에는 의심할 여지 없이 고기와 채소에서 나온 맛이 농축돼 있고, 그 국물에 밥을 넣고 끓이면 농축된 맛이 밥에 스며들고, 거기에다가 계란을 풀고 덮어 준 모습과 맛을 상상해 보면 더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그러나 필자 일행은 국물을 시킬 시점부터 중화면으로 마음을 먹었었지요. 필자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비교적 처음에 품은 뜻은 끝까지 관철하는 편입니다. 찌개 풍미 국물에 중화면을 끓여 먹어야지요. 아주 약간만 매운 국물에 중화면이 잘 어울려서 맛이 좋습니다. 한국분 중에는 일본식 라멘은 짜서 못 먹는다는 분도 꽤 있는데 이것은 직접 소금으로 만든 짠맛이 (당연히) 전혀 없고, 고기와 채소로 우려낸 맛을 즐길 수 있지요. 일본 라멘이 별로라는 분도 한번 먹어 보면 어떨까 싶네요. 일본 중화요리 집에서 탄탄멘을 먹어 본 적이 있으면 그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탄탄멘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싱거울 땐 라유 기타 조미료로 조정하면 오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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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사리는 공깃밥 등이 있는 곳에 같이 있습니다. 먹을 만큼 가져오면 되는데 중화면은 겉보기는 많지 않아 보여도 끓이다 보면 많이 불지요. 고기를 다 먹은 시점에서 배불러 온다면 1인분만 끓이면 충분할 겁니다. 어차피 무한리필이어서 모자라면 하나 더 가져오면 되니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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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고 있는 중화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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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야~ 잘 먹었네”라는 방심을 부추기는 위험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6. 샤부요를 선택하는 또 하나의 이유

 

여기서 잠깐. 필자는 "마무리"라는 말로 "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 먹는 탄수화물"을 가리켜 왔지요. 이것은 일본말로 흔히 이야기하는 "시메(しめ ; 연회나 회식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먹는 음식. 밥이나 면 등 탄수화물인 경우가 일반)"에 상응하는 개념이지요. 그런데 한국말에 "후식"이란 아름다운 말이 있듯이 일본말에도 디저트라는 말이 있습니다(영어 아니냐고요? 원래 그랬는데 이제 일본어 다 됐어요). 그리고 샤부요는 아이를 둔 가족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후식의 다양성과 질 양면이 장난 아닌 겁니다.

 

우선 종류가 3가지. 빙수, 소프트아이스크림, 그리고 솜사탕. 모두 다 손님이 직접 만드는 방식이라서 양도 맛도 마음대로. 예쁘게 꾸미면 후식만으로도 적어도 500엔 정도는 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후식도 다 무한리필에 포함된 겁니다. 샤부요 초급자가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바로 이거죠. 샤부요 이용자는 평소부터 명심해 둘 부분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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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제조기. 아이가 열심히 팔을 돌리며 만들고 있는 모습은 참 귀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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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 제조기. 겨울에도 먹을 수 있습니다.

 

필자 (및 친구)는 누가 뭐라 해도 소프트아이스크림입니다. 그냥 개인 취향 때문인데 무한리필에 포함된 후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된 소프트아이스크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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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아이스크림 추출(?)기. 손잡이를 아래로 당기면 나오는 소프트아이스크림에 맞춰서 그릇을 원형으로 움직이면 되는데 예쁘게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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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와 소프트아이스크림을 각종 토핑 재료로 꾸미면 맛도 올라갈 것 같지요.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어떻게 먹든 맛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빙수 팥과 시라타마(白玉 ; 찹쌀가루를 물에 반죽하고 만든 경단. 떡보다 약간 부드럽습니다)이 베스트입니다. 스푼에 시라타마 한 개를 놓고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떠냅니다. 입안에 넣고 씹다 보면 소프트아이스크림의 짙은 감미와 빙수 팥의 희미하게 단맛, 그리고 한 단계 단맛이 약해진 찹쌀의 맛이 교차하는 한편으로 소프트아이스크림이 그 짙은 감미를 남겨 놓고 녹아가면서 이빨에 확실히 느껴지는 시라타마(찹쌀 경단)의 쫄깃쫄깃한 씹는 맛. 3가지 재료가 단맛과 씹는 맛을 서로 입체적으로 교환하면서 형성되는 하모니. 배부른 것도 잠시 잊게 하기에 충분한 위력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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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아이스크림에 빙수 팥과 시라타마를 토핑. 보기는 좀 그렇지만 맛은 최고입니다.

 

여기서 끝내면 무한리필의 가치도 떨어지겠지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한 그릇 더 먹어야 합니다. 이번에는 초콜릿 소스를 뿌리고 시리얼을 토핑해 봤습니다. 아는 분도 있겠지만 소프트아이스크림에 뿌리는 초콜릿 소스는 은근히 쓴맛이 나지요. 그 약간 쓴맛과 소프트아이스크림의 달달함이 합쳐져서 복잡하고 깊은 맛이 납니다. 토핑한 시리얼을 씹어 느껴지는 감각도 맛의 구성요소임을 상기케 해줍니다. 빙수 팥&시라타마의 콜라보에는 못 미치지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콤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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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소스와 시리얼의 콤비. 두 번째 역시 좀 비뚤어진 김이 있지만 맛은 매우 좋습니다.

 

이제 다 먹은 것 같습니다. 친구가 챙겨온 10퍼센트 할인 쿠폰을 쓰긴 했는데 둘이서 마음껏 먹고 4,000엔 남짓이면 가성비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겠지요. 올 때마다 과식을 반성하면서 집에 가는데 이번에도 그 반성을 살리지 못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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