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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과 공립대학 무엇이 다를까? 한국에서는 크게 다른 면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국립대, 시립대의 경우 등록금이 조금 싸다는 정도 빼고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사립 공립의 차이를 크게 느끼기 힘들다. 한편 미국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내 맘대로의 4가지 미국 대학의 분류법에 의거해서 설명하겠다.

 

아못사 : 아무나 못 들어가는 사립 학교

 

아못공 : 아무나 못 들어가는 공립 학교

 

특목교 : 특수한 목적의 대학교

 

다받아 : 웬만하면 다 받아주는 학교

 

아못사는 다시 종합대 아못사, 단과대 아못사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글에서 좀 삐딱하게 바라보는 아못사는 종합대 아못사에만 해당한다.

 

 

1. 시작은 사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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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육의 역사는 미합중국의 역사보다 길다. 1636년 한반도에서 인조반정 이후 병자호란으로 혼란스럽던 시절. 변변한 학교 하나 없었던 지구 반대편 아메리카 대륙에 영국에서 먹물, 아니 잉크 좀 먹고 왔다고 하는 사람들이 New England 지역(현재 보스턴 근처 동네)에 하나 둘 모였다. 그들은 Oxford나 Cambridge에서 보고 배운 대로 "학교"라는 것을 만들고 New College라고 불렀다. 그리고 3년 뒤 이름을 Harvard라고 바꿔 부르기로 하였다.

 

당시 교과 과정이 어땠을까? 주된 과목은 언어(라틴어, 그리스어)와 신학이었다고 한다. 아마 같은 시기 조선 시대 학생들이 논어, 사서, 삼경을 읽던 것과 같은 이야기겠지. 17세기 당시의 Harvard라는 학교는 지금 입장에서 보면 참 안습이었다. 전체 학생 수는 두 자리 숫자였다고 하고 그나마도 대부분은 졸업하지 않았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학교"는 당시 꽤 있는 집(영국 귀족 출신들이나, 상업, 교역을 통해서 돈 좀 만졌던 사람들)의 자제들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귀찮게 공부를 하지 않아도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미국에서 교육, 학문의 발전은 College of William and Mary를 필두로(1693년) , Collegiate School(1701년 : 현재의 Yale University), College of New Jersey(1746년 : 현재의 Princeton University) 등의 경쟁자들이 나타나면서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총 9개의 "College"가 미합중국이 만들어지기 전에 세워졌다(세워진 건 이보다 많은데, 독립 이전에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의 수가 그렇다는 거다).

 

주목할 점은, 교육의 기회는 당시 극소수에게만 주어졌다는 것이다. 좋은 배경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것에 문제가 없는 계층의 사람들 말이다. 그 당시 "이런 college라는 곳에서 공부를 해서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려나?"라는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아이의 키가 어른 어깨까지 올라오고 알통도 생기고 다리통도 두꺼워질 때, "이리 와서 소젖 좀 짜고, 우유 받아 놓은 거 들고 옆에 Smith네 집에 갖다 주고, 볏짚이나 좀 받아 와라."라는 대화가 오고 가는 집이라면 "college? 그런 곳에 가면 먹는 게 나오나?"라고 했을 것이다.

 

아무튼 "있는 사람들의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college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선봉에 서서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끌어 내고, 초기의 미합중국을 설계하게 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일곱 명 중 네 명이 대학 졸업자이다. 절반을 간신히 넘은 것 갖고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 당시 대학 졸업자의 비율은 미국 전체 인구 중 0.001%쯤이나 되었으려나.

 

참고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의 아버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대학 졸업자가 아니다. 또, 건국 아버지 중 최고 재주꾼, 천재, 과학자, 특허왕... 등 수많은 수식어를 가진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역시 고졸자인데, 나중에 University of Pennsylvania를 설립하게 된다. 빌 게이츠도 이런 할아버지들의 피를 받은 게 아닐까. 암튼 미국은 재미있는 나라다.

 

 

 

2. 우후죽순 생긴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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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한 사립 학교들은 지금의 Ivy League 학교로 불리게 되었고(세부적인 변동 사항은 좀 있다. 예를 들어 College of William and Mary는 남북전쟁으로 폐허가 된 후 주정부의 지원으로 재건하면서 현재 버지니아 주립 대학 중 하나가 되었고, 나중에 설립된 다른 대학들이 Ivy League로 들어갔다), 이후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을 거치면서 200 여 개의 사립 대학이 설립되고, 미국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꽤 알려지게 된다.

