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맥통법인가1>에 이어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에 걸린 세금을 알아보자.
국산 맥주의 가격
출고가(제품원가, 판매관리비, 이윤 등) + 주류세 72%(출고가*72%) + 교육세 30%(주류세*30%) + 부가가치세 10%(출고가, 주류세, 교육세의 합*10%)
출고가를 1,000원이라 잡으면, 주류세 720원(1000*72%), 교육세 216원(720*30%), 부가가치세 193원(1936*10%)가 달라붙어서 2,129원이 돼. 세금들의 합은 1,129원이지.
수입 맥주의 가격
수입신고가(CIF=공장가+국내항까지 운임+운임에 따른 보험료) + 관세 30%(수입신고가*30%) + 주류세 72%(수입신고가,관세의 합*72%) + 교육세 30%(주류세*30%) + 부가가치세 10%(수입신고가, 주류세, 교육세의 합*10%)
출고가를 1,000원이라고 하면, 관세 300원(1000*30%), 주류세 936원(1300*72%), 교육세 281원(936*30%), 부가가치세 251원(2517*10%)가 붙어서 최종금액은 2,768원이 돼. 세금들의 합은 1,768원. 여기에 국내에서의 물류비, 인건비, 이윤 등이 후에 달라붙어서 가격은 더욱 상승.
세금의 총액을 보면 딱히 국내 맥주 생산 업체가 징징거릴 이유는 없어보인다, 만 몇 가지 문제가 있어.
1.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에 세금을 붙이는 기준 가격인 ‘출고가’와 ‘수입신고가’를 결정하는 방법이 달라.
현재 주류세가 종량세가 아니라 종가세(과세단위를 금액에 둠)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데, 국내 생산분이야 원가를 파악할 수 있으니 큰 문제가 안 되지만 외국 맥주는 그게 안 되잖아. 그래서 수입사가 외국 업체로부터 받아오는 가격을 기준으로 하지. 국산 맥주는 원가에 이것저것 붙인 채 세금을 계산하지만 수입 맥주는 좀 더 순수한 원가에 가깝게 계산을 해. 순수를 넘어서 할 수 있다면 조작까지도 가능해. 그리고 수입 맥주는 원가 이외의 것들을 고정비에 가깝게 여길 수 있는 반면에 국산 맥주는 전부 세금이 달라붙어서 부차적인 가격 변동을 유발 할 수 있어.
"맥주의 주세는 72%다. 그러나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과세 방식은 다르다.
수입 맥주는 수입가에 관세(15%)가 붙은 수입신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해서 72%를 부과한다."
그래서 역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지. 그래도 국산 맥주 업체가 생각하기에 아직까진 괜찮을 거야. 같은 조건이라면 수입 맥주가 가격이 더 비싼 건 당연하니까.
2. “원가가 같으면 운임비에 보험료에 관세까지 해서 국산 맥주가 더 싼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야.
그런데 FTA. 한-미, 한-유럽간 FTA로 인해 관세가 곧 제로가 되고, 주류의 경우 2018년이면 관세가 0%야. 관세가 빠지면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에 달라붙는 세금은 동일해져. 지금도 순차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소비자가 구매하는 시점에서도 가격이 낮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지는 의심되지만, 어쨌거나 세금으로 달라붙는 비용은 낮아지고 있어. (아쉽게도 아직까진 미국과 유럽 한정이긴 하지만)
날이 갈수록 수입 맥주가 갖는 가격 경쟁력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해. 그리고 국가가 따박따박 받아먹어야 할 세금도 줄어들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맥주 시장 자체의 성장으로 인한 세수 총액 증가에 대해선 패스하기로 하자. 자료도 없고 귀찮으니까)
3. 수입 맥주 시장 자체가 성장했다.
불과 몇 해 전에 들은 이야기야. 한 수입사가 미국의 어떤 맥주 업체와 수입에 관해 협상을 벌였는데 결렬되었다는 거야. 한국 맥주 시장이 작고 좁아서 자신들의 맥주를 판매하기가 꺼려진다는 이유였지. 이름도 잘 모를 쬐그만 시장에 수출했다가 팔리지도 않고 폐기처분 당했다는 소리를 들을 바에야 안 팔고 만다는 것이었겠지. 그저 소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내용이 사실이었다는 가정을 해보자. 수입사가 이 업체의 맥주를 수입해오려면 좀 더 비싼 값에 사와야 할 것이야. 수입가가 상승한다는 것이지. 그럼 당연히 들여올 수 있는 물량은 적어질 것이고 세금으로 인해 최종 가격이 상승할 거야.
(출처: <매경이코노미>)
지금은? 시장 자체의 성장으로 인해 한국의 맥주 시장도 조금씩 ‘매력’이란 걸 갖춰나가고 있어. 도전해볼만한 시장이라는 걸 외국 업체에 이해시키기 좋아져서 수입가능성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기존보다 괜찮은 가격으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뜻해. 이는 수입신고가와 내야할 세금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지. 최종가격이 하락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국산 맥주 시장은 조금씩 작아질 거야.
4. 수입신고가의 변화가능성에 비해 국산 맥주의 출고가는 변화가 쉽지 않다.
