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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시점은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2015년 11월 14일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입니다. 아직 사건은 마무리 되지 않았고 많은 정보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차후에 밝혀질 조사 결과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테러가 일어난 지역과 꽤 떨어진 저희 동네에서도 사이렌 소리가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희생자와 그 가족에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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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젯밤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지금까지도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다.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 느꼈던 것은 놀라움이다. 프랑스와 독일 간의 축구 친선경기가 있던지라 집에서 친구와 맥주 한 잔을 곁들여 가며 TV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프랑스가 계속 공격을 했지만 독일은 만만치 않았고, 아무래도 독일에게 승기가 가지 않을까 예상할 때 즈음 프랑스가 전반전 종료 직전 선제골을 넣었다. 그리고 후반전에도 프랑스가 한 골을 더 넣어 2:0 승리를 거두었다. 어쩐지 으쓱으쓱해 하던 그 때, 축구 경기 캐스터가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친선경기가 있던 프랑스 주 경기장과 파리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순간 무슨 농담인가 했다.


그 다음에 찾아 온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그야말로 일반 시민들에게 가해진 무차별 테러. 모든 뉴스는 파리 시내의 테러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내가 한때 자주 발걸음을 하던, 잘 아는 동네에서 펼쳐지는 낯선 광경들. 바닥에 누워 신음하는 사람들. 모자이크 처리를 했어도 선명히 보이는 시뻘건 피. 말 그대로 내가 저 자리에 피를 흘리고 누워 있을 수도 있었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


그리고는 점점 화가 났다. 사실 지금도 누구에게 왜 화가 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데서 온 분노였을까, 아니면 그저 TV를 통해 들리는 테러 피해자들의 떨리는 음성에 공감했을 뿐일까. 어떤 이는 인간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다른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느냐며 엄청난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생방송으로 테러 관련 소식을 듣는 4시간 내내 나는 가끔씩, 혹은 자주 온 몸에 소름이 돋아 괜히 이불을 뒤집어 썼다.



1. 사건 개요


(1) 프랑스 주 경기장 자살폭탄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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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건의 폭탄 테러가 있었던 프랑스 주 경기장은 파리에서 북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생드니(Saint-Denis)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만 타면 필자의 집에서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2015년 11월 13일 21시 20분, 독일과 프랑스의 친선 축구 경기가 시작된 지 20분 여가 지난 시점. 경기장 바로 밖에서 폭발음이 들려 왔다. 하지만 경기에 완전 몰두한 관중들은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폭죽이나 불꽃놀이 정도라고 생각했을 뿐.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들은 이 세 건의 폭발이 이번 사건의 서막을 올리는 자살폭탄 테러였음을 알지 못했다.


https://youtu.be/jhUOW2hvbKI

프랑스와 독일전 중에 들리는 폭발음


경기가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관중들은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야 끔찍한 소식을 전해 들은 8만 여 명의 관중들과 경기 관계자는 한참 동안이나 경기장에 남아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독일 축구 대표팀은 경기장에서 밤을 보냈다. 경기장에는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도 자리하고 있었는데, 국가의 수도 파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연쇄 테러에 긴급대책회의를 하기 위해 황급히 경기장을 떠나 내무부로 들어갔다고 한다. 왜 즉시 경기를 중단시키고 사람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지 않았느냐에 대한 비판도 간간이 들려 온다. 만약 그랬다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되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경찰은 프랑스 주 경기장에서의 자살폭탄테러로 범인 3명이 숨지고 한 명의 시민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건 다음날 낮 12시 경에는 숨진 자살테러범 시신 근처에서 시리아 여권이 발견되어 범인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또 경기장에서 폭발음을 직접 들을 수 있을 만큼 근접한 곳에서 발생한 폭발은 두 건이었던 관계로 나머지 한 건의 폭발의 원인은 아직 조사 중에 있다.



(2) 파리 시내 무차별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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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 무차별 테러 및 인질극이 일어난 장소
(출처: <Le JDD>)


파리 시내 최소 다섯 곳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위의 지도를 보면, 레퓌블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을 중심으로 한 레퓌블릭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왜 레퓌블릭이었을까? 일단 이 곳은 지하철 3, 5, 8, 9, 11호선이 지나는 교통의 중심지이자 불금을 즐기려는 이들로 항상 북적이는, 말 그대로 핫(hot)한 동네다. 애초에 무차별 테러를 계획했다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고르는 게 논리적으로 맞을 것. 다행히(?) 11월 13일에는 독일과의 축구경기가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보러 축구장으로 발걸음을 하는 바람에 평소보다는 레퓌블릭 지역에 모인 이가 적었다고 한다.


