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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채는 어떻게 표기하나

 

부채란 기본적으로 갚아야될 돈, 혹은 의무다. 보통 갚아야될 의무가 없는 자본(투자금)과 달리, 부채는 무조건 갚아야 한다. 재무상태표에선 항상 자산을 '부채 + 자본'으로 표기하는데, ‘부채’를 ‘자본’의 앞에 놓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3억의 빚을 내서 5억짜리 집을 구입한다고 가정해보겠다. 이를 자산 상태표로 적으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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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는 자산을 작성하고 오른쪽에는 이 자산을 구입하는데 사용한 돈의 출처를 각각 빌린 돈(부채)과 내 돈(자본)으로 나눠적는다. 그럼 이제 이 숫자들을 활용해서 부채의 성질을 몇 가지 알아보자

 

 

 

2. 청산 발생 시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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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은행 이자나 원금을 갚지 않고 배를 째라고 드러누우면 어떻게 될까? 은행은 기꺼이 배를 째서 대출금을 받아가려고 할 것이다. 물론 배를 짼다고 돈이 되지 않으니 은행은 대신 담보물인 아파트를 경매로 넘길 것이다. 경매에 넘어간 이 아파트는 내가 구입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이 될 것이다.

 

4억에 낙찰됐다고 치자. 이 경우, 은행 입장에선 졸라 땡큐다. 왜냐하면 경매를 통해 최초 빌려줬던 돈(3억)을 전부 회수할 수 있으니까. 경매 낙찰금 4억에서 은행 빚 3억을 갚고 나면 1억이 남는다. 이 돈이 자본, 그러니까 내가 가져갈 몫이 된다. 다음 자본 파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자본이란 기본적으로 '부채를 다 갚았을 때 남는 돈'이다.

 

만약 집값이 폭락해서 아파트가 2억에 낙찰된다면 어떻게 될까? 은행은 울며 겨자먹기로 2억만 가져가고 회수하지 못한 1억은 손실로 기록할 수밖에 없다. 부채를 전부 갚을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본, 그러니까 내가 가져갈 돈은 하나도 없다.

 

 

 

3.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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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입한 집값이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집값이 10% 오른다고 했을 때 자산은 5천만 원(5억 x 10%)이 늘어날 것이다. 이 5천만 원은 누구의 몫인가?

 

당연히 내 돈이다. 은행은 단순히 돈을 빌려준 것이기 때문에 미리 약속된 이자와 원금만 제때 갚으면 된다. 수익을 나눌 의무는 전혀 없다. 즉, 부채는 항상 '빌린 만큼 갚아야 할 돈'이다. 자산과 자본의 변화를 재무 상태표로 작성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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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것은 자본의 변화량이다. 자산의 가격은 분명히 10% 변했는데, 자본은 무려 25%가 늘어났다.

 

그 이유는 부채를 사용함으로 내가 구입할 수 있는 자산의 크기가 늘었기 때문인데 이를 지렛대 효과 혹은 레버리지라고 한다. 지렛대를 사용하면 내가 들인 힘보다 훨씬 무거운 물건을 옮길 수 있듯, 부채를 사용하면 내가 가진 자본보다 더 큰 규모의 자산을 구입할 수 있다.

 

레버리지를 사용해 구입한 자산의 가격이 변한다고 해서 갚아야 될 돈(부채)의 원금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자본이 얻게 될 투자의 이익이나 손실의 규모는 배가 된다.

 

위 예시의 경우, 자산 대비 자본의 비율이 2.5배(자산 5억 / 자본 2억 = 250%)이기 때문에 자산 가격이 10% 변화했을 때 생기는 자본의 변화는 25%(10 x 2.5)가 되는 것이다.

 

 

 

4. 부채는 언제 발행하는가

 

지금까지 개인의 아파트 투자 예시를 통해 알아본 부채는 '자산 매각 시 생기는 이익 혹은 손실'에 관한 것이었다.

 

기업에서 재무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얼마에 다시 팔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얼마만큼의 돈을 뽑아낼 수 있을까'다. 기업에서 컴퓨터 교체를 고민할 때, 교체를 통해 업무효율이 얼마만큼 올라갈 지를 고민하지, 중고나라에 얼마에 되팔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는 않는다.

 

부채의 사용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비용과 수익이다. 부채에서 비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채권이라면 발행 비용이 있을 것이고, 대출이라면 각종 수수료와 심사 비용을 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자율'이다. 이자율은 돈을 빌릴 당시의 전반적인 시장 상황, 회사의 신용도, 제공하는 담보물의 가치, 영업 이익 등 여러 가지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

 

부채가 발생시키는 수익이란, '발행한 부채로 구입한 자산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이다. 빌린 돈으로 공장을 짓는다면 새 공장이 벌어들일 수익이 될 것이고, 회사 사옥을 구입한다면 비슷한 규모의 사무공간을 임대했을 때 내야할 비용만큼 돈이 굳는다.

