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전쟁이 터지면, 라디오에서 ‘특정노래’가 흘러나오고,
그걸 들은 미국인들은 집결지로 모인 뒤 미국으로 대피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1.
미국의 ‘비전투원 소개 작전(NEO : 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을 말하는 건가 본데, 우선 전제로 해야 할 게,
“이걸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말라. 이건 국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다.”
라는 거야. 전쟁 났는데, 미국이 한국을 버렸네 어쩠네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게 정상이야. 그리고 이건 미국만 하는 게 아니야. 경제력으로 보면, 미국보다 한참 뒤에 있는 필리핀이나 태국도 한국에 있는 자국 국민 대피작전이 다 있어.
일단 이 비전투원 소개 작전이란 걸 설명해야겠는데, 간단해.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지면 미군이 아닌 미 군부대 관계자들(상근요원, 군속들)을 비롯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들을 대피시키는 거야.
주한미군은 매년 2번에 걸쳐 상근요원과 군속들을 대상으로 한 대피훈련을 하는데, 비행기 탑승 바로 직전까지 ‘제대로’ 절차를 숙지시켜. 훈련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의 ‘꼼꼼함’을 확인할 수 있는데, 3일치의 식량과 식수, 상비약, 현금 200달러 내외 그리고 ‘애완견’까지 들고 철수할 수 있게 해(철수 당시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물품은 66파운드로 한정하지). 어디로? 가장 유력한 게 일본이지.
2.
이 비전투원 소개 작전은 1994년까지는 실시하지 않았어. 이 말인 즉슨,
“북한이 뭐 전쟁을 일으키겠어?”
라는 생각을 미국도 하고 있었단 소린데, 1994년 전후로 갑자기 북핵위기가 등장한 거야. 이때부터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수도 있겠다.”
란 판단을 내리고 비전투원 소개를 위한 훈련을 매년 실시하게 됐어(규모가 꽤 큰 편이야. 이 훈련에 참여하는 인원만 1만 명 수준이니까. 이건 주한미군 영내에서만 실시하는 ‘소규모’ 작전이고, 만약 정말 위기가 닥쳐서 주한미대사가 철수명령을 내리면 난리가 나겠지).
까놓고 말해서 이걸 기분 나쁘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가는 게, 전쟁이 나면 군인 가족들의 대피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돼. 왜?
“적군이 군인가족을 인질로 잡고 투항을 요구하거나 정보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가족이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군인들의 사기는?”
이걸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지. 원칙적으로 주한미군들은 1년 차에는 가족 동반으로 근무할 수 없어. 그러나 2년 차부터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지. 이들 가족의 안전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미군들 보기에 한국이 살만한 동네 같은가 봐. 기혼자들 중 상당수가 자기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서 ‘군인가족세대’가 급증했어. 이것 때문에 주한미군 사령부가 골치를 썩었는데... 한국이 ‘평택기지’를 통 크게 지어주면서 신나하고 있지)
3.
만약 전쟁이 나고, 정말로 미국인들 대피를 시작한다면 이거 ‘꽤’ 혼란스러울 거야. 지금 한국에 있는 미국인 숫자가 15만 명을 넘어가(미군 제외하고).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다? 이거 꽤 어려운 일이지만, 미국은 이걸 할 수 있는 능력이 돼. 실제로 사전단계까지 간 적도 있었어. 대표적인 게 연평도 포격사건인데, 이때 주한미대사관 측에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과 여행자들에게,
“네들 지금 어디 있는지 거주지 주소랑 연락처 등록해라."
“왜?”
“지금 대포 쏘고 난리난 거 안 보여? 여차하면, 네들 안전한 데로 옮겨야 하니까 잔말 말고 거주지랑 연락처 등록해!”
이랬다.
거듭 말하지만, 이걸 가지고 뭐라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이건 민주국가라면, 국민을 주권자로 생각하는 나라라면, 나라다운 나라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얼마 전 사이판에서 난리났을 때 우리나라가 C-130 날려서 우리 국민들 데려온 거 기억나지? 난 이거 보면서 얼마나 뿌듯했는데, 자국민을 챙기겠다는 ‘의지’와 그걸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준 거잖아?
가장 좋은 건 북핵위기가 해결되고,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거겠지. 그러면 미국도 1994년 이전으로 돌아가겠지(훈련을 안 한다는 거지). 그걸 기대해 봐야지.
편집부 주
독자들의 격렬한 요청에
생각비행 출판사가 마지못해 굴복,
펜더의 인기 연재물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가 단행본에 이어
합본으로 나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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