레퓌블릭(Républque)은 ‘공화국’이라는 뜻이다. 원래 레퓌블릭 광장은 동네의 작은 공터 정도의 크기에 불과했고 이름도 급수탑을 뜻하는 ‘샤토도(Château-d’Eau)’ 광장이었다. 그러던 1879년, 공화국 광장으로 이름이 바뀌고, 광장 중앙에 공화국에 헌정하는 작품들이 대규모로 세워지면서 프랑스 공화국을 상징하는 곳으로 재탄생했다. 그 이후로 레퓌블릭 광장은 이름이나 역사가 지니는 상징 및 교통의 요충지라는 지리적 요건에 힘입어 여러 집회가 벌어지는 주요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 1월,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있었던 자발적 집회와 대규모 행진도 바로 이 곳에서 이루어졌다. 테러리스트가 자기 조직의 위력을 보여 주고 대상에게 위협을 가하고자 한다면, 테러 장소의 상징성 또한 필연적으로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이것 저것 따져 봐도 레퓌블릭 지역은 이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 최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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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레퓌블릭 광장에 모인 사람들
(출처: <France Info>)


파리 테러의 시작점은 파리 10구의 비샤(Bichat) 가에 위치한 레스토랑 ‘르 프티 캄보쥬(Le Petit Cambodge)’와 그 맞은 편의 바(bar) 르 카리용(Le Carillon)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1시 25분 경, 30초 가량 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총이 발사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폭죽 소리겠거니 했던 이들도 곧 모두 바닥에 엎드렸다. 총성이 멈추자 세상이 멈춘 듯 고요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팔에 안고 있었다. 여자는 이미 숨을 거둔 듯 했다. 비샤 가에서의 테러로 13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 중 10명은 중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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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샤 가에 가해진 무차별 총격으로 쓰러진 이들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
(출처: AFP 통신)


그로부터 7분 뒤, 비샤 가에서 레퓌블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 방향으로 200여 미터 떨어진 이탈리아 레스토랑 카자 노스트라(Casa Nostra), 한 남자가 식당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자동소총으로 보이는 무기를 난사한 후 달아난다. 비샤 가에서의 일을 마치고 이곳으로 옮겨 온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35세의 마튜(Mathieu)는 처음에는 폭죽 소리같은 것이 들려서 누군가 생일 파티를 하는 줄 알았다고 증언한다. 이 곳에서는 최소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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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벌어진 비샤 가 근처에서 긴박히 달리는 구조대원들의 모습
(출처: 로이터 통신)


그와 거의 비슷한 시점, 비샤 가에서 바스티유 광장(Place de la Bastille) 방향으로 2.8km 가량 떨어진 샤론(Charonne)가, 한 남자가 차에서 내린다. 까페 테라스에서 금요일 저녁 시간을 즐기던 시민, 일본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시민들에게 2~3분에 걸쳐 소총을 연사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고 거리에는 피가 흘러 내린다. 짧지만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고 범인은 유유히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난다. 이곳에서는 19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는다. 그 중 12명은 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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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가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들의 시체가 거리에 놓여져 있다.

급히 이불 등으로 시신을 가려 보지만, 이 날의 두려움과 분노는 이불 따위로 가려지지 않을 듯 하다.
(출처: 트위터 @5h55)


그로부터 7분 여가 지난 21시 43분. 샤론 가 남동쪽 나시옹 광장(Place de la Nation) 근처의 까페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있었다. 폭탄을 안고 까페 테라스로 돌진한 범인은 즉사했다. 다행히 이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시민은 없었으나 7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 중 3명은 중태.



(3) 공연장 인질극


비극은 항상 마지막에 벌어진다. 레퓌블릭 광장에서 200-300여 미터 떨어진 바타클랑(Bataclan) 공연장. 1864년 지어진 건물에 자리한 공연장은 락큰롤, 포스트펑크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상당히 큰 규모의 공연장이기도 하다. <Le Point>에 따르면, 바타클랑은 수년 전부터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타겟이 되어 왔다고 한다. 바타클랑의 소유주가 유대인이며, 공연장에서 이스라엘과 관련한 행사가 가끔씩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사실과 함께.