 

이처럼 '내야 할 이자 비용'과 '부채를 발행해서 구입한 자산으로 벌 수 있는 수익'을 비교하면, 기업은 부채의 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마사오님이 성인용품점을 하나 운영하고 있다고 하자. 여기 장사가 잘 되서 2호점을 낼까 말까 고민하는 상황, 마사오님에겐 예나 지금이나 돈이 없으니까 악덕 사채업자인 죽지 않는 돌고래에게 돈을 빌리려할 것이다. 2호점을 오픈하는데 드는 2억을 죽돌에게 20%의 이자로 빌린다면, 연간 이자 비용으로만 4천만 원(2억 x 20% = 4천)이 들것이다.

 

마사오님이 2호점에서 최소 매년 4천만 원 이상은 벌어야 한다는 소리다.

 

 

 

5. 자산, 부채 운용의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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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인 자산 편에서 기업이란 결국 돈을 만들어 내는 기계, 혹은 집합체라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생산에 도움이 되는 자산을 싸게 잘 구입해 빡세게 굴려서 본전을 뽑아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금융 기업에서는 자산을 잘 굴리는 것 이상으로 부채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기관이란 결국, 자산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VS 부채로 지불하는 비용의 마진(차익)으로 돈을 버는 곳이기 때문이다.

 

은행입장에서 고객들이 맡기는 예금은 부채가 된다. 언제든지 고객이 원하면 돌려줘야 할 돈이니까. 이 예금에게 주는 이자는 부채의 비용이다. 은행은 이 부채를 통해 얻은 현금을 다른 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준다. 은행이 발행한 대출은 은행 입장에서는 자산이다. 그리고 이 대출로부터 따박따박 징수하는 이자는 수익이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자에게 받은 돈에 좀 더 높은 이자를 얹어서 대출자에게 빌려주는 것으로 돈을 번다. 예금이자와 대출이자 간의 마진(예대마진)을 통해 돈을 번다. 떼먹지 않을 사람에게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것 이상으로(효율적인 자산을 구입하는 것 이상으로), 낮은 이자를 주면서 돈을 오랫동안 맡길 예금 고객들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참고로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선 은행주들이 초강세를 보였다. 가장 큰 이유가 일반 예금자(checking account)들에게 1%도 안되는 이자율로 돈을 빌려다가 4%가 넘는 금리로 돈을 다시 대출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때 잘 나가던 투자 은행보다 소매 영업에 집중했던 일반 은행들이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투자 은행계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골드만삭스가 인터넷 은행 등을 설립하고 신용카드를 출시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보험회사들도 비슷한 형태로 돈을 버는데, 보험 가입자들이 매달 내는 보험료는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생명보험이라면 가입자가 사망할 때, 자동차보험이라면 자동차 사고가 발생할 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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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는 이 보험료를 채권이나 대출상품,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최대한 손실은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는 채권 투자계에서 언제나 큰손 역할을 해왔다. 세계적인 채권 전문 자산 운용사 중 상당수가 알고 보면 보험 회사 소유인 이유다. 보험회사도 알고 보면 최대한 낮은 비용을 들여 보험 가입자들을 다수 모집하고, 이들에게 받은 보험료로 많은 이자 수익을 발생시켜 돈을 번다.

 

은행이나 보험 회사가 자산 운용을 잘못해 2008년처럼 대규모적인 손실을 입으면, 은행 예금자나 보험 가입자는 엄청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높은 고수익을 추구하다가 원금 손실을 입어, 본인들이 빌린 부채(은행 예금, 보험료)를 갚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중요 금융기관이 망하면 단순히 그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만 손해를 보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들에게 돈을 맡긴 일반인 다수가 피해를 본다. 중요 금융인프라를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이런 사태가 발생할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 산소 호흡기를 달아준다.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이들 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과 규제가 중요하다.

 

 

 

p.s

금융 얘기까지 하느라 말이 좀 길어졌다. 부채에 대해서는 겉만 핥다가 만 찜찜한 기분이 든다. 다음 글인 자본까지 연재를 하면 처음 기획했던 회계 4부작이 완결이 날 것 같은데, 그 뒤에는 이 글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다루도록 하겠다. 부채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크레딧 사이클에 대한 연재를 해볼 생각이다. 그때 부채는 다시 얘기하고 다음 글에선 자본에 관한 내용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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