수입신고가는 외국 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낮추는 것이 가능해. (실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가를 정하고 다른 방법으로 차액을 메꿔준다더라 하는 소문이 있기도 하다만 별로 믿지는 않아. 그런 걸 말해주는 관계자를 아직은 못 만나봐서 말이야) 외국 업체가 직접 수입사를 차린다거나 오비처럼 형제 기업을 통해 들어온다거나 한다면 이런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확실해질 것이야. 반면 국산 맥주의 출고가는 낮추기가 어려워. 우리의 정부께서는 술, 담배 등에 달라붙는 죄악세로 인한 세수에 상당히 민감하신 관계로 맘대로 바꾸는 걸 싫어하거등.
*수입신고가가 얼마까지 낮아질 수 있냐고? 물론 맥주 자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형마트에서 파는 500ml에 1,600원쯤 하는 저가형 맥주들을 생각해보면 대충 감이 올 거야. 세금 다 붙이고 국내 물류비와 이윤 등을 다 붙이고도 그 가격이라는 거야. 심심하고 시간이 남으면 추정해서 알려줘.
그래서 어찌될까?
수입 맥주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고 국산 맥주 시장은 조금씩 작아진다. 그런다고 국산 맥주 업체가 망한다는 건 아니야. 동네 음식점, 치킨집, 삼겹살집, 호프집 등에서 볼 수 있는 업소용 맥주에서 카스와 하이트가 차지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비율이 변하지 않는 한 국산 맥주 업체는 고정 이익(?)을 지니고 있어. 그리고 시장이 작아짐으로 인한 손실분 중 일부는 자신들이 수입하는 수입 맥주로 메꿀 거야. 대기업의 자본력은 수입신고가를 낮추는데 큰 힘이 되겠지. 오히려 맥주 시장 전체가 커지는 것을 틈타 이 기회에 맥주 생산보다 맥주 수입에 더 집중할 지도 모를 일이야.
물론 니들은 안 망할 거지만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을 못했으면 망하는 게 맞아. 니들이 못나서 망하는 걸 왜 남 탓을 해. 갈라파고스도 아닌데 만날 ‘한국 입맛엔 한국맥주’같은 소리나 나불대고 말이야. 꼬우면 평소에 노오오오오력을 좀 하지 그랬어.
국내 맥주 3사가 정말 국산 맥주 시장이 차별받고 수입이 쪼그라들어서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수입 맥주 할인 행사 규제’같은 개소리보단 주류세 개정을 통해 역차별을 하고 있는 규제들을 없애달라고 해(더불어 종량세도 좀 도입해주고). 적극적인 경품 증정과 할인 행사를 할 수 있게 하고, 가격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든가 로비질을 하든가 해야 한다고 봐. 물론 이런 소리를 지껄이다간 맥주 회사놈들 때문에 주폭이 늘어나네, 음주운전이 늘어나네, 알콜중독과 가정폭력이 늘어나네,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어쩌고 저쩌고, 북조선일보와 그 무리들에게 욕을 처 잡숫게 되겠지. 거기에 더해 세무조사를 맞을지 몰라. 물론 나는 책임을 안 질 거니까 무시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맥주에 달라붙는 주류세는 세계 톱급이라고 봐도 좋아. 높기도 졸라 높은데다 무려 위스키와 같은 세율을 적용받을 정도지. 그런데 왜 맥주에 붙는 주류세 좀 낮춰달라고 로비를 못하냐고? 뭐 어렵나. 허리 접히듯 장사 접고 싶진 않을 거니까 말이야.
맥주 3사더러 비슷한 가격에 수입 맥주와 비슷할 정도로 맛있게 만들면 그거 사 마시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 근데 박근혜 무려 대통령님과 새누리당이 국민들로부터 정치 좀 민주적으로 잘 하라는 말을 못 들어서 저 짓거리 하고 있는 게 아닌 거 알지? 큰 기대 하지마. 망하거나 그 직전까지 가지 않는 이상 크게 변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머리가 아픈 건 정부일 거야. 국산 맥주 시장은 조금씩 작아져서 세수는 줄고, 수입 맥주 시장은 커지는데 예전에 비해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아지고, 국가 채무는 나날이 증가하고, 대통령은 여행이나 다니고. 무슨 수를 써서든 수입 맥주 시장으로부터 나오는 세수를 증대시켜야 하는데 섣불리 가격 올리겠다고 다가섰다가 무역 분쟁이라도 나면 쪽팔려서 고개를 못 들것 같겠지. 그래서 할인 규제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툭 던져서 분위기라도 파악해볼까 하니 이상한 좌빨맥덕놈들이 욕을 해대고. 어딘가 빌붙어서 노후자금이라도 벌어야 하는데 딱히 보이는 건 없고, 이럴 거면 방산 업체를 붙잡고 비리를 저지를 걸 왜 힘든 길을 왔을까 고민도 될 거고. 복잡하지.
결국 어떻게 접근하실 지는 잘 모르겠어. 술에 붙는 세금 올린다고 하면 어버이연합한테까지도 욕먹을지 모르니 어떻게든 잘 포장해서 건강증진부담금을 붙이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렇게 쉬운 게 아니어서 말이지. 거기다가 무슨 짓을 하던 수입 맥주에만 뭘 갖다 붙이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임을 생각해보면, 잘못하다간 국산 맥주까지 크게 좋게 될 수 있어. 기다려보자. 박근혜 무려 대통령님의 혜안이라면 뭔가 창조적인 방법을 이끌어내시겠지.
걱정마세요~
나믿닭믿.
이거 다 소설인거 아시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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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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