인질극이 있던 밤 역시 꽤 많은 이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사건 당시 공연장에서는 미국 록 그룹 이글즈 오브 데스메탈(Eagles of Death Metal)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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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인질극으로 85명이 목숨을 잃은 이 건물은 1991년 프랑스의 역사유적으로 지정되었다.


21시 49분 경, 4명의 테러리스트가 공연장에 진입한다. 테러리스트들은 어둠 속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음악을 즐기는 관중을 향해 끊임 없이 총을 발사한다. 테러리스트들은 "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테러리스트들의 묘연했던 신분이 조금씩 밝혀지는 순간이다. 이들은 또한 "시리아를 위해서!"를 외치며, 프랑스의 공격으로 시리아에 있던 자신의 형제가 죽었으니, 이제는 너희들 차례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어떤 이는 "이건 다 너희 대통령 올랑드의 잘못이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실제로 IS는 이번 사건을 "프랑스의 9.11"이라고 자축하고 있으며 프랑스에 "파리의 11월 14일을 기억하라"는 메세지를 보내왔다.


처음에는 그저 폭죽 정도라고만 생각했던 관중들은 공포에 질려 공연장을 빠져 나왔고, 미처 밖으로 나오지 못한 이들은 지하실 등에 숨었고, 꼼짝 없이 인질이 되었다. 다음의 영상에서는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피해 빠져나오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충분히 충격적인 장면들임을 미리 경고한다. (링크) 




프랑스 군경은 사건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3시간 여가 흐른 0시 45분 경 진압작전을 실행해 시민들을 구출한다. 이 과정에서 4명의 테러리스트가 사망한다. 공연장 안에 숨어 있던 이들에게 이 3시간은 말 그대로 악몽같았을 것이다. 한 어머니는 딸을 찾기 위해 공연장에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23시 경, 인질 중 한 남성이 페이스북에 진압작전을 서둘러 실행해 달라는 메세지를 페이스북에 올린다. 그에 따르면 범인들은 경찰이 진압작전을 펼치기 전까지 인질들을 한 명 한 명 죽이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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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바타클랑(인질극 장소) 1층에 있어. 많이 다쳤어. 빨리 이 테러를 진압해야 해.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범인이 한 명씩 죽이고 있어. 서둘러"
(출처: 페이스북 @Benjamin Cazenoves)


사건이 진정되고 난 새벽 1시 15분 경, 올랑드 대통령과 마뉘엘 발스(Manuel Valls) 국무총리, 베르나르 카즈뇌브(Bernard Cazeneuve) 내무부 장관, 크리스티안 토비라(Christiane Taubira) 국방부 장관이 인질극이 일어난 사건 현장을 방문한다. 구조되어 나온 시민들의 인터뷰를 들어 보면 한결같이 처음에는 폭죽인 줄 알았으며, 지금 상황이 비현실적이다, 악몽 같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탈출 과정에서 시체를 밟았다며, 말로 차마 표현하지 못하는 끔찍함에 진저리를 친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신체적인 부상을 입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장에 있었거나, 근처에서 목격한 모든 이들과 그 가족들이 받았을 심리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통하여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 밝혔다. 물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무료. 갑자기 한국에서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129명 사망 그리고 비상사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5년 11월 13일 21시 20분에서 다음 날 4시 경까지 사망 인원은 129명, 부상자는 352명, 그 중 99명은 중태다. 파리 지역의 모든 병원이 총동원되어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경찰병력 중 사망자는 없으나 인질극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한 명의 경찰이 부상을 당했다. 이는 1월의 <샤를리 엡도> 테러와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샤를리 엡도> 사건 당시 범인들이 언론의 보도를 통해 경찰의 동태를 파악했던 데에 비하여 이번에는 언론이 경찰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언급을 극도로 피하거나 조심함으로써 경찰 작전에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하는 태도를 보였다.


