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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경 수사권 조정, 의미는?

 

지난 21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라 이름 붙인 합의문엔 관할 부처장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명을 남겼다.

 

합의문의 핵심 내용은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고, 사건 송치 전 검사의 수사지휘는 폐지된다’ 이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수사 지휘권한을 가지고 있던 검찰은 앞으로 부패 범죄와 공직자 범죄, 경제‧금융‧선거 범죄 등에 한해서만 직접 수사권을 가지고,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과 보완수사 불응시 징계 요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리고 내년부터 당장 서울특별시와 세종시를 비롯한 4개 시도에서 자치경찰제를 실시하고 향후 이 자치경찰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이 합의문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경찰이 명실상부한 수사 독립기관으로 재탄생했으며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검찰의 직접 수사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어 지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평가하기도 한다(예컨대 한겨레 신문은 「경찰은 ‘수사독립 명분' 검찰은 ‘실리’ 챙겼다(링크)」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과연, 경찰은 명분만을, 검찰은 실리를 챙긴 걸까? 수사권 조정을 정부부처 장관이 합의할 사안이 맞는가? 등 이것저것 따져봐야할 게 많다. 갈 길이 머니 천천히 하나하나 살펴보자.

 

(여담이지만 수사권 조정에 관해서는 검찰과 경찰의 의견이 너무 많이 갈려 있다. 쉽지 않다. 다만 이번 조정안은 좀 더 전형적인 태도를 보인 경찰과 달리 소극적으로 임한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엔 지난번 청와대에서 제시한 안이 관철된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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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찰은 검찰답게, 경찰은 경찰답게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 정부다. 촛불 정부에 부여된 과업은 적폐청산이요, 그 적폐청산의 95%는 검찰개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검찰의 권한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검찰 권력은 크게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인데,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시키고 영장청구 독점권을 분산해야 검찰개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거다.

 

검찰은 5.16 쿠데타 이후부터 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게 됐다(영장청구권한 독점은 유신헌법 때). 검사에게 권력을 몰빵하게 된 이유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박정희 정권이 경찰을 견제하고 검사를 정치 검찰로 만들어 국가 기관과 재벌까지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정치검찰은 정권의 비호 아래 무소불위의 권력을 후두르며 사회의 암적 존재로 뿌리를 내리게 됐다. 검찰은 정권의 비위에만 맞으면 법의 이름표를 붙이고 어떤 일이든 자행했다. 남자를 여자로 바뀌는 것 외에는 모든 게 가능하다는 소리를 검찰 스스로 공공연하게 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 정치검찰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국정농단 사태 때 우병우를 보라는 말로 갈음하겠다.

 

집권 2년차가 된 정부는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은 헌법에 명시된 사안이기에 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회에서 표결에 붙이지도 못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영장청구권 독점 조항 개정이 담긴 이유다. 때문에 정부는 검찰의 수사지휘권부터 경찰에 전적으로 이양시키려 하고 있고, 그것이 이번 합의안의 핵심이다. 

 

물론 오랫동안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던 검찰은 대놓고 반발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권 남용 우려, 시민 인권 침해 우려, 경찰의 수사능력 불신 등의 명분으로. 그러나 검찰이 우려하는 사안 모두 검찰이 버젓이 자행해왔던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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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 문제가 되었지, 경찰의 수사권 남용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일제식민지 시절 식민지 경찰의 잔재를 답습한 경찰들이 그대로 해방 후에도 경찰직을 유지하면서 이승만 정권 시절 경찰의 수사권 남용, 인권침해가 문제됐지만, 오히려 5.16 쿠데타 이후에는 서서히 괴물이 된 검찰의 비대한 권력과 자기통제 능력 상실이 국가적 불행인 현실이다.

