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 앞에 한 여성이 있었다.
한차례 군중들이 최루액에 휩쓸려간 텅 빈 공간 속에 홀로 있었다.
차벽에 바짝 붙어.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문득 이스라엘을 여행 할 때 보았던 통곡의 벽이 생각났다.
경찰은 경찰 차벽에 바짝 붙은 비무장의 그녀가 거슬렸었다고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갑자기 그녀의 머리위로 최루대포가 조준되더니 최루액이 수직낙하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당시 서울의 수온주는 섭씨 10도.
가만히 있으면 춥지 않았지만, 차가운 물을 맞았을 때, 젖은 옷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자는 버텼다.
기묘한 풍경이었다.
머리 위로 그 독한 물이 쏟아지고, 두 손을 모인 여자는 떨고 있었다.
꽤 먼 거리였음에도, 어깨의 떨림이 보였다.
그러면서 버텼다.
인도에서 봤던 그 어떤 고행도, 망측한 수행도 이렇게까지 비참하진 않았다.
시간이 멈춘듯했다.
쉼 없이 물은 쏟아졌고, 여성은 그곳에 멈춰있었다.
누군가 달려왔다.
한 사람은 비옷을 또 한 사람은 비옷조차 없었다.
맨몸의 두 사람은 달려와 그녀를 감쌌다.
얇아빠진 천 원짜리 비옷의 소매, 장단으로 막아봐야 얼마나 막겠냐만,
그 비닐을 들어 여자의 머리를 가렸다.
어차피 젖은 몸, 안는다고 추워가 달라질 게 없었지만, 끌어안았다.
물은 계속 뿌려지고, 맨몸의 세 사람을 보호하는 건 얇은 비닐과 그들 스스로의 체온뿐이었다.
'함께 비를 맞는다는 말’
그저 비가 아닌 이 날의 저녁. 모질고 모질었다.
우리의 공화국.
맨몸의 저들이 만들어냈고, 만들어가고 있으며, 만들어 가야 한다.
사실, 그들이 애국심을 가지라 강요하는 이 나라를 만드는데, 그들이 기여한 바는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름다운 질서’라는 이름이 이 모양일 리는 없다.
적어도 그 날만큼은 이라 쓰고 싶지만, 그 날만큼이 아니란 걸 너무 잘 알기에.
인도환타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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