다음은 <르 파리지앵(Le Parisien)>에서 2015년 11월 14일 오전에 정리한 파리 테러 사상자 현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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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다음날 오전에 집계한 것이라 사상자 수에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 주시라
(출처: <Le Paris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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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본


테러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를 <샤를리 엡도> 사건과 비교하면서, 이번 무차별 테러가 '많은 인명에 사상을 입힘으로써 프랑스 사회에 공포를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프랑스가 시리아에 자행하는 공격에 대해 IS가 보복하는 방법으로 민간인을 선택한 것은, <샤를리 엡도> 사건 이후에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유일한 대상이 일반 시민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대인 학교, 언론, 공공기관 및 유명 관광지 등은 지난 1월 이후부터 군경의 직접적인 보호를 받고 있어, 테러 조직의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총 8명의 테러리스트가 사망하였고, 그 중 7명은 폭발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주 경기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한 3명과 파리 시내 자살폭탄 테러를 한 1명, 또한 인질극을 벌인 범인 4명, 총 8명이 사망한 것이다. 인질극을 벌인 범인 중 한 명은 1985년생 프랑스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남성의 이름은 이스마엘로 2010년 정도부터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인물들 중 프랑스인이 몇이나 있는지는 2015년 11월 14일 20시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증인에 따르면 이들은 많이 봐야 30대 중반인 젊은 남성들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번에 발생한 일련의 테러 사건의 범인이 총 몇 명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즉, 지금 이 시각에도 파리 어딘가를 테러범 중의 한 명, 혹은 여러 명이 활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편, 범행에 이용된 차량 중 하나가 벨기에에서 빌린 차량임이 확인되었다. 14일 아침,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에서 검문을 하던 중에 해당 차량을 빌린 프랑스인이 다른 2명과 함께 차를 타고 프랑스에서 벨기에로 이동하려다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용의자는 브뤼셀 교외의 소도시에 살고 있다고 밝혀졌는데, 이 곳은 지난 8월 탈리스 열차 테러 미수 사건의 범인이나 유대인 슈퍼 인질테러범 쿨리발리가 살았던 곳이다. 벨기에가 유럽 내 지하디스트의 새로운 아지트로 부상하고 있다. 14일 오전에는 런던 남쪽의 개트윅(Gatwick) 공항에서 총 두 자루를 소지한 41세의 프랑스인을 체포하였다. 아직 이 남성이 파리에서의 테러와 관련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2015년 11월 14일 17시 20분의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번 테러는 총 3개 그룹의 테러리스트들이 협력하여 치밀한 계획 하에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사상을 입히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샤를리 엡도> 사건이나 유대인 슈퍼 사건처럼 범인들이 ‘알아서’ 범행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IS의 직접 기획 하에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이번 사건을 유럽 내에서 일어난 첫 번째 IS 직접 테러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증인들은 범인들이 총을 발사하는 데에 있어서 전혀 주저하거나 머뭇거림이 없었다고 증언한다.


파리 분위기는 여전히 흉흉하다. 생 드니의 프랑스 주 경기장은 16일까지 문을 닫는다. 파리 10구 및 11구의 레퓌블릭 지역은 14일 오전 현재까지 지하철이 서지 않는다. 사건 직후 레퓌블릭을 지나는 지하철 총 5개선(3, 5, 8, 9, 11호선)의 운영이 중지되었고 사건 현장 근처 5개 지하철역이 폐쇄되었다. 버스의 운행 역시 중단되었다. 파리 시는 시민들에게 가급적 집에서 나오지 말 것을 주문하였다. 파리의 중심가 샤틀레(Châtelet) 지역에 총격이 있었다는 등의 루머도 쏟아졌다. 테러리스트의 정확한 수가 파악되지 않은 탓에 도망친 범인이 혹여 파리의 다른 지역에서 총질을 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또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에서는 사건 현장에서 미처 귀가하지 못한 이들을 위하여 근처의 자기 집을 열어 놓겠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PorteOuverte'를 단 글들이 바로 그것이다. 'Porte ouverte'는 번역하면 '열린 문'으로, <르몽드>에 따르면 11월 14일 자정 직후, 이 해시태그를 단 글이 20만 건에 달했다고 한다. 파리 테러 소식은 전 세계로 신속하게 알려져, '#PrayForParis' 해시태그를 단 글도 현재도 계속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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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열려 있으니 이곳으로 와서 안전하게 대피하세요