 

Ivy League를 위시한 사립 대학들에 대해서 미국인들이 언제나 좋게 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너만 똑똑하냐? 나도 똑똑하다"라고 떠드는 게 미국 사회라고 하지 않았는가. 소위 엘리트 교육이라는 것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참고로 "엘리트"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우수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집단 또는 1등(혹은 1등"급") 집단이란 뜻으로 통하는데, 영어의 elite라는 말의 의미는 그런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원래의 의미는 출신 성분이 좋은 집단,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elitism, 엘리트주의라는 단어에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많다.

 

요즘엔 "금수저"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 보이는 사람들 많을 것 같다. 그건 지금 이야기이지 한 2, 30년 전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그런 생각 속으로나 했지 겉으로 잘 안 했다. 한 5, 60년 전을 들여다보면 더 심했을 것 같다.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그 이전의 세대에서는 양반들에게 주어지는 특권들을 당연하게 보았다. 꼬우면 니도 양반 해라. 속으로는 그랬겠지. 미국에서는 이미 건국 당시부터 사회가 엘리트 중심으로 굴러가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미국 독립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사립 대학들과는 별도로, 각 주에서도 주정부 차원에서 대학을 설립한다. 사실 이건 시대를 앞서간 파격적인 발상이다. 일반 시민을 위한 보편적인 교육의 필요성은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나 공감하게 된 것이지 그전에는 아니었다. 지금도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대학은 나와서 뭐 하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200여 년 전 먹고 살 걱정 안 하는 계층이 아닌 "보통 시민"을 위해서 공적 자금을 들여서 대학을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모험과 도전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19세기 초반(1800~1840년 정도)에 이미 모든 주에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주립대를 갖추게 되었다. 마치 영국 식민지 시대에 최초 대학(college)을 졸업한 사람들이 미합중국의 주춧돌이 된 것처럼, 이들 주립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주춧돌이 되어서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3. 하버드에 다니면 어떨까?

 

하버드(및 기타 아못사) 대학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해 보겠다. 이걸 보면 사립대와 공립대의 차이를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여기는 엘리트를 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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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다 보면 그런 느낌이 팍팍 나게 될 것이다. 엘리트 교육 기관으로 시작된 곳이다. 지금이라고 해서 색깔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엘리트로서 먹고사는 것에만 연연하지 말고, 주어진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사회에 공헌하자는 멘트를(직접 듣지는 않더라도 그런 뉘앙스의 말들을) 지겹도록 듣게 된다. 뭐가 잘못되었냐고? 잘못된 것 없다.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봐야지.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일부 학생들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 학교를 다닐 때는 다 좋게 받아들였지만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살다 보니 그런 교육을 받았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드리겠다. 이재용의 아드님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바람직한 교육 기관이다. 우리도 그런 사람들 다 불러모아 스파르타식으로 하루에 "사회 공헌", "재산 공유" 같은 말을 100번 외치지 않으면 기숙사에서 밥을 안 준다거나 그런 식으로 교육했으면 좋겠다. 자식 공부 잘한다고 논밭 팔고 소 팔아서 하버드에 보내 주신 부모님이 있는 학생이라면, 대통령, 기업 총수, 장관, 대법관 자제들을 위해 맞춤 교육을 하는 그런 분위기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게 정상일 것이다.

 

오해하진 마시라. 아빠가 누구냐 갖고 끼리끼리 논다거나 왕따를 시킨다거나 그런 치졸한 짓은 안 한다. 이름이 알려진 소수를 제외하고는 어떤 집안 출신인지 알 수 없다. 미국은 워낙 개인주의적인 곳이라, 본인이 자발적으로 떠들지 않는 이상 서로 캐묻지 않는다. 그래도 2,3년 지나면 서로 감이 잡힌다. legacy student(혈통이 좋아서 들어온 애들)가 누군지, 운동선수가 누군지, 무슨 특기생이 누군지 등등.

 

얘네들은 아무리 해도 평생 먹고사는 걱정할 일이 없는 애들인데, 지금은 얘네들이랑 그냥 격 없이 지내고 나 또한 엘리트로 인정받지만(인정받는 것 같지만), 좀 있으면 난 평생 뭐 빠지게, 혹은 뭐 나게 일해야 간신히 먹고사는 현실로 돌아가게 된다는 식의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 환경에서 대학 4년을 보내는 것이 본인에게 득이 될까? 글쎄다. 절대적인 말은 못 하겠다. 장기적으로 득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봐야 한다. 단지 유명세만 쫓아서, 절대적인 간판의 힘에 휩싸여서 그런 대학에 별생각 안 하고 들어갔다가 후회하는 케이스를 많이 봤다.