 

지난 20년간 검찰 조사 내지 수사를 받다 자살한 피의자들은 늘어도, 경찰 수사단계에서 자살한 피의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검찰 수사를 받다 자살한 사람이 총 83명에 이른다. 단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모두 검찰 수사 중 자살했다. 물론, 성 전 회장 사건은 2015년에 발생해 저 통계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권침해 또한 마찬가지다. 경찰의 인권침해는 시민과 가까이 있어서 쉽게 드러나거나 알려지기라도 했지만, 검찰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는 참혹한 결과를 만든 후에야 세상에 드러났다. 이뿐인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피의자에게 가하는 공공연한 모욕과 가혹행위는 이미 5500만 국민 모두가 아는 비밀이 된 지 오래다.

 

경찰의 수사 능력 불신은 검찰이 말할 사항이 못된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의사라면 경찰은 간호사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그리고 검‧경은 형사사건에 있어 협력기관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검찰은 경찰이 지휘, 감독대상이지 절대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수사 능력과 관록을 가지고 검찰이 경찰을 의심하거나 지휘할 사안이 아니다. 검사들은 그동안 사법시험을 합격하면 사법연수원을 거쳐 임용이 되었다. 검찰 일을 시작하면서 검사일을 했고, 그들이 사법시험 준비부터 연수원까지 공부해 온 분야는 수사 분야에 국한하지 않는다. 그리고 검사, 즉 Prosecutor라는 명칭에서 보듯 검사는 기소하는 사람이지, 수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반면 경찰은 순경으로 경찰직을 시작해도 초기 범행 현장이나 수사 초기 단계부터 조사하고, 수사를 해서 기록물과 조서를 만들어 검찰에 가져다준다. 경찰대 출신 엘리트 경찰들도 경찰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수사와 형사절차에 관해서 집중교육을 받은 집단이다. 또 최근에는 경찰에 사시출신의 변호사들이 대거 유입돼 검찰 못지않은 법률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권까지 모두 쥐고 경찰이 수사해서 만들어온 수사보고서를 검토하여 기소하거나,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수사 내지 재수사를 명령해왔다. 대부분 검찰이 기소 할 때에도 경찰이 수사해서 송치해 온 기록을 토대로 ‘기재동의’만 적은 채 기소해왔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게 운용되어온 것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는 애초에 검사는 검사일을, 경찰은 경찰일을 각각 권한에 맞게 책임을 가지고 하게 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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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경찰과 검찰의 관할 정부부처장이 합의 했다고 하지만, 이 합의안이 관철되기까지는 멀고 먼 여정이 남아 있다. 경찰과 검찰은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합의안을 토대로 국회에서 입법 작업에 들어갈 때는 정말로 양 기관의 총, 칼 없는 전쟁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관철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청와대는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하면서, 범여권이 과반수를 차지해,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국회 입법과정에서 드러날 처절한 싸움을 살짝 엿보자면, 첫 번째 혈투는 수사권조정 합의문의 해석투쟁에서 벌어질 것이다. 이후 두 번 째는 그 해석으로 티테일하게 입법하는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마지막 백병전이 남아 있다. 입법 내용을 두고 각 부처에서 훈령이나 규칙과 같은 시행령을 만들면서 또 한 번 양 기관은 첨예하게 맞붙게 된다. 그야말로 머나먼 길이다.

 

검찰과 경찰 모두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자체 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년 동안 개혁안을 마련했다. 이 개혁안을 지침삼아 입법 과정에서의 전투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애초부터 권한을 내놓아야 하는 검찰은 어떻게 하면 안 내놓거나, 적게 내놓거나, 내놓는 척 하면서 실리는 자신들이 다 쥘 수 있을까만 고민하다 보니 개혁안이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내부 인사에 따르면 애초부터 검찰은 수사, 기소권 분리를 정치적 협상내지 타협의 사안으로 여겼다고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안미현 검사의 권성동 국회법사위원장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건에 외압을 가했다는 폭로가 일면서, 한 차례 검란 직전까지 갔다 얼기설기 진압된 사건만 떠올려 보아도 이 사안에 대한 검찰의 대응 방안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반면, 경찰은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일부를 가져와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경찰에게 제기되는 여러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부터 마련해야 했다. 대체적으로 경찰의 개혁안이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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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경찰개혁위원회의 수사분과위원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의 말에 따르면, 밖에서 보는 것보다도 굉장히 치열했다고 한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수사분과와 인권분야 등으로 나뉘어 운영되었는데, 핵심은 수사분과 일 수밖에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1년 동안 회의를 160차례 진행했다. 이들이 회의하면서 먹은 김밥이 1600줄, 커피가 3000잔, 회의록으로 사용한 종이가 5만 7000장이다. 첫 회의는 2017년 6월 16일에 있었다. 마지막 회의는 2018년 6월 15일이었다. 정확히 1년간 활동했다. 이 수치만 보아도 개혁위원회가 통과의례를 치르기 위한 임시기구에 불과한 기구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은 자체개혁안도 많이 내놓았는데, 국정원에 파견된 경찰 50명 삭감을 비롯, 경찰 엘리트 양성이 목적이었지만 경찰 내 또 다른 이너서클을 배출하는 통로밖에 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경찰대학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만 40세까지는 원하는 사람 누구나 경찰대학교 입학이 가능한, 특별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하는 안을 마련해 놓았다.