페이스북에서는 Paris Terror Attacks 서비스를 실시했다. 테러의 영향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스스로 자신이 안전한 지를 체크하여 지인으로 하여금 이들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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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리는 여전히 뒤숭숭하다. 지인은 여동생이 어제 그 지역에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절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오늘 0시를 기해 파리 시내 및 파리 근교의 모든 학교 역시 문을 닫았다. 대학 도서관과 식당, 수영장, 체육관, 시장, 박물관, 상점, 공원, 극장 등도 문을 열지 않으며, 프랑스 전역의 수학여행도 취소되었다. 또한 안 히달고(Anne Hidalgo) 파리 시장은 파리 지역의 모든 공공기관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프랑스 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비상시에 특정 지역 혹은 특정 시간에 시민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 비상 조치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단, 14일 17시 경, 프랑스 교육부는 월요일부터 학교는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오늘마저도 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나간 몇몇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모든 대중교통이 거의 텅텅 빈 상태라고 한다.


'비상' 그렇다, 비상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13일 23시 53분 경, 그러니까 인질극이 한창인 그 때, 긴급 담화를 발표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자신의 분노와 애도의 감정을 애써 숨기지 않았으며, 유래 없이 굳은 목소리로 담화를 이어 갔다. 올랑드는 담화를 통하여 테러리스트를 굴복시키고 사건 현장의 안전을 되찾기 위하여 모든 공권력을 동원할 것을 밝혔다. 또한 시민에 대한 그 어떤 공격도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파리 지역의 군 병력을 강화할 것을 발표했다.


사건 직후부터 2시간 여 동안 진행된 긴급회의 결과, 올랑드 정부는 첫째, 국가 비상상태를 선포했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출입이 금지될 것이며, 프랑스 전역에서 사건 관련 조사가 이루어 질 예정이다. 둘째, 국경의 폐쇄가 발표되었다. 그 어떤 지하드 및 범죄자의 유입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조치로 이해된다. 또한 테러와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은 프랑스에서 추방당하게 될 것이다. 다만 올랑드의 워딩 중 '국경의 폐쇄'는 완전 폐쇄가 아니고 국경 경계 강화를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강경한 조치를 발표한 이후, 올랑드 대통령은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했으며, 이런 재앙 앞에서 프랑스는 더욱 냉정하고 위대해야 하며, 정부는 보다 엄격한 자세로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랑드는 테러리스트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그들을 겁내 하는 것이라며 프랑스 시민에게 연대할 것을, 또한 현 상황에서 냉정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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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가 발생한 3시간 반 정도 후에 발표된 올랑드 대통령의 담화에는 분노와 애도가 함께 담겨 있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11월 15일 터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했다.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상당히 중요한 회의일 것으로 평가되나, 결국 올랑드는 프랑스에 남고 외무부 장관 등이 대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 재앙 및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도자는 반드시 자기 자리에서 국민을 지켜야 하는 건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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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이후 프랑스 올랑드 정부는 긴급대책회의를 밤새 진행했다.

선혈이 낭자한 거리를 보다가 화려한 엘리제 궁을 보자니 어쩐지 민망하다.
(출처: 트위터 @elysee)


사건 다음날인 11월 14일 오전, 올랑드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담화를 발표한다. 올랑드 대통령은 어제 파리와 생 드니에서 있었던 일련의 테러를 이슬람 지하디스트의 반 프랑스 ‘전쟁 행위’로 간주하며, 이번 테러를 자유국가 프랑스를 대상으로 자행된 절대적으로 야만적인 행위로 봤다. 올랑드 대통령은 전쟁 앞에서 국가는 그에 걸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테러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발표했다. 따라서 프랑스 전 영토에 대한 군의 경계 태세는 강화되었으며, 파리 지역에는 군이 상주하게 될 것이다. 사건 다음날인 14일부터 계속하여 파리 지역에 추가 병력이 도착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고통스럽고 중대한 이 시기, 모든 프랑스인은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 보아야 하며, 연대할 것을 주문했다. 프랑스의 모든 국회의원은 오는 월요일, 베르사이유에 모여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처를 논의할 예정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슬픔이 우리를 덮치더라도 프랑스는 강하고 위대하며, 야만 앞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라며, "우리가 지키는 것은 우리의 국가이자 인류 전체"라고 전날의 담화보다 더욱 강경해진 입장을 밝히며 4분 여의 담화를 마쳤다. 프랑스는 오늘부터 3일 동안 애도 기간을 가지며, 월요일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1분 묵념이 있을 예정이다.



