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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찌라시 세계사'는 재미난 역사적 사건을 대화체로 풀고 썰을 마구 첨가하여 남녀노소 상하좌우 친박반박까지 한국사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새 연재입니다.

 

찌라시만큼 흥미진진하고 쫄깃하여 찌라시인 것이지, 진짜 찌라시와는 무관하니, 맘 편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차 십자군 전쟁의 싱거운 결말은 이슬람 진영에 묘한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어.

 

“어라? 십자군도 별거 아니네? 초호화 라인업이라고 우리가 먼저 쫄 필요가 없잖아?”

 

“그러게.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맞춤형 전략, 전술로 맞선다면 독일 아니 십자군도 충분히 잡을 수 있구나!”

 

이런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어. 또한 하나로 뭉치면 거함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하게 되어, 이슬람 내부의 결속도 다지는 계기가 되었던 거지.

 

이런 여론의 중심에는 누르 알 딘이 있었어. 백성들은 그를 영웅시 했고, 그는 이참에 이슬람 지역 내에서 완전한 비십자군화(십자군 GO Home!)를 이루어 내기로 결심했어.

 

“가만있자. 십자군 주둔지의 이스트 코스트(동쪽)는 이미 우리 레이블이 접수했고... 웨스트 코스트(서쪽)만 접수하면, 이것들은 완전히 독 안에 든 쥐 꼴인데 말이야.”

 

이 당시 십자군 점령지의 서쪽은 이름 자체만으로도 뭔가 신성미가 뿜뿜 느껴지는 이집트였어.

 

문제는 내 눈에도 맛있어 보이는 떡은 상대의 눈에도 마찬가지라는 거지. 풍부한 자금까지 있는 전략적 요충지 이집트는 십자군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거야. 혼자 힘으로는 어느 쪽과도 맞서 버텨 낼 수 없었던 이집트는 십자군과 이슬람 양측의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덕분에 힘겹게 자치권을 유지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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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게 있는데 이슬람을 설명하거나 이해할 때 항상 등장하여 우리의 머리를 골치 아프게 하는 수니파와 시아파가 어김없이 등장. 여기서는 좀 간단 명료하게 설명하고 넘어가자고.

 

“Hey 카이로(시아파)! 넌 십자군이 싫어? 누르 알 딘(수니파)이 싫어?”

 

이런 질문에도 쉽게 대답을 못 할 정도로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은 깊었다고 해. 그러던 어느 날 시아파인 이집트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왔어.

 

“자네 그 소문 들었나? 카이로 근처에서 십자군 놈들이 우리 백성들을 짐승 죽이듯이…”

 

“이런 개만도 못한 것들. 우리 정부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야. 십자군 놈들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냐. 아무리 수니파가 밉다고 해도 십자군보다는 낫지 않아?”

 

“그렇지. 이번 사건으로 여론이 이미 그쪽으로 기울었다네. 우리야 어차피 자주국방이 안 되는 상황이니 이제는 미워도 누르 알 딘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겠어.”

 

마침내 이집트 정부에서도 결단을 내리고 분연히 떨쳐 일어나 누르 알 딘에게 수줍게 손을 내밀며 호소하듯 한마디를 했어.

 

“우리가 남이가!”

 

누르 알 딘은 이집트에 긴급하게 병력을 보냈고, 여기에는 삼촌을 따라 떠나는 호랑이 새끼가 한 마리 있었으니! 독자 제위 여러분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살라딘이 드디어 역사의 전면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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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에게 공포와 경외의 대상이 되었던 ‘살라흐 앗딘 유스포 이븐 아이유브’를 그들의 입장에서 편하게 살라딘으로 불리게 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데, 세계의 역사가 얼마나 서구 세계 위주로 기록되어 있는지 볼 수 있는 단면이지.

 

살라딘(1137년~1193년)은 쿠르드족 금수저 출신이야. 그의 아버지가 십자군에 대항하는 이슬람 빅 3인 폭군 쟁기에 이어 누르 알 딘 휘하에서 장군으로 활약을 했기 때문에 살라딘도 자연스럽게 저 둘 휘하에서 근무를 했었어. 살라딘은 빅 3의 마지막 퍼즐이 자신이 될 줄 알았을까? 확실히 그들을 능가하는 진정한 이슬람의 통치자가 되려는 야망이 있었어.

 

살라딘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 살라딘 주위의 수많은 정적(?)들의 적절한 타이밍의 의문사는 그에 대한 다른 목소리도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 아무튼 살라딘이 이집트를 집어삼키는 과정에는 번개탄이나 마티즈가 없는데도 그의 라이벌들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사망을 했다고 하니. 우연치고는…

 

1169년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그를 이집트로 파병을 보낸 누르 알 딘과 맞먹는 영토를 차지하게 되었어. 권력을 잡은 후에 살라딘은 완전한 금주와 금욕적인 생활을 바탕으로 이집트의 태평성대를 이루었다고 해. 하지만 누르 알 딘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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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 알 딘의 지속적인 협박과 회유에도 살라딘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5년이 지난 어느 날.

 

“드디어! 드디어 누르 알 딘이 사망했다는 보고입니다. 어서 알레포로 떠날 채비를 하셔야 하겠습니다."