 

뿐만 아니라 보안 관련한 경찰보안개혁, 정보경찰개혁안도 마련해 놓았다. 그리고 이번 정부 조정합의안에서 발표한 자치경찰제 실현법안도 경찰은 이미 몇 달 전에 준비해 놓았다. 오히려 경찰에서는 개혁위원회에서 마련해서 정부에 보낸 안보다 언론으로 보도된 내용이 훨씬 적다고 약간의 섭섭함을 내비칠 정도다.

 

 

4. ‘경찰이 모든 수사권에 대한 1차 수사권을 갖는다’의 의미는?

 

그렇다고 이번 정부 합의안이 언론 보도처럼, 정말로 경찰은 명분만 쥔 것일까? 합의문의 내용을 엄밀히 따져보고 판단해 보자.

 

"모든 수사권에 대한 1차 수사권을 경찰이 갖는다."

 

여기서부터 부비트랩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모든’이란 무엇일까? 검찰에 일부 수사권을 남겨놨음에도, ‘모든’이라고 명시했다. 도대체 왜? 

 

수사에 들어가면 검찰과 경찰 수사권이 중복될 수 있는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의 수사권은 누가 갖게 되는가? 영장을 먼저 청구한 쪽이 갖게 된다. 경찰이 영장을 쳤을 때, 즉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을 때부터 경찰 것이 되는가? 아니면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다음부터 결정되는 것인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다음부터 검찰의 수사관할이 된다. 그런데 이 경우도 경찰이 수사권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계속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경찰이 그 사건의 내사를 오래하면 된다. 내사를 오래해서 검찰에 안 가르쳐주는 방법도 있다.

 

또 하나, 부비트랩이 있다. 합의안에 ‘수사권을 두고 검‧경이 경합할 때 검찰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라는 조항이 있다. ‘경합’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경합’은 언제 되는 것일까?

 

경합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의 범위에서만 경합되는 것이다. 그 밖에는 안 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인정되는 범위를 제외한 모든 수사권이 경합할 때에도 경찰이 수사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모든’이라고 하였으므로. 이러한 부분이 숨어있다. 

 

결론적으로, 모든 범죄 수사는 경찰이 다 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 중복된다는 거기에만 딱 걸리게 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경합되고, 그때 누가 우선권을 갖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는 강제수사 진입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그 전까지는 경찰이 가지고 있다. 이처럼 디테일을 따져 보지 않고서는 검찰이 실리를 얻고, 경찰이 수사 독립이라는 명분만을 가져갔다고 이번 정부 합의안을 단정 지을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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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수사지휘권 독점을 빼앗는 건 엄청난 혁명이다. 검찰은 경찰에게 언제라도 수사하던 사건을 가져오라고 할 수 있었다. 수사개시부터 경찰에 계속 시비를 걸 수 있었다. 이젠 못 하게 된 것이다. 검찰이 경찰에게 딴지를 걸기 위해서는 수사권 남용이나 인권침해의 경우에 해당돼야 한다.