3. 앞으로의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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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4일 프랑스의 모든 신문의 1면은 파리 무차별 테러 사건을 다룬다.
'전쟁(guerre)', '공포(horreur)', '대량학살(carnage)' 등의 단어가 눈에 띈다.
(출처: 트위터 @kohjongsok)


아마도 앞으로의 프랑스는 지금까지의 프랑스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올해 1월의 <샤를리 엡도> 테러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공격의 대상이 명확했었고, 사건 이후 프랑스 사회는 ‘표현의 자유’에 초점을 맞추었다. <샤를리 엡도> 사건이 있고 며칠 후 발생한 유대인 슈퍼 인질극의 경우 역시 프랑스 내 유대인 혐오 이슈에 보다 부합하는 것이었다. 반면 2015년 11월 13일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연쇄테러는 말 그대로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무차별 테러다. IS의 위협이 이제 프랑스인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 사건이다. 실제로 올랑드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이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 개인의 자유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극우정당 국민전선(FN) 지지자(라 쓰고 인종차별주의자라 읽는다)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사이에 프랑스의 이민자들이 국가를 망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은 이미 <프랑스는 지금> 연재를 통하여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그들에게 있어 현재의 프랑스는 비정상적이며, "프랑스인에게 프랑스를" 다시 돌려 놓는 것만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책이다. 실제로 국민전선의 당수 마린 르펜( Marine Le Pen)이 파격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프랑스 북부 칼래(Calais) 시에서는 11월 14일 0시 15분 경, 불법체류자 밀집지역, 이른바 '칼래의 정글(jungle de Calais)'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2천 5백 제곱 미터의 임시거주지가 파괴되었다. (화재는 3시 경 진압되었다) 칼래 시청은 이 화재의 원인을 그저 우연에 의한 사고일 뿐이라고 발표하였으나, 이미 많은 사람들은 이 화재를 극우단체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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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래의 정글.
불법체류자들의 임시거주지는 이런 모습이다.

이 곳에 수 천 명의 난민들이 모여 살아내가고 있다(살아가고 있다가 아니다).
(출처: <RTL>)


칼래 지역은 프랑스를 통해 영국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난민들이 바다와 영국 정부의 입장에 막혀 유입되기만 하고,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최근 칼래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 사고들은 곧이어 있을 12월 프랑스 지역선거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마린 르펜의 행보에 비례하여 더욱 조명을 받고 있으며, 프랑스 사회에 불법체류자 문제 이슈에 부채질을 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많은 경우 프랑스의 난민 및 불법체류자, 이민자 문제는 이슬람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테러가 극우 성향 지지자들의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게 생겼다. 이번 사건은 안 그래도 각종 차별의 대상이자 경계의 눈초리를 한 번에 받고 있는 이슬람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태도를 더욱 부정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성이나 이름이 ‘프랑스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접적으로는 아랍식이라는 이유로 채용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력서에 사진뿐 아니라 성명까지 기재를 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심사 중이기도 하다.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테러가 발생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시점, 프랑스 이슬람종교평의회(Le Conseil Français du Musulman)가 이번 테러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건을 "가증스럽고 비천한 공격"이라 비난하며, "상황의 심각성 앞에 이슬람종교평의회는 모든 이들에게 단결과 연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프랑스의 모든 이슬람은 프랑스가 이번 끔찍한 사건을 현명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을 촉구하였다. 각 지역의 무슬림종교평의회(Le Conseil régional du culte musulman)에서도 차례차례 이번 테러를 '범죄' 혹은 '용인할 수 없는 야만 행위' 등으로 간주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 네트워크에는 이슬람포비아, 혹은 인종혐오 및 차별적인 발언이 쏟아졌다. 어딜 가나 악플러는 있다. 어떤 이는 "당연히 아랍애들 소행이지"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거리로 나가서 수염난 애들이랑 차도르 쓴 애들을 죽여 버리자"라고 선동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또 국민전선(FN) 지지자로 보이는 어떤 이는 무슬림으로 보이는 이가 "프랑스가 이라크처럼 되어 버렸다"고 하자, "너 같은 사람들이 와서 우리같은 프랑스인을 죽인 거야" 라는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당연히 아랍 애들 짓
우리도 나가서 죽여 버리자
너같은 사람들이 우리같은 프랑스인을 죽였어