 

이건 HYSP(M은 빼고. 거긴 좀 종류가 다른 문제가 있다. 다음 글에서 얘기하겠다.)에서 공통적으로 심하게 나타나는 문제이고, 다른 Ivy 학교들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산층 가정 출신 학생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근본 중심이 된다. Ivy league 전통이라는 것이 도대체 뭘까? 아무리 이쁜 말로 사탕발림해도 결국에는 엘리트 교육 기관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명문대 졸업에 따르는 보상이 거의 절대적인 사회라면 또 모르겠는데, 미국은 다르다. 금수저 자식이 아닌 이상 위험도나 비용 대비 이득이 반드시 높다고 볼 수 없다.

 

 

4. 그럼 어쩌라는 거냐?

 

글을 쓰다 보니 미국 명문대에 무슨 한 맺힌 것처럼 보이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일단 계속해 보겠다. 그럼 Ivy league + SM(플러스 몇 개 더 할 수도 있지만)은 빼고, 다른 사립 학교는 괜찮다는 것인가?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모든 사립 학교들은 오래 전통에 바탕을 두고 이미 유수한 인재들을 배출해낸 학교라면, 엘리트 교육 정신에 그 바탕이 있는 것이고 따라서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18세기에 세워진 학교들과 19세기(특히 남북전쟁 이후)에 생긴 학교들에는 차이가 있다.

 

그 학교들은 조금 더 진화된 19세기 중반 이후 미국의 사회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엘리트주의가 아닌 실용적이고 보편적 가치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서 John's Hopkins, Carnegie Mellon, Case Western Reserve 이런 학교들 말이다(3개만 예를 들었을 뿐, 학교를 나열하다 보면 끝이 없다. MIT, Caltech도 19세기에 세워졌고 이 그룹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단지 랭킹이 높다고 해서 위에서 말했던 "엘리트 학교들"과 같이 싸잡아 보면 안 된다.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Harvard와 MIT는 학교의 분위기에 정말 많은 차이가 있다). 사립 학교를 들여다보면 학교별로 분위기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 그걸 고려하면서 이 학교가 과연 우리 자식에게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이름만 갖고서는 절대 알 수 없다.

 

 

5. 그럼 공립대를 택해야 할까?

 

미국에는 대학이 많고 학교별로 건학 이념이니 지향점이니 서로 달라서 헷갈린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공립대를 택해야겠다. 버지니아 학생은 UVA로, 캘리포니아 학생은 버클리나 UCLA로 가는 것이 무난하다고 본다. 미시건 학생은 UMichigan으로, 노스 캐롤라이나 학생은 UNC로, 이렇게 50개 주욱 나가면 되나? 그게 해결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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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기서 대학 랭킹 얘기 좀 해야겠다. 랭킹이 절대적이냐? 물론 아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대학"들 사이에서는 위에서 말했던 이유로 여기가 저기보다 좋다 나쁘다 말하는 게 참 어리석은 짓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그 학교가 맞을까, 어떤 이득을 얻어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할 뿐. 지금 말한 "좋은 대학"이라는 것은 대략 한 30개 정도쯤 되겠다. 여러 기관에서 집계하는 랭킹도 들여다보고 매해 어떻게 바뀌는지 들여다보면서 각자의 맘대로 한 30개의 대학은 추려낼 수 있다. 그 랭킹 5위가 랭킹 30위보다 좋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그 30개 중 하나의 대학과 다른 랭킹에서 대략 100위 정도 하는 대학, 둘을 놓고 볼 때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죄송하다. 또 애매모호하게 얘기해야 할 것 같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랭킹 20위 대학이 100위 대학보다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꼭 간판을 중시하는 아시안계 이민자가 아니라도)이 큰 고민 없이 100위 대학보다는 20위 대학을 선호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미시건, 노스 캐롤라이나 정도는 괜찮을지 몰라도 자기 주의 주립 대학이 상위 랭킹에 올라있지 않은 대학이라면 말이다. 예를 들어 유타, 캔자스, 와이오밍 같은 인구가 적은 주에 살고 있는 경우 말이다. 콜로라도, 애리조나 같은 경우 인구는 많지만 주립대 랭킹이 그리 놓은 편도 아니다. 그 동네 주민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겠다.