 

그런데 수사권 남용인지 아닌지 검찰이 어떻게 아나? 이것이 또 하나의 디테일이다. 누가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가 생기면 검사들이 무조건 수사권을 가져갈 수 있나? 여기서 또 쉽지 않은 분쟁이 생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시민통제위원회' 안을 내놨다. 영국식 시민통제 기구인 경찰민원조사위원회를 만들 수 있게 해 수사권 남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위원회에 수사권까지 주는 방안을 마련해, 시민이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놨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이 이야기가 거론되지 않아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그 밖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디테일은 남아 있다. 우선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직접 수사권의 경우, 검찰에 남길 경우엔 범죄 구성요건별로 지정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의 부패범죄라면 범죄의 범위가 너무 넓어 명확히 지정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고위공직자가 교통사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게 할 순 없지 않은가? 너무 잡범이잖아!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검찰에 남는 수사권한은 범죄유형별로 선거사범이라든지, 부패범죄, 금융, 회계와 같은 어렵고 복잡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이 수사권 조정은 하기 나름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강하게 추진하려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피의자 신분 중심의 범죄를 수사하는 기구다(공수처가 설치될 경우 초대 공수처장은 박영수 특검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청와대발로 흘러나오고 있다). 검사, 정치인,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재벌가 등등이다. 그런데 검찰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검찰 자신들에 대한 범죄, 정치인, 대기업 총수 등에 대한 수사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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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치경찰제,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머니

 

이번 합의안에서 발표된 자치경찰제는 당장 내년부터 서울과 세종시를 비롯한 4개 도시부터 실시된다. 그런데 자치경찰제도는 상당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같은 경찰제도를 따라가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이는 모르고 하는 말씀! 일본은 자치경찰이 아닌 경찰자치다!

 

우리가 하려는 자치경찰은 지방분권과 맞물려 있다. 지방 사무는 웬만하면 지방에서 관장하자는 취지인데, 경찰도 행정에 속하니까, 지방정부에서 경찰을 운영하겠다는 얘기다. 정부에서 하려는 자치경찰제는 미국식을 떠올리면 된다. 연방에 연방 경찰 있고, FBI있고, 다종다양한 분야의 전문 경찰이 있는.

 

이와 관련해 경찰개혁위원회에서도 개혁안을 냈지만 미흡한 탓에 정부에서 자치분권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 자치경찰제도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실시할 예정이고, 자치경찰의 범위를 많이 확대할 계획이라, 이 부분 만큼은 경찰 뜻대로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자치경찰이 그대로 운영되면 지금 운영되는 국가경찰과 업무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업무 범위를 어떻게 세분화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현재 경찰이 담당하는 업무가 백여개 정도 되는데, 이를 업무별로 체크해서 나눠야 한다. 한마디로 인력, 시설, 업무 배분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지구대를 자치경찰로 넘길 것이냐의 문제가 남아 있는데, 이와 관련해 여러 안이 조정 중이다. 지방의 국가 경찰을 다 없애고, 광역수사대만 남겨 놓고 전부 자치경찰로 넘기는 안이다. 이는 서울시가 내놓은 안인데, 정부쪽도 이쪽에 근접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자치경찰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방자치경찰 운영비용을 지방정부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는 그럴 수 없는 형편이다. 물론 지방에서는 권한과 인력을 갖겠으니 예산은 중앙정부에서 감당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이는 썩은 호박에 이도 안 들어갈 소리다.

 

자치경찰제는 지역별로 치안이 불균형해질 위험을 안고 있다.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서울시나 경기도는 무리 없겠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광역시도의 경우, 치안서비스가 형편없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지금 경찰에게 배정된 예산은 연 10조인데 경찰인력이 15만명 정도다. 예산의 대부분이 인건비로 집행되는 현실이다.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돈이다. 돈!)

 

이처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골자로 하는 정부합의안은 상당히 개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관철되기까지는 멀고 먼 길을 가야 한다. 입법화 과정에서 국회, 청와대, 언론 등등의 눈치도 살펴야 하고.

 

뺏으려는 경찰과 지키려고 하는 검찰의 치열한 싸움이 이제 곧, 아니 지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