그래도 다행히 현재 프랑스에서는 연대를 보이는 사람들이 더욱 눈에 띈다. 사건 다음날 11월 14일 <롭스(L’Obs)>에는 당시 테러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금요일 밤을 즐기고 있던 작가 장 하츠펠드(Jean Hatzfeld)의 글이 실린다. 그는 악몽같은 사건 현장에서 사람들의 연대를 발견한다. 그가 묘사한 사건 현장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까페에 모여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다음 뉴스를 기다린다. 길에서는 시민들이 함께 귀가할 수 있도록 작은 그룹을 만들어 주고 있다. 누군가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를 에워싼다. 어떤 이는 집에서 이불을 들고 나와 덮어 주기도 하고, 주민들은 거리로 내려와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자기 집에서 몸을 피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지나가던 운전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가는 곳까지 데려다 주겠으니 차에 타라고 한다. 택시 운전자들도 비용과 상관없이 어서 차에 오르라고 한다. 현장에는 그 어떤 인종혐오도, 이슬람 혐오도 없었다. 그런 것들은 테러 위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술집이나 다른 곳에서나 들리는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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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의 사건 현장. 서로 부둥켜 안고 위로하는 두 사람의 모습
(출처: <bibliobs>)


사건 다음날인 11월 14일 오후, 지난 <샤를리 엡도>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레퓌블릭 광장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했다. 프랑스 정부가 오는 월요일까지 많은 시민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자의로 이렇게 모인 것이다. 시민들은 준비해 온 꽃을 광장에 놓고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가 하면 초로 ‘평화’를 의미하는 Paix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레퓌블릭 광장에 나온 시민 중 한 사람은 프랑스 사회의 이슬람 혐오적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까봐 겁이 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는 11월 13일 이전에, <샤를리 엡도>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삶을 계속 살아야 합니다. 더욱 용감하고 더욱 담담하게. 우리가 집에 머물며 두려움에 떠는 것이야 말로 테러리스트가 원하는 모습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슬픔과 고통을 우리는 살아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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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퓌블릭 광장에 모여 13일의 금요일 테러를 추모하는 시민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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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거리에 피아노를 들고 나와 존 레논(John Lennon)의 <이매진>을 연주하고 있다.
(출처: A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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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가 있었던 샤론 가에 놓여진 꽃에는 '자유 내 사랑'이라는 메모가 붙어있다.


그런가 하면, 파리 외의 도시에서도, 프랑스 밖의 다른 나라에서도 이번 테러의 희생자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하는 이제까지의 우클릭 경향을 볼 때, 테러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지니는 영향력을 생각해 보았을 때, 지속돼 온 올랑드 정부의 약한 공권력에 대한 비판을 감안할 때, 프랑스 사회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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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다음날인 14일 저녁, 파리의 상징물 에펠탑은 불을 밝히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프랑스에 대한 지지와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보이고 있다.
단, 시리아의 알 아사드 대통령은 프랑스의 대 시리아 전략이 테러의 확대를 가져 왔다고 비판하여

이슬람 국가들의 원성을 샀다.


일단 프랑스의 정당들은 오는 12월에 있을 지역선거 운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의 사건 해결과정이 바로 더욱 임팩트 있는 선거 캠페인이 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사실 사건 직후에 정치인들이 트위터에 올린 글들이 벌써부터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하겠다.


사건이 터지고 10여 분이 지난 시각, 그러니까 10여 명의 프랑스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오던 그 때, 극우 국민전선(FN)의 사무국장 니콜라 배이(Nicolas Bay)는 "올랑드와 발스가 국민전선에 맞서 싸우고 있을 때, 피비린내 나는 살인자들은 테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부끄러움을!"이라며 프랑스 정부를 비판했다. 국민전선 당수 마린 르펜의 남자친구인 루이 알리오 (Louis Aliot)는 발스 총리에게 "진짜 위험이 어디 있는지 이제 알겠소? 무책임한 사람같으니!"라는 멘션을 날린다. 아마도 발스 총리가 12월 선거에서 '국민전선이 한 지역에서도 승리를 거두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던 것에 대한 응수로 읽힌다.