 

와이오밍 주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있다고 치자. UC Berkeley로 가야 할까? 집에서 좀 먼가? 그럼 좀 가까운 U of Colorado Boulder를 갈까? 음... U of Colorado 갈 바에야 바로 집 앞 U of Wyoming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유학할 거라면 상위 랭킹 사립대 중 하나로 가기도 한다. 랭킹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장단점을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

 

장단점이란 것이 2,30년 전 한국에서 하던 고민과 비슷하다. 그때 미국 유학을 결심했던 사람들(군대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다는 가정하에) 중 석사까지는 한국에서 하고 미국에서 박사를 할지, 미국에서 석박사를 다 할지, 양쪽 장단점은 어떤지, 그런 고민을 했었다. 그때는 그래도 학부는 한국에서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미국 대학 학부 유학으로 꽤 많이 나오는 것을 볼 때 요즘 학생들은 종류가 조금 다른 고민을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고 유학을 가는 게 나은지, 초장부터 유학을 가는 게 나은지, 졸업 후 한국에 돌아가서 어떤 일을 할 건지, 그냥 미국에 눌러앉을 것인지. 그런 변수들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는 것처럼 와이오밍 주의 학생들도 똑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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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학생 자신에게 최고로 잘 맞는" 대학을 고르는 것이다. 그건 어느 누구도 말해줄 수 없다. 자기 자신만 안다. 자신만의 책임을 갖고서 결정해야 한다. 부모로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내 경험으로 각각 선택의 장단점에 대해서 얘기해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절대 "간판", "체면"에 의미를 두어서 얘기하면 안 된다. 아이의 인생에 결정적인 오점을 남기게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스스로 잘못 결정했다가 다시 돌이켜보고 바로잡으려 한다면 좋은 경험으로 의미가 있는데, 부모가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결정을 잘못하게 된다면 부모로서 그 대가를 어떻게 치르려고 하나.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5. 또 다른 해결책, Liberal Arts Colle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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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야기하지 않았던 부류의 사립대가 있다. 아무나 못 들어가는 사립대인데, 위에서 얘기했던 그런 엘리트 지향의 "간판"이 그럴싸한 학교들이 아니다. 조그마한 단과대(College)로 전체 학생 수가 많아야 2000명 정도, 적으면 몇백 명 정도인 학교들이 미국에는 꽤 있다. 이런 학교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 학생의 맞춤형 교육이다. 학교 차원에서 압력을 가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학생들을 몰고 가는 것이 아니고, 개개인의 포텐셜을 최대한 살려주는 데에 초점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건 준비를 잘 시켜주겠다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Williams College

 

Amherst College

 

Swarthmore College

 

Wellesley College

 

Bowdoin College

 

Carleton College

 

Middlebury College

 

Pomona College

 

Claremont McKenna College

 

Davidson College

 

Grinnell College

 

US News and World Reports에서 Liberal Arts College 랭킹 상위 10개를 뽑아본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아마 거의 모를 것이다. 이민 1세대들은 이런 대학에 자녀들을 잘 보내지 않는데 그 이유는 뽀다구가 나지 않기 때문일 거다. 이런 대학들은 보통 이민 2세대 이후(백인들 포함. 모두 다 이민자니까)에서 많이 보낸다. "스펙"이라는 것이 미국에도 있는데 다만 그 종류가 무지 다양할 뿐이다. 좀 알고, 좀 있고, 똑똑한 자식을 둔 많은 학부모들은 이런 곳에서 학부를 마치게 하고, 대학원이나 법대, 의대 등에는 "뽀다구"가 나는 학교에서 하고, 잘 먹고 잘사는 경우 많다.

 

예를 들어 힐러리 누님. Wellesley College라는 조그만 학교 출신인데 법대를 Yale에서 마쳤다. 오바마 형님. 하버드 법대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원래 Occidental College라고 LA에 있는 학교에 2년 다니다가 Columbia로 편입(transfer)해서 학부를 졸업했다. 나의 전 직장 보스(Case Western 학사, Duke 박사 출신)의 딸. 학부는 Grinnell, 박사는 Yale에서 받았다. 직장일 관계로 가깝게 지냈던 모 대학 병원 이비인후과 과장님. 그 마나님 치맛바람이 유별나서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입방아가 좀 있었는데, 그 외아들 대학을 고르고 또 고르고 그러다가 결국 어디 갔나 보니 Olin College of Engineering, 의대는 U of Washington에 가서 아버지 가업을 잇고 있더라. 주변에 이렇게 조그마한 college를 간 케이스를 많이 보았는데 학생이나 학부모의 만족도 면에서는 최고인 것 같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장점: 만족성 최고. 실속 있다. 좋은 스펙을 쌓을 수 있다.

 

단점: 등록금이 더럽게(상위 랭킹 학교 만큼이나) 비싸다. 학교 이름에서 뽀다구가 안 난다.

 

 

 

다음 편에서 계속..

 

소리는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