 

“작전이 잘… 아.. 그래? 그것 참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냐? 내게는 은인과도 같은 분인데 말이야. 한시가 급하다. 밤낮없이 말을 달릴 준비를 하도록 하라”

 

살라딘이 서두른 이유가 문상 빨리 가려고 한 것이 아닌 것쯤은 독자 제위 여러분들도 이미 눈치채셨지? 이집트 왕 뿐만 아니라 누르 알 딘의 후계자 자리까지 날치기 하기 위함이었어. 미친 듯이 말을 달려 알레포에 도착을 하니 이것들이 성문을 안 열어주네? 살라딘에게 감히 누가?

 

“뭐? 뭐냐? 도대체 어느 놈이? 나 살라딘이다!”

 

“저기. 누르 알 딘의 12살 아들이 이미 왕위를 꿀꺽 삼켰다고 합니다. 저희가 어린아이라고 너무 방심한 듯 하옵니다. 우선 성문 밖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무력시위를 하면서 때를 기다려야겠습니다.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입니다.”

 

“흠… 느낌이 좋지 않다. 왠지 장기전이 될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드는구나.”

 

한편, 12살 어린 왕 살라히는 야심한 밤 최측근을 은밀히 불렀어. 일단 성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기 작전을 시행 중이긴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앉아서 죽을 날만을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었어. 그들은 오늘날까지도 레전드로 남게 된 한 단체와 은밀히 접촉을 하고 있었어.

 

“착수금은 잘 전달되었느냐?”

 

“네. 모든 계약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작업을 하기 전에 거행한다는 그 자들의 의식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따질 여력이 없다. 실력 하나 만큼은 최고라고 하지 않았더냐? 금주 중으로 작업을 마치면, 잔금을 치르도록 하라.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살라딘을 외치며 이를 가셨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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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이 지갑을 열어 살라딘의 암살을 의뢰한 곳은 바로 그 유명한 어쌔신이었어. 어쌔신의 어원은 마약을 의미하는 하시시라고 해. 살인을 하기 전, 하시시(마약)에 취해 작업에 착수한다고 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어.

 

세계 최고의 킬러 집단인 어쌔신과 훗날 십자군에게 두려움을 넘어 존경까지 이끌어 내는 당대의 히어로 살라딘의 대결이 시작되었어.

 

달빛마저 숨을 죽인 어느 날 밤, 어쌔신의 최정예 멤버들은 철통 보안을 뚫고 살라딘의 막사로 진입에 성공했어. 살라딘은 아직까지 신에게 불려갈 차례가 아니었나 봐. 모든 호위병들이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죽음을 면치 못했지만, 살라딘은 얼굴에 찰과상만을 입고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고 해. 목숨은 건졌지만 어쌔신의 귀신같은 솜씨에 어지간히 놀라긴 했나 봐.

 

1년 후 살라딘은 최고의 보안 전문가들과 최첨단(?) 시스템을 가지고 다시 컴백! 삼중 사중의 경계병은 물론이요.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해.

 

“이런 오지(5G)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속도도 아니고, 안정성도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것은 하나도 필요가 없어! 오직 보안! 보안이 생명 그 자체이다. 알겠느냐? 내가 괜히 거금을 들여서 너희 사설 업체를 고용한 것이 아니다. 내가 저 어린 왕으로부터 왕위를 가져오기 전까지, 나를 어쌔신 놈들의 암살 위험으로부터 지켜야 한다 그 말이다.”

 

“더 이상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회사만의 오지(5G) 최첨단 보안 프로그램이 작동 중입니다. 막사 주변에 엄청난 양의 재와 가루를 이렇게 뿌려 놓았습니다. 이 특수 가루는 개미 새끼 한 마리의 흔적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하늘을 나는 새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살라딘 님의 막사로 갈 수 없습니다.”

 

모두가 밤을 지새운 다음 날, 살라딘은 오랜만에 단잠에서 깨어난 후 자신의 몸을 살폈으나 상처 하나 없었어.

 

“역시 전문가한테 맡겨야 한다니까 그나저나 얼마 만에 꿀잠을 잤는지 모르겠구나. 헉! 이게 뭐야? 여봐라! 철수다 철수. 보안 전문가 놈들 계약 해지다.”

 

천하의 살라딘이 침실 옆에서 뭔가를 발견한 후 그대로 줄행랑을 쳤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해. 모두가 황급히 떠난 캠프를 정리하던 중, 마지막으로 살라딘의 침실에서 어쌔신이 남긴 메시지가 발견되었어.

 

“살라딘! 마지막 경고다! 세 번째는 이 칼이 너의 목을 찌를 것이다.”

 

하늘을 날지 않는 이상 불가능이 없다는 방어벽을 어쌔신은 어떻게 뚫은 것일까?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았으니 그들의 명성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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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딘은 결국 어쌔신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어쌔신의 VIP 클라이언트인 어린 왕이 19살이 되던 해에 또다시 의문사를 하게 되면서, 그들의 레이더에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게 되었어.

 

혹시 말이야. 살라딘은 정적의 이름을 적기만 하면 그들을 죽일 수 있는 살라딘표 ‘데스노트’를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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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한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