이 둘 말고도 국민전선의 지도부 정치인들은 상황의 심각성과 관계없이 "무참히 내버려진 프랑스"니 "이게 다 정부 잘못이니" 하다가 많은 이의 지탄을 받았다. 현재 대부분의 트윗은 삭제된 상태다. 이제는 상황이 어떻더라도 자기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욕망을 한치도 숨기지 않는 국민전선의 반응이 정겹기까지 하다. 아마도 전략이 아닐까 싶다. 이런 ‘가려운 데를 긁어 주는’ 태도 때문에 적지 않은 프랑스인이 국민전선을 지지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반면, 프랑스 극우정당의 하나인 프랑스를 위한 운동(Mouvement pour la France, MPF) 창시자 및 현 당수인 필립 드 빌리에(Philippe de Villiers)는 "포용주의와 그로 인한 이슬람화가 프랑스에 가져온 결과가 바로 파리에 닥친 엄청난 비극"이라며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감추지 않는다. 사회당이나 공화당은 대부분 정치적 언급을 피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간간이 피가 끓어 올라 할 말은 해야겠다는 사람들은 존재하는 듯하다. 공화당(LR)의 리오넬 뤼카(Lionel Luca)는 "오늘 저녁 파리는 베이루스같습니다. 레바논화되어 가는 국가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습니다."라며 극우 정치인과 비슷한 논조의 코멘트를 남겼다. 또 12월 지역 선거에서 국민전선의 루이 알리오와 같은 지역 후보로 나선 공화당의 도미니크 레니에(Dominique Reynié)는 "이번 테러에 대한 루이 알리오의 첫 번째 반응은 이 비극을 정치에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맙시다."라며, 결국 ‘쟤가 그랬어’ 비슷한 고자질을 했다. 자기 역시 선거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역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정부에서 집회를 금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테러가 일어난 사건 현장에 가서 추모의 꽃을 놓고 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집에서 머물면서 추이를 살펴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행동하는 전자보다는 지켜보며 분노와 애도를 삭히는 후자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 수면에 보이는 프랑스인들의 반응이 프랑스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한 프랑스인의 태도는 12월 선거 결과가 보다 확실히 보여 줄 것이다.


필자는 딴지일보의 ‘프랑스 특파원’으로서 계속해서 프랑스 사회의 소식을 보다 충실히 전하도록 하겠다.



덧붙임.

2015년 11월 둘째 주 월~금(테러 이전) 프랑스 TOP25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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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www.lemonde.fr/societe/article/2015/11/13/fusillade-meurtriere-a-paris_4809485_3224.html
http://www.lemonde.fr/societe/live/2015/11/13/au-moins-dix-huit-morts-dans-plusieurs-fusillades-et-explosions-a-paris_4809489_3224.html
http://www.leparisien.fr/paris-75/en-direct-attentats-a-paris-plus-de-120-morts-la-france-se-reveille-sous-le-choc-14-11-2015-5275533.php
http://www.lejdd.fr/Societe/Attaques-a-Paris-Le-Carillon-Le-Petit-Cambodge-Bataclan-Stade-de-France-Sept-lieux-ont-ete-vises-759607
https://www.facebook.com/benjamin.cazenoves?fref=nf
http://www.parti-socialiste.fr/articles/allocution-de-francois-hollande-lissue-du-conseil-de-defense
http://www.rtl.fr/actu/societe-faits-divers/heurts-a-calais-les-migrants-sont-instrumentalises-selon-l-interieur-7780464587
http://www.ouest-france.fr/attentats-de-paris-le-conseil-regional-du-culte-musulman-lance-un-appel-3840397
http://directinfo.webmanagercenter.com/2015/11/14/attentats-a-paris-des-commentaires-islamophobes-et-racistes-inondent-la-toile/
http://www.lefigaro.fr/actualite-france/2015/11/14/01016-20151114ARTFIG00174-rassemblement-spontane-sur-la-place-de-la-republique-malgre-l-interdiction.php
http://www.lexpress.fr/actualite/societe/en-direct-explosions-et-fusillades-simultanees-a-paris_1735712.html
http://www.lepoint.fr/societe/le-bataclan-une-cible-regulierement-visee-14-11-2015-1981544_23.php#xtor=CS2-238
http://positivr.fr/attaques-terroristes-reactions-en-dessins/
http://mobile.lemonde.fr/les-decodeurs/article/2015/11/14/attaques-a-paris-les-rumeurs-et-les-intox-qui-circulent_4809992_4355770.html
http://lelab.europe1.fr/edito-lindecence-des-reactions-politiciennes-a-